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책 속을 산책하다가 좋은 글을 줍다> 직업과 사랑의 공통점



책을 읽다보면 좋을 글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글을 읽을 때면 다른 글로 넘어가기 전에 그 글을 여러 번 읽게 되는데, 괴테 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연애소설이 내겐 그러하였다.


이것을 처음 읽었을 때는 내가 대학생이었던 시절이었는데, 그땐 이 작품이 명작인 이유를 몰랐다. 시시했기 때문이다. 그저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한 남자의 불행한 사랑이야기일 뿐, 그 어떤 감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삼십대 중반에 다시 읽게 되었는데, 그땐 예전에 읽었던 느낌과 아주 다른, 새로운 명작을 읽는 듯했다. 이렇듯 읽는 시기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다른 이유는 아마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나의 정신도 변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과 함께 나의 정신도 성숙해진 까닭이겠다.


이번에 어떤 글을 쓰기 위해 세 번째로 이 소설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이 글을 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를 통해서 직업과 사랑의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다.





직업과 사랑의 공통점 세 가지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우연이다.(파스칼)”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우연이다.(pek0501)”


직업은 그 사람의 성품을 채색한다.(S. 존슨)”

사랑은 그 사람의 성품을 채색한다.(pek0501)”


“이 세상에 비천한 직업이란 없다. 다만 비천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링컨)”

“이 세상에 비천한 사랑이란 없다. 다만 비천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pek0501)”





왜 하필 다른 사람이 아닌 그가(또는 그녀가) 나타나서 나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걸까, 여긴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운명적인 것이었을까, 하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에 잠겨 봤을 것이다.


베르테르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내가 마차에서 내리자 한 하녀가 문 앞으로 나와서 로테 아가씨가 곧 나오실 테니 잠깐 기다려 달라는 전갈을 하였소. 나는 앞뜰을 지나 훌륭한 저택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소. 집 앞 층계를 올라가서 현관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여태까지 보지 못한 매혹적인 정경을 목격하였소. 즉 그 현관 홀로 위로는 열한 살에서부터 아래로는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 여러 명이 한 처녀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오. 팔과 가슴에 연분홍색 리본이 달린 말쑥한 흰 옷을 걸치고 있는 그 처녀는, 얼굴이 아름답고 키도 알맞은 편이었소.” - 32~33쪽, 혜원출판사. 


그녀(로테)는 손에 검은 빵을 들고 자기를 빙 둘러싼 아이들에게 각각 나이에 따라 빵을 조금씩 잘라서 정답게 나누어 주었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저마다 천진스럽게 고맙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로테)의 모습에 베르테르는 반해 버린다.


“나는 겉으로는 (로테와) 덤덤히 몇 마디의 인사치레를 했지만, 속으로는 어느덧 그녀의 몸매와 음성과 거동에 완전히 매혹되어 버렸소. 그리하여 그녀가 장갑과 부채를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을 때에야 비로소 겨우 정신을 차릴 여유를 갖게 되었소.” - 33쪽.


이렇게 베르테르는 로테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하지만 로테에겐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이 이뤄지지 않는 사랑은 마침내 베르테르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눔으로써 삶을 마감하게 한다. 그는 죽기 전에 로테에게 편지를 썼다.


“아아, 나는 얼마나 당신과 굳게 결합되어 있었던가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는 당신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리본도 함께 묻어 주십시오. 내 생일날 당신이 선물로 준 것입니다. 그런 물건들을 나는 얼마나 탐냈는지 모릅니다. 아아, 그 길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올 줄은 몰랐습니다. 진정해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탄환은 재어 놓았습니다. 시계가 12시를 치고 있습니다. 그럼, 로테여, 안녕!” - 231쪽.


사람이 죽음을 선택할 땐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베르테르의 경우에 그의 성격이나 사고방식에 자살의 원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고, 그 당시의 신분차별의 귀족사회에 대한 그의 불만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로테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볼 때 그의 죽음은 그 괴로운 사랑 때문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베르테르를 통해서 직업과 사랑의 세 공통점을 보다


로테가 동생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왜 하필 베르테르의 눈에 띄어 자살이라는 비극을 겪게 했을까. 베르테르가 로테가 있는 그 시골 마을에 가지만 않았어도 그는 그런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사랑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우연이다.(pek0501)”


베르테르는 로테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 빠져서 자살을 선택할 만큼 극단적이고 격정적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랑은 그 사람의 성품을 채색한다.(pek0501)”


로테에게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고 해서 베르테르의 사랑을 비천하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사랑이든 그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이 세상에 비천한 사랑이란 없다. 다만 비천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pek0501)”



...................................................................................................


<소개할 책>


괴테 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속을 산책하다가 좋은 글을 줍다> 내가 뽑은 최고의 글



1.

예전에 비해 과학과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오늘날 우리의 생활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 풍요로운데 풍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이 생겨났다.


2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30평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3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40평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또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자동차가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자동차가 있는 사람은 더 고급의 자동차가 있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만족’이 부재하고 상대적 빈곤감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마샬 살린스(사회학자)에 의하면 오스트레일리아나 칼라하리 사막에 살고 있는 원시 유목 민족은 ‘절대적 빈곤’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풍요로움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느긋하게 수렵하고 채집하고, 개인이 소유하게 되는 모든 것을 서로 나누어 가진다. 이들에겐 개인 소유물이란 없으며 아무것도 저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빈곤한 생활을 하면서도 그 속에서 풍요를 느낀다. 그들과 같이 빈곤함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움을 느끼며 사는 이들이 진정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들처럼 풍요 속에 살려면 그들처럼 ‘나누는 삶’을 실천해야 가능하다. 나눔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알고, 많이 소유하려는 욕심이 없는 세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게 가능할까.


확실한 건 함께 나눌지 모르고, 오로지 남의 나라에 비해 잘 사는 경제대국이 되는 것만이, 또 남보다 많이 가진 부자가 되는 것만이 삶의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면 우린 행복에서 멀어져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부유한 나라가 되는 것보다 아름다운 나라가, 부유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는 마음의 자세가 우리에게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아질 듯하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게는 다음의 글이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로 읽힌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김구 저, <백범일지>






2.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적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인간은 어리석기 일쑤이고 모순투성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기에 세상은 살만한 게 아닐까 한다. 모든 것이 정확하고 실수가 없고 반듯한 사람들만이 있는 세상이란 얼마나 싱겁고 재미없을까.





이런 세계를 상상해 보란 말이다. 신문에는 살인 기사가 나지도 않고 모든 인간은 전지전능하며, 불이라곤 난 적이 없고 비행기 사고도 없고, 남편이 아내를 버린 일도 없고 합창대의 처녀와 눈이 맞아 도망치는 목사도 없으며, 사랑 때문에 왕위를 버리는 왕도 없고 결심을 바꾸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으며, 사람들 모두가 논리적인 정확성을 가지고 열 살때 스스로 짜낸 계획을 실현해 내고야 마는 세계 - 이렇게 되는 날에는 이 즐거운 인간세계와도 그만 작별이다!

- 임어당 저, <생활의 발견>






좋은 글이란 좋은 형식과 좋은 내용을 갖춘 것이다. 여기서 형식이란 글을 담는 그릇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내용은 그 그릇에 담는 무엇이다. 어떤 글은 형식이 뛰어나되 그것에 담긴 내용은 보잘것없고, 어떤 글은 형식은 서툴지만 그것에 담긴 내용은 깊음과 울림이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전자보다 후자의 경우가 좋은 글이다. 이때 형식이 필자의 문장력을 나타낸다면 내용은 필자의 사고력을 나타낸다. 좋은 글의 기준을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문장력보다 사고력이다. 왜냐하면 사고력에 비한다면 문장력은 노력으로 누구나 길러질 수 있는 기술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법(文法)에는 다소 맞지 않아도 애송할 만한 문장이 있다. 문법엔 빈틈없이 맞아도 읽기 곤란한 악문도 있다. 이런 것들은 속이 얕은 사람들에게는 설명할 길이 없다.

- 같은 책.





꽃과 여성에 대한 임어당의 글은 심미안이 느껴져서 여러 번 읽게 한다.




미인을 사랑하는 것과 똑같은 기분으로 꽃을 사랑하면 꽃의 각별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꽃을 사랑하는 것과 똑같은 기분으로 미인을 사랑한다면 부드럽고도 귀여운 애정을 느끼게 된다.


미인은 말을 알기 때문에 꽃보다 낫고, 꽃은 향기를 풍기므로 미인보다 낫다. 동시에 미인과 꽃을 다 같이 손안에 넣을 수 없다면 향기를 풍기는 꽃을 버리고 말하는 꽃을 손안에 넣어야 할 것이다.

- 같은 책.




무엇이 옳은가를 생각하게 하는, 임어당의 일침의 말.




이해를 동반하지 않는 지식, 감상을 동반하지 않는 비판, 사랑을 동반치 않는 미, 정열을 동반치 않는 진리, 자비를 동반치 않는 정의, 온정을 동반치 않는 예의가 판을 치는 이 세상은 얼마나 비참한 세상이냐!

- 같은 책.





...............................................................................................


<후기>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좋은 글을 뽑아 소개하려고 써 보았다. 나도 누군가가 뽑아 놓은 글을 즐겨 읽기 때문에 한번 해 보고 싶었다.


1.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라는 김구 선생의 글은 언제 읽어도 가슴이 뭉클해지게 만든다. 마치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사는 우리에게 삶의 올바른 방향을 미리 제시해 놓은 것만 같다.
 

       

  

  

 




 

 

 

 

 

  

 

 

 

 

 

 

 

 

   

 

 

   

 

 

 

 

 

 

 

 

  

 

 

 

 

 

 

 

 

 

 

 

2.

만약 내가 단 한 권의 책만 가져야 한다면, 난 서슴지 않고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이란 책을 선택하겠다. 이 책의 글은 언제 읽어도 향기 좋은 차와 같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푸른 나무와 같다. 이 책을 만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1993년에 처음 읽으면서 글에 너무 매료된 나머지 좋은 글에서 눈을 떼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서 노트에 적어가며 읽었었다.


이 책엔 좋은 글이 매우 많아 여기에 다 싣지 못했다. 나중에 한 번 더 좋은 글을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독자를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사람이 되게 해 준다. 풍경은 아름답고 사색은 깊어지는 그런 길을 걷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지리진^^ 2010-11-0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강추, 추천 100개 하고 싶어요~ 이 글!!^^

페크pek0501 2010-11-05 18:25   좋아요 0 | URL
고맙고 반가워요.
오늘 병원에 갔었는데, 어깨가 아픈 게 허리디스크때문이래요. 예전보다 더 나빠진 듯. 이 몸으로 '그걸' 이번학기에 끝낼 수 있는지, 자신이 없어지네요.ㅋ
진님도 컴퓨터 사용시 쉬어가며 하시길...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