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아픔과 역사의 아픔이 맞물린 책
5.18의 끔찍한 현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다 똑같다~~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으로부터 26년
그들의 투쟁
선택의 길목에 든 10대와 부모를 위한 책
다른 지역보단 5.18을 가까이 느끼며 자랐을 광주의 초등학생들은 5.18을 얼마나, 혹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해마다 5.18기념일이면 학교에서 교육하지만 아이들이 체감하는 5.18의 실체가 궁금해서 정의를 내려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5.18의 실체와 정신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해, 나역시 작은 역할이라도 담당하려고 5월 이야기 한 꼭지라도 들려주고 풀어내는 커리큘럼을 짠다. 작년에는 3학년 이상 아이들을 데려가 영화 '화려한 휴가'를 같이 봤다.
2학년 - 일요일이다. 잘 모르는 날이다. 어른들이 많이 죽어서 슬픈 날이다. 공부도 하는 날이다.
3학년 - 죽음의 날이다. 5.18기념공원 가는 날이다. 옛날에 광주시민이 군인에게 죽은 날이다.
우리들을 지키려고 목숨을 바치신 날이다.
4학년 - 광주시민들이 민주화 운동하다가 죽은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날이다.
광주시민들이 죽은 날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주신 사람들을 위한 날이다.
5학년 - 독재와 민주주의의 한판 승부!
그리고, 6학년 아이가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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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6월 신혼여행 갔다오다 들른 망월묘지에서 그 참혹한 사진들을 보고 경악하며, 나는 5.18의 실체와 진실을 접했다. 그리고 시작된 5.18 국회청문회를 지켜보며 뻔뻔하게 발뺌하는 그들을 보며 치를 떨었다. 그 후 광주로 내려와 살면서 '산자의 죄의식'에 동참한 5월을 겪어내느라 뒤늦게 진통했다. 광주살이 20년, 광주 5.18의 진실을 알고자 문학과 예술로 접한 세월이었고, 이제는 진실을 공유하고 나누는 일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한다.
초등고학년에게 5.18을 알려주는 동화다.
당시에 진압군이었던 한새 아버지와 피해자였던 샛별이 아버지의 관계에서 묻혀있던 역사의 진실을 찾아간다. 진압군으로 훈장까지 받았던 전중사는 그 죄의식을 견디기 어렵다. 진정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역사의 아픔을 똑바로 보고 어떻게 그 아픔을 넘어설 것인지... 그 아픔을 잊지 않고 어떻게 승화할 것인지 헤아려 보게 한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1회 5.18 어린이문학상 공동수상작.
초등학교 6학년 경록이의 눈으로 이해하는 5.18을 그린다. 5.18항쟁의 주역이었던 큰아버지가 폐인이 되어 아직도 봄을 맞지 못하는 가족의 아픔을 그리며, 개인과 역사의 아픔이 맞물리는 깊이에 감동이 있다. 삼별초 항쟁지였던 용장성터를 배경으로, 소년 경록이가 서울서 전학 온 재동이와 패거리들에게 당하는 괴롭힘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역사를 통해 깨우치게 된다. 바로 역사에 살아있는 우리의 정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1회 5.18 어린이문학상 공동수상작.
경상도 한복판에서 살아나가는 전라도 사람에 대한 오해의 폐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광주이야기가 중심으로 파고 들지는 않지만, 5.18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지역감정을 잘 살려내며 그 빚진 마음을 화해와 용서로 풀어낸다. 지역감정을 모를 어린이에게 이런 소재로 접근해도 되는지 조금 걱정스러웠다.
아들녀석이 5.18백일장에 나갔다가 받아온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5.18 이야기다.
사회에 관심과 여유를 가질만한 환경이 아니었던 영균은, 자신이 일하던 철물점에 가다가 어이없이 죽는다. 이렇게 주변부 인물로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평범한 사람, 그를 '너'라고 지칭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자.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어머니가 아들이 살아 있다 믿으며 이곳 저곳 찾아다니는 모습은 아들을 잃은 처절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열아홉 살에 꽃도 피우지 못하고 죽은 그 많은 청년들의 넋과 가족의 슬픔을 무엇으로 위로할까?
실존인물인 박효선 선생님을 기리는 윤정모의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대화를 할 줄 모르는 환경이 폭력을 만들어내고, 그 폭력을 토론 주제로 삼은 선생님에 의해 5.18 묘역을 둘러본 중3 기열이는, 누나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그 진실을 찾는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가난한 누나 기순이는 자신의 꿈을 접고, 광주에서 동생을 돌보며 다방에서 일한다. 수많은 이들의 죽음이 진실을 숨기고 가려진 것처럼, 누나의 죽음도 과다헌혈로 밝혀벼 비로소 명예회복이 된다. 오늘 어머니독서회에서 토론하고 리뷰를 올려야겠다.
5월 광주의 실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다큐멘터리 같은 임철우 소설, 그 참혹함이 충격적이다.
이 작품은 5.18 기념, 20주년에 연극으로 올려졌다. 연극배우 김갑수가 한명기로 출연했었다. 책을 세번 읽었지만, 연극을 보면서도 눈물이 줄즐 흘러내렸다.
전남대 교수로 재직하며 5.18자료들을 모아 비로소 5.18의 명예회복을 위해 힘을 쓴 송기숙교수가, 문학작품으로 5.18의 진실을 밝힌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추리소설 형식으로 가해자를 찾아내는 5.18 문학이다. 가해자가 용서를 구하지 않는 현실에서 어떻게 피해자가 용서할 수 있는가? 오월의 미소는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져야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작가를 모셔와 강연을 들었기에 내게는 더 의미있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광주5.18 당시 자료를 모아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펴냈던 황석영은, 개인의 삶에 드리워진 5.18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70년대말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지하조직 활동을 한 오현우는 광주항쟁 이후 수배가 되자 기약없는 도피생활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은거를 도와준 시골학교 미술교사 한윤희와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한적한 시골 갈뫼의 외딴 마을에서 3개월여 둘만의 따뜻하고 오붓한 시간을 갖지만 .....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우리동네는 일주일만에 막을 내렸다.
5.18의 진실을 규명하고 고발하는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이 희곡집은 자체만으로 읽어도 가슴이 저릿하게 아름다운 책이다. 산자의 죄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유일한 생존자는 미쳐 알몸으로 노래한다. '나는 기쁘다 나는 기쁘다~'
5.18 기념 25주년에 연극으로 올려졌다. 알몸으로 열연했던 배우에 관객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고, 아름답고 슬픈 음악은 얼마나 감동이었던지 CD를 사서 알몸으로 열연했던 배우의 사인도 받았었다. 그후 해마다 5월이면 이 시디를 무한반복으로 들으며 지냈다.
'10대의 선택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 표제작이며 첫번째 수록된 공선옥의 '라일락 피면'은, 5.18 한 복판의 광주에서 고등학생 석진의 시대적 선택을 보여준다. 피가 뜨거운 나이에 라일락 향기같던 아랫방 누나 윤희의 죽음에 감전되듯 5.18에 동참한 석진은 죽음으로 청춘을 마감한다. 부채처럼 짊어지고 사는 '산자들의 죄의식'을 알기에, 라일락 향기 진동하는 봄밤 석진의 기일에 쏟아내는 어머니의 통곡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80년 광주를 겪은 세대가 어떤 선택을 했든 함께 지고 가는 시대의 아픔이다.
5.18의 실체 군부세력을 낱낱히 파헤친 만화로 5.18의 진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이들의 만행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용서...이들은 아직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다. 하늘 아래 떵떵거리며 사는 이들을 언제까지 봐야할지...
5.18 당시 계엄군이었던 사람과, 도청에 끝까지 남아 있었던 시민군들의 아들, 딸들이 26년이 흐른 후에 모여 법이 응징하지 못한 그 인간을 단죄한다는 팩션(fact+fiction) 만화다. 그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데 성공할까? 우린 이런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가 필요하다. 백범을 저격한 안두희를 끝까지 추적해 응징한 용감한 그 분이 생각나더라.
*추가합니다. 인요한의 책은 작년 6월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였는데, 이번에 보급판이 나왔군요.
전라도 순천에서 나고 자란 토종이라는 짠이-인요한, 그는 순천이 우주의 중심이었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토종 한국인이어도 피는 미국인이다. 그래도 5.18때 휴교되자 고향 순천으로 내려와 광주에 들어간다. 이때 윤상원열사가 상황을 알리기 위해 외신기자회견을 하고, 인요한이 통역을 한다. 이렇게 5.18과 관련된 그는 미국으로 추방되거나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해야 했다. 그래서 감금된 것처럼 어머니의 일을 돕는다...그도 5.18의 희생자로 살아낸 세월이 있었다. 5.18을 객관적으로 조망한다.
*어느 분이 추천하셔서 추가로 올립니다~~~저도 아직 못 읽은 책이라 알라딘 책소개를 옮깁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10일 동안의 5·18 민중항쟁 과정에서 희생된 151명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두 권에 걸쳐 수록했다. 5·18기념재단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5·18민중항쟁 참가자 증언 채록 작업의 한 결과물이다.
남겨진 가족들의 구술을 통해 이제는 잊혀져 가고 있는 당시 5월의 참상과 유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 고통은 독재정권에 자행된 폭력의 역사 가운데서 진정한 인권에 대한 깨달음과 민주주의는 남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진리를 얻기 위한 대가이기도 하다.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망각의 해법이요, 또 하나는 기억의 해법이다. 이제는 잊고 화해하자는 망각의 해법이 사죄와 용서를 전제로 한 화해가 아니라 야합이었다면, 이 책은 기억의 해법으로 진실을 응시함으로써 과거사 청산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갖는다.
2006년 발간된 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의 후속작.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권은 항쟁 이후 사망한 44명, 2권은 행방불명된 56명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다.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살아숨쉬는 민중항쟁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과 회한을 공유하는 자리를 이 책들은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