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미드나잇 스릴러
레슬리 피어스 지음, 도현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지은이: 레슬리 피어스

옮긴이: 도현승

펴낸 곳: 나무의 철학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 가족이 살 것 같은 멋진 단독 주택. 집 앞에 주차된 고급 승용차.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의 표지를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은 참 좋겠다'. 한데 자세히 살펴보니 뭔가 이상하다. 손질하지 않아 제멋대로 뻗어난 나뭇가지가 주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고급스럽다고 생각했던 자동차의 차창은 성애가 낀 듯 혹은 깨진 듯 불안해 보인다. 영국 스릴러 여왕이라 불린다는 레슬리 피어스 작가. 첫 만남이기에 책날개에 실린 작가 소개를 꼼꼼히 읽어보니, 48살에 느지막이 데뷔한 사골 작가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1천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가 '가정 폭력'이라는 사회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 작품이 바로 이 책 『인생을 고르는 여자들』이라고. 26번째 작품이라는데 왜 이제야 만나게 됐는지... 역시 세상을 넓고 읽을 책은 참 많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23살 케이티. 금빛이 도는 빨간 머리에 진주색 피부와 푸른 눈동자를 지닌 예쁜 아가씨다. 늘 가족에게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엄마 힐다와 자상하고 따스한 아빠 앨버트 그리고 사이좋은 남동생 로버트와 한적한 작은 도시에 사는 케이티. 어느 날, 평화로운 그 동네에 끔찍한 화재 사건이 발생한다. 케이티가 평소 좋아했던 드레스 가게 주인, 글로리아 아줌마네 집에 불이 난 것. 그 화재로 인해 글로리아와 그녀의 딸이 목숨을 잃고 경찰은 케이티의 아빠 앨버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누군가 심어놓은 듯한 증거로 인해 구속당한 앨버트. 대도시 런던으로 건너가 제2의 인생을 꾸리려던 케이티는 아빠의 체포 소식에 충격을 받고 글로리아 아줌마를 둘러싼 미심쩍은 의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집에 자주 방문하던 의문의 자동차와 여인들. 몇 번의 노력 끝에 글로리아가 남편에게 매 맞는 여성들을 보호하며 도와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케이티는 입수한 주소록을 토대로 런던에서 의심스러운 집을 몇 군데 찾아가며 범인을 추적한다. 유일한 단서는 글로리아 아줌마와 함께 여성들을 돕던 에드나 아줌마를 죽이려한 적갈색 재규어! 마침내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발견한 케이티는 곧 경찰과 변호사에게 알릴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녀의 뒤를 조용히 밟는 남자의 정체를 미처 눈치채지 못한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던 토요일 저녁, 둔기에 머리를 맞고 납치당한 케이티. 범인은 역시 모두가 예상했던 그놈! 지하실에 감금당한 케이티는 기지를 발휘하여 범인을 구워삶으려 애쓰지만 여의치 않고, 케이티를 좋아하는 변호사 찰스와 그녀의 단짝 질리는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케이트를 찾아 헤맨다. 과연 케이트는 무사히 사랑하는 이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인데, 현재와 비슷한 사회적 문제가 고스란히 벌어지고 있어 놀라웠다. 다양한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목숨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아이와 경제적 이유로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아내. 아주 오랜 세월 지속한 이 고질적인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감하며 안타깝고 분한 마음이 앞섰다. 케이티 부모님 세대가 겪은 전쟁의 고통과 더불어 그 시대라서 가능한 걸까 싶은 인물관계도 신선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납치범과 케이티가 한 공간에서 보낸 순간들이다. 납치범에게 호감을 느꼈다가 이내 후회하게 되는 케이티나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결국 해를 가하는 납치범. 쉽사리 이해하긴 힘들지만, 그 상황이라면 정말 그랬을 것 같은 세밀한 감정 묘사가 이 소설의 묘미. 케이티를 좋아하는 찰스와 그녀의 단짝 질리가 케이티를 찾는 과정에서 서로의 매력을 묘사하는 부분이라든지, 케이티가 납치범에게 잠시나마 설렘 느끼는 부분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게 인생의 완성이라는 듯한 결말은 솔직히 좀 아쉽지만 몇몇 위태로운 요소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완성도는 제법 탄탄하다. 가정 폭력 문제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진심 등등 생각할 여지가 있는 책이었으니 나름 만족. 나른한 주말 오후에 읽으면 괜찮을 가벼운 스릴러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