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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저 멍멍 개를 보라, 냥? + 저 고양이를 보라, 멍? - 전2권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데이비드 라로셀 지음, 마이크 우누트카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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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비결을 묻는다. 물론 타고 난 성향도 있고, 우리 집 어디를 둘러봐도 책뿐이니 아이에겐 장난감보다 익숙한 게 책일지도 모른다. 또 엄마가 매일 책을 읽으니 아이도 당연한 일과로 받아들였을 테고.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재미있는 책을 순간순간 “잘 들이민” 것도 한몫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너무 재미있으니 계속 좋아하는 게 아닐까? 이번 주만 해도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책을 잔뜩 골라왔다고 칭찬(!)을 받았다. 글밥이 꽤 많은 책도, 만화책도, 그림책도 가리지 않고 재미있게 읽는 우리 꼬마의 이번 주 원 픽!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소개한다.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북극곰 로고를 확인하고는 “그럼 그렇지, 어쩐지 너무 재미있더라”라고 말했다.) 

 

『저 고양이를 보라, 멍?』가 재미있을 수 밖에(?) 없음을 반증하듯, 이미 닥터수스 상을 받았다. 닥터수스 상은 이제 책을 읽기 시작하는 친구들을 위해 잘 만들어진 책에 주는 상이니만큼, 더욱 신중하게 수여되는 상. 그래서일까,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읽으면 상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글밥은 적지만, 일러스트도 익살 넘치고 웃음 포인트가 가득한 책이니 아이들과 읽어볼 것을 추천해 드린다. 아! 역할을 분담해 소리 내서 읽어볼 것. 우리집에서는 아이와 엄마가 역할을 바꾸어가며 책을 읽어보았는데, 둘 다 서로가 “멍멍 개 대박이” 역할을 했을 때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찹쌀이네 극장을 열어드리고 싶지만, 모두의 재미를 위해 참아본다.)

 

이제 막 책을 즐기기 시작하는 또래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할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은, 한 페이지에 두세 줄로 구성된 짤막한 이야기가 세 가지나 들어있다. 무슨 그림책에 세 가지 이야기냐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짤막하지만 충격 강한 스토리가 들어있으니 기습을 준비하고 읽을 것. 실제 우리 아이는 책을 읽다 침을 흘릴 만큼(!) 크게 웃었다. 아이는 책과 개가 협상을 하는 장면에서 가장 많이 웃었는데, 엄마 생각에도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부분이었다. 마치 책과 개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구성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에 대해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자신도 책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입체적 감상이 가능한 것. 단 몇 줄의 글밥으로 이렇게 독자를 웃게 하다니, 정말 대단한 작가님이란 생각이 든다. 

 

익살이 넘치는 일러스트도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빛내는 요소 중 하나. 배경 하나 없이 멍멍이의 눈썹 변화만으로 감정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같은 장면의 변화 덕분에 아이들은 그림책에 더욱 풍덩 빠져들게 된다. 아이와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읽게 되신다면, 느린 속도로 책을 읽으며 다음 장면에는 어떤 그림이 나올지 상상해보길 추천해 드린다. 파란 고양이는 어디에 있을지, 뱀은 어디에 있을지, 누워있는 강아지가 왜 갑자기 뛰어야 하는지 상상해보며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읽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책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읽으며 내가 생각하는 그림책의 매력을 우리 아이도 온전히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이에 상관없이 풍덩 빠져들어 읽게 되는 '중독성' 말이다. 사실 엄마는 아이에게 살짝 유치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슬쩍 펼쳐준 책이었는데, 엄마는 상상하지 못한 부분까지 이야기로 만들며 책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된 것. 역시 잘 만든 그림책은, 나이도 나라도 초월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참!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은 짝꿍 책인 『저 멍멍개를 보라, 냥?』과 같이 읽으면 더 재미있으니, 부디 두 권 나란히 쟁여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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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매력을 팔다 - 자온길, 시골 마을 재생 프로젝트
박경아 지음 / 포르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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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창업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를 원하면 오히려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에 다녀야 한다. 창업을 하면 일이 그대로 내 삶이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아이템으로 창업하면 잘될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창업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유망한 아이템이 아니라 내 삶에 일과 삶의 균형이 자라져도 될 정도로 종사하면서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고난을 이겨낼 수 있으려면 최소한 좋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면서도 빈집을 고치는 꿈을 꿨다. 어느 정도 일과 휴식을 분리하는 것도 옳다는 건 알지만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p.115)

 

 

나의 꿈은 소도시에서 북카페 겸 책방을 경영하는 일이다. 마을 사람들이 쉽게 다양한 책을 접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책으로 노는 공간을 만드는 것. 저소득층 아이들이 무료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책마다 감상 포인트를 기록해 “타인의 감상평”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효율적인 책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가게 이름도 진작 지어놨고, 한쪽 벽을 가득 채워주실 분도 섭외해놨다. (내가 소장한 책들을 합친다면 벽 두 개 정도는 채울 수 있으리라) 물론 아직 자본금이 없어 실행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꼭 이룰 거다. (이 글을 읽으시는 출판 관계자분들, 협조 환영합니다ㅋ) 다소 막연한 꿈이지만 이 꿈에 불을 붙인 책을 만났다. 바로 자온길을 만든 박경아 작가님의 『오래된 매력을 팔다.』.

 

『오래된 매력을 팔다』는 부여 자온길(스스로 따뜻해지는 길이라는 뜻으로, 규암마을에 형성되어 있는 '부여 스타일 쌈지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술집이 가득했던 거리에는 이제 책방, 카페, 아트갤러리, 공연장 등과 함께 활기가 넘쳐난다.) 을 형성한 박경아 대표의 책으로, 자온길을 형성한 계기부터 과정, 공간형성과 도시재생의 노력을 모두 담고 있는 책이다. 한 사람의 업적을 기록한 수기라고 말하기엔 그 안에 담긴 열정과 꿈이 너무 크다. 그래서 나는 『오래된 매력을 팔다』를 읽는 내내 가슴이 뛰었고, 행복했다. 그래서 더욱, 나도 내 꿈을 향해 걸어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더라. 

 

누구나 그렇듯 박경아 작가가 처음 규암마을에 발을 들일 때, '구세력'에게 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누군가를 손해 보게 하려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상생하고자 하는 의미인 만큼 설령 날 싫어한다고 해도 그 뜻만은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다(p.98)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규암마을 사람들에게 다가섰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는 것을 『오래된 매력을 팔다』을 읽으며 또 생각한다. 사실 한옥을 활용해 카페를 만들거나 밥집을 만드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미 그럴듯한 집들을 일부 개조하는 경우. 규암마을처럼 다 쓰러져가는 폐허를 개조하는 일은 드물고, 골목 전체를 구성하는 일은 더 드물다. 그래서일까. 낡아빠진 건물들을 고친 그녀의 기록들은 처절하고 힘들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모든 과정에서는 즐거움이 느껴졌다. 생쥐의 사체를 보며, 누구의 똥인지도 모를 똥을 치우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느끼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나. 하지만 그녀의 글은, 힘들었던 과정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찌든 느낌은커녕 밝고 화사할 정도다. 부잣집 딸로 태어나 잘 다져진 너른 땅에 척척 집을 짓는다고 해도 이렇게 환할 수는 없다. 나는 그 빛은 “꿈”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꿈꾸고, 좋아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이럴 수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는 내내 나도 가슴이 뛰었다. 

 

“평탄한 삶에만 안주할 수는 없다는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공에 작가들은 점점 자리를 잃고 밀려나고, 전통 공예는 더더욱 대중들의 관심사 밖으로 말려날 것이다. (p.181)”는 그녀의 문장을 읽으며, 그녀가 '판다'고 표현한 '오래된 매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느낀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나는 꼭 자온길에 가야겠다. 오래된 매력을 사 와야지. 이왕이면 낙엽이 미처 다 지기 전에. 그리고 생각해본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점점 소멸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사계절처럼 돌고 돌아- 다시 봄을 맞는 날이 올 거라고. 박경아 작가 같은 사람이 남아있는 한,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 봄이 올 수 있도록, 나도 늘 관심을 품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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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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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여, 그대는 과연 악행에 빠져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어리석은 젊은 시절에 한순간의 불운으로 인해 저지르게 된 일이며, 또한 그 후로 이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잘못을 잊지 않고 평생에 걸쳐 속죄하였으니, 이제 그 죗값은 다 갚았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저잣거리에 나가 매를 구걸하는 일은 그만두고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가도록 하라. (p.122~123) 

 

 

와,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이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어야 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정보라 작가님의 단편소설로 욕망과 공포의 심연을 마주하게 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보라 월드' 직행 티켓이다. 그야말로 보라색 공포다.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핏발 서린 공포가 아닌, 사람의 저 끝, 저 아래의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랄까? 

 

사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의 제목이 된 첫 번째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여러 번 다시 읽으며 온갖 상상을 해야 했다. 처음부터 '두 번째 남자'인 이유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바보같이 첫 문장부터 매료되어 문장에 허우적거리다 보니,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이런저런 생각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 이렇게 나는 속절없이 보라 월드에 빠지는구나.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의 두 번째 이야기 『감염』이었다. 안타깝게도 가제본으로 먼저 이야기를 만나본 터라 모든 이야기를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인간이 겪는 고통과 아픔, 그것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과정 등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다. 더욱이 요즘 뉴스를 장악하고 있는 마약중독을 계속 접한 까닭인지, 인간이 무엇인가에 중독된다는 것이 어떤 최후를 가지고 오는지도 생각할 수 있어 소설을 읽었음에도 깊은 생각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릇된 방향으로 빠지고 마는 모습이지만 그것을 이겨내고자 고개를 휘젓는 주인공이 과연 그 금단현상을 이겨낼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을 읽으며, 그녀가 왜 이렇게 세계문단의 주목을 받는지 새삼 깨닫게 되더라. 서늘한 공포,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서움이 나를 휘감아 읽는 내내 감정이 요동쳤기 때문. 물론 우리의 생과 사는 언제나 한 끗 차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사람의 생과 사가 그저 '심장이 뛰고 뛰지 않고'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생물학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사람, 생물학적으로는 죽어있지만 살아있듯 선명한 감정은 분명 우리 주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분명 묵직하다. 읽고 나면 뒷맛이 씁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책이다. 읽은 후에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책이다. 인간의 가장 깊은 곳을 만나고 싶다면,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을 꼭 한번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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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부패 권력과 어용 언론을 국민에게 고발하다
이동재 지음 / 지우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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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회의 '하수처리장'이야. 모든 안좋은 사건이 여기로 모이지. 법조는 아예 안오면 제일 좋은데, 인생에 딱히 도움도 안되고. 근데 한번 왔으니 넌 계속 오게 될거야.” 

법조팀 근무 첫날 내게 이 말을 해준 선배는 훗날 기자 일을 아예 그만 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그의 말 중에 틀린 게 단 하나도 없었다. 그의 말대로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P.210) 

 

 

대부분의 서민이 그렇듯 '나 살기도 바빠서' 두루두루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고, 최근 몇년간은 '그 나물의 그밥'이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 너무 많아 다소 '포기론자'에 가까워진 것 같다. 하지만 『죄와 벌』의 표지를 보는 순간, 몇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들이 떠올라 '과연 이 책을 리뷰해도 되는 걸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죄와 벌』을 그저 책으로 보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그때 내가 신뢰했던 뉴스가 진짜일까? 이렇게 덮어놓고 믿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당시에는 나도 내가 보고 싶은대로 '사건'을 바라본 것은 아닌지 알고 싶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동재의 『죄와 벌』은 색안경을 낀채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서는  치우친 시각이었던 점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내가 『죄와 벌』독후감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어쩌면 이동재의 『죄와 벌』이 내 스스로 치우쳐있었음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난주까지도 모르던 『죄와 벌』출판사 「지우출판」에서 출간한 도서를 검색하게 된 것도, 다른 블로그에서 『죄와 벌』줄거리나 『죄와 벌』독후감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본 자체가 이 책이 나에게  파도를 불러일으켰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물론 세상에 찌들어 '믿을만한 정보인가'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다.) 아무튼 나는 이동재의 『죄와 벌』을 읽으며 느낀 생각과 감정을 기록할 생각이다. 순수한 『죄와 벌』독후감이란 뜻이다. 그러니 혹시나 특정 정치색이나 견해로 '공격개시'를 하려하신다면, 미리 정중히 거절한다. 

 

『죄와 벌』은 202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라젠 주가조작' 및 '대선공작'이라 불리던 사건의 중심에 있던 채널A 이동재 기자의 책이다. 아무래도 이동재기자의 육필수기다보니 그의 시각에서 기록되어 있는 점은 당연하나, 202일간이나 구속되어 있다가 무죄판결을 받게 된 후에 억울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타인의 이야기를 “아니면 말고”하는 식으로 퍼다나르는 이들은 결코 거기에 쓰러진 사람의 아픔을 모를 것이다. 자신이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실 나 역시도 몰랐다. 떠들썩했던 시작에 비해 해결은 쉬쉬했던 까닭일까, '아니면 말고'를 외치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까지 도망쳤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색안경을 끼고 이 책을 시작했던 내 눈에도 사건의 크기에 비해, '해결'이 너무 미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뒤에 펼쳐졌던 정치공작이나 세력들까지 끌어와 이야기를 펼칠 생각은 없다. 위에도 말했듯 나는 순전히 『죄와 벌』독후감을 쓰려는 의도니까. 하지만 억울한 옥살이, 사회적 매장, 상실된 신뢰, 잃어버린 시간 등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냐는 물음표는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다. '개인'이 커다란 '조직'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뒤에도 어떤 조직이 서있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재 내가 읽은 책은 이동재 기자 시각에서의 『죄와 벌』뿐이니 지금은 이런 생각이다.  혹시 반대입장의 도서가 나온다면 그것도 읽겠다.) 

 

『죄와 벌』을 쓴 이동재 기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가짜뉴스나 대중선동 등으로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빈번한 세상이다. 과거 '마녀사냥'이란 이름으로 존재했던 이런 집단행동은 아무리 세상이 발전하고, 교육수준이 향상되어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 씁쓸하다. 책의 뒤표지에 적힌 말, “죄 지은 자가 벌을 받는가, 죄 없는 사람이 벌을 받는가”라는 말이 더 “모를 말”로 느껴지는 것은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부디, 죄를 지은 사람이 벌받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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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인사 - 제1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76
어윤정 지음, 남서연 그림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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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진짜 헤어져야 하는 걸까? 엄마가 집에서 가져온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니 해가 산 끄트머리에 걸려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나는 노을이 지는 하늘을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 서쪽을 향해 계속 걸었다. 

나는 죽었다. 그리고 지금 천국으로 돌아간다. 내가 살던 세계를 떠나온 것뿐,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우리 가족을 사랑한다. (p.41) 

 

 

솔직히 『거미의 인사』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저 「정채봉 문학상」의 대상수상작이라고 하니 읽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표지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이 가족과 거미가 어떤 관계일지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첫 문장에서부터 “나는 죽었다”가 등장하리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거미의 인사』를 읽는 내내 더 슬프고 가슴이 아프면서도,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했던 것 같다. 

 

『거미의 인사』는 책의 제목이 된 「거미의 인사」, 「영혼의 무게」, 「알마 가라사대, 사랑은 계속된다.」라는 제목을 가진 세 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죽음'을 다룬다는 점. 사실 처음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에 굳이 죽음을? 하는 마음이었으나, 읽다 보니 죽음을 무겁고 힘겹게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잘 헤어지고 잘 떠나보낼 수 있도록 보듬어주는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겪지 않으면 좋겠지만 아이들도 상실을 겪지 않나. 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 어른보다 작은 세상에 사는 아이들은 부재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거미의 인사』처럼 죽음이 두렵고 슬프기만 한 단어가 아니라, “그럼에도 사랑은 지속된다”는 극복으로 변화될 수 있는 책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가족을 떠나게 된 누리는, 딱 하루 환생하여 가족과 제대로 작별할 시간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사람은 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거미가 되어 가족을 만나러 오는 것.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기보다는 가족들의 웃음을 되찾아주고자 노력하는 누리를 보며, 사랑은 나이를 먹는 만큼 커지는 것은 아님을 새삼 느낀다. 이별은 아프지만, 언젠가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에서 깊은 사랑을 깨달았고, 기발한 상상력과 문장이 더해져 한층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혹여 가족을 잃고 아파하는 친구가 있다면, 『거미의 인사』를 읽고 많이 울고, 충분히 그리워한 뒤에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에는 위로와 응원, 그리고 극복의 힘이 잘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슬프지만, 생과 사는 늘 손을 잡고 있다. 그것을 알기에 우리는 오늘을 더 귀하게 생각해야 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공기를 매 순간 의식하지 않듯, 우리의 '숨'도 순간마다 감사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거미의 인사』를 읽는 내내 우리의 오늘이 절대 당연하지 않음을 생각했다. 물론 아이가 이것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몇 년, 아니 수십 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거미의 인사』를 만난 덕분에 아주 작게라도 '오늘'의 소중함을 배웠지 않나 생각해본다. 헤어짐을 겪는 날이 오면 충분히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아낌없이 사랑하라는 작가님의 말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거미의 인사』 덕분에 우리는 오늘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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