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 웅진 모두의 그림책 56
윤정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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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집 장만은 사람이나 제비나 참 어려운 걸까?

망연자실한 얼굴의 제비 위로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라고 적힌 그림책을 보며, 답답함이 먼저 드는 것을 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보다. 지방 소도시에 살기에 내 집을 갖고 살지만, 생계형 부동산이기에 재산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서민임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의 주인공 '보여 안 보여 날개'는 눈이 밝아 밥도 잘 먹고, 발이 빨라 어디든 먼저 가지만 임금님이 어마어마한 집을 짓기 위해 튼튼한 제비집을 모으는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 내 집 마련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곳 역시 입장부터 쉽지 않다. 달리기도 잘해야 하고, 눈도 밝아야 한다. 그뿐인가, 날개도 커야 한다. 입장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날개를 나무에 묶거나 빨강 열매를 먹는 등의 노력을 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깃털을 얻어 눈속임을 시도하나 결국 불통을 받는다. 제비는 처음엔 실망하지만, 결국에는 상처를 털고 일어나 자신의 행복을 찾아 길을 떠나며 한층 가벼워진 마음, 가뿐한 발걸음이 된다. 

 

누군가는 어린이들도 보는 그림책에 굳이 집 장만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냐 묻겠지만, 그것은 지극히 어른의 눈이란 생각이 든다.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를 만난 우리 아이는 제비의 도전을 무척이나 재미있어했고, 시험에서 낙방한 채, 포기하고 돌아서는 모습에는 꼭 다른 제비랑 같지 않아도 된다며 제비에게 위로를 건네기까지 하더라. 다섯 제비들이 훈수를 두는 모습에 깔깔 웃기도 하고, 그들이 내어준 마음에 감동도 받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또 한 번 깨닫게 되기도 했다. 

 

아이와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를 읽을 때, '집'이라는 소재에 어른의 무게를 얹기보다는, 다양한 도전을 하는 제비의 모습, 한마디씩 건네는 주변 제비들의 말 등을 위주로 만나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 결국에는 응원을 해주는 친구들의 마음, '남들도 다 하니까'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벗어던지는 것 등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부분이 무척이나 많은 그림책이니 말이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제비의 모습이나, 깊은 생각 없이 타인에게 훈수를 두는 것, 검증되지 않은 노력하는 제비 등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무척 흥미로웠다. 우리 아이의 초점은 주인공 제비에 맞추어져 있었는데,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지도 않고 날개를 밧줄에 묶는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 이야기는 판단해서 들어야지~”라는 아이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일러스트 역시 감상할 포인트가 많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함을 느끼게 하는 페이지도 있고, 제비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장면도 있다. 그림마다 제비의 표정이 어찌나 다양한지, 어떤 감정인지를 유추하는 것만으로도 꽤 흥미로웠으며, 감탄이 절로 나오는 반짝반짝 일러스트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표지에는 여섯 마리의 제비가 춤을 춘다. 한 마리는 우리의 주인공일 테고, 나머지 다섯 마리는 훈수쟁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이들도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구나, 세상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하지는 않는구나 싶어졌기 때문. 문득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라는 그냥 읽고 넘길 책이 아니라,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고- 본인이 바라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날갯짓을 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응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도 언제나 “자, 이제 씩씩하게 가 볼까?”라며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어야지. 다양한 생각을 던져준 책,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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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낚시 -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키키유 지음, 유경화 그림 / 오늘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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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나라면 그랬겠지. 근데 그림자 덕분인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쑥 솟아올라서 솔직하게 다 말할 수 있었어. 이미 쓴 돈은 용서해줄 테니까 나머지 돈이라도 돌려 달라고 했어. 유치하게 부모님께 이르지는 않겠지만, 돌려주지 않으면 평생 나한테 언니로 인정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당황하는 것 같더니 날 밀치면서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더라. 근데 잠시 뒤에 내 방에 들어와서 돼지 저금통을 돌려주는 거야. 내가 바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p.112) 

 

 

만약 당신의 그림자가 어느 날 다른 모습이 된다면? 아마 그것을 눈치채는 순간부터는 놀라 까무러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그림자가, 나를 그림자처럼 바꾸기 위해 나를 제어하기까지 한다면? 이때부터는 일상이 공포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이 설정은 눈높이아동문학상에서 동화우수상을 수상한 『그림자낚시』에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들을 붙잡아둘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른인 나 역시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자리에서 몽땅 읽어버린 것은 안 비밀! 심지어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굵직한 깨달음과 잔잔한 감동도 함께 하니, 초등 고학년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일단 시선 집중 하셔라!

 

『그림자낚시』는 하늘 위에서 조각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이상한 아저씨로부터 시작된다. 악명높은 도둑이었다는 이 아저씨가 훔치는 것은 그림자이며, 그림자를 도둑맞게 되는 아이는 먹성 좋은 '방소유'다. 어느 날 소유는 친구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 도넛을 먹다가(!) 친구들이 자신을 두고 “게걸스러운 돼지”라고 표현하는 소리에 상처를 입는다. 그렇게 약해진 마음에 찾아든 낚시꾼은 소유의 그림자를 날씬한 아이로 바꿔주는데, 생각 없이 시작된 교환은 엄청난 일들을 연결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되찾고, 스스로를 더욱 소중히 하게 된다. 

 

사실 『그림자낚시』를 읽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 겨를조차 없었다. 스토리가 무척 탄탄하기도 했고,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긴박함도 있었기에 그저 내용에만 집중했던 것. 또 그림자를 바꾼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기도 했고. 하지만 『그림자낚시』를 덮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아이의 모습이었다. 소아비만으로 고민하는 소유, 재혼가정에서 만나게 된 언니와의 갈등으로 더욱 소심하고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채윤이, 집단행동으로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는 민서, 성적에 집착하는 민성이 등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다. 그러다 『그림자낚시』는 그림자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조차 바꾸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작아진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어쩌면 어른들 모두가 “자존감 도둑”은 아니었나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고. 

 

아이들이 하나둘 스스로의 본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그림자(내면)와 화해하는 모습을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도 자신의 콤플렉스나 불만을 미워하기보다 나아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자신을 더 소중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면 어른들이 아이들의 자존감도둑이 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그래서 『그림자낚시』는 어른과 아이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장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그림자를- 내면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면 좋겠다.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동화, 『그림자낚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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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 관계의 건강한 경계선을 찾아가는 바운더리 수업
멀리사 어번 지음,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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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더리는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보낼 수 있게 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해를 끼치는 것 사이에 있는 명확한 선을 알려주므로 사람들이 내 마음을 읽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내 경계선을 분명히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존중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관계에 더 충실할 수 있다. 실제로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이다. (p.47)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는 편이다. 물론 자기계발서가 아무래도 워낙 많이 출간되는 종류다 보니 많이 접하게 되기도 하지만,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혹은 퇴행하지 않으려 읽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유달리 많은 것이 인간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역시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라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하는 마음이 다소 있었으나, 바운더리에 관련한 책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생기더라. 나는 나의 바운더리를 지키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타인의 바운더리도 쉽게 넘지 않는 성향. 하지만 그런 성향이 종종 방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 '그조차 선 넘는 판단'이라는 마음이 들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 게 많았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는 나처럼 바운더리를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당함'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무척이나 도움 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는 바운더리의 원칙에서부터 바운더리를 지킬 수 있는 언어, 그것을 구축하는 방법과 힘을 상세히 다룬다. “바운더리는 언제나 옳다(p.46)”는 글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는데, 작가님의 몇몇 문장들을 읽으며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정'이라는 감정으로 모호하게 선을 넘길 좋아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이 많은 까닭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불쾌한 감정이 들기도 했었는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를 통해 내가 왜 불쾌감을 느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또 내가 올바른 언어로 나의 바운더리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앞으로는 어떻게 나를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의 모든 내용에 공감을 한 것은 아니다. 민족성이 다른 나라의 작가님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러기 어려워요.' 싶은 부분도 종종 있었으나, 가족, 친구, 연인, 공동 양육자 등과의 바운더리를 “다정하고 우아하게” 설정하는 법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또 음식이나 특정 주제로부터 바운더리를 설정한다는 이야기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는데, 후에는 이 부분에 대해 무척이나 만족이 높았다. 특히 나와의 바운더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작가는 셀프바인더리를 통해 자신의 한계선을 설정하고, 내면을 재구성하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문득 나의 감정과도 바운더리를 설정할 수 있다면, 불쾌감을 가지고 가지 않고 나를 객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깨닫게 된 것. 물론 이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를 통해 나를 내 감정과 분리해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새로운 사람들과 새 관계를 형성하는 중이다. 그렇다 보니 정신적 피로감도 긴장감도 컸는데,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나의 바운더리에 대해, 나라는 사람의 영역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상대방이 나의 바운더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해서 그것에 상처를 받거나 불편해하며 죄책감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말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내가 설정한 나의 경계선이 타인에게는 얼마든 낯설 수 있다는 말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간 내가 느껴온 불쾌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나의 인간관계가 완전히 나아진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최소한 팽팽하던 긴장은 낮출 수 있겠지. 내가 거부하고 싶던 상황들을 조금은 덜 만날 수 있겠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는 나처럼 바운더리를 지키고 싶거나 바운더리를 지키는 일이 힘들었던 이들에게 특히나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고, '타인에 대한 적당함'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거리 두기를 할 수 있게 한다. 무척 건강한 책이기에, 많은 분께 추천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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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멍멍 개를 보라, 냥?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99
데이비드 라로셀 지음, 마이크 우누트카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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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고양이를 보라, 멍?』만 소문내고 자려고 했으나, 궁금증에 큰일 날(?)분들이 계실까 봐 졸음을 무릅쓰고, 『저 멍멍개를 보라, 냥?』도 소문내고 자기로 했다. 앞서 소개한 『저 고양이를 보라, 멍?』도 무척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저 멍멍개를 보라, 냥?』이 조금 더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하니, 부디 두 권 다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우리 꼬마는 『저 고양이를 보라, 멍?』가 더 재미있다고 한다.)

 

『저 멍멍개를 보라, 냥?』은 앞서 『저 고양이를 보라, 멍?』에 등장했던 파란 고양이가 주인공! 그런데 우리의 책이 이번에는 멍멍이를 찾는다. 하지만 당찬 고양이는 멍멍이와는 달리 인사를 건네고, 왜 자신이 나왔는지를 소개하기 시작한다. 능청스러운 말투로 연기해주었더니 우리 딸이 말하길 “어머, 너무 얄밉다”라고 하더라(깔깔). 딸이 읽을 차례에서는 나보다 더 능청스럽게 연기하는데, 보기만 해도 웃겨서 숨이 넘어갈 뻔했다. 고양이는 책이 시키는 대로 하긴 하는데, 자기 스타일대로 바꾸어서 한다. 

 

앞에서 소개했던 『저 고양이를 보라, 멍?』에서 멍멍이가 다소 수동적이었다면, 『저 멍멍개를 보라, 냥?』은 꽤 능동적인 부분이 무척 재미있다. 또 고양이와 강아지가 가진 특성들이 대조되어 더욱 웃음 넘친다. 우리 아이는 고양이가 수영하기 싫어 난리 치는 장면에서 깔깔 웃으며 “아이고 물 좀 봐~”라며 이야기에 풍덩 빠져들었다. 나는 고양이가 양을 나무 위에 올리는 장면이 제일 웃겼다. 오랫동안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는 이야기”로 사용되었던 두루미 이야기가 이제는 바톤터치를 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더라. 『저 멍멍개를 보라, 냥?』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뜻하지 않게 나무 위에 올려진 양의 이야기여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짝꿍 책이다 보니 『저 멍멍개를 보라, 냥?』과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이 비슷한 느낌이라 지겹지는 않나 생각하신다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두 이야기는 같은 구조를 가졌지만, 너무나 다른 성향의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고, 완전히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각각의 매력이 넘쳐난다. 

 

일러스트 역시 『저 멍멍개를 보라, 냥?』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저 고양이를 보라, 멍?』보다 조금 다양하게 등장하는 소품(?)과 고양이, 강아지의 특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일러스트들이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우리 아이는 두 권의 책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두 책 모두 이야기 끝에 상대방이 등장하고, 매일 그렇게 일상을 반복하며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며 말이다. 그 말을 들으며 그림책은 이렇게 평생, 아이에게 상상력과 즐거움을 주며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주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마흔이 다 되도록 그림책과 절친인 것처럼 말이다. 『저 멍멍개를 보라, 냥?』과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은 딱 그런 그림책이다. 엄청나게 특별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고 기발하고, 피식 웃음이 나는 일상 같은 이야기. 

 

아이가 그림책과 오래 친구가 되길 바란다면, 꼭 『저 멍멍개를 보라, 냥?』과 『저 고양이를 보라, 멍?』 같은 그림책을 들려주길 추천해 드린다. 분명히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아이는 웃고, 상상하며 책과 친구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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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저 멍멍 개를 보라, 냥? + 저 고양이를 보라, 멍? - 전2권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데이비드 라로셀 지음, 마이크 우누트카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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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비결을 묻는다. 물론 타고 난 성향도 있고, 우리 집 어디를 둘러봐도 책뿐이니 아이에겐 장난감보다 익숙한 게 책일지도 모른다. 또 엄마가 매일 책을 읽으니 아이도 당연한 일과로 받아들였을 테고.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재미있는 책을 순간순간 “잘 들이민” 것도 한몫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너무 재미있으니 계속 좋아하는 게 아닐까? 이번 주만 해도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책을 잔뜩 골라왔다고 칭찬(!)을 받았다. 글밥이 꽤 많은 책도, 만화책도, 그림책도 가리지 않고 재미있게 읽는 우리 꼬마의 이번 주 원 픽!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소개한다.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북극곰 로고를 확인하고는 “그럼 그렇지, 어쩐지 너무 재미있더라”라고 말했다.) 

 

『저 고양이를 보라, 멍?』가 재미있을 수 밖에(?) 없음을 반증하듯, 이미 닥터수스 상을 받았다. 닥터수스 상은 이제 책을 읽기 시작하는 친구들을 위해 잘 만들어진 책에 주는 상이니만큼, 더욱 신중하게 수여되는 상. 그래서일까,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읽으면 상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글밥은 적지만, 일러스트도 익살 넘치고 웃음 포인트가 가득한 책이니 아이들과 읽어볼 것을 추천해 드린다. 아! 역할을 분담해 소리 내서 읽어볼 것. 우리집에서는 아이와 엄마가 역할을 바꾸어가며 책을 읽어보았는데, 둘 다 서로가 “멍멍 개 대박이” 역할을 했을 때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찹쌀이네 극장을 열어드리고 싶지만, 모두의 재미를 위해 참아본다.)

 

이제 막 책을 즐기기 시작하는 또래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할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은, 한 페이지에 두세 줄로 구성된 짤막한 이야기가 세 가지나 들어있다. 무슨 그림책에 세 가지 이야기냐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짤막하지만 충격 강한 스토리가 들어있으니 기습을 준비하고 읽을 것. 실제 우리 아이는 책을 읽다 침을 흘릴 만큼(!) 크게 웃었다. 아이는 책과 개가 협상을 하는 장면에서 가장 많이 웃었는데, 엄마 생각에도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부분이었다. 마치 책과 개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구성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에 대해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자신도 책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입체적 감상이 가능한 것. 단 몇 줄의 글밥으로 이렇게 독자를 웃게 하다니, 정말 대단한 작가님이란 생각이 든다. 

 

익살이 넘치는 일러스트도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빛내는 요소 중 하나. 배경 하나 없이 멍멍이의 눈썹 변화만으로 감정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같은 장면의 변화 덕분에 아이들은 그림책에 더욱 풍덩 빠져들게 된다. 아이와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읽게 되신다면, 느린 속도로 책을 읽으며 다음 장면에는 어떤 그림이 나올지 상상해보길 추천해 드린다. 파란 고양이는 어디에 있을지, 뱀은 어디에 있을지, 누워있는 강아지가 왜 갑자기 뛰어야 하는지 상상해보며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읽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책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을 읽으며 내가 생각하는 그림책의 매력을 우리 아이도 온전히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이에 상관없이 풍덩 빠져들어 읽게 되는 '중독성' 말이다. 사실 엄마는 아이에게 살짝 유치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슬쩍 펼쳐준 책이었는데, 엄마는 상상하지 못한 부분까지 이야기로 만들며 책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된 것. 역시 잘 만든 그림책은, 나이도 나라도 초월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참! 『저 고양이를 보라, 멍?』은 짝꿍 책인 『저 멍멍개를 보라, 냥?』과 같이 읽으면 더 재미있으니, 부디 두 권 나란히 쟁여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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