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세계사 - 1000개의 조각 1000가지 공감
차홍규 엮음, 김성진 아트디렉터, 이경아 감수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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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그대로 다양한 조각들을 접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1000가지의 조각들을 가져다놔서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간단한 설명이 함께하고 있어서 어떤 조각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다. 대부분 한 페이지당 2~3개의 조각이 있어 크기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었지만 확실히 수량만큼은 방대했다. 간간히 큼직하게 수록된 조각작품들도 나오고, 유명작들이 한번씩 나와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조각의 세계사'는 정말로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기원전 25,000년에서 30,000년 사이에서 발견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부터 현대에 속하는 1980년대의 조각작품들까지 다양한 범위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각의 종류 또한 오브제, 건축물, 부조, 흉상 등등 다양했고 앞쪽의 1부에서는 시대별로 조각을 볼 수 있게끔 해둬서 차근차근 보기에도 좋았다. 1부에서 다루고 있었던 시대는 원시시대부터 고대 오리엔트, 고대 이집트, 고졸기, 고전기, 헬레니즘과 고대 로마, 고딕 시대 까지였다. 2부에서는 시대의 구분을 짓지 않고 그냥 시간순으로 조각가 별로 남긴 작품들을 모아뒀는데 이만큼 많은 조각가들과 작품들이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신에서 인간, 인간에서 추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동안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도 종종 등장한다. 조토, 로렌초, 도나텔로 좀 더 뒤로가면 드가 등등. 많은 작가들이 있어 대부분은 이름을 처음 보았지만 그들이 남긴 작품만큼은 강렬했다. 간략한 설명이 함께해서인지 생각보다 이해하기 난해한 작품들도 별로 없었고,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조각들의 도록을 보는 기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책 속에 수록된 정보만으로는 깊이있는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아쉬웠고, 실제 조각이 어느정도 크기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그래도 다양한 작품을 많이 접한다라는 목적을 가지고 본다면 충분히 괜찮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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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의 세이지 - SF오디오스토리어워즈 수상작품집
본디소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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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오디오스토리 어워즈 수상 작품집 '온 세상의 세이지'. 오디오스토리 어워즈이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도 들어볼 수 있는 소설들이었다.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SF소설들은 각각의 독특한 세계를 품고 있었다. 가상현실, 우주, 뭐라 말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장소를 끌어와서 펼치는 이야기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기도 했다. 원래 SF물을 잘 읽지 않다가 이제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것도 같다.


6개의 단편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대상작이라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온 세상의 세이지'. 여기서 세이지는 주인공의 남자친구로 가상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인물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세계가 충돌하고 결국 이별을 맞은 뒤 시간이 지나 가상세계에서 재회하는 이야기였는데 주인공인 사현이 덤덤한데 비해 세이지의 캐릭터가 톡톡 튀어서 상반되는 점도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을 제일 재밌게 봐서인지 마지막까지 책을 다 봐도 세이지 쪽의 분위기가 좋았구나 싶었다.


두 번째로 이어지는 소설부터는 전부 우수상인 작품들로 우주에서 오랜 시간이 걸려 전송되어온 메시지를 매개로 이야기하는 소설 '사랑의 블랙홀.mov', 환상적인 배경을 깔아두고 지구라는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하던 '지구의 지구', 시간의 흐름을 끌어와 이야기를 들려주던 '데드, 스투키', 묵직한 분위기에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던 '오래된 미래', 사람의 기억을 저장하는 장례를 치른다는 저장장을 소재로 반전있는 이야기를 하던 '저장'이 있었다.


솔직히 유난히 잘 읽히지 않는 소설도 있었고, 난해한 소설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만큼 각각의 개성이 뚜렷했던 것이려니 한다. SF소설이니만큼 다양한 소재들을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 미래의 어떤 일부분에 관한 상상력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초반부에 있었던 소설들은 사랑이라는 감성을 버무려두어 무겁게만은 보지 않았지만 뒤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주제를 보니 의도한 것인가 싶기도 했다. 조금 더 편하게 읽고 싶다면 소설의 앞부분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오디오북으로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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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베어
주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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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주인공의 얼굴이 판다로 변해버렸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피곤에 찌든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갑자기 눈 밑 다크서클이 진해지고 머리에 털이 북실북실 나기 전까지는. 수상한 징조가 보일 때 인스타로 왔던 DM은 그런 주인공의 변화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공은 인스타 DM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온 여자와 약속을 잡고 묘한 분위기의 여자를 만나 편의점으로 향한다. 자신을 '진'이라고 소개하는 여자를 따라 편의점 한 구석의 캐비닛에 몸을 구겨넣고 다시 밖으로 나오자 세상이 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동물의 얼굴로 변했다가 다시 돌아간 사람들, 동물의 얼굴 그대로를 지닌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 그 곳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얼굴을 원래대로 돌려줄 수 있다는 진의 '사장님'을 만난다. 사장님이 주인공의 얼굴을 돌려준다며 제시한 조건은 간단한 의뢰 3가지. 주인공은 그 조건을 수락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상탈출 판타지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가했더니 그냥 차원이동이라고 보면 편할 것 같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오가는 캐비닛을 통해 주인공이 이동한 뒤 펼치는 모험은 기묘하면서도 어딘지 재밌었다. 당사자라면 위험천만한 일이 되겠으나 소설이니까 가볍게 읽기엔 좋았다. 소설이 1인칭의 시점이라 주인공의 이름은 끝까지 알 수 없지만 주인공을 도와주는 인물들에겐 '판다 씨'라고 불린다. 이 판다의 얼굴이 큰 사건을 부른다는 걸 그 때는 모르고, 주인공은 판다의 얼굴을 한 채 분명 소소한 의뢰를 들어줄 예정이었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왜 사람이 동물의 얼굴로 변하는 걸까?라는 부분이 제일 궁금했는데 그 부분은 소설에서 명확히 나오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 벽같은 것으로 다가와 인생엔 다른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아닐까라는 사장님의 말만 있을 뿐이다. 그런 부분을 보면 묘하게 납득이 되는 것 같기도, 좀 더 재밌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었던 것 같다. 동물로 변한 뒤 개인별로 가지게 되는 다른 능력만 봐도 말이다. 그런 부분을 보면 결말이 아쉬웠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판타지의 느낌이 강해서인지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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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미소를 얻는 법
안지수 지음 / 좋은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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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안세은'은 다니고 있는 대학의 옥상에서 수상한 괘종시계를 발견한다. 세은이 시계의 달 문양에 박힌 보석을 만지자 하늘의 달에서 무지개빛이 내려오고 달의 세계로 가게된다. 낯선 곳에서 여우 떼의 습격을 받았던 세은은 말을 하고 이족보행이 가능한 늑대에게 도움을 받은 세은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길 원했다. 그러자 세은을 도와준 늑대는 세은이 건너온 현상 딜리런트 브릿지가 생기기 위해선 궁궐의 얼음왕자라 불리는 아센이 웃어야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뜻밖의 연줄로 궁궐로 향하게 된 세은. 그 곳에서 세은은 두 명의 왕자와 만나게 되고, 다정한 첫째 왕자 가이엘과 달리 아센의 성격이 몹시 삐딱하다는 걸 알고 막막해한다. 계속해서 부딪히는 세은과 아센이지만 여느 로맨스가 그렇듯 점점 정이 들기 시작한다.



차원이동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로맨스와 로판을 많이 봐서인지 어렵지 않게 나가는 진도에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던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세은의 성격이 대책없이 밝은 캔디형에 남자주인공 아센의 성격이 철없고 삐딱해서 관계성 자체는 익숙하기도 했다. 책을 본격적으로 펼쳐들기 전에 용서와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저자분이 말씀하셨는데, 이건 책을 끝까지 읽으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개인적으론 소설의 결말에 만족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솔직히 좀 뻔한 감도 있었던 소설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아센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다던지, 처음보는 캐릭터에 급 호감을 느끼는 남자주인공이라던지, 눈에 보이는 악역 캐릭터라던지 하는 것들이 말이다. 급전개가 아닌가했던 부분도 중간중간 있었는데 세은의 모험만큼은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설정이 흥미롭기도 했고, 인물들간의 관계성을 좀 더 깊이있게 다뤘다면 좀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남자주인공의 아센에게 반전장치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넘어서면서 힘이 달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었다. 어쨌든간에 빠른 시간안에 가볍고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소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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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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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권위있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대상 수상작에 독특한 표지에 이끌렸던 책이었다. 아이를 위한 책이라곤 하지만 SF명작에 낯선 행성에서 지구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내용에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무슨 내용의 소설인가해서. 그렇게 읽어보게 된 책은 생각보다 더 묵직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2061년 지구로 혜성이 충돌할거란 예보가 떨어지자 인류는 세계의 부자들과 촉망받는 학자들을 선별해 우주선을 만들어낸다. 대규모 이주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호화로운 우주선의 목적지는 ‘세이건’이라고 불리는 행성이었다. 남겨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아수라장에서 탈출하다시피 이륙한 우주선 안에는 주인공인 페트라의 가족도 있었다. 과학자인 부모님과 동생인 하비에르는 세이건으로 향하는 380년이란 긴 시간동안 잠들어있어야 했다. 잠들어 있는 시간동안엔 뇌에 지식을 주입할 수 있는 기술로 페트라는 식물학과 지질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예정이었다. 아이와 어른으로 분류되어 수면 포드에 들어간 수많은 사람들. 그렇게 380년이 흐르고 수면 포드 안에서 잠들었다 깨어난 페트라 앞에는 뜻밖의 상황이 펼쳐진다. 


‘’나는 제타1, 식물학 및 지질학 전문가로 콜렉티브에 봉사하기 위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깨어난 페트라의 머릿 속에서 울린다. 하지만 포드에서 나온 페트라는 의문의 메시지가 뇌를 통한 일종의 세뇌과정임을 알고 있다. 완전히 잠들지 못했던 포드 속 의식을 통해서이기도 했고, 뇌에 주입된 수많은 이야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어쨌든 위험을 감지한 페트라는 다른 아이들처럼 감정이 죽은 척, 사령관의 말에 복종하는 척 하며 제타1이라는 이름으로 지낸다. 그러는 와중 부모님과 동생의 행방을 찾으며 우주선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처음엔 이런 디스토피아 세계관인줄 모르고 시작했다. 초반에 우주선을 타고 탈출하는 부분을 볼 때 설마 했는데 페트라가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 펼쳐진 상황을 보며 앞으로의 길이 험난하겠구나 싶었다. 혜성으로 인한 타의였지만 기존의 지구 생활에서 벗어난 뒤 새로운 세계를 창설하겠다는 콜렉티브와 사령관, 그리고 세뇌당한 아이들로 구성된 제타 대원들과 진실을 알고있는 페트라. 인물들 간의 흥미진진한 서사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했다. 솔직히 아이들에겐 좀 어렵지 않은 설정이 아닌가 했는데 읽다보니 확실히 재미는 있어서 어느정도의 설정들만 이해만 가능하다면 아이들도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책을 보는 내내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행성의 점검을 위해 우주선에서 나가는 아이들, 화려한 우주선 내부와  통제되고 억압된 사회에 관한 묘사, 은근히 깔려있는 반전포인트까지 흥미진진한 설정이 가득해서 더 그랬다. 콜렉티브라고 불리는 비틀린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지구를 떠나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겠다고 한 행동들이 결국 똑같은 것이 되었단 생각도 많이 했다. 사람들이 모여 권력을 잡으면 꼭 저런 결말밖에 없나 싶기도 하고, 어린아이인 페트라가 짐을 짊어졌단 생각에 안쓰럽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감정과 행동을 컨트롤하면서까지 아이들과 많은 사람들을 도구로 만들고 마음대로 살해한 콜렉티브가 어서 망해버렸으면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빨리 넘겨갈 수 있었다.


그 밖에 페트라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꿈을 잃지 않은 채 다른 아이들에게 옛이야기 '쿠엔토'를 들려주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분명히 삭제된 기억 저 아래에 살아있는 지구의 이야기가, 짧은 생애나마 차곡차곡 쌓아왔던 기억이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를 때 아이들을 절로 응원하게 되었다. 덕분인지 책을 읽는 동안 이야기가 미치는 영향력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지금 현재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길 반복하지만 그 이야기들에게서 누군가는 힘을 받고, 누군가는 위로를 받으며 또 누군가는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말한다. 페트라의 여정을 보며 그런 이야기의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페트라가 발견한 게 오롯한 희망이길 바란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바다를 건널 수 없어. - 203p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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