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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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죽은 자의 임종을 지키는 사신이다. 사신은 죽은 이를 명부로 안내해주는 통행료로 혼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떼어 받는다. 소설 속에서 혼은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으며 혼 주인의 경험, 감정같은 부분들로 인해 색상이 달라진다. 하지만 혼 자체가 찬란한 색을 띄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서, 주인공인 사신은 혼의 색에 매료되어 혼의 색상들을 물감으로 만들어 그림을 그리곤 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인도한 사람들의 혼과 그 색상 그리고 인도할 사람이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가 소설의 내용인 셈이다. 덤으로 이 기묘한 사신의 과거 이야기 또한 자연스레 이어진다.


소설 속 주인공은 따로 부르는 이름은 없으며 사신으로 일할 자들의 인원이 부족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도 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부분은 뒤로 갈수록 심화되는데 처음에 혼이 없고 경험한 기억이 사라진다는 설정 치고는 다분히 인간적이라 놀라기도 했다. 소설 속의 배경은 일본. 하지만 주인공인 사신은 누가봐도 외국인인 모습에다가 새빨간 눈동자를 지니고 있어 눈에 띄는 사람이다. 유난히 강조되는 붉은 눈동자를 상상하다보면 왠지 묵직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의 사신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도 같았다. 영국인의 외향을 하고있다는 설정이 먼저였는지, 주인공의 정체 설정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체가 나올땐 솔직히 좀 놀랐다. 이런 배경을 주기엔 쉽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 걸 보면 은연중에 좀 더 아름다운 배경을 상상하며 읽었던 것 같다.


어쨌든 비밀스러운 사신의 이야기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랑이야기를 거쳐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역마와의 관계, 지령을 내리는 상관과의 관계 그리고 뒤쪽에 나타난 악마까지. 촘촘하게 얽혀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혼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건네받는다는 설정 때문인지 그림과 혼을 설명할 때와 더불어 소설 전체에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제일 앞장에 있었던 등장인물 소개부분이었다. 묘하게 스포일러가 되어 있어서 읽기도 전에 스포를 밟은 기분이었으니, 혹시 스포일러에 민감하다면 아예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영혼의 색이 사람마다 다르다면 내 혼은 어떤 색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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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죽음 - 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권태효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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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과연 세상에 죽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인구의 증가로 고통받다가 스스로 신에게 죽음을 청한 이야기, 신이 필요한 것을 묻자 죽음이라고 대답한 인간의 이야기, 신의 뜻을 전달하는 전령의 실수로 죽음이 생겨났다는 이야기 등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영생을 주고자 했던 신의 뜻과는 달리 죽음이 생겨난 배경을 만들어냈다. 책 속에서 들고 있는 다양한 예시 이야기들이 재밌었던 것은 죽음이 없는 세상이라면 고갈된 사회가 될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었을까. 중국, 아프리카, 남미의 아마존, 인도 등 많은 나라에서 전해져오는 이야기에는 원래 영생을 살 수 있었던 인간이 죽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공통으로 하고 있었다.

죽음이라고 해서 무겁지만은 않았던 책이었다. 의외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흥미로웠고 술술 잘 읽히기는 편이기도 했던 책이다. 죽음과 수명, 죽음과 관련된 동물들, 죽음과 생명 출생같은 자연의 법칙, 불로불사의 꿈, 저승세계,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상상들로 이어지는 내용들을 많은 자료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죽음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나 신기하기도 했고, 신화와 전설같은 이야기가 많아서 방대한 자료집을 보는 느낌이기도 했다. 읽는 즐거움이 있었던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현대 사회는 과거처럼 마냥 죽음의 원인을 두려워하는 일이 많이 적어졌다. 때문에 불로불사라는 실현이 어려운 꿈을 꾸는 대신 과학기술로 수명연장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과거엔 죽음이 마냥 두려움의 대상이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는데, 책을 보면서 조금 다른 시각을 보게 된 것 같다. 생을 살아가며 떼놓을 수 없는 것이 죽음인만큼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사진자료들과 함께 재밌었던 책이라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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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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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이라는 독특한 가게이름을 가진 상점에 관한 이야기였다. 상점은 책의 제목처럼 외모를 대여해주는 곳, 그리고 다른 부가적인 심부름 같은 것도 하고 있는 곳이다. 가게의 주인은 '아즈마 안지'로, 헐렁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편안해보이는 분위기도 풍기는 젊은 청년이다. 그가 외모 대여점을 맡게 된 건 가업으로 내려온 여우술사의 일을 이어받았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에게서 힘을 물려받은 안지는 변신여우들, 즉 사람으로 변신하고 요력을 사용하는 여우들과 함께 가게를 꾸려가며 손님을 맞고 있었다.


우선 '외모 대여점'이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이 생겼던 소설이었다. 만약 외모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외모로 바꿔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외모를 바꿔선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을 함께 다루고 있어서 더 흥미롭기도 했다.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은 어린 아이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하다. 성별도 외모를 바꾸려는 이유도 다들 각양각색이어서 생각보다 더 재밌게 볼 수 있기도 했다. 하나의 에피소드 별로 짧게짧게 끝나는지라 좀 더 깊이감 있게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외모 대여점에 머무르는 4마리의 여우와 주인공인 안지의 캐릭터가 재밌어서 보완이 되었다.


변신여우이자 안지의 든든한 점원인 구레하와 사와카, 그리고 우연히 발견된 쌍둥이 여우 호노카와 마토이. 각자 맡고있는 외모도 다르고, 성격도 다 달라서 각자 맡는 외모담당이 다르다는 점도 재밌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외모를 바꾸는 걸까? 여기에는 여우술사이자 여우들이 따르는 주인인 안지의 힘이 필요하다. 여우와 외모를 대여하길 원하는 사람의 혼을 뒤바꾸어 놓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둔갑을 거듭하며 요력을 키워야하는 여우와 외모를 대여하는 손님에게도 좋은 일이기에 외모대여점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가게였다. 외모를 바꾸고 난 뒤에 지켜야 할 것은 딱 두 가지. 범죄에 외모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혼이 뒤바뀐 여우와 멀리 떨어지면 안된다는 것 뿐이다.


에피소드들이 하나씩 이어지는 식이라 손님들이 등장할 때마다 이번엔 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어떤 외모를 원할까?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기도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섭식장애를 가진 아이를 도와주고자 마른 소년의 외모를 빌린 것, 따끔한 충고를 해주고 싶어서 외모를 빌렸는데 외모보단 다른 것이 문제였다는 것, 보잘것없이 취급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위해 화려한 외모를 빌렸지만 공허함이 남았던 것 등이 있었다. 각 에피소드들을 늘릴 수 있다면 하나로도 늘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단편으로 짧게짧게 만들어서 이야기자체는 잘 읽히는 편이었다. 설정들이 아까워서 2권이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 밖에 주인공인 안지도 대학교 1학년이라 종종 어려보이기도 하나 통찰력 부분에선 전혀 헐렁해보이지 않아서인지 중심이 잘 잡혀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우들의 능력이나 귀여운 행동들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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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 소설처럼 읽는 고대 그리스 생활사
필립 마티작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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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무슨 책인지 짐작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기에 무슨 색다른 이색체험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 살 법한 다양한 인물들을 끌어와 소설의 형식을 빌려 그리스의 특정한 1년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특정한 1년이란 어느 때인가? 책 속에서는 그 때를 기원전 248년, 132회 올림피아 제전이 끝난 지 3년이 지난 해이자 133회 올림피아 제전을 1년 앞둔 때로 설정하고 있다.


4년 마다 한번씩 열린다는 '올림피아 제전'에서는 폴리스들의 대표가 제우스에게 제사를 지낸 뒤 현대의 올림픽처럼 운동경기를 하고 힘을 겨루었다고 한다. 그리스의 큰 행사였던 셈인데, 이 행사를 1년 앞두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올림피아 제전을 염두해두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직업은 8가지. 농부, 외교관, 노예 소녀, 달리기 선수, 어린 신부, 건축가, 상인, 리라 연주자로 활동범위도 다양했다. 이야기는 10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꼬박 1년의 기간을 담고 있었으며, 각 달마다 4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 식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가장 독특했던 점은 고대 그리스의 복잡한 날짜 계산법이었다. 우리는 정해진 틀이 있는 달력을 사용하지만 그것이 힘들었던 그리스에선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가 세워졌던 때나 전설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때, 특별한 지도자가 등장했던 때를 기준으로 각기 다르게 연도를 계산했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던 셈인데, 한 해의 시작 마저도 모두 따로 여기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 달의 일정이 조금 빡박하다고 행정관들이 생각했다면 다음 달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떼어와 한 달의 길이를 늘이곤 했다고 한다. 이런 부분이 왜 설명되어 있냐면 뒤쪽의 인물들 이야기에 은근히 앞서 말한 생각들이 녹아있기 때문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1년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왔기 때문에 잘 읽히는 편이었다. 그리스에 관한 배경지식이 좀 있다면 더 즐겁게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중간중간 정보를 주는 박스 안 내용들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 그냥 읽어도 상관은 없었다. 거기에 더해 곳곳에 수록된 이미지도 이해를 도와주어 어렵지 않게 볼 수도 있었다. 각 인물들이 올림피아 제전을 앞두고 어떤 미래를 준비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인물들이 많아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뒤쪽에선 곧 연결이 된다.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그런 점이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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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과학 - 외울 필요 없이 술술 읽고 바로 써먹는
이케다 게이이치 지음, 김윤경 옮김 / 시공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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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잡다한 과학 지식을 모아둔 책이다. 생활에서 품을법한 호기심어린 질문이나 우주과학이나 공룡같이 생활에 밀접하진 않지만 한번쯤 궁금했던 질문들이 모여있었던 셈이다. 장르 또한 다양하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장르를 모두 모아둔 게 아니라 특정한 순서 없이 나와서 다양한 상식들을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앞쪽의 목차를 훑어보고 궁금했던 질문부터 보는 것도 가능했다. 329가지의 질문들을 보다보면 정말 궁금해지곤 해서 흥미롭게 볼 수도 있었다.


우주에서 성냥에 불이 붙을까? 상처를 소독하면 회복이 늦어진다? 식물의 잎은 왜 녹색일까? 바다에 사는 물고기와 강에 사는 물고기를 같은 수조에서 키울 수 있을까? 등등 재밌는 질문이나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게다가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3페이지 안에 모두 수록되어 있어서 짧게짧게 읽기에도 좋았다. 이런 점에서 아마 제목이 '하루 3분 과학'이 된 것 같았다. 짧은 답변이지만 호기심 해결에는 충분했고, 다양한 상식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중요한 포인트에는 형광펜처럼 표시가 되어 있어서 중요한 답변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기도 했다.


앞선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모두 책에서 찾을 수 있다. 결론만 간단히 말하면 우주에서 성냥에 불을 붙일 수 있으며, 상처는 소독보다 자가치유를 할 수 있도록 습윤밴드를 붙여주는 게 좋다고 한다. 식물의 잎이 녹색인 이유는 광합성에 불필요한 녹색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며, 염분농도가 약 1퍼센트인 사육수에선 민물고기와 바다고기를 한번에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우주, 태양, 태풍, 다양한 생물들 이야기가 많아 한번씩 생각날 때마다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호기심 많은 아이와 함께 읽어도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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