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Body Cam, 2020
감독 - 말릭 비탈
출연 - 메리 제이 블라이즈, 냇 울프, 데이비드 자야스, 아니카 노니 로즈
경찰인 ‘로미토’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서 겨우 벗어나 복직한다. 그즈음 흑인 소년을 오인 사살한 경찰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도시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한편, 경찰이 살해당한 사건을 조사하던 로미토는 그들의 몸에 달린 바디캠에서 이상한 영상을 보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영상은 없었다고 말한다. 혼자 조사하던 그녀는 전에 갱단의 총격에 맞아 죽은 소년의 사건과 경찰 살해 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추측하는데…….
영화는 초반엔 호기심을 자아내는 떡밥을 던져준다. 경찰에 의한 흑인 소년의 오인 사살과 이에 직간접적으로나마 항의하는 사람들, 그리고 차량 단속을 하던 경찰이 보이지 않는 힘에 공격을 받고 쓰러지는 장면 등이 그러했다.
하지만 중반에 접어들면서 점점 그 힘을 잃어갔다. 로미토가 자식을 잃은 설정을 한 이유는 알겠다. 사건의 열쇠를 쥐었다고 볼 수 있는 그 사람과의 동질감 내지는 연대 의식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너무 부각하는 바람에 이야기의 분위기가 흐리멍덩해졌다.
주인공의 위치가 상당히 애매해서, 영화는 중심을 잡지 못했다. 이게 아들을 잃은 엄마가 그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인지,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악행을 저지른 범인을 잡는 수사물인지, 그것도 아니면 억울하게 죽은 원한을 갚기 위한 복수극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 세 가지가 잘 어우러지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에서는 각각 따로 놀았다. 솔직히 범인이 너무 허접했다.
왜 허접한지 적으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줄줄 나올 거 같으니, 유의 바람!
수사물이라고 보기엔, 이 작품의 주된 악당은 카리스마가 약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악당 무리는 대장부터 시작해서 말단까지 다 허접하고 허접했다. 아무리 출연 시간이 적다고 해고, 명색이 악당이고 대장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당할 줄은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허접의 극치를 보여줬다.
그리고 주인공이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초자연적인 것에 의존한 점이 있다. 마음을 편히 하고 사건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기법은 드라마 ‘크리미날 마인드 Criminal Minds, 2005’에서도 몇 번 나오긴 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주인공이 잠을 자다가 기억을 떠올리고 단서를 얻는다. 차라리 죽은 경찰의 바디캠에서 봤다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아무리 초자연적인 현상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하지만, 로미토가 그런 걸 믿는다는 징조도 없었는데 너무 뜬금없는 흐름이었다.
또한, 후반으로 가면서 경찰 살해범이 갑자기 손을 놔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는 경찰들을 잔혹하게 죽여버리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더니, 후반에는 좀 미적지근했다. 자신의 누명을 공개적으로 벗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왜 굳이 대장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을 살려줬는지 모르겠다. 막말로 유죄 판결받은 다음에 죽여도 되지 않았나? 살아도 산 게 아니게 만든 것도 아니고, 사형이나 종신형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그 사람만 살려뒀는지 모르겠다. 그전까지 조무래기들은 진짜 끔찍하게 죽였으면서 말이다.
마음 졸이게 하는 긴장감도 없고, 통쾌하다는 시원함은 냉수보다 약했으며, 중간에 이 닦고 오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