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 데미안

지은이: 헤르만 헤세

옮긴이: 김그린

펴낸 곳: 모모북스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요즘 더 유명한 바로 그 책 『데미안』.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다루기도 했고 BTS에게 영감을 준 책이라고 알려지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론 『데미안』은 시대를 아우르는 명작이지만, 이런 화끈한 주목과 관심은 오랜만이 아닐지! 여러 출판사가 데미안을 출간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 내가 만난 모모북스의 『데미안』은 중간 크기의 두툼한 양장본. 책 중간중간 들어간 삽화가 참 곱다. 어느 추운 겨울날, 카페에서 마주한 에밀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이야기는 너무 강렬하여 매년 이맘때면 늘 생각날 듯... 세상에 수많은 성장소설이 있다지만 잊히지 않은 명작이자 진정한 성장소설인 '데미안'. 내게도 데미안 같은 존재가 있을까? 문득 싱클레어가 한없이 부러워진다.





"나는 데미안을 얼마나 동경했던가!

그러나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는 나의 손이 미칠 수 없는 존재였다. -p142"





 열 살 소년 싱클레어는 라틴어 학교에 다니는 얌전한 남학생이었다. 부모님이 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착한 아이라고할까? 싱클레어는 일탈을 꿈꾼다. 건달 같은 크로머 앞에서 거짓말을 한 건 실수였다. 고작 사과를 훔쳤다고 뻐기며 내뱉은 거짓말에 인생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농장 주인에게 이르겠다는 크로머를 말리느라 싱클레어는 난생 처음 부모님의 허락 없이 돈에 손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지옥의 가시밭길을 걷는다. 하지만 하늘이 도운 것일까? 구세주처럼 나타난 데미안 덕분에 싱클레어는 크로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약간의 서먹한 시간을 지나 훗날 데미안과 가까워진다. 시간은 또 흘러 한 학년 위였던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각자 다른 학교에 진학하며 차츰 멀어지고 데미안을 볼 수 없던 싱클레어는 인생의 좌표를 잃은 나룻배처럼 끊임없이 흔들리고 정처 없이 표류한다. 이성에 눈떠 좋아하는 여인이 생기고 그녀를 멋대로 베아트리체라 부르는 싱클레어. 그리운 그 얼굴을 그려 벽에 걸었건만, 어느 날 싱클레어는 자신이 그린 얼굴이 결국 데미안이었단 걸 깨닫고 뼛속까지 스민 그리움에 괴로워한다. 시간이 흘러 피스토리우스와 에바 부인 등 싱클레어의 인생에 영향을 준 새로운 멘토들이 등장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싱클레어를 바른길로 인도함과 동시에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이끈 건 바로 데미안이 아닐까?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p168"





 『데미안』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어린 시절 읽은 싱클레어의 모습과 성인이 되고 읽은 싱클레어의 모습이 참 다르다고. 아직 완전히 여물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싱클레어와 같은 마음으로 끝없이 나의 데미안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갇힌 알은 무엇이고 그 알을 깨면 어떤 세계가 있을까? 20대 청춘이나 할법한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좀 부끄럽지만, 생물학적 '성장'이 아닌 내적 '성장'에 정해진 나이는 없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 역시 오래도록 성장통에 시달렸는데 하물며 부족한 인간인 나는 어떻겠는가.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앞두고 깊어가는 어느 겨울밤, 나는 진심으로 고민하고 사색한다. 나의 데미안 그리고 나의 싱클레어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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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막내 토식이
사석원 지음 / 엔씨소프트(Ncsoft) / 2018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제목: 우리집 막내 토식이

글과 그림: 사석원

펴낸 곳: (주)엔씨소프트




 토식이, 토식이. 이름에서 귀여움이 듬뿍 묻어나는 사랑스러운 토끼 토식이를 만났다! 토끼 캐릭터는 늘 취향 저격이라 아끼고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토식이도 취향 저격. 애어른인 내 눈에도 이리 귀여운데 아이들은 얼마나 좋아할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길거리에서 팔던 어린 토끼. 그 토끼를 사서 집으로 온 아빠. 가족은 토끼 이름을 토식이라 짓는다. 집을 좋아하는 토식이. 그런 토식이를 좋아하는 가족. 뛰고 먹고 뒹굴며 행복한 토식이. 하지만, 다른 토끼를 만날 수 없는 토식이는 외롭기도 하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답답했다. 잠이 든 토식이는 꿈을 꾼다. 친구 토끼를 만나 바다에 가고, 산에도 가고, 동물원에도 가고, 비도 맞고, 눈도 맞는 토식이. 달과 별이 반짝이는 밤, 토식이는 꿈에서 깨어난다. 그런 토식이를 누나가 꼭 안아 주었다. 토식이는 우리 집 막내다!







 내용은 짧지만 토식이를 아끼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시간. 『우리집 막내 토식이』는 사석원 화가님이 5년째 키우고 있는 토끼 토식이의 이야기를 예쁜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아기자기한 동화책이다. 청계정 길거리 가게에서 홀로 있는 어린 토끼를 보고 떨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데려와 아파트임에도 키우기 시작했다는 화가님.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집안 막내로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토식이! 이런 귀여운 녀석과 함께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토식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는 상상을 하며 홀로 배시시 웃어버렸다.








사석원 화가님의 멋진 작품. 접혀 있는 페이지를 펼치면 멋진 수채화 한 폭이 등장! 산과 동물원에 놀러간 토식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 아이들이 페이지를 펼쳤다가 접으며 토식이의 신나는 모험을 재밌게 관찰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토식이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동화책 『우리집 막내 토식이』. 토식아, 언제까지나 건강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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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미드나잇 스릴러
레슬리 피어스 지음, 도현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지은이: 레슬리 피어스

옮긴이: 도현승

펴낸 곳: 나무의 철학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 가족이 살 것 같은 멋진 단독 주택. 집 앞에 주차된 고급 승용차.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의 표지를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은 참 좋겠다'. 한데 자세히 살펴보니 뭔가 이상하다. 손질하지 않아 제멋대로 뻗어난 나뭇가지가 주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고급스럽다고 생각했던 자동차의 차창은 성애가 낀 듯 혹은 깨진 듯 불안해 보인다. 영국 스릴러 여왕이라 불린다는 레슬리 피어스 작가. 첫 만남이기에 책날개에 실린 작가 소개를 꼼꼼히 읽어보니, 48살에 느지막이 데뷔한 사골 작가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1천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가 '가정 폭력'이라는 사회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 작품이 바로 이 책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이라고. 26번째 작품이라는데 왜 이제야 만나게 됐는지... 역시 세상을 넓고 읽을 책은 참 많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23살 케이티. 금빛이 도는 빨간 머리에 진주색 피부와 푸른 눈동자를 지닌 예쁜 아가씨다. 늘 가족에게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엄마 힐다와 자상하고 따스한 아빠 앨버트 그리고 사이좋은 남동생 로버트와 한적한 작은 도시에 사는 케이티. 어느 날, 평화로운 그 동네에 끔찍한 화재 사건이 발생한다. 케이티가 평소 좋아했던 드레스 가게 주인, 글로리아 아줌마네 집에 불이 난 것. 그 화재로 인해 글로리아와 그녀의 딸이 목숨을 잃고 경찰은 케이티의 아빠 앨버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누군가 심어놓은 듯한 증거로 인해 구속당한 앨버트. 대도시 런던으로 건너가 제2의 인생을 꾸리려던 케이티는 아빠의 체포 소식에 충격을 받고 글로리아 아줌마를 둘러싼 미심쩍은 의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집에 자주 방문하던 의문의 자동차와 여인들. 몇 번의 노력 끝에 글로리아가 남편에게 매 맞는 여성들을 보호하며 도와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케이티는 입수한 주소록을 토대로 런던에서 의심스러운 집을 몇 군데 찾아가며 범인을 추적한다. 유일한 단서는 글로리아 아줌마와 함께 여성들을 돕던 에드나 아줌마를 죽이려한 적갈색 재규어! 마침내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발견한 케이티는 곧 경찰과 변호사에게 알릴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녀의 뒤를 조용히 밟는 남자의 정체를 미처 눈치채지 못한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던 토요일 저녁, 둔기에 머리를 맞고 납치당한 케이티. 범인은 역시 모두가 예상했던 그놈! 지하실에 감금당한 케이티는 기지를 발휘하여 범인을 구워삶으려 애쓰지만 여의치 않고, 케이티를 좋아하는 변호사 찰스와 그녀의 단짝 질리는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케이트를 찾아 헤맨다. 과연 케이트는 무사히 사랑하는 이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인데, 현재와 비슷한 사회적 문제가 고스란히 벌어지고 있어 놀라웠다. 다양한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목숨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아이와 경제적 이유로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아내. 아주 오랜 세월 지속한 이 고질적인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감하며 안타깝고 분한 마음이 앞섰다. 케이티 부모님 세대가 겪은 전쟁의 고통과 더불어 그 시대라서 가능한 걸까 싶은 인물관계도 신선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납치범과 케이티가 한 공간에서 보낸 순간들이다. 납치범에게 호감을 느꼈다가 이내 후회하게 되는 케이티나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결국 해를 가하는 납치범. 쉽사리 이해하긴 힘들지만, 그 상황이라면 정말 그랬을 것 같은 세밀한 감정 묘사가 이 소설의 묘미. 케이티를 좋아하는 찰스와 그녀의 단짝 질리가 케이티를 찾는 과정에서 서로의 매력을 묘사하는 부분이라든지, 케이티가 납치범에게 잠시나마 설렘 느끼는 부분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게 인생의 완성이라는 듯한 결말은 솔직히 좀 아쉽지만 몇몇 위태로운 요소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완성도는 제법 탄탄하다. 가정 폭력 문제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진심 등등 생각할 여지가 있는 책이었으니 나름 만족. 나른한 주말 오후에 읽으면 괜찮을 가벼운 스릴러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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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명수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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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린 왕자

지은이: 생텍쥐페리

옮긴이: 정명수

펴낸 곳: 모모북스




 어린 시절 만났던 동화, 어린 왕자. 삐죽삐죽 솟은 머리에 나팔바지를 입고 목에는 머플러를 두른 채 이상한 질문을 하던 그 신비로운 소년을 난 이해하지 못했다. 어른들에게 귀염받을 아이는 아니라는 생각에 혀를 쯧쯧 차기도 하고 어린 왕자가 전하는 지난 1년간의 모험담이 무엇을 뜻하는지, 장미와 양과 여우 그리고 어린 왕자가 만난 조종사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덮어버렸다. 그 후로 훌쩍 자란 나는 한참 동생이 되어버린 어린 왕자를 마주했고, 또 세월이 흘러 자식뻘 되는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났다. 지독한 외로움과 안타까운 후회 그리고 가슴을 아리는 슬픔을 느끼는 건 왜일까? 이번에 읽은 어린 왕자 이야기는 자꾸 눈물이 났다.




 비행기 엔진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나'는 신비로운 소년을 만난다. 동이 틀 무렵, 잠을 깨우며 소년이 건넨 한 마디. "저기...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그렇게 어린 왕자를 만난 '나'는 고독하고 무서운 사막에서 말동무를 얻었다. 오랜 시간 후에 '나'는 어린 왕자가 아주 작은 행성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왕자는 행성을 뒤덮을지 모를 바오바브나무의 싹을 골라 버리고, 활화산 두 개와 사화산 한 개를 꼼꼼하게 청소하고, 어디선가 날아와 꽃을 띄운 변덕쟁이 장미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핀다. 도도하고 이기적인 장미를 통해 '애정'이라는 감정에 눈뜬 어린 왕자. 행성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어린 왕자에게 장미는 비로소 속내를 털어놓는다. 왕,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 가로등 지기, 지리학자. 행성을 떠난 어린 왕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 후 지구로 향한다. 어린 왕자는 남겨두고 온 장미를 떠올린다. 외롭게 걷고 또 걷던 왕자에게 나타난 여우 한 마리. '길들이다'라는 말로 관계의 정석을 알려준 여우를 통해 어린 왕자는 또 하나의 감정에 눈을 뜬다. 바로 우정.




 친구를 원하면, 자신을 길들여 달라며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무척 참을성이 많아야 해. 우선 내게서 좀 멀리 떨어져서 앉아. 이렇게 풀밭에 말이야.

내가 널 곁눈으로 바라보아도 내게 아무 말을 하지 마.

말이란 가끔 오해를 낳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날마다 넌 내게로 조금씩 더 가까이 오는 거야..."



 





조종사와 함께 우물을 찾은 어린 왕자는 각자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조종사는 비행기를 고치고 자신은 우물가에 있겠다고. 비행기를 고친 조종사가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을 때 어린 왕자는 뱀에 물려 위태로운 상태다. 조종사는 어린 왕자를 아이처럼 품에 안고 절망과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모르지만, 어린 왕자는 자신의 소멸이 조종사에게 미칠 슬픔을 걱정한다. 열이 펄펄 끓던 어린 왕자는 모래 위에 풀썩 쓰러지고, 동틀 무렵 조종사는 쓰러진 어린 왕자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원래 없었던 존재처럼. 대낮은 용광로처럼 펄펄 끓고, 한밤은 매섭게 추운 사막에서 한바탕 백일몽이라도 꾼 듯이... 조종사는 홀로 남고 어린 왕자는 자기 별로 돌아간다.




 장미를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전전긍긍했던 어린 왕자. 여우를 길들이고 우정을 나누고 싶었던 어린 왕자. 뱀을 믿고 물려버린 어린 왕자. 걷고 또 걸어 까마득히 먼 곳까지 갔지만, 장미가 있는 행성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1년 전 자신이 지구에 떨어졌던 곳으로 돌아가던 어린 왕자. 자신이 죽은 듯이 보여 마음 아파할 조종사를 염려했던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내 손을 잡더니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오지 말지, 아저씨 마음이 아플 텐데. 내가 죽은 듯이 보이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냐..." (-p132)




 오늘은 가만히 고개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몇 개 보이지 않는 별이지만, 저 별 어딘가에 어린 왕자가 있을 거란 마음으로. 마치 늘 아끼고 사랑했던 존재를 그리워하듯 나는 오늘 어린 왕자를 그리워한다. 장미에 유리 덮개를 씌워주고, 양이 장미를 먹어 치우지 않도록 단속하며 활화산에 아침 식사를 데우고, 우울한 날이면 몇 번이고 해넘이를 보고 있을 그 아이가 참 보고 싶다. 잘 자라고 건강히 지내라고 한참이고 꼭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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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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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지은이: 에스더 김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누구든 한 번쯤은 혹은 자주 봤을 귀여운 분홍색 토끼. 초등학생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단순하지만 놀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정체불명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내겐 카카오톡에서 늘 사용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보다는 살짝 생소하지만, 이렇게 에세이까지 나온 걸 보니 에스더버니의 인기가 정말 대단한 모양이다. 에스더 김은 LA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10대를 보낸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고 한다. 성장하며 겪은 동서양 문화를 복합적으로 표출하며 섬세한 소녀 감성과 달콤한 감수성을 발휘하여 패션 액세서리, 의류, 화장품 및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전시회와 콜라보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국의 피가 흐르는 아티스트가 승승장구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니 괜스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분홍색 토끼 에스더버니 이제부터 한 번 더 예뻐해 줘야지!




 어린 시절 다양한 나라를 경험했으니 참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에스더 김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여러 나라에 살며 수많은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눈치를 보며 늘 분위기를 살폈다고.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주었을지 모르지만, 정작 자신을 살피진 못했다고 한다. 측은한 마음에 꼭 안고 고생했다고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마음에 귀 기울이자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다양한 버니들. 진짜 모습이 뭔지 몰라 갈팡질팡했지만 모든 버니가 자신임을 깨닫고 즐기기로! 패션과 문화를 사랑하는 리본 버니, 줄담배를 피우는 워커홀릭 옐로우버니, 감성적이고 사려 깊은 로즈 버니, 가는 곳마다 분위기를 밝혀주는 라벤더버니 등등 다양한 버니를 통해 에스더 김은 공감과 위로 그리고 긍정 가득한 에너지를 전하다.





 


 처음엔 그림이 좀 유치하지 않나 싶었는데, 자꾸 보니 눈에 익나 보다. 아니면 작가의 마음을 담은 글이 예뻐서일까? 블링블링 핑크 에너지를 뿜어내는 책을 손에 들고 어색했던 것도 잠시.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이 즐겁게 수다 떤 기분. 에스더 김은 나쁜 상황에 오래 갇혀 있지 말며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고 전한다. '나'라는 존재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뜻. 문득 재밌게 봤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여걸 사만다의 대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자신감 넘치고 자기애가 강한 사만다는 이렇게 말한다 'I love my self!' 뒤에 'so much'도 붙었던가? 나도 에스더 김과 사만다처럼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을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을지. 건전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 난 소중한 존재고 꽤 괜찮은 사람이라도 말이다. 예쁜 그림과 함께 짧은 글이 실려 있어 단숨에 읽는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버니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좋은 선물 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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