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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평점 :
기묘하면서도 어떤 한 면은 오싹하기도 하고, 어떤 한 면은 따뜻하기도 한 에피소드형 소설이었다. 외딴 길에서 길을 잃고 안개나 폭우같은 이상한 날씨를 피해야만 갈 수 있는 여관을 배경으로 한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이 여관에는 보는 사람을 모조리 홀릴만한 외모를 가진 '오너'와 삼색 프린트 무늬 원피스를 입은 통통한 프런트 직원, 오드아이에 솜씨가 좋은 요리사, 어린모습을 한 호텔 보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여관을 찾아오는 사람은 마음에 짐이 있거나 치를만한 업보가 있거나 혹은 털어놓을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우연히 길을 잃고, 궂은 날씨를 만나 여관을 발견하면 그것만으로도 안심한 손님들은 마음놓고 여관의 서비스를 받으며 저도 모르게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제목에 '고양이 여관'이라고 쓰여 있기 때문에 독자는 여관의 정체를 알고 시작한다. 처음 도입부에서 부모의 방치와 학대로 죽은 여자아이와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여관의 직원들이 고양이라는 직접적인 이야기는 곧바로 하지 않는다. 대신 제목과 내용으로 유추가 가능했던 셈인데, 나는 대체 왜 고양이들이 이러고 있는지 궁금했다. 스스로들은 수행이라곤 하지만 무슨 수행을 하길래 사람들을 꼬여 정기를 먹으며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이 의문은 책을 끝까지 읽고서야 풀 수 있었다.
소설이 기묘한 분위기를 낸 것은 여관의 직원들이 모두 고양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찾아오는 사람마다 다르게 '오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고양이에 관련된 이야기와 전설이 오너의 입을 통해 나올 때마다 이런 전설도 있었나라는 생각에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여관을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는 느낌도 들었다. 여관을 찾아왔던 사람들은 총 5명으로 각 사람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뜻하지 않게 여관쪽으로 들어와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오너를 만나고 그럼 한 번 머물러볼까?라는 생각을 한 뒤에 요리사인 팡구르의 음식을 먹는다. 이후 왠지 개운하지 않게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뜻하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지고 호수에서 미스터리한 꼬마 여자아이를 만나는 식이다.
성희롱이 난무하는 연예계에서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다가 업계를 떠났지만 매니저로 돌아와 다시 똑같은 일을 겪는 미사, 되는대로 살다가 임신한 여자친구 마저도 책임지기 싫어서 이리저리 도망치던 기요토, 열심히 노력했지만 나이많은 여자라는 이유로 치이다가 막다른 골목에 서게 된 유카코, 좋아서 시작한 미식축구 동아리활동이지만 주장의 부담과 함께 감독 선생님의 압박에 고통받는 겐토, 임신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받고 삶을 놓아버리려하는 소노코. 각자의 사연은 다양했지만 그들이 안고 있던 고통만은 고양이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몇몇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줬던 여자와 엄마 그리고 편견문제들에선 묵직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고양이는 영물이며 신묘한 동물이다라는 걸 소설을 통해 은근히 보여주는 것도 같았고, 고양이도 아는 세상의 이치를 사람들은 왜 모르는 걸까라는 질문들 던지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여관을 방문했던 손님들은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된다. 여관에 머무는 동안 불편하고 오싹한 경험이 있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리 나쁜 일로만 취급할 게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면 기묘한 경험을 잊어가는 것도 했고 말이다. 언젠가 고양이를 보면 다시 비슷한 기분을 떠올리게 될까. 고양이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함께 '달콤 살벌한 다크 판타지'라는 특유의 분위기가 인상깊었던 소설이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