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나의 고전 책꽂이 3
이미애 지음 / 깊은책속옹달샘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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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를 통털어서 '춘향전'을 책으로 읽었던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라마, 영화, 국어 교과서의 일부에서, 혹은 판소리의 일부에서 접하고 들어 내용을 꿰뚫고 있어서인지 책으로 읽을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중학교 1학년인 아이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얘기를 했다. '춘향전'의 내용을 대충은 들어 알고 있는데 자세히는 모른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서 양적으로 많은 종류의 책을 접하게 되어서인지 고전을 접하는 비율은 떨어지는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책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한 상황에서 옛이야기 하면 생각나는 것이 고전이었고, 실제로 갖고 있던 그림책 전집류에도 장화홍련전, 박씨부인전과 같은 고전 시리즈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책을 고를 때면 구입해야 할 책목록에서 대략 내용을 알고 있는 고전은 항상 원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였으니, 뒤늦게 그 점을 파악하고는 일부러 토끼전이나 홍길동전과 같은 고전을 따로 구입하여 쥐어주곤 했었다. 

깊은책속옹달샘에서 펴낸 이 책은 양장본에 깔끔한 그림의 외형적 모습에서부터 옛 문체의 어려운 춘향전을 읽기 쉽게 풀어놓되 결코 경박하지 않게 일정 수준을 유지해 놓은 장점이 있다. 초등 고학년부터 읽는 책이지만 고전에 나오는 예스러운 단어들을 살리는 대신 가장자리에 주를 달아 뜻을 표기해 놓았다. 아이들의 어휘력 향상을 배려한 작업이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으므로 출판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셈이다. 

고어체 대사의 맛깔스러움을 잘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낸 내용도 좋았지만, 뒤편의 '알면 더 재미있는 춘향전 이야기'는 책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수많은 춘향전의 이본 소개와 함께 이몽룡이 실존 인물인지를 파헤치는 과정 속에서 알게 된 성이성이란 인물 탐방이 호기심을 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춘향전의 의의와 한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신분을 초월한 사랑 얘기와 변사또의 권위에 당당하게 도전하는 춘향의 다부진 행동에서 조선시대의 사람들은 몸으로 느끼던 신분제의 모순과 허위와 아집에 가득찬 집권층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정절 지키기의 도덕적 율법에 대한 강요가 오직 여성에게 한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유교 사회의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기대보다 더 만족스럽고 잘 만든 고전을 만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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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만 봐 - 지혜로운 말, 달콤한 충고
캐롤 웨스턴 지음, 이윤선 옮김, 강주연 그림 / 글로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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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키우는 집이라면 관심이 갈만한 예쁜 책이다. '지혜로운 말, 달콤한 충고'라는 부제가 전하듯이 아직 마음의 중심이 잡히지 않아 흔들림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삶의 여러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기존의 책들과 차별화한 점을 들자면, 우선 어록의 파격성이다. 과거의 정치가, 극작가, 학자 등이 남긴 좋은 말들도 많지만,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인지 대중적인 스타들의 어록이 대거 등장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나는 어려서부터 감사 편지를 많이 썼고 친절한 태도를 배웠다.
예의 바르고 배려하는 이런 자세는 내가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

리즈 위더스푼, 배우. 영화 <금발이 너무해> 출연

성경말씀과 기존의 명언을 비롯하여 위와 같이 영화배우나 가수들의 어록을 바탕으로 교훈적인 얘기를 전해주고 있어 아이들에게 파급력이 좀더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중학교 1학년인 아이는 아직 외국의 스타 이름을 잘 몰라 별 감흥이 없는 모양이지만, 외국 청소년들의 경우엔 환영의 쌍수를 들지 않았을까 싶다.

짤막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예쁘고 작은 그림 하나가 감수성을 자극하고, 이야기의 내용과 어울리는 격언이 한구절씩 소개되는데 아래처럼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쓰여 있어 한번씩 독해를 하고 지나치게 된다.
좋은 친구는 터놓고 말하는 거야.
Good friends speak up.

너 자신, 우정, 사랑, 가족, 학교, 공부와 일, 못다한 이야기의 7장으로 구성되어 각 장마다 해당 주제에 속하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엄마의 입장에선 딸아이가 모든 일들을 세세히 터놓고 얘기하길 바라지만, 아이란 그 즈음의 시기부터 친구들과 많이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친구간에는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엄마에겐 하고 싶지 않은 말들이 서서히 늘어간다. 엄마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줄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어도 또래집단과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아이의 마음을 억지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런 책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엄마 대신 또는 선생님 대신 좋은 말들을 해주고 있으니까.

예쁜 공책을 장만하여 책에서 본 좋은 구절들을 써놓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번 보고 잊기엔 아까운 좋은 말들을 이렇게라도 잡아두고 기억에 새기고 싶었던 이유였는데, 이미 정리되어 나와있는 이 책은 그런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을 다 만족시켜 주는 책이라서 선물용으로도 어울린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이런 구성의 책을 국내 저자가 써주면 좋겠다. 이왕이면 더 친숙한 사람들의 어록과 사례들로 구성된 책이라면 아이들이 더욱 실감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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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흐르는 하늘
권오철 지음, 송미령 그림, 박석재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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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판형의 책 속에 별들의 사진이 가득한 '별이 흐르는 하늘'은 천체사진가인 저자가 글과 사진을 모두 담당했다. 도시에서는 보려고 애를 써도 잘 보이지 않는 귀한 별들을 사진으로나마 만나니 속이 탁 트이고 시원해졌다. 별사진을 보는 책인가 하고 계속 펼치자, 과학 시간에 배우는 태양과 행성, 별들의 움직임, 별자리, 달 등에 대해 이론이 보인다. 설명 중심의 자세한 내용은 아니지만, 교과서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보니 학습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이 새삼 떠오른다. 판에 박힌 설명, 그 밥에 그 나물과 같은 그림과 사진이 아니라, 처음 보는 신선한 천체 사진은 밤하늘 저편에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로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여러 사진 중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나 지구의 일부분이 달의 그림자로 인해 까맣게 된 사진을 보는 순간, 자연현상의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까만 그림자 지역은 개기 일식이 일어나는 지역이고, 주변의 약간 어두운 지역에서는 부분 일식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을 읽으니, 개기일식 현상의 이해가 뭐 별거냐 싶게 이해가 잘 된다.
거제도에서 촬영했다는, 서쪽 하늘에 달과 함께 떠있는 금성, 화성, 목성 사진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하늘에서 별을 볼 줄은 알아도 행성을 본 적은 없었다. 사실 눈에 보인다 하더라도 구분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것이 그냥 별인지 그 유명한 행성인지 모르고 지나치게 될 것이다. 머나먼 거리감이 존재하는 그 행성들을 눈으로 본다는 것이 영 실감이 나지 않고 신기하다. 바로 옆에는 명왕성이 왜 행성의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온다.

은하수와 혜성의 사진과 설명도 멋졌고, 이어서 나오는 유성 사진을 보니 오래전에 유성쇼가 펼쳐질 것이라며 하늘을 관찰하라고 신문지상에서 떠들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로부터 꽤나 오랜 시일이 흐른 것 같다. 당장 눈앞의 삶과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 천혜의 기회를 그냥 흘려버리고 말았는데, 그때 하늘을 관찰했던 사람들은 유성쇼를 볼 수 있었는지 뒤늦게 궁금해진다.
어른이 봐도 싱숭생숭해지는 이 책을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이 본다면 그 날은 밤하늘의 별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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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도널드 맥카이그 지음, 박아람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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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봤을 때의 감동은 몇 년간이나 지속되었다. 만든지 오래 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동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만큼 생생하던 배우들... 지금도 가끔씩 기억나는 몇몇 장면을 다시 돌려 보고 싶어지는 영화다. 유난히 기억에 남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의 마지막 장면 이후엔 스칼렛과 레트 버틀러가 만나 뒤늦은 사랑을 이어갈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궁금증을 채우기 위해서 어설픈 속편이 나오는 건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혹시나 원작의 이미지까지 깎아먹진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독자의 염려를 말끔히 씻어준다. '야곱의 사다리'로 실력을 인정받은 도널드 매케이그의 작품이고, 이미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여 걱정따위는 접어두고 읽을 수 있었다. 스칼렛에 초점이 맞춰졌던 영화와는 달리 레트 버틀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점도 색다르게 보였다. 두툼한 책을 한장한장 읽어나갈 때마다 영화의 장면이 오버랩되기도 했고,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이 채워지면서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배경으로 떠올라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여나갔다. 뿐만 아니라,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상황을 재연했기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분노를 역사책을 보는 것보다 숨쉬듯이 가깝게 느낄 수도 있었다.

레트 버틀러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의식이 없는 사람이다. 지나친 솔직함으로 남북전쟁에서 남부가 패배할 거라고 말하여 사람들로부터 미운 털이 박히는 주변인의 성향이 강하다. 그런가 하면 사생아의 아버지란 의심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감싸준 신사이자 의리의 사나이로 등장하여 영화에서 그려지던 것보다 훨씬 속깊은 인물이란 걸 알 수 있다.

레트의 여동생인 로즈메리 버틀러라는 인물이 구체적으로 부각된 점도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이다. 로즈메리는 아버지와 의절관계이다시피 한 오빠를 존경하고 따르며, 가족과 연결하는 끈과 같은 역할을 한다. 훗날 멜라니와 교분을 쌓으면서 주고 받는 장문의 편지들에서 멜라니와 애슐리의 심리상태와 두 번의 결혼 후 홀로 꿋꿋이 설 만큼 강해진 로즈메리의 변화를 상세히 느낄 수 있다.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지 않아 원작의 분위기는 어떤지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이 책에서 인종 차별의 시각은 찾아볼 수 없다. 되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시체마저 참흑하게 훼손되고 마는 투니스라는 인물을 통해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역으로 고발하고 있다. 광기가 서렸다고 표현될 만큼 흑인에게 집단 분풀이를 하던 백인들과 KKK단의 등장은 역사의 비뚤어진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며 미국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만 같다. 때로는 한 편의 문학작품의 힘이 법조항 하나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은 이 소설의 긍정적인 면이라 볼 수 있다.

오래 전 본 영화에서 레트 버틀러의 이미지를 새롭게 쌓아올리며 끊어진 필름을 연결토록 해준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남북전쟁을 전후하여 급변하는 미국 사회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 인물의 심리상태를 비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팬이라면 아마도 더욱 반가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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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미국의 역사
아루카 나츠키.유이 다이자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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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미디어의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를 즐겁게 읽고 있는 팬의 입장에서, 이 책은 나의 예상을 살짝 비껴나갔다. 상식으로 알기엔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읽기보다는 학습의 자세로 읽어야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것 같다. 

맺음글까지 모두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각 장마다 저자가 다르다. 인터넷에서 책의 정보를 찾아보면 저자들은 모두 일본 대학의 교수들이다. 책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진 것은 교수들의 연구과제 논문처럼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책에는 장마다의 저자가 소개되어 있지 않고, 서문과 맺음글을 쓴 두 사람만을 지은이로 표기해 놓았다. 인터넷에서 본 정보가 맞는 것이라면 책에도 원 저자를 기재해 주었으면 한다.

각각의 소주제로 바라본 미국의 역사는 다소 산만한 면이 있지만, 알고 싶은 분야 중심으로 찾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챕터는 미국의 대중문화를 다룬 '모든 미국인을 위해서'란 대목이다. 유럽에서의 이주민과 원주민이 접촉했을 당시부터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영화의 영향력이 확대된 이야기, 대불황과 금주법 시대의 문화, 전쟁 이후의 대량 생산화, 60년대의 반문화인 히피와 이피 문화 등 전반적인 문화의 역사 흐름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다. 70년대는 60년대에 비해 저항보다는 '대안'의 개념이 논의되었던 시기이며, 80년대는 치유와 신보수주의의 문화가 대립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난다. 90년대는 인터넷의 발달로 글로벌리즘이 싹트며 패스트푸드나 광우병에 대한 반발로 공업화에 대한 비판이 분출되고, 2000년대는 테러로 인해 애국적 색채와 보수화 현상이 보이는 것 이외에 뚜렷한 내용은 없는데, 시기적으로 더 훗날에야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바랐던 것은 최근의 논란거리인 쇠고기 문제를 비롯해서 우리의 역사와 국방의 문제에 있어 항상 뒤편으로부터 잡음이 들리는 미국이란 나라에 좀더 접근해보고 싶어서였다. 미국의 속성을 낱낱이 파헤쳐 놓은 글을 읽으며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여져가는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내가 판단한 것이 정확하다는 종지부적 도장을 찍고 '그럴 줄 알았어'란 말과 함께 그 이미지를 그대로 굳히는 작업에 들어가려 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를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해설해놓은 이 책은 그렇게까지 친절하진 못했다. 미국은 이러이러한 역사를 갖고 있다라는 것은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으나, 평가는 독자 몫이다. 우리의 처신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 미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필수이므로, 더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득 궁금하다. 독소조항이 많은 FTA의 체결을 앞에 두고 밀어붙이기를 하려는 정부는 현 시점에서의 친미가 미래에 미칠 영향을 계산해 보고는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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