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친절한 우주과학 이야기 - 달과 화성에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우주의 ‘카오스’와 ‘코스모스’ 그림으로 읽는 시리즈
인포비주얼 연구소 지음, 위정훈 옮김, 임명신 감수 / 북피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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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로켓이 발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우주과학에 관련된 책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배경지식은 얕았기 때문에 그림과 함께하는 책이라는 말에 더 혹했던 것도 같다. 그렇게 펼쳐든 책은 우주를 향한 현대 국가들의 시도들과 더불어 달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를 건설하고 이를 발판 삼아 단번에 화성 유인 탐사비행까지하자는 장대한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태양계의 행성들 이야기, 우주로 쏘아올려진 보이저호가 밝히려는 우주의 비밀들로 이어졌다. 오늘날 우주과학이 어디까지 왔는지, 또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그림과 풍부한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이해가 쉬웠던 책이었다. 일본에서 쓴 책의 번역서라서 일본의 우주과학 이야기에 많이 치중되어 있지만 감수자인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님이 설명을 곳곳에 덧붙여 놓아서 우리나라의 상황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2022년 7월의 정보로 업데이트 했다고 하니 정말 최신정보인 셈이다. 이외에 꼼꼼한 감수로 책에서 설명하는 프로젝트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던 부분도 좋았다.


앞부분은 어느정도 익숙한 우주발사체들과 미래의 계획들이 있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하는 것도 재밌었다. 기후위기와 식량난 등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는 지구로부터 눈을 돌려 달로, 화성으로 나아가려는 인류의 도전기라고 해야할까. 국제 우주 정거장인 ISS를 넘어 달에도 우주 정거장을 건설하고 민간 우주선들도 활발하게 우주를 탐험한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외에 우주 공간에서 필요한 것, 즉 우주에서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산소 추출과 식물 재배실험 재생 에너지 시스템 등도 기억에 남았고 생명체 이전 후보지로 꼽히는 화성에 대한 탐사, 태양과 행성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지나면 달에 기지를 건설한 시대에서 살며 우주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게 될까. 책을 통해 우주과학과 조금 친해진 기분이다. 근본적인 질문인 왜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우주선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넘어 과연 인류가 우주에선 무엇을 할 예정인지 궁금하다면 살펴보기 좋을 책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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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산책 - 예술의 정원
강명재 지음 / 일파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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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마드리드에 위치한 다양한 예술의 장소들을 소개하고 풀어낸 책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슬쩍 소개만 받아볼까하는 마음이었는데 책을 다 보고 난 뒤에는 마드리드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렇게 예술적인 부분이 많았나 싶고, 곳곳에 추천하는 장소와 음식점까지 있어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 수록된 사진들을 통해 새로운 장소를 소개받을 수 있었고 낭만적인 꿈을 심어줘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예술의 순례지라는 마드리드. 인상파의 거장 마네는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을 방문하고 감탄을 쏟아냈고, 르누아르, 마티스, 로르텍 등 마드리드에서 영감을 찾은 예술가들은 그 외에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잠시 스페인 여행 붐이 불었을 때도 우리나라에선 마드리드의 매력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몰랐지만, 이 책을 통해 알고나니 매력적인 곳임이 분명하다. 놀라운 보물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겠다는 저자분의 목적 아래 쓰여진 책이라서인지 충분히 그 매력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들은 프라도 미술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외에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명작들이 많이 나왔다. '마드리드 골든 트라이앵글'을 이룬다는 프라도 미술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레아나 소피아만 소개해 줬다해도 궁금했을텐데 미술품들이 생각보다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알찬 느낌이었다. 절대 무료입장권으로 다 볼 수 없다는 프라도 미술관의 방대한 컬렉션에 놀랐고, 많은 시대를 아우르는 티센 미술관의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그리고 좀 더 뒤쪽에 소개되었던 음악적인 부분, 화려한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왕궁의 모습을 보면서도 마드리드는 예술의 순례지가 맞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리고 한 장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고메 in 마드리드' 페이지를 통해 음식점 정보도 소개되어 있었다. 창의성과 맛을 다 잡았다는 '오첸타 그라도스', 작게 썬 바케트 빵 위에 다양한 토핑들을 얹은 핀초 맛집이라는 '이마놀'과 '페레치코', 마드리드 넘버 1 빵집이라는 '메종 멜리', 빠에야 맛집이라는 '세인트 제임스'가 차례대로 이어진다. 이 부분 역시 사진과 함께라 사진만봐도 먹음직스러워서 인상깊었다. 때문에 마드리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디 갈 곳이 있나 찾고 있다면 도움이 될 선택 같았다. 책을 보다보면 마드리드로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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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말린 공주 풀빛 그림 아이
다비드 칼리 지음, 파티냐 라모스 그림, 박선주 옮김 / 풀빛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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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의 이름을 가진 공주와 기사들을 그린 그림책 '투르말린 공주'

그림책은 투르말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주가 탑에 갇혀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어두운 밤하늘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투르말린 공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본 사람도 없다. 

하지만 기사들은 공주를 구하기 위해 탑으로 향한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10명의 기사가 모였다.

루비, 홍옥수, 황금, 에메랄드, 청금석, 자수정, 토파즈, 오닉스, 은, 크리스탈.

기사들은 공주를 구하기 위해 탑으로 향하지만 중간에 제각각의 난관을 만난다.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기사만이 공주를 구할 수 있다는데, 이야기의 구조가 그렇듯 공주에게 가는 기사는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크리스탈 기사였다.


우선 그림이 예뻤던 책이었다. 

보석을 좋아해서인지 보석이름을 따 온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기도 했었다.

동화책이니만큼 좀 더 반짝반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실패한 9명의 기사들의 모습을 보며 이름만 보석이었나? 싶었다.

그리고 다양한 색상을 가진 보석 '투르말린'을 공주의 이름으로 따 온 이유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눈동자의 색이 투르말린 보석처럼 밝은 하늘빛이었다고 하는 공주는 마지막에 투명한 크리스탈 기사를 만난다.

크리스탈 기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말에서 떨어지지도 않았으며 다른 기사들이 부딪힌 난관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절대 멈추지 않고 공주에게 도착한 뒤에는 투구를 벗고 공주와 입맞춤을 나눈다.

결말부의 이 장면이 동화책의 가장 큰 메시지인 것 같은데, 

투구에 가려진 모습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모습이여서 그런듯하다.


책을 모두 본 후 나머지 남자 기사들이 실패할 이유가 굳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해봤지만 솔직히 답을 몰랐다.

이후에 출판사 리뷰를 통해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화려한 보석 이름을 가지고 있는 기사들이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는 공주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실패했다라고 하는데, 그 부분은 투명한 크리스탈 기사만이 공주의 색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 공주를 구할 수 있었다는 결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다양성이란 존중받아야할 것임이 분명하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선 호불호가 갈릴 결말이지만 누구를 대하든 편견에 사로잡힌 시선이 아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봐야한다는 책의 주제만큼은 확실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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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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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책 소개와 소설과 위스키로 빚은 미스터리 판타지라고 해서 굉장히 궁금했던 책이다. 어떤 방식으로 소설을 풀어갈지 보고 싶었고,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러나 막상 받아든 책은 쉽게 정체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 책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이름을 가진 책이 등장해 주인공인 '벤 슈워츠먼'이 집에서 책을 펼쳐드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이후에는 주인공인 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책을 손에 넣기까지의 과거만 그려져서 대체 이게 무슨 내용인가 했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까지 약 100페이지를 넘어가야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TMI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묘하게 안읽히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가 없어서 지치는 감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벤이 책을 손에 쥐었을 때부턴 확 재밌어졌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책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의 정체는 미래 예언서에 가깝다. 주인공인 벤의 이름이 뒤표지에 적혀있고, 벤을 위해 쓰여진 책처럼 벤의 현재 상황과 해야 할 행동지침을 알려주고 있는 책. 처음의 벤은 이 책을 신뢰하지 않지만 책에서 말하는 상황이 현실에서 똑같이 펼쳐지자 책의 내용을 믿고 움직이게 된다. 책은 벤에게 '당신은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으며, 위험에 처해있으니 당장 집을 떠나 움직이라'고 말한다. 믿지 못하겠다면 창문너머에 있는 파란 야구모자를 쓴 남자를 확인하라고. 결국 벤은 남자를 확인하고 집에 있던 위스키 병과 책을 챙겨 집밖을 나선다.



그렇다면 벤이 휘말린 사건이란 무엇일까? 사건은 벤이 가지고 나온 위스키 병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실 벤에게 온 위스키 병은 평범한 술이 아니었다. '하임 울프'라는 사람이 목숨을 잃기 전 유품으로 남겼다는 위스키 병에는 사람의 경험이 들어 있었다. 단순히 다른 사람의 기억이 아닌 생생하게 직접 체험한 듯한 경험. 울프는 술을 통해 사람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유통하는 일을 오래 해 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울프 외에도 여러 명이 있었고, 경험자들이라 불리며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어떤 누군가에게 속해서 일하기도 한다. 그렇게 경험자들과 전혀 접점이 없던 벤은 울프를 통해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책은 묘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독자인 나를 벤처럼 책 속 세계로 끌고들어가듯 말을 건네기도 하고, 수상한 책인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를 작성한 가상의 화자를 등장시켜 자신이 쓴 책을 '요아브 블룸'의 이름을 빌려 출판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요아브 블룸은 자신의 작품인 이 소설책에 등장해 벤에게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런 구성 덕분에 책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김과 동시에 '경험이 담긴 술'들에 관한 이야기로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사람의 경험을 사고 팔 수 있다면 어떤 경험을 거래할 수 있을까? 책에선 부유하고 직접 경험할 시간이 없는 고객들이 경험자들을 찾아 다양한 경험을 구매한다. 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후 공감능력 상실로 경험을 판매해왔던 스테판도 그런 고객을 두고 있었다. 스테판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위험한 경험을 판매하고, 벤 일행이 오래 전부터 전해져내려왔던 다양한 경험과 그 경험들을 하나로 압축해둔 칵테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뒤를 쫓는다.



이 책은 경험을 구매해 다른 성격으로 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소설이기도 하다.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라도 구매만 하면 당장 자신의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욕심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책 속엔 다양한 경험들이 거래된다. 그럼에도 그 경험들은 자신이 직접 부딪힌 일들이 아니기에 한계가 있으며,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를 얻는 것과도 같다. 술에 담긴 경험들은 철저한 판매용이기에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가 있을지까지 모두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경험이 담긴 술은 끝없는 탐욕의 목표물이 되기도 한다. 평생 경험할 수 없을 것들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


언뜻보면 철저히 오락성으로 움직이는 책 같지만, 생각보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경험으로 인한 변화를 직접 보여주면서도 경험을 사고 파는 것보다 직접 부딪히는 게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끝도 모를 경험에 잡아먹힐까봐 적당히 자제하는 사람도 있고, 다시 일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후자쪽에 속할 것 같지만, 책을 읽고난 뒤 이렇게 물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직접 경험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어쨌든 소설을 읽는동안 독특한 설정 덕분에 재밌게 볼 수 있었고, 주인공인 벤의 성격변화도 인상깊었다. 이외에 구성과 결말부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경험은 사람을 변화시키니까. - 134p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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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파괴할 힘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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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장벽이 상당한 책이다. 낯선 설정들이 넘쳐나고 배경은 어둡기 그지없는데다가 영화같은 일들이 연이어서 터진다. 소설의 장르는 미래 SF물에 초능력물. 때문인지 이야기의 스케일도 상당하다. 세계 각국의 초능력자들이 나오고 우주에 미사일을 날려보내며, 각 나라들은 달의 영역을 나눠 점령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소설 속 초능력자인 데비안트는 2020년대 한반도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기 시작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데비안트의 발현 원인은 방사능과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불안, 스트레스, 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이 능력 발현을 촉진시킨다. 대개는 정서불안이 심해지는 청소년기에 능력이 처음 발현하며 30세를 전후로 약해진다.(533p)


이런 가운데 소설은 데비안트 19살 소녀인 '신화경'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달에 있는 수면 캡슐에서 눈을 뜬 화경은 왜 달에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인공인 신화경은 슈퍼 데비안트 급으로 분류되는 강력한 텔레파스다. 타인의 생각을 읽고 타인과의 공명을 할 수 있는 능력자인 텔레파스지만 여전히 상황 이해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보니 달이었고, 누군가가 화경을 죽이려 하고 있으며 달에 함께 있는 사람들도 공격당하는 상황이다. 공격당하는 자는 모두 데비안트들로 상황파악이 안되긴 마찬가지. 오직 그들 모두가 데비안트들이고, 예카테린부르크라는 곳과 관련된 기억이 인위적으로 삭제되었다는 사실만 파악한다. 그 와중에 화경을 포함한 데비안트들은 그들 중 휴머노이드가 있다는 걸 알게되고, 휴머노이드를 통해 자신들을 공격하는 게 전 세계의 핵무기와 데비안트를 통제하는 UN산하 독립기구 IAEDA라는 사실을 전해듣는다.


한 자리에 모인 데비안트들의 위기상황에서 각 데비안트들의 이야기, 그리고 과거의 '신화경' 이야기, 화경이 몸담았던 단체 '혁민이들' 이야기, 그리고 다시 달로 돌아오는 대장정이었다.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이지만 한 번 붙잡으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진입장벽이 있어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했던 초반부를 지나고 나면 도대체 화경이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인지, 죽은 게 분명했던 유영이 왜 달에 있는 화경의 옆에 있는지, 데비안트의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했던 혁민이들의 끝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틈만나면 책을 읽어나갔다. 설정도 흥미로운 점이 많아 더 그랬다.


데비안트라고 불리는 능력자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다른 이명도 가진다. 심리상태와 생각에 영향을 끼치는 텔레파스, 공간을 이동시키는 점퍼, 흔히 염력이라고 부르는 힘을 사용하는 키네신스, 투시 능력자인 보이안트. 하지만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달랐기에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살아온 존재다. 특별관리대상이라며 아이들을 모아놓고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며 사회적 차별도 심하다. 시험, 취업에 제한을 받으며 차별적인 시선도 가득하다. 때문에 화경또한 능력이 발현되고 부모로부터 격리되어 차별을 받아왔으며 데비안트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던 어머니를 잃었다. 그 와중에 세상을 바꾸자며 손을 내민 유영은 화경 또한 바꿔놓고, 유영과 다른 데비안트들을 만나며 화경의 미래도 바뀌게 된다.


책은 투쟁의 역사와도 같았다. 소외된 이들에게도 힘을 나눠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을 이끌어가는 데비안트들은 능력이 아니었다면 사회적 약자이자 편견의 희생자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화경은 아버지가 없었고, 같이 활동하던 단원은 말이 서툴렀으며 다들 각자의 비밀을 안고있기도 했다. 때문에 한 사람씩 이야기를 진행할 때마다 데비안트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 공감해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인공들이 어리고 미숙한 느낌이 많이 났던 소설이다. 대부분 10대의 나이라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소설에 영웅담이나 과한 부담을 짊어지고 비범한 의지로 세상을 이겨내가는 주인공은 없다. 왜 하필 나였는지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가며 구르고 깨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덕분에 보는 내내 현실적인 답답함도 함께했다. 눈앞에 투쟁해서 쟁취해야 할 목표가 있음에도 그 목표까지 가는 길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기에 사람들은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며 마침내 분열한다. 때문에 그 누가 지도자였는지와는 상관없이 무너져내리는 과정이 안타깝고 애달프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 다정함이 있었던 주인공 화경은 텔레파스의 능력 때문에 모든 이의 절망을 공유하고 무너지는 와중에도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복잡해보일 수도 있는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갈등상황이 계속 벌어질 때는 지치는 감이 있었지만 영화를 보는 듯한 스케일과 묘사 덕분에 더 흥미진진했다. 인물들 간에 얽히는 이야기도 인상깊었고 마지막에 반전 격이었던 이야기도 놀라웠다. 그 밖에 중간중간 유튜브 형식을 빌려와 댓글을 보여줬던 점이나 파괴와 절망을 나타내는 편집된 페이지도 재밌어서 기억에 남았다.


혁명은 쿨하지도 핫하지도 않았다.

더럽고 지루한 일들의 반복일 뿐이었다.

책으로 배운 역사 속 대격변의 장막 뒤에서 어떤 복잡한 과정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금세 세상이 뒤집어질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단단히 뿌리내린 현실은 조금도 움직여주지 않았다. - 3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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