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는 순간, 떠나고 싶게 했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갖는 로망이다.  
문득,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불러오는 최고의 유혹은 문학이다.  

어릴 때부터 '멀리 시집간다'고 했던 나는 정말 멀리도 시집왔다.^^
인천에서 살면서 목포 사람을 만나 목포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 8개월만에 광주로 내려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광주살이에 만족했던 건, 남도기행이란 '덤'이 따랐기 때문이다.
아이들 학교 학부모독서회에서 해마다 가졌던 한두 차례의 남도문학기행은
타향살이의 불평과 설움이 모두 용서되고도 남을 황홀한 기쁨이었다. 

문학작품을 읽고 작품배경지를 돌아 보는 문학기행은, 내게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유혹을 보상해주는 여행의 백미다. 책을 읽고 더 깊이 알기 위한 배경지 탐방은 계절에 상관없이 가볼 수 있어 좋다. 


 2001년 11월, <토지>의 숨결을 찾아 떠난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를 시작으로, 박경리 작가의 흔적을 더듬으며 2009년엔 원주 단구동 자택을 중심으로 한 토지문학공원과 토지문화관을 둘러 보았다. 박경리 선생 삶의 궤적을 더듬으며 그분의 시에 그려진 것들을 확인해서 기뻤다.


토지에도 나오지만 <김약의 딸들>의 주무대인 통영, 박경리 선생이 계신 통영은 가고 싶은 곳 1순위다.
남편 친구가 통영병원에 있어 놀러오라고 초대하는데 이상하게도 일정이 안맞아 아직 못갔다. 나혼자 훌쩍 갈수도 없고... 올 여름엔 기필코!! 

 

한승원 작가의 실존 인물 소설인 다산, 초의, 추사, 흑산도 하늘길까지... 강진 다산초당에 들러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를 조망해보는 것도 좋다. 정약전의 생애를 그린 <흑산도 하늘길>의 흑산도, 홍도와 더불어 내가 가보고 싶은 곳 2순위다. 홍도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하룻길로 다녀올 수 있지만 흑산도는 2~3일 일정의 여름휴가로 가면 좋겠다








 

  

    

지난 가을부터 지리산 둘레길 걷기에 필이 꽂혔는데, 유감스럽게도 화욜만 쉬는 그녀의 미용실 휴일을 내가 쉬는 월욜로 바꾸라고 해도 고집을 부려서... 아직 가지 못한 지리산 둘레길은 내가 가고 싶은 곳 3순위다. 이성부 시인의 지리산이나, 지리산 시인 이원규의 시집도 훌쩍 떠나고 싶은 지리산 여행에 부채질중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말'만 무성한 남한산성이라 짜증났지만, 아직 돌아보지 못한 남한산성은 내가 가보고 싶은 곳 4순위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제일 먼저 가게 되지 않을까...  

내가 상경할 때마다 길잡이인 초등 친구랑 지난 가을 청계천 끝까지 밤길을 걷고, 다음 번엔 남한산성을 데려가 달라 부탁했으니 곧 가보게 될 거 같다.

 
 
2001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신경숙의 부석사를 읽고,
영주 부석사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  

  

 



난 이런 책이 좋다. 실존인물들 이야기와 그네들 삶의 궤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너무 근사하게 느껴진다.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1권을 읽고 반했었는데, 2권도 나왔다. 
  

 
  2권에선 '삼천궁녀와 소서노, 계백부인을 필두로 조선 시대의 아랑, 논개를 이어 식민지 시대의 여성 판소리꾼 이화중선을 훑고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 정신대 할머니를 거쳐 <혼불>의 최명희와 한국문학의 거목 박경리에서 여정을 마친다.'고 소개돼 있어 혼불의 최명희를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확 땡긴다. 
 

  



남도기행을 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책이다. 이런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무작정 떠나 는 것~ 내가 꿈꾸는 여행이다. 빛고을 광주에 사는 덕분에 남도기행은 많이 다녔지만, 아직도 못 가본 곳이 많다. 한나절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운전을 못하는 내겐 그림의 떡이다. 나를 모시고 떠나 줄 파트너를 구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그래도 이번 여름방학엔 누군가를 꼬셔 하루에 두세 곳은 갈 수 있으니 두리번두리번 찾아봐야겠다.^^



 

 

 

  

 

 

 

그동안 내가 갔던 문학 작품 속 배경지로 작품을 읽고 흥미롭게 돌아볼 수 있어 좋다.

 
2002년과 2003년, 채만식 문학관을 중심으로 둘러본 탁류의 배경지 군산. "금강의 탁류가 쏟아져 내려오는 군산의 실태, 즉 탁류에 휘말린 1930년대 조선의 실상을 고발하기 위해 탁류를 썼다" 작가의 말이다. 금강을 건너와 군산에 자리잡은 정주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군산은 탁류가 흘러드는 금강처럼 일제강점기의 온갖 치부가 드러난 우리의 자화상이다.
가난한 이들이 모여살던 콩나물 고개, 미두거리, 째보선창, 조선은행 군산지점 등 배경지와 채만식 문학비가 있는 월명공원과 문학관까지 둘러 볼 곳이 많다. http://blog.aladin.co.kr/714960143/3051735 

 

 아리랑은 내게 민족적 자긍심을 주었고 우리 문학사의 큰 산맥인 조정래 선생을 존경하게 했으며, 우리 아이들을 자랑스런 호남인으로 키워야겠구나, 다짐하게 한 책이다.
2003년 10월과 2005년 1월 징게맹갱 외에밋들(김제만경의 너른 들)에 세워진 <조정래 아리랑 문학관>을 중심으로 아리랑 작품 속에서 김제군 죽산면 일대의 땅을 모조리 사들인 하시모토 농장 사무실과 김제평야를 둘러 보았다.
감골댁의 아들 방영근이 빚 20원에 역부로 팔려갔던 하와이, 지삼출과 손판석, 감골댁의 수국이까지 내 땅에서 살 수 없어 떠났던 만주와 연해주, 한인 20만명이 강제로 이주당한 중앙아시아까지 나라를 빼앗긴 민초들이 견뎌냈던 눈물겨운 그 땅을 돌아보고 싶다. 

 http://blog.aladin.co.kr/714960143/1111975 

 


보성 벌교에 자리잡은 태백산맥 문학관과 더불어 태백산맥 배경지 벌표를 샅샅히 훑어보면, 태백산맥을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다. 거리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작품 속에 묘사된 그대로 따라 걸으면 감동이 충만하다. 내가 갔던 2007년 5월엔 태백산맥 문학관이 준공을 서두르고 있었다.
작품 속 김범우 집과 현부자네가 그대로 보존돼 있고, 중도 방죽과 홍교, 소화다리라 불리는 부용교와 철길... 쫄깃한 벌교 꼬막까지 맛볼 수 있는 태백산맥의 배경지와 문학관까지 살펴보면, 혼란의 늪에서 살아 온 민중들의 숨가쁜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장흥 문학의 대표인 이청준과 한승원, 두 분의 작품을 읽고 장흥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좋다.
이청준 생가가 보존돼 있어 눈길에 묘사된 동선을 따라 걷는 것도 좋고, 연작소설집인 서편제에 나오는 곳곳을 찾아봐도 좋다. 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의 선학동을 사진에 담을 수도 있다. 

한승원 작가의 작업실인 해산토굴을 찾아 나서도 좋다. 미리 연락을 드리고 가면 반가이 맞아주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도 좋다.  자세한 후기는 여기로http://blog.aladin.co.kr/714960143/2958658   


2008년 10월 11일, 중학교 독서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갔던 소록도.
이청준의 작품을 읽기는 만만치 않지만, 읽고 나면 뿌듯한 감동이 밀려온다. 당신들의 천국인 소록도 기행은 자세한 후기로 대신한다. 
http://blog.aladin.co.kr/714960143/2349113 







  

 
  

 

외국 여행은 2008년 양철북의 하이타니 겐지로 작품 배경지를 중심으로 한 일본문학기행 뿐이었지만,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은 셀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책을 읽는 순간 떠나고 싶었던 물의 도시 베니스와 모네의 정원, 그리고 고흐의 흔적을 둘러보는 여행이다. 

 

 

 

 

 

 

 

 

장자크 쌍베와 니콜라의 나라, 를리외르 아저씨와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그림으로 맛 본 도시 이미지가 좋아 훌쩍 떠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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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7-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마지막 멘트가 심금을 울립니다.
그 유혹에 걸려들고 싶어라~~!
^^

순오기 2010-07-03 15:13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댓글 이후 추가해서 마지막 멘트가 아니지만
그 유혹에서 우린 모두 자유롭지 못하죠.ㅋㅋ

무스탕 2010-07-03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뒤를 졸졸 따르겠습니다. 잘라내지만 마세요 ^^

순오기 2010-07-03 15:13   좋아요 0 | URL
자자~ 그럼 올여름엔 후애님 만나는 광주로 오세요!

마녀고양이 2010-07-0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리스트를 주욱 보다가 서편제가 눈에 띄네요.
엔딩의 길이 참 좋았습니다.

순오기 2010-07-03 15:14   좋아요 0 | URL
서편제~ 영화 속에 그려진 곳은 청산도였다죠.

꿈꾸는섬 2010-07-0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멋져요. 남도기행은 저도 늘 꿈꾸는 길인데 말이죠.ㅎㅎ
토지 읽고 하동 평사리 마을도 다녀왔고 통영도 다녀왔는데 아직 원주는 못 가봤어요. 소나무집님 뵐 겸 한번 가볼까 해요.ㅎㅎ
지리산은 3번 다녀왔었어요. 대하소설의 주 근거지이기도 하고 전 고정희 시인을 생각했었어요. 물론 이성부 시인의 시도 함께요.
전에 님이 쓰셨던 장흥 기행도 구미가 당겨요. 아직 가보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군산도 가보고 싶어요.^^
이청준 소설은 많이 읽었는데 아직 소록도는 가보지 못했네요.
남한산성은 중학교때 다녀와서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저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가까이 살아도 잘 안가지게 되더라구요. 늘 멀리 가고 싶은 마음뿐인가봐요.ㅎㅎ
아,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요.

순오기 2010-07-03 15:15   좋아요 0 | URL
남도기행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구석구석 좋은 곳이 많은데, 우리가 잘 몰라서 못 가는 곳도 많겠지요.
자자~ 어여 남도기행 떠나보세요!

소나무집 2010-07-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갔던 길들이 많아요. 저도 남도에 사는 3년을 정리하면 힘든 일도 많았지만 여행 덕에 정말정말 행~복했어요.

순오기 2010-07-03 15:16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은 저보다 훨씬 많은 곳을 다니셨을 줄 알아요.
남도에 살면서 행복했다는 사람 많죠?^^

같은하늘 2010-07-07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남도쪽에 갈 일이 거의 없었지요.ㅎㅎ
요즘 가까이 지내는 동네언니 고향이 통영인데 저도 꼭 한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희망찬샘 2010-07-1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리랑 읽을까 말까...(긴 책을 잘 읽지 못 하는 ...) 반고흐, 영혼의 편지 담았다 뺐다... 그러면서 방학을 시작하고 있네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