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지식 : 세계사 한 장의 지식 시리즈
탯 우드.도러시 에일 지음, 정지현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장의 글과 그림으로 장대한 인류사를 압축한 신개념 세계사백과!

 

 

 

 

 

   한 장의 지식 <세계사>는 아르테에서 기획한 <철학>, <심리학>, <경제학>, <빅 아이디어>에 이르는 인문 지식 시리즈 중 하나이다. 선사시대부터 20세기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문화, 종교와 사상을 막론한 인류의 역사를 한 권으로 일목요연하게 압축하여 담아냈다. ‘한 장의 지식’ 이라는 부제답게 페이지 왼쪽에는 글을, 오른쪽에는 사진이나 그림으로 구성하여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나 인물만을 뽑아 바쁜 현대인들에게 핵심사를 전달하려는 기획 의도가 꽤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세계사의 흐름과 주요 계보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 호기심을 마구 자극한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한 가지 의구심이 든다. 방대한 세계사의 복잡한 이해관계 및 사건의 개요 등을 겨우 단 한 장으로 쉽게 풀어내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점이다. 다른 시리즈들은 개념적으로 접근하기에 비교적 용이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계사는 전후맥락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함께 논의해야만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독자들은 이 책이 백과사전식의 핵심 맥락만 간추려서 역사의 한 장면을 들여다본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상세한 설명을 첨부하기보다 사건이나 인물의 핵심 사안을 직설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보충 학습이 요구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 지 몰랐던 세계사 공부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파편화된 지식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여 더욱 깊이 있는 학습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념의 갈등, 분쟁의 씨앗 그리고 전쟁

 

 

   학창시절에 나는 교과서에 숱하게 나오는 각 나라의 주요 전쟁들을 우리가 왜 학습하고 다루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장의 지식 <세계사>에도 지역별로 발생된 각종 분쟁과 전쟁들이 비교적 많이 수록되어 있다. 백년전쟁, 장미전쟁, 30년 전쟁, 아편전쟁, 크림전쟁, 러일전쟁, 세계 1,2차 대전 등등 이 책을 읽다보면 역사란 이념의 갈등이 분쟁을 야기하고 이권 대립이 양산한 전쟁으로 인해 다시 쓰이는 과정의 연속인 듯하다. 무엇보다 하나의 전쟁은 수세기에 걸친 지난 역사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또 많은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를 달리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크림전쟁이 나이팅게일과 메리 시콜의 활약으로 현대 간호학이 발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바로 그러하다. 남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코사 전쟁의 경우, 소를 모두 제물로 바치면 코사족이 승리한다는 어린 선지자들의 예언에 의존하는 바람에 수차례에 걸친 전쟁과 재앙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전쟁의 뼈아픈 상처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었다. 책에는 우리의 6.25 전쟁도 언급한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들여다 본 우리의 전쟁은 코사 전쟁 보다 더욱 뼈아프다.

 

 

 

 

300만 명이 죽고(대부분 한국인) 분쟁의 씨앗이 된 38선과 비슷한 비무장지대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사건은 국제연합의 무능력을 보여 준 것 외에도 냉전 시대에 일어난 최초의 대리전이었다. / 358p

 

 

 

 

 

 

 

문명과 문화의 발달

 

 

 

   한 장의 지식 <세계사>는 나라와 나라간의 흥망성쇠뿐만 아니라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문명과 문화의 발달까지 폭넓게 다룬 인문교양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유명한 화석 가운데 하나인 루시와 원시인류에서부터 메소포타미아 문명, 철의 등장, 1572년 11월에 보인 새로운 별-신성, 화학에 대한 연구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 전신 기술의 발달 등의 흥미로운 주제들을 선별하여 다룬다. 이 외에도 흑사병, 에스파냐 독감, 리스본 지진과 같은 불가항력의 재앙도 함께 소개한다. 특히 리스본 지진 당시 화재 진압과 전염병을 막기 위해 바다에 사체를 집단 매장하였다는 글과 당시 처참한 상황을 그린 그림을 보면서 우리 인류가 써온 오랜 역사가 자연 앞에서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와 성찰을 가능케 한다.

 

 

 

 

리스본 지진이 계몽 시대 유럽에 끼친 영향은 상당했다. 막대한 인명 피해는 자기 성찰을 가져왔다. 볼테르는 이것이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인가’를 자문하는 『캉디드』를 썼다. 칸트는 철학 대신 지리학 연구로 잠깐 관심을 돌렸다. 리스본은 내진 설계된 건물들로 재건되었으나 막대한 손실과 비용이 들어 포르투갈의 제국주의 팽창은 막을 내렸다. / 208p

 

 

 

 

   이 외에도 ‘커피 하우스’ 라는 주제어를 통해 카페 문화의 시작과 풍경을 들여다본 것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오늘날 곳곳에 들어서 있는 수많은 카페처럼, 왕정복고 시대에도 약 3천여 곳이 운영되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아가 커피 하우스는 정보와 상업, 이견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프랑스의 계몽운동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카페 문화가 기여하는 바가 상당히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커피를 마시거나 커피 하우스를 만남의 장소로 사용하는 습관은 1475년경 콘스탄티노플에서 시작되었고 상인들을 통해 퍼졌다. (…중략…) 왕정복고 시대인 1660년대에 약 3천 곳이 운영되어 정보와 상업, 이견의 중심지가 되었다. 증권거래소, 경매 회사, 보험중개인은 커피 하우스에 기원을 둔다. 신문과 풍자 팸플릿, 정당정치, 잉글랜드 은행, 남해 포말 사건도 마찬가지다. / 184p

 

 

 

 

   새롭고 발전된 문명을 거듭하는 동안 인류의 역사는 늘 피와 상처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남겼으며 여전히 테러와 전쟁의 위협해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찬란하지만 슬프기도 했던 인류의 명과 암을 이 책 한 권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게 했다. 훗날 이 책의 뒷면에는 오늘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책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이렇듯 한 장의 지식 시리즈 <세계사> 편은 여러모로 소장 가치를 충분히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긴 호흡의 독서를 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분명 참신한 세계사 백과사전이 될 것 같다. 다른 4가지의 화두와 앞으로 더 출간될 다른 영역도 꼭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순함의 즐거움 단순함의 즐거움
프랜신 제이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 해답을 찾다!

소유하지 않고 즐기며 사는 미니멀리즘 실천법!

 

   당신의 공간에 만족하십니까?

   내가 살거나 몸담고 있는 공간을 눈으로 쭉 훑어보자. 화장대 서랍을 꽉꽉 채운 각종 샘플들, 먹다 남은 약봉지들, 취미 삼아 만들었던 프라모델들, 살을 빼면 입을 거라고 보관하고 있는 작은 사이즈의 옷들 등 당장 손이 가지 않아 먼지가 쌓이고, 유통기한이 지나 사용하지도 못하는데 처분되지 않고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있는 물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언젠가 사용할지도 모르니까, 선물로 받은 기념품이니까 등등의 이유로 차지하고 앉아 이제는 그곳에 있었는지 인식도 하지 못할 만큼 하나의 풍경이 되고 만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쓸모없는 물건들이 계속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동안 비좁다고, 물건을 들여놓을 공간이 없다고 툴툴거리며 너비가 넓은 집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았는가.

 

미니멀리즘의 미학

   <단순함의 즐거움>은 딱 필요한 물건만 갖추어 사는 단순함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한다는 ‘미니멀리즘’의 철학에 근거하여 쉽고 즐겁게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실천법을 소개한다. 누구보다 먼저 신상품을 선점하고,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는 ‘내려놓음’, ‘비움’과 같은 미덕들을 쉬이 실천하기가 어렵다.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와 같은 말은 알면서도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미스 미니멀리스트라 불리며 미국에 미니멀리즘 운동을 주도하는 저자는 일단 자신이 가진 물건을 비판적인 눈길로 검토해보라고 말한다. 반드시 그 물건을 지니고 있어야만 우리의 과거를 기념하고, 성취감을 높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가? 기억과 꿈, 야망은 물건과 같은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담겨 있다. 이제 비어 있는 것 때문에 없어진 것만을 생각하지 말고 그로 인해 생겨난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한마디로 당신에게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옷장, 차고, 일정표, 생각하고 놀고 창조하며 가족들과 즐겁게 지낼 공간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삶은 물건 사이의 공간이다.” 잡동사니가 너무 많으면 창의력이 짓눌리고 삶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거꾸로, 우리에게 공간이 많을수록 삶은 더욱 아름답고 조화로워진다. / 53p

 

 

미니멀리스트의 자세

   저자는 미니멀리스트의 마음가짐을 기르면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과 앞으로 우리 삶에 들어올 물건을 결정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한다. 일단, 정리정돈은 다이어트와 비슷해서 무작정 달려들어 내다 버리면 대개는 박탈감을 느끼고 폭식을 하게 되어 결국 처음과 같은 신세가 될 수 있으니 태도와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한 자세 정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이 곧 당신 자신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나만 물건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상대적 발탁감보다 관리, 수리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상기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항상 물건을 사기 전에 왜? 하고 질문하여 그 물건이 나의 삶을 더 편리하거나 아름답게 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문지기가 되어 방어하자. 때때로 자신이 가진 물건의 목록을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 접시, 포크, 셔츠, 신발 등 자질구레한 장신구를 하나도 빼놓지 말고 목록에 적는 것이다. 너무 어렵다면 방 하나, 혹은 서랍장을 적어보아도 되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에 혀를 내두르리라 장담한다. 그동안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저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진 것을 적다보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테니 말이다.

 

 

‘소유하지 않고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것은 미니멀리스트의 집을 꾸미는 핵심 비법 중 하나다. (…중략…) 미니멀리스트의 생활방식을 추구할 때에는 우리의 거주지 안에 외부 세계를 재창조하고 싶은 유혹을 반드시 떨쳐내야 한다. / 61p

 

 

미니멀 라이프가 즐거워지는 실천법

   미니멀리스트의 삶이란 우리가 가진 물건을 감독한다는 의미이다. 앞서 미니멀리스트의 사고방식을 길렀다면 다음 두 장에서는 잡동사니로부터 독립하고, 정리 정돈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각 방에서 잡동사니를 제거하는 법과 수납하는 법, 관리하는 법과 같이 실전에 사용가능한 공간별 정리 원칙까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읽다보니 어느새 내 손에는 빈 쓰레기봉투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책에서 언급한 기술들을 적용하여 실제로 화장대부터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버릴 것, 소중한 것, 넘겨줄 것으로 분류를 하고 버리지 않는다면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를 되물으며 다시 한 번 더 제거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다보니 화장품의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가만 보니 당장 쓰지도 않을 것을 언젠가는 쓰겠지 하는 마음으로 두었거나 막연히 욕심에 가지고 있었던 물건들도 상당했다. 옷장도 마찬가지였다. 여름옷과 겨울옷이 뒤섞여 있는 것을 제대로 분류하고, 입지 않을 것들을 헌옷수거함에 모두 넣고 나니 공간이 꽤 여유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마음도 홀가분해졌다. 미니멀리스트 생활의 가장 좋은 부분은 즉시 보상을 받는다는 점이라던 저자의 글이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표면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특히, 표면의 물리적인 특성을 다르게 상상해야 한다. 원래 표면은 흡인력이 강하다. 크고 평평해서 물건들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일단 물건이 표면에 자리를 잡으면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 동안 그곳에 늘어붙는 경향이 크다. 때로는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그곳에 있다는 사실조차 더 이상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물건은 그렇게 풍경의 일부가 된다. / 101p

 

 

세상을 이롭게 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철학

   마지막 장에서는 가족 모두가 단순한 삶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이것이 어느 개인만 아니라 인류의 공동체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소비자로서 내린 선택은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즉, 우리가 어리석은 물건 구입을 포기하거나, 이미 가지고 있던 물건으로 해결하거나, 구입하지 않고 친구에게 빌리기로 마음먹을 때마다 그 물건을 만들고 처분할 때 사용되는 자원이나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을 준다. 여기에서 미니멀리즘의 가장 큰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소비, 세상을 이롭게 미니멀리스트의 아름다운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일과 소비’의 순환에서 해방되어 대형 마트, 꼭 사야할 물건, 금융 수수료와 아무 관계가 없는 생활을 창조할 수 있다. 피땀 흘려 일하며 컨슈머로 살아가지 말고 ‘민슈머(minsumer)'가 되면 어떨까? 즉 우리에게 꼭 필요한 수준으로 소비를 최소화하고, 우리의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며, 우리의 소비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라는 말이다. / 301p

 

 

   언젠가부터 우리는 자신을 브랜드와 동일시하고 물질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지는 않았는지 이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를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구입하는 물건이 아니라 불필요한 허영심을 버리고 스스로의 만족에 주목하는 삶인 듯하다. 놓을 줄 알면, 더 행복한 삶이 열린다는 저자의 글처럼 나와 가족들이 보다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에서 편안히 살 수 있는 미래를 꿈꿔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생텍쥐페리를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시간들!

정여울 작가의 깊은 감수성과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이 만난 감성 에세이!

 

 

지상의 상상력을 넘어선 작가, 생텍쥐페리

 

  평생 비행 조종사로 하늘을 날며 하늘이라는 드넓은 여백을 상상력으로 채운 남자, 생텍쥐페리. 그의 이야기는 비행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하늘의 길을 택했던 그의 모험이 만들어낸 유산이다. 수많은 사물들이, 상념의 존재들이 사유의 틈을 내어주지 않을 때 오롯이 하늘과 별과, 산과 구름을 보며 지상의 상상력을 넘어선 이 위대한 작가는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글로써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길들이고 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어린 왕자>를 비롯하여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 <인간의 대지>, <전투 조종사> 등등의 작품을 통해 보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과 따스한 정서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물론 인간에게는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살아갈 닫힌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일상생활에 전혀 쓸모없을지라도 광활한 은하수와 바다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 성채 중에서 -

생텍쥐페리에게는 하늘이야말로 그런 ‘창조성의 여백’이었다. 마음껏 생각할 수 있는 공간. 이것이 쓸모 있을까, 사람들이 생각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런 식으로 ‘판단’하지 않는 진정 제멋대로인 상상의 공간. 그 텅 빈 하늘의 여백이 생텍쥐페리로 하여금 ‘지상의 상상력’을 넘어서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다. / 16p~17p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

 

  작가 정여울의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바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하나하나 특별한 눈으로 보고 마침내 스스로 별이 된 생텍쥐페리를 기억하며, 그의 작품 속에서 반짝이는 생의 아포리즘들을 기록하고 성찰한 감성에세이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겨울 때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지구를 들어 올리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때마다 그의 문장을 떠올린다. 쓰러진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는 그의 빛나는 문장들을 보며 자신의 삶과 나아가 우리들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글을 써내려간다. 이런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참 차분해지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든다. 더욱이 생텍쥐페리의 작품에서 미처 읽지 못한 메시지들을 해석하는 그녀의 남다른 응시와 사유가 작품을 읽는 시야를 넓혀준다. 중요한 것은 생텍쥐페리를 통해 소통하는 법,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에 대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데 있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고 했던 생텍쥐페리처럼 그녀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의 소통은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너와 다른 사람은 나를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를 풍요롭게 한다. 그 사람과 나의 만남으로 우리는 인간으로서 각자의 존재일 때보다 더 높은 무언가가 된다. - 전투 조종사 중에서 -

너와 나의 다름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지성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타락하지 않는다. (…중략…) 이런 깨달음은 주로 책을 읽을 때에 얻게 된다. 나에게 책은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는 내면의 극장이다. 책 속의 행간이 바로 영혼이 숨 쉬는 곳이다. 지은이와 대화할 수 있는 행간의 여백이 책 읽기의 눈부신 기쁨을 자아낸다. / 24p~25p

 

 

당신의 빛나는 생의 의지를 응원한다

 

  개인적으로 생텍쥐페리의 작품 중 완독한 것은 <어린 왕자> 뿐이지만,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반드시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이해가 가능하며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을 만나본 기분이 들게 한다. 그 중 <야간 비행>의 어느 문장이 참 인상적이다.

 

 

탁자에 팔꿈치를 괸 채 등잔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농부는 자기의 소망을 누군가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자기의 소망이 빛을 품고 하늘까지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등잔이 자기 집의 초라한 식탁만을 밝혀준다고 생각하지만, 절망하듯 비틀거리며 타오르는 그 불빛의 깜빡임을 누군가는 먼 곳에서 바라보며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 야간 비행 중에서-

당신이 너무 평범하다고 좌절하지 말라. 당신이 이룬 것이 너무 보잘것없다고 자책하지 말라. 당신의 평범함 뒤에 감춰진 가장 빛나는 생의 의지를 누군가는 반드시 알아볼 것이다. 내 가장 아름다운 불빛의 신호를 알아봐 주는 사람, 그를 찾아 끝없이 길을 떠나는 것이 인생이다. / 42p~43p

 

 

  <야간 비행>은 광막한 밤의 세계를 날며 홀로 싸우는 비행사들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무한으로 펼쳐진 하늘, 캄캄한 밤하늘을 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오랫동안 불빛 없는 하늘을 날다 우연히 눈에 늘어온 농가의 불빛을 바라본 순간, 비록 농부에게는 초라한 식탁을 비출 램프일지라도 조종사의 눈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빛의 신호만큼이나 아름다운 감동이었을 것이다. 그 빛은 조종사에게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생의 의지와 다름없다. 이에 대해 작가 정여울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단면을 바라본다. 나의 평범함 뒤에 감춰진 가장 빛나는 생의 의지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찾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그녀의 글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이렇듯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깊은 상념에 빠져 잠 못 이룰 때, 인생의 어느 지점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어 헤맬 때, 관계와 소유로부터 이기적인 마음을 가눌 수 없을 때 한 번씩 들추어보면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요즘처럼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생텍쥐페리의 작품을 읽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마음의 눈을 빌어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면 밸런스 - 모든 건강의 근원은 숙면에 있다!
한진규 지음 / 다산라이프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병의 근원은 잘못된 수면에 있다!

우리의 잠을 방해하는 것들로부터 숙면을 되찾게 하는 건강 도서!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밤을 새어 공부하는 학생과 야근 혹은 집에서까지 일에 매달리는 직원들을 칭찬하고, 정상적으로 자는 사람들을 오히려 게으르다고 여기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오죽하면 나는 자는 시간이 아까워 뭔가 하나라도 더 하고 자야 직성이 풀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주위의 많은 사람들 역시 일종의 강박처럼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토록 수면의 양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면의 질, 즉 수면 상태마저 장애를 겪고 있다면 분명 심각한 일이다. 입을 벌리고 자는 것, 엎드려서 자는 것, 코골이, 푹 잔 것 같은데도 낮에 계속 졸린다거나 꾸벅꾸벅 졸기 일쑤라면 명백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함께 생활하는 가족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스스로 문제점을 느낄 정도로 심각해보이지 않는 한 자신의 수면 상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숙면’이야 말로 모든 건강의 근원이며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고 몸이 찌뿌둥하면 우리는 혹시 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거나 비타민 부족을 생각해보곤 한다. 또는 집터에 수맥이 흘러 기(氣)의 흐름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겨서 몸이 피곤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더러 있다. 아무도, 심지어 의사조차 수면에 장애가 있다고 말하지 않고, 어떠한 사람도 자신에게 수면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수면장애’하면 밤에 잠을 못 자거나 자주 깨거나 하는 불면증을 떠올리지, 몸이 피곤한 증세만으로 수면장애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 66p

 

 

일반적으로 지능은 유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기억, 판단, 창조, 사고 등을 관장하는 대뇌의 신피질이 유전적으로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혀졌다. 즉, 똑똑한 머리도 후천적으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뇌 활동을 발달시키려면 그저 열심히 공부만 하는 책벌레가 될 게 아니라 규칙적인 식습관과 적절한 휴식, 수면과 운동 등의 생활 습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 100p

 

 

 

수면 밸런스가 필요한 이유

 

 

   <수면 밸러스>의 저자 한진규 원장은 아시아에서 10명 남짓 되는 미국 수면 전문의 자격을 국내 신경과 의사로는 처음으로 취득해 올바른 수면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국내 최고의 수면 분야 권위자다. 그는 수면이야 말로 인간의 거의 모든 신체 영역에 관여하고, 그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면은 하루 동안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뇌와 심장을 쉬게 하고, 피로 회복과 세포의 신진대사를 도우는 것은 물론, 면역력 강화, 생활리듬과 체온 조절, 기억 정리와 저장, 얼굴의 윤곽 형성, 성 기능 유지 등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여러 번 설명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이토록 우리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책임지고 있는 수면을 우리는 얼마나 충분하게, 좋은 질로 누리고 있을까? 이에 대해 책에서는 나의 수면 습관을 체크해보고 나에게 맞은 수면 패턴을 찾아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수면 밸런스를 깨뜨리는 다양한 요인들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수면 장애에는 코골이와 구강호흡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 인류는 코로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여기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저호흡(수면무호흡)을 유발하게 되는데 저호흡으로 잠을 자면 체내 산소량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해 숙면에 방해를 받게 된다. 특히 코골이가 심한 사람의 경우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산소 부족 현상이 저산소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폐동맥에 고혈압을 유발시켜 심장에 무리를 주는 것은 물론, 산소에 예민한 뇌세포들이 망가져 뇌 손상도 유발한다고 하니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듯하다. 대체로 중년의 남성에게 코골이가 자주 발견되는데, 본인 스스로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꼭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당부한다. 나아가 저자는 이에 대한 치료법으로는 상기도 양압 치료술을 이상적으로 언급하는데, 이는 수면 중 기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게끔 일정한 양의 공기를 주입함으로써 수면 중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시키는 치료 방법이라 하니 그저 단순한 코골이라 여기지 말고 자신의 상태를 꼭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문제는 코골이뿐만 아니라 잠을 잘 때 구강호흡 즉, 입을 벌려서 자는 자세도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밤에 입을 벌리고 잔다는 것은 호흡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이를 습관처럼 하게 되면 턱 근육을 지나치게 사용하게 되어 턱 성장에 이상을 가져오게 될 확률이 무척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어린아이의 얼굴을 10살 전후에 완성되므로, 만약 아이가 입을 벌리거나 심하게 코를 골고 잔다면 얼굴 틀이 형성되기 전에 치료해주어야 안면비대칭, 수면 무호흡을 예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아이의 경우, 성장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깊은 수면 단계를 방해받으면 발육과 성장을 더디게 만들고 면역 기능마저 떨어져 호흡기 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으며, 주의력 결핍까지 동반하니 보호자가 아이의 수면장애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대표적인 수면장애로 꼽는 것 중에 불면증도 빼놓을 수 없다. 대다수의 불면증 환자들은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불면증을 겪는 환자들을 상대로 인성 검사를 해본 결과, 이들에게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화를 발산하지 못하고 혼자 마음속에 담아 두고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즉, 오늘날 만병의 근원이라 꼽히는 스트레스가 숙면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여섯 가지 방법을 들어 생활 속에서 꼭 지킬 수 있도록 해보라고 권고한다.

 

 

 

각성호르몬을 자극하지 않는 여섯 자기 생활 수칙

① 잠이 올 때만 잠자리에 눕자

② 침대는 수면 이외의 목적으로는 이용하지 말자

③ 잠들기 힘들면 일어나서 침실 밖으로 나가자

④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세 번째 방법을 반복하자

⑤ 취침 시각이나 수면시간과 관계없이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자

⑥ 낮잠은 30분을 넘지 말자 / 89p

 

 

 

수면 밸런스 회복을 꿈꾸며

 

 

   책은 이 외에도 야경증, 몽유병, 이갈이, 자고 또 자도 졸리는 기면증 등 수면 밸런스가 깨졌을 때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과 그 치료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어긋난 수면 밸런스를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일단 자신의 생체리듬이 일반형인지, 저녁형인지, 아침형에 속하는지 파악하고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하기 보다 서서히 개선해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흔히들 잠이 오지 않으면 수면제를 복용하는데 안전하게 수면제를 처방받는 방법과 복용 요령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병원에 가지 않고서 건강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음식에서 답을 구하는데,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유용한 정보여서 나 또한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밤을 일찍 맞고, 낮에 충분한 햇빛을 온몸 가득 받으며 야간 운동을 금하고 무리하게 자려고 노력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자기 전에 미리 생각을 정리하고 침대에 들고, 반신욕이나 족욕을 통해 잠이 오기 쉬운 몸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방법 중에 하나가 수면일기인데, 매일 짧은 메모나 일기 형식의 글을 통해 자신의 수면 상태를 체크하거나 그날의 일과를 기록함으로써 고민과 생각을 떨쳐내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드는 방법을 권장한다.

 

 

수면센터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쓰고 있는 수면 일기는 취침과 기상 시간, 총 수면시간만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인데, 개인적으로 이것보다는 매일 오후나 저녁식사 후 그날 겪었던 일이나 걱정됐던 일을 부담 없이 간단한 메모나 일기 형식으로 쓰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날 걱정, 한 달 안에 해결된 걱정, 평생 걱정 등으로 나누어서 일기에 쓰고 자신의 마음속에 잇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기분으로 기록한다. 그러면 이후에는 쓸데없는 걱정이나 공상은 하지 않게 되어 과도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는 풀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192p

 

 

   끝으로 부록에 실려 있는 잠을 부르는 명상 CD가 근육 이완 및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고민이 있거나 잠들기 어려운 날엔 도움이 빌려봐야겠다. <수면 밸런스>는 오래 잔 것 같은데도 푹 잔 것 같지 않고, 몸도 편치 않았던 나의 수면 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던 유용한 책이었다. 특히 우리 아이의 수면 상태는 어떠한지 점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 더욱 의미 있었다. 아내로써 늘 잠이 부족한 남편의 수면 환경을 관리해줄 필요성도 느낄 수 있었기에, 이 책이 세대와 특정의 수면 장애자를 불문하고 꽤 유용한 건강 도서가 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 왕자 (역자 노트 + 프랑스어 원문 + 영역판 수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원작의 가치를 바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낸, 원작 그 이상의 감동!

순수한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모순된 어른들의 세계를 그린 영원한 고전동화!

 

 

 

  ‘모든 어른들은 처음에는 아이였습니다.’

  <어린 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는 책 서문에 레옹 베르트에게 바치는 헌사로 이와 같은 글을 썼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그것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마치 다른 별에서 지구를 찾아왔다 떠난 어린 왕자처럼, 모든 어른들은 제 속에서 아이였던 순간들을 지구 밖의 어떤 별에 떠나보낸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왕자는 세상 모든 어른들의 순수했던, 아이로 대표되는 지점을 상징하는 기호이자 어른의 세계로 진입은 했지만 여전히 어른 아이에 머물러있는 우리들이 붙잡고 싶은 동화이다. 돌아갈 수 없는 그때를 추억하는 동경이 아니라 순수한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본 모순된 어른들의 세계를 통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잊고 지냈던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지금에 와서 읽는 <어린 왕자>는 그러한 이유로 내게 있어 의미가 꽤 새로워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다시 읽는 <어린 왕자>’가 아니라 유년 시절에 읽었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읽지 못했던 이야기들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리 다가온 ‘새로 읽는 <어린 왕자>’가 되었다.

 

 

정교한 은유와 표현을 완성한 번역으로 새롭게 읽는 <어린 왕자>

 

  소행성 B612로부터 온 어린 왕자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또한 많은 번역본이 나왔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왕자>의 원문이 프랑스어란 사실을 안다거나, 번역본의 완성도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일부 책들은 번역자를 따로 두지 않거나,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역이 발생함에도 그것을 간과하고 출간하기도 한다니 작품의 본질을 제대로 담고 있는 것인지 미심쩍다.

  사실 <어린 왕자>는 그저 쉽게 읽히는 동화가 아니다. <어린 왕자>에는 마음의 눈으로 읽어야 하는 수많은 은유들이 존재한다. 은유는 곧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도 해서, 이 책을 읽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읽을 때에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역자 역시 ‘<어린 왕자>는 코드 읽기다’라고 언급하며 보이는 의미가 아닌 숨겨진 의미를 읽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는 곧, 작품 속에 담긴 의미의 코드를 읽기 위해서는 작가의 의도와 프랑스 원문에 담긴 특유의 뉘앙스를 잘 살려놓은 번역이 앞서야만 <어린 왕자>의 가치를 보다 깊게 느낄 수 있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런 점에 있어 이 책은 프랑스 원문과 영역판도 함께 수록했음은 물론 따로 역자노트를 마련해 다른 번역판의 오역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이해를 도우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사막의 모래알만큼 많은 <어린 왕자>이지만, 바르고 정확하게 쓰인 번역본을 통해 원전이 주는 감동과 울림을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어린 왕자> 속의 ‘나’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여섯 살 때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을 그린 적이 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 그림을 보고 ‘모자’라고 생각했고, 어느 누구 하나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이미 눈에 보이는 것들에 익숙해져버렸고, 그것에만 충실하게 살기에도 버겁기만 한 삶인 까닭이었다. 지금 나를 부둥켜안고 우는 나의 어린 아이를 보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이의 마음이 이토록 아픈 것인지 눈으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나의 답답한 심정은 단순히 어른의 입장이기 때문인 걸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본질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온전히 마음의 눈으로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안하지만… 내게 양 한 마리만 그려 주세요!”

  비행기 사고로 사하라사막에 불시착한 ‘나’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어린 왕자는 말한다. ‘나’는 병든 듯한 양, 뿔이 있는 숫양, 늙은 양을 그려주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어린 왕자가 원하는 양은 그런 게 아니었다. 결국 비행기를 수리해야 하는 일 때문에 되는대로 그려준 상자를 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어린 양을 발견한 어린 왕자는 마침내 환한 얼굴이 된다. 분명 ‘나’는 ‘코끼리를 소화시키는 보아뱀’을 그렸던 그 때를 잊고 있었던 까닭에 그 순간, 어렴풋한 깨달음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잃어버렸던 그 때, 그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는 분명히 보이는 어떤 소중한 가치의 중요성을.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운 친구에 관해 말할 때, 그들은 본질적인 문제에 관해선 결코 묻지 않는다. 그들은 결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어떠니? 좋아하는 게임은 뭐니? 나비를 수집하니?” 그들은 당신에게 묻는다. “몇 살이니? 형제가 몇이니? 몸무게가 어떻게 되니? 아버지 수입은 얼마나 되니?” 그러면 단지 그들은 그를 안다고 믿는 것이다. / 30p

 

 

떠난 후에야, 보이지 않게 된 후에야 알게 되는 것들

 

“친구로 지내자. 나는 혼자뿐이야.” 그가 말했다.

“나는 혼자뿐이야… 나는 혼자뿐이야… 나는 혼자뿐이야…….” 메아리가 대답했다.

‘이상한 별이네!’ 그는 생각했다. ‘전부 메마르고, 전부 날카롭고, 전부 어린애스러워. 그리고 사람들이 상상력이 부족해. 남의 말을 되풀이할 뿐이니. 나는 집에 꽃 한 송이를 가지고 있는데. 그녀는 언제나 먼저 말했는데…….’ / 96p

 

 

  기껏해야 두 개의 활화산과 하나의 휴화산, 단 한 송이의 장미꽃을 가진 작은 별에서 살고 있던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결코 돌아올 수 없으리라 생각하며 새로운 별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복종하기만을 원하는 왕과, 자신을 동경하기를 원하는 자부심이 강한 남자, 종일 술만 마시는 술꾼이나 별만 세고 있는 사업가와 같은 어른들만 만나게 될 뿐이다. 그나마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몰두하고 있는 가로등지기를 만나 희망을 얻지만 자신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은 그곳에 없었다. 이내 일곱 번째로 도착한 지구라는 별에서 높은 산을 오르게 된 어린 왕자는 메아리와 나누는 허무한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다. 내 별에는 비록 민감한 허영심을 지녔으나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장미가 있는데, 고작 네 개의 가시로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있을 텐데. 결국 나의 소중한 존재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인가 보다.

 

 

길들임에 대한 본질

 

  그런데 정원에서 오천 개의 장미꽃들을 본 뒤로 어린 왕자는 갑자기 자신이 몹시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의 꽃은 우주에서 자신이 유일하다고 말했고, 어린 왕자는 온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를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똑같은 것들이 오천 개나 있었던 것이다. 풀밭에 누워 우는 어린 왕자에게 때마침 여우가 나타난다. 이때 여우는 말한다. “너는 아직 내게 다른 십만 명의 어린 소년들과 똑같은 그냥 한 어린 소년에 불과한 거야. 그러나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가 필요할 거야. 너는 나에게 온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 되는 거지.” 라고 말이다. 여우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고, 관계를 중요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라는 것을. 상대를 향한 영원한 책임과 무한한 신뢰 속에서 완성된 관계야말로 인생에서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공허해…” 그는 계속했다. “누구도 너희를 위해 죽어주지 않을 거야. 물론, 보통의 행인들은 내 꽃이 너희들과 닮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내겐 혼자인 그녀가 너희들 전부보다 더 중요해. 왜냐하면 내가 물을 주었던 게 그녀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구를 덮어 준 것도 그녀이기 때문이고, 바람막이 뒤로 피신시킨 것도 그녀이기 때문이야, 애벌레를 죽인 것도 그녀이기 때문이고(나비가 되도록 두세 마리 남겨 둔 건 제외하고), 그녀가 불평할 때 또는 으스댈 때, 심지어 가끔 아무 말도 않을 때 들어 주었던 것도 그녀이기 때문이야. 왜냐하면 그녀가 내 장미이기 때문이지.” / 108p

 

 

  어린 왕자는 자신이 길들인 꽃이 고향별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별을 아름답게 추억한다. 내가 길들인 것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나의 인생과 함께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인생은 축복이었다. 나는 얼마나 그것들을 잊고 지냈던 것일까.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바라보고, 힘겨운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애써 지내는 동안 내 옆에서 숨쉬고, 나를 바라보는 것들에 눈길 한번 손길 한번 주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후회가 든다. 어린 왕자와 같은 마음으로 나의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간직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