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 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지은이: 에스더 김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누구든 한 번쯤은 혹은 자주 봤을 귀여운 분홍색 토끼. 초등학생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단순하지만 놀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정체불명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내겐 카카오톡에서 늘 사용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보다는 살짝 생소하지만, 이렇게 에세이까지 나온 걸 보니 에스더버니의 인기가 정말 대단한 모양이다. 에스더 김은 LA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10대를 보낸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고 한다. 성장하며 겪은 동서양 문화를 복합적으로 표출하며 섬세한 소녀 감성과 달콤한 감수성을 발휘하여 패션 액세서리, 의류, 화장품 및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전시회와 콜라보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국의 피가 흐르는 아티스트가 승승장구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니 괜스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분홍색 토끼 에스더버니 이제부터 한 번 더 예뻐해 줘야지!
어린 시절 다양한 나라를 경험했으니 참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에스더 김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여러 나라에 살며 수많은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눈치를 보며 늘 분위기를 살폈다고.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주었을지 모르지만, 정작 자신을 살피진 못했다고 한다. 측은한 마음에 꼭 안고 고생했다고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마음에 귀 기울이자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다양한 버니들. 진짜 모습이 뭔지 몰라 갈팡질팡했지만 모든 버니가 자신임을 깨닫고 즐기기로! 패션과 문화를 사랑하는 리본 버니, 줄담배를 피우는 워커홀릭 옐로우버니, 감성적이고 사려 깊은 로즈 버니, 가는 곳마다 분위기를 밝혀주는 라벤더버니 등등 다양한 버니를 통해 에스더 김은 공감과 위로 그리고 긍정 가득한 에너지를 전하다.
처음엔 그림이 좀 유치하지 않나 싶었는데, 자꾸 보니 눈에 익나 보다. 아니면 작가의 마음을 담은 글이 예뻐서일까? 블링블링 핑크 에너지를 뿜어내는 책을 손에 들고 어색했던 것도 잠시.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이 즐겁게 수다 떤 기분. 에스더 김은 나쁜 상황에 오래 갇혀 있지 말며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고 전한다. '나'라는 존재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뜻. 문득 재밌게 봤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여걸 사만다의 대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자신감 넘치고 자기애가 강한 사만다는 이렇게 말한다 'I love my self!' 뒤에 'so much'도 붙었던가? 나도 에스더 김과 사만다처럼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을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을지. 건전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 난 소중한 존재고 꽤 괜찮은 사람이라도 말이다. 예쁜 그림과 함께 짧은 글이 실려 있어 단숨에 읽는 『에스더버니, 어디서든 나를 잃지 마』. 에스더버니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좋은 선물 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