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몽의 3회독 고등 영단어 (2016년) - 기적의 3회독 반복 학습법 쏠티북스 에몽 시리즈 (2016년)
박희성 외 지음 / 쏠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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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어학이든 그렇습니다만, 영어 역시 시작이자 끝이 단어 암기일 것입니다. 요령보다는 성실함과 꾸준함이 필요한 것이 단어 암기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런만큼 각자 애정이 가는 단어 교재가 한권씩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번 반복해서 봐야만 하니 잘 정리가 된 가독성 높은 책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 책은 암기의 기본은 반복이라는 점을 잘 짚어낸 책입니다. 일단 빠르게 볼 수 있도록 암기해야할 단어를 간략하게 제시합니다. 이렇게 1회독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2회독 째는 어구와 파생어를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확장된 형태로 제시되어 있고요. 마지막 3회독 째는 단어가 활용된 문장을 제시함으로써 단어의 용법을 익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총 3회독으로 진행하도록 구성된 것이죠.


 분량상으로는 일단 2000단어를 목표로 제시합니다. 이것을 60일 분량으로 나누어서 완성하도록 짜두었지요. 그리고 뒤에 필수 다의어 250단어, 필수 구동사 300단어 정도를 추가로 실어두었고요. 적은 분량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사실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가진 단어를 2000개 정도만 암기해두어도 충분히 확장해가면서 독해력을 늘리기에는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약간 아쉬운 점은 연습문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단어만 정리되어 있는 교재도,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 교재도 많고, 각각 장단이 있다고 봅니다만, 문제가 포함된 쪽이 보다 집중하여 암기를 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습하기에도 편리하고요. 아마도 문제가 실려있는 것만으로도 상호작용의 Mindset이 형성되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조금 더 두꺼워지더라도 다음 개정 때는 연습문제가 포함되길 희망해봅니다. 아니면 따로 연습문제를 보조 교재 형태로 내놓아도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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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파 수능 신경향 기출 영어영역 독해 실전 (고2~고3) (2016년) 셀파 수능 신경향 기출 (2016년)
신문섭 외 지음 / 천재교육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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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에서 연계의 비중이 높아지고 연계 교재의 질이 좋아지면서, 기출문제를 풀어볼 필요성이 조금씩 감소해왔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특히 영어의 경우, 연계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쓰다보니 연계교재의 지문을 암기하는 것이 중요해지다보니, 기출문제를 풀 시간을 아까워하게 되는 측면도 있고요. 그렇다곤 해도 모든 시험에서는 기출문제를 통한 유형파악이 필승 기술의 한가지로 꼽히는만큼, 여전히 근래 2,3년간의 기출문제는 풀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그것을 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때가 2학년 겨울방학 때가 아닌가 해요. 어느 정도 공부를 해온 학생이라면 고3 수준의 영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을테고, 아직 연계교재가 출간되지 않은 때이니만큼 시간적 여유도 있을테니 말이죠.


 현재 수험용 영어 교재의 형태 자체는 확립이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형편과 주제편으로 나누어져서 주제편의 경우는 단어 내지 표현을 익혀가는데 활용되곤 하죠. 유형편의 경우, 대표 유형의 문제가 하나 주어지고 그와 같은 패턴의 문제들을 풀어볼 수 있도록 제시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워낙 효과적인 방식안데다, 수년간의-특히나 강력한 우리나라의-수험의 물살에 갈고 닦여지면서 디테일까지 완성형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따라서 어찌보면 어떤 교재든 다 비슷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중요해지는 것은 디자인이나 구성을 통한 가독성의 정도, 그리고 해설의 정확함과 정교함 및 간결함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유형편의 형태로 만들어진 기출문제집입니다. 분량은 6주 완성의 구조로 만들어져 있고요. 최근 3년간의 수능과 평가원 기출문제가 실려있습니다. 적절한 분량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리고 각 유형마다 해당 유형의 문제가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기출되었는지 챕터 앞에 설명되어 있고요. 학생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각인해둘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일독하고 염두에 둘만한 내용임에는 틀림없겠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각 챕터마다 뒷부분에 오답률이 높았던 문제를 따로 실어두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다른 책에도 오답률이 대체로 표시가 됩니다만 이렇게 따로 묶어두면 나중에라도 다시 활용하기에 편리하니 말입니다. 다지인은 화려하지는 않습니다만 파스텔톤의 파란색을 주 색조로 활용하여 깔끔하게 만들어냈더군요. 집중하여 보는데 도움이 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답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여 끊어읽기 표식을 해두고 각 청크별로 직독직해가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보게되는, 한글로 완벽하게 번역되어 문장으로 완성시켜둔 해설은 오히려 영어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대부분 죽 읽으면서 내용만 기억하게 되지, 구조에까지는 신경을 쓰게 되지 않는 것이죠.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선택지 중에서 오답인 것이 왜 오답인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드네요. 지문은 어느 정도 이해했는데 막상 답은 못찾아내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지라 이런 식의 해설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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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신화 여행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토마스 불핀치 지음, 노태복 옮김, 강대진 해설 / 리베르스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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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 출판사의 기세가 좋네요. '~를 보다' 시리즈가 연이어 출간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에는 신화를 다루고 있군요.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본성이라고 합니다만, 그렇다면 모든 이야기의 원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신화에 대해서 인간이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애정을 갖고 즐겨 읽어왔습니다만, 불핀치 판을 접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그런데 직역본은 아닌 것 같고, 내용도 가감이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만 원본을 못봤으니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역시나 많은 도판들입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화야 워낙 서양화의 소재로 사랑받아 왔습니다만, 이 정도로 훌륭한 도판을 듬뿍 실어낸 책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그림은 그 자체로도 유려합니다만, 신화와 이어져 있으니 한번 더 즐거움을 주게 되는군요. 소소한 부분입니다만 그림의 소재가 되는 신의 이름이 글 속에서 다른 색깔로 표시되어 있다는 점도 맘에 드네요.


 이러한 소소한 부분부터 시작해서 가독성이 아주 높다는 것은 '~를 보다' 시리즈의 공통적인 장점이 아닌가 합니다. 예컨대 문체로 해요체를 택한 것은 신화가 이야기로 다가오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요, 헷갈릴 수 있는 신 내지 인물의 계보는 수형도로 만들어 이해하기 쉽게 해두었습니다. 제법 두께가 있습니다만 이런 장점 덕분에인지 술술 읽게 되더라고요.



 읽다보니 제가 잘 모르던 신화도 적지 않더라고요. 이제야 안 것입니다만, 애초 불핀치의 신화는 '신화의 시대'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이 책이 단순히 그리스 로마 신화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더군요. 이것은 불핀치가 이 책을 쓸 때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가져다 썼기 때문인데요, '변신 이야기'는 변신 이야기라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물론 근방의 모든 이야기를 수집해서 엮어낸 것이었던 것이죠. 예컨대 로미오와 줄리엣에 영감을 준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는 바빌론에서 유래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꼽아보자면 신화가 인용된 다양한 고전 문학의 문구를 다수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신화를 잘 알고 활용하는 것이 서양 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교양 능력이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더 그럴 테고요. 간략하게나마 신화와 문학의 연결고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꽤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토마스 무어는 험프리 데이비가 만든 탄광용 안정등을 소재로 '데이비의 안전등'이라는 재밌는 시를 썼는데요, 여기에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가 차용되고 있습니다. 안전등을 찬양(?)하면서 무려 피라모스와 티스베를 가로막고 있었던 벽을 가져다 쓰는 수사적 야단스러움은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습니다만, 다른 한편 서양인들의 문화에 신화가 얼마나 깊이까지 침투해있었던가 깨닫게 하기도 하는군요.


오, 저 램프의 금속망은

안전을 위해 철사로 엮은 커튼

데이비가 교묘하게 쳐 놓았네.

은밀히 타오르는 위험한 불길에!

그는 불꽃과 공기 사이에 벽을 두었네.

(젊은 티스베의 기쁨을 앗아간 벽처럼)

서로 볼 수는 있지만 입맞춤은 못하게

가련한 두 남녀를 갈라놓은 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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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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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튜 퀵의 작품을 소설로 만난 것이 이것이 처음이네요. 전작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영화로 유명했었고 저도 영화로는 보았습니다만 활자로는 접하지 못했거든요. 듣자하니 책은 좀 더 난해하고 독특하다고 하던데, 그런 작가의 작품이니 이 작품도 읽기에 수월하지는 않겠구나 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생각보다 상당히 빠르게 읽히더군요. 500쪽이 넘으니 얇은 소설은 아닌 셈인데 금세 페이지가 넘어가더라고요. 책의 초반부는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부담없이 읽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포샤라는 여인이 바람피는 남편을 죽이겠다고 벽장에 숨어서 스스로와 남편을 비웃는 독백을 쏟아내는 시작은 상당히 경쾌합니다. 다행히(?) 남편은 죽이지 않았습니다만 이혼을 결정하고 만취상태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 옆자리에 앉은 수녀에게 횡설수설 대는 장면, 호더인 어머니와의 재회 장면, 그리고 옛 친구와 그녀의 아들, 그리고 그녀의 오빠 척과 만나는 장면이 이어지죠. 그리고 마침내 고교시절 은사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 이야기를 전해듣고 그를 찾아가기로 결정하기까지가 첫 챕터입니다. 이 소설은 이렇게 포샤의 챕터로 시작하여 은사인 버논의 챕터, 버논의 어머니인 매브의 챕터, 그리고 척의 챕터를 거쳐 다시 포샤의 챕터로 마무리되는 구조입니다. 각 챕터가 해당 인물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므로 챕터별로 느낌이 많이 다른데요, 포샤는 문학적 재치가 있지만 메탈에 빠진 인물인데다 남편의 재력에 힘입어 사치스럽게 살아온 인물이기에 제가 앞서 언급했던 인상을 받게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서사구조가 의도적으로 보일 정도로 통속적이어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이제 생각해보면 이것은 독자를 착각하게 만듦으로써 후반부에 한방 먹이고자 했던 의도로 생각됩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는 메탈이 상당히 중요한 소재로 활용됩니다. 어떻게 봐도 미국인이 쓴 소설이다 싶게 미국적 소재들이 연이어졌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메탈이 특별한 것은 메탈의 양면성이 작가가 보는 인생의 양면성을 비추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챕터 2에 접어들면 불의의 사고 이후 칩거하고 있는 버논이 말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인생은 살만한 의미가 있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는 그는 자신의 개에게 알베르 카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을 정도지요. 그런 그가 치명적인 2연타를 얻어맞고 마침내 죽음을 택하려할 때, 포샤가 찾아와 그를 살려냅니다. 만약 이 책에 핵심적인 플롯이 있다면 포샤가 절망에 빠진 버논을 구원할 수 있겠는가일 것입니다. 포샤가 버논을 구하기 위해 하는 노력은 일반적인 소설에서라면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는데요, 이 지점에서 일단 작가가 한방을 먹입니다. 버논이 카뮈를 인용하여 던지는 부조리라는 말은 구원이라는 주제에도 적용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과 인간의 마음의 불가해한 부분은 구원이라는 것이 인간의 노력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 회의를 던져주는 것이죠. 이러한 회의는 자동적으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챕터 3의 매브는 수녀가 되기 위해 버논을 떠났고 그 이후로 둘 사이에는 큰 골이 져 있었습니다. 버논의 불행한 사고 이후 매브는 아들에게 끊임없이 화해의 편지를 보냈습니다만, 마음을 닫은 버논은 편지를 펴보지조차 않고 있었던 것이죠. 챕터는 이 편지들을 담아냅니다. 기적에 가까운 우연으로 매브와 포샤가 이어지고 이를 통해서 포샤는 버논을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포샤가 비행기에서 푸념을 늘어놓았던 수녀가 바로 매브였던 것입니다. 이것을 포함해서 이 챕터에서 표현되는 기적적인 일들은 저로써는 당혹스럽게만 느껴졌습니다. 현대 소설은 인과를 좋아하게 마련이죠. 저 역시 현대인이니만큼 인과를 벗어난 플롯에는 거부감을 느끼곤 합니다. 작가가 이적을 믿는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이적을 던져놓는 이 챕터의 의도는 챕터 4를 통해서 짐작해보게 되더군요.


 챕터 4를 이끌어가는 척은 포샤의 선배이고 버논의 제자입니다. 한때 마약중독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그는 재기 끝에 바텐더가 되고 초등학교의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는 중입니다. 버논을 구원하는데 실패한 포샤의 사랑을 구하면서 포샤가 '러브 메이 페일'을 쓰는 동안 곁을 지켜주지요. 사실 챕터 4는 혼돈의 도가니입니다. 최악의 인간으로 묘사되던 포샤의 남편은 포르노 감독을 접고 선교 활동을 떠나겠다고 합니다. 버논이 읽어주길 바라면서 그간의 일을 자전적으로 써낸 포샤의 소설 '러브 메이 페일'은 엄청난 악평을 받게 됩니다. 연이은 포샤의 좌절이지요. 그리고 척은 어쩌면 구할 수 있었을 자신의 여동생을 마약에 빼앗겨 버립니다. 이런 실패들은 인간이 타인은 커녕 자신도 구원할 수 없지 않은가, 부조리 속에서 운명을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이 구원을 확신하는 것은 하나의 오만이 아닌가 하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챕터 3의 이적들은 세계의 불가해성과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 아닐지요..


 이렇게 밑바닥까지 파고드는 끝에 던져지는 챕터 5의 구원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희망찬 결말입니다만 단순히 해피엔딩으로 보기에는 마음이 걸립니다. 사랑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가, 작가는 그것을 무조건 긍정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만으로 세상과 사람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하지요. 책의 제목도 그런 의미를 띄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런 불가해성 때문에, 당신의 행동이 구원으로 이어져 알 수 없는 곳에서부터 뒤늦게 찾아올 수도 있다고 하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챕터 5의 도입에서 인용되는 커트 보네커트의 말 '사랑은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공손함은 항상 승리할 것이다'는 작가에게 그렇게 이해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보게 되네요.


 포샤가 쓴 책의 제목이 '러브 메이 페일'인 것, 그리고 그 책의 받게 되는 악평과 그 책이 끌어내는 모호한 구원은 작가가 가장 강하게 시니시즘을 드러내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 책이 비평가들로부터 받는 악평의 내용을 보면 어쩌면 작가가' 독자들이여, 내가 이런 식으로 소설을 쓸 줄 알았겠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책이 포샤의 낭만적인 바램대로 구원을 가져오는 것은 다시 한번 '독자들이여, 그렇다고 내가 기계적인 절망을 읊을 리도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것 같고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면서도 어쩌면 작가는 대단히 냉철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 책을 보면서도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일단 책을 구해서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어지네요.


 아쉬웠던 점은 후반부에서 오히려 책의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전반부에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장황한 어조로 서술되던 이야기는 후반부에서 급격히 간결하게 서술되기 시작하는데요, 화자가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좋은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둥 떠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특히 버논이 완전히 사라진 챕터이기 때문에 포샤의 심리 흐름이 중요할 텐데 척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포샤도 이야기에서 소외되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마지막 결말에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도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모호하고 섬세한 결말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과정이 치열해야 독자가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간단히 툭 던져놓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술술 읽히는 소설이라고 해서 한번 읽고 올바른 길을 따라갔다고는 할 수 없겠죠. 또다른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놓쳤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번에는 작가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는 사람임을 알게 된 셈이니, 다른 작품을 통해서, 또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다른 길을 더듬어봐야겠네요. 


덧. 외국 영화가 원제를 발음 그대로 한국어로 옮겨 국내 개봉시에 제목으로 쓰는 것이 보편화된지도 꽤 오래 되었지요. 그런데 요새 책에서도 그런 경향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도 그렇겠지만 책은 더욱 더 제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작가의 의도에서 벗어나서 엉뚱한 한국어판 제목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꼭 원제 발음을 그대로 책의 제목으로 써야 야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러브 메이 페일'이라는 제목을 듣고 한국인이 어떤 첫인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차라리 'Love may fail'이라고 영어 그대로 썼으면 더욱 느낌이 왔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 '사랑은 실패할지도 모른다'라는 제목을 쓰지 않았는지 저로써는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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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머신
라이언 노스.매슈 버나도.데이비드 맬키 엮음, 변용란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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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언제 죽는지를 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또 의외로 자주 해볼만한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남은 날을 소중히 생각하며 충실히 살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쾌락을 즐기며 살 것 같기도 합니다. 흔한 발상이니만큼 소설에서도 자주 차용되긴 합니다만, 그것을 하나의 화두로 다듬어내어 던져주고 그것을 소재로 한 단편들을 묶어내어 책으로 내다니 참신하게 느껴지는군요. 


 사실 화두를 '내가 언제 죽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죽는지'로 한 것은 아주 적절해보입니다. 특히 그 '어떻게'라는 부분도 정확한 것이 아니라 두루뭉술한 것으로 설정해두고 있는데요, 이런 여지가 없었다면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합니다. 화두를 모호하게 했기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두께의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뒤집어 생각한다면 사람에게 있어서는 어떻게 죽느냐보다 언제 죽느냐가 인간에게는 더 폭력적인 지점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이야기는 죽음의 원인을 예지하는 기계가 도덕적으로 올바른가를 묻는 원론적인 지점에서부터, 모호한 예지로 인해 농락당하는 사람의 군상까지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그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과연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네 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그런데 아무래도 기고받은 작품을 모은 것이다보니 작품 간 낙차가 제법 큰 편이긴 합니다. 게다가 변수를 주었다고는 해도 하나의 화두가 끌어낼 수 있는 상상력의 풀이 고정되어 있다보니, 이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을만한 추진력이 나오지는 않는군요. 한마디로 대단히 재밌다 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이야기지요. 저같은 경우, 어느 정도 읽고 책장에 꽂아뒀다가 생각날 때 다시 꺼내어 중간을 펴서 눈에 띄는 것으로 하나 읽는 것을 반복하는 식으로 책을 마쳤는데요, 그런 방식이 가장 잘 맞는 단편집이 아닐까 해요.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이런 식의 사고 게임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복잡화된 현대 사회의 특성상, 예측에 대한 필요성은 높지만 정확성은 낮지요. 그것을 소설의 형식으로 활용한 사고게임으로 검증해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실용성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다각도로 생각해보는 과정을 더해주고 그 가능성들을 인식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보다 올바른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지금 사회는 이것을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안보려고 하는 쪽에 가까울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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