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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부패 권력과 어용 언론을 국민에게 고발하다
이동재 지음 / 지우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여기는 사회의 '하수처리장'이야. 모든 안좋은 사건이 여기로 모이지. 법조는 아예 안오면 제일 좋은데, 인생에 딱히 도움도 안되고. 근데 한번 왔으니 넌 계속 오게 될거야.”
법조팀 근무 첫날 내게 이 말을 해준 선배는 훗날 기자 일을 아예 그만 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그의 말 중에 틀린 게 단 하나도 없었다. 그의 말대로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P.210)
대부분의 서민이 그렇듯 '나 살기도 바빠서' 두루두루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고, 최근 몇년간은 '그 나물의 그밥'이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 너무 많아 다소 '포기론자'에 가까워진 것 같다. 하지만 『죄와 벌』의 표지를 보는 순간, 몇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들이 떠올라 '과연 이 책을 리뷰해도 되는 걸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죄와 벌』을 그저 책으로 보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그때 내가 신뢰했던 뉴스가 진짜일까? 이렇게 덮어놓고 믿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당시에는 나도 내가 보고 싶은대로 '사건'을 바라본 것은 아닌지 알고 싶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동재의 『죄와 벌』은 색안경을 낀채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서는 치우친 시각이었던 점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내가 『죄와 벌』독후감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어쩌면 이동재의 『죄와 벌』이 내 스스로 치우쳐있었음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난주까지도 모르던 『죄와 벌』출판사 「지우출판」에서 출간한 도서를 검색하게 된 것도, 다른 블로그에서 『죄와 벌』줄거리나 『죄와 벌』독후감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본 자체가 이 책이 나에게 파도를 불러일으켰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물론 세상에 찌들어 '믿을만한 정보인가'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다.) 아무튼 나는 이동재의 『죄와 벌』을 읽으며 느낀 생각과 감정을 기록할 생각이다. 순수한 『죄와 벌』독후감이란 뜻이다. 그러니 혹시나 특정 정치색이나 견해로 '공격개시'를 하려하신다면, 미리 정중히 거절한다.
『죄와 벌』은 202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라젠 주가조작' 및 '대선공작'이라 불리던 사건의 중심에 있던 채널A 이동재 기자의 책이다. 아무래도 이동재기자의 육필수기다보니 그의 시각에서 기록되어 있는 점은 당연하나, 202일간이나 구속되어 있다가 무죄판결을 받게 된 후에 억울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타인의 이야기를 “아니면 말고”하는 식으로 퍼다나르는 이들은 결코 거기에 쓰러진 사람의 아픔을 모를 것이다. 자신이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실 나 역시도 몰랐다. 떠들썩했던 시작에 비해 해결은 쉬쉬했던 까닭일까, '아니면 말고'를 외치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까지 도망쳤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색안경을 끼고 이 책을 시작했던 내 눈에도 사건의 크기에 비해, '해결'이 너무 미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뒤에 펼쳐졌던 정치공작이나 세력들까지 끌어와 이야기를 펼칠 생각은 없다. 위에도 말했듯 나는 순전히 『죄와 벌』독후감을 쓰려는 의도니까. 하지만 억울한 옥살이, 사회적 매장, 상실된 신뢰, 잃어버린 시간 등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냐는 물음표는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다. '개인'이 커다란 '조직'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뒤에도 어떤 조직이 서있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재 내가 읽은 책은 이동재 기자 시각에서의 『죄와 벌』뿐이니 지금은 이런 생각이다. 혹시 반대입장의 도서가 나온다면 그것도 읽겠다.)
『죄와 벌』을 쓴 이동재 기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가짜뉴스나 대중선동 등으로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빈번한 세상이다. 과거 '마녀사냥'이란 이름으로 존재했던 이런 집단행동은 아무리 세상이 발전하고, 교육수준이 향상되어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 씁쓸하다. 책의 뒤표지에 적힌 말, “죄 지은 자가 벌을 받는가, 죄 없는 사람이 벌을 받는가”라는 말이 더 “모를 말”로 느껴지는 것은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부디, 죄를 지은 사람이 벌받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