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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명수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제목: 어린
왕자
지은이: 생텍쥐페리
옮긴이: 정명수
펴낸 곳: 모모북스
어린 시절 만났던 동화, 어린 왕자. 삐죽삐죽 솟은 머리에 나팔바지를 입고 목에는 머플러를 두른 채
이상한 질문을 하던 그 신비로운 소년을 난 이해하지 못했다. 어른들에게 귀염받을 아이는 아니라는 생각에 혀를 쯧쯧 차기도 하고 어린 왕자가
전하는 지난 1년간의 모험담이 무엇을 뜻하는지, 장미와 양과 여우 그리고 어린 왕자가 만난 조종사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덮어버렸다. 그 후로 훌쩍 자란 나는 한참 동생이 되어버린 어린 왕자를 마주했고, 또 세월이 흘러 자식뻘 되는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났다.
지독한 외로움과 안타까운 후회 그리고 가슴을 아리는 슬픔을 느끼는 건 왜일까? 이번에 읽은 어린 왕자 이야기는 자꾸 눈물이
났다.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나'는 신비로운 소년을 만난다. 동이 틀 무렵, 잠을 깨우며 소년이 건넨 한 마디. "저기...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그렇게 어린 왕자를 만난 '나'는 고독하고 무서운 사막에서 말동무를 얻었다. 오랜 시간 후에 '나'는 어린 왕자가 아주 작은
행성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왕자는 행성을 뒤덮을지 모를 바오바브나무의 싹을 골라 버리고, 활화산 두 개와 사화산 한 개를 꼼꼼하게
청소하고, 어디선가 날아와 꽃을 띄운 변덕쟁이 장미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핀다. 도도하고 이기적인 장미를 통해 '애정'이라는 감정에 눈뜬 어린
왕자. 행성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어린 왕자에게 장미는 비로소 속내를 털어놓는다. 왕,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 가로등 지기, 지리학자. 행성을
떠난 어린 왕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 후 지구로 향한다. 어린 왕자는 남겨두고 온 장미를 떠올린다. 외롭게 걷고 또 걷던 왕자에게 나타난 여우
한 마리. '길들이다'라는 말로 관계의 정석을 알려준 여우를 통해 어린 왕자는 또 하나의 감정에 눈을 뜬다. 바로
우정.
친구를
원하면, 자신을 길들여 달라며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무척 참을성이 많아야 해. 우선 내게서 좀 멀리 떨어져서 앉아. 이렇게 풀밭에
말이야.
내가 널 곁눈으로 바라보아도 내게 아무 말을 하지
마.
말이란 가끔 오해를 낳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날마다 넌 내게로 조금씩 더 가까이 오는
거야..."
조종사와 함께 우물을 찾은 어린 왕자는 각자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조종사는 비행기를 고치고
자신은 우물가에 있겠다고. 비행기를 고친 조종사가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을 때 어린 왕자는 뱀에 물려 위태로운 상태다. 조종사는 어린 왕자를
아이처럼 품에 안고 절망과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모르지만, 어린 왕자는 자신의 소멸이 조종사에게 미칠 슬픔을 걱정한다. 열이 펄펄 끓던 어린
왕자는 모래 위에 풀썩 쓰러지고, 동틀 무렵 조종사는 쓰러진 어린 왕자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원래 없었던 존재처럼. 대낮은
용광로처럼 펄펄 끓고, 한밤은 매섭게 추운 사막에서 한바탕 백일몽이라도 꾼 듯이... 조종사는 홀로 남고 어린 왕자는 자기 별로
돌아간다.
장미를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전전긍긍했던 어린 왕자. 여우를 길들이고 우정을 나누고 싶었던 어린 왕자.
뱀을 믿고 물려버린 어린 왕자. 걷고 또 걸어 까마득히 먼 곳까지 갔지만, 장미가 있는 행성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1년 전 자신이 지구에
떨어졌던 곳으로 돌아가던 어린 왕자. 자신이 죽은 듯이 보여 마음 아파할 조종사를 염려했던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내 손을 잡더니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오지 말지, 아저씨 마음이 아플 텐데. 내가 죽은 듯이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냐..."
(-p132)
오늘은 가만히 고개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몇 개 보이지 않는 별이지만, 저 별 어딘가에 어린
왕자가 있을 거란 마음으로. 마치 늘 아끼고 사랑했던 존재를 그리워하듯 나는 오늘 어린 왕자를 그리워한다. 장미에 유리 덮개를 씌워주고, 양이
장미를 먹어 치우지 않도록 단속하며 활화산에 아침 식사를 데우고, 우울한 날이면 몇 번이고 해넘이를 보고 있을 그 아이가 참 보고 싶다. 잘
자라고 건강히 지내라고 한참이고 꼭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