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머신
라이언 노스.매슈 버나도.데이비드 맬키 엮음, 변용란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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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언제 죽는지를 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또 의외로 자주 해볼만한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남은 날을 소중히 생각하며 충실히 살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쾌락을 즐기며 살 것 같기도 합니다. 흔한 발상이니만큼 소설에서도 자주 차용되긴 합니다만, 그것을 하나의 화두로 다듬어내어 던져주고 그것을 소재로 한 단편들을 묶어내어 책으로 내다니 참신하게 느껴지는군요. 


 사실 화두를 '내가 언제 죽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죽는지'로 한 것은 아주 적절해보입니다. 특히 그 '어떻게'라는 부분도 정확한 것이 아니라 두루뭉술한 것으로 설정해두고 있는데요, 이런 여지가 없었다면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합니다. 화두를 모호하게 했기에 이렇게 무시무시한(!) 두께의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뒤집어 생각한다면 사람에게 있어서는 어떻게 죽느냐보다 언제 죽느냐가 인간에게는 더 폭력적인 지점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이야기는 죽음의 원인을 예지하는 기계가 도덕적으로 올바른가를 묻는 원론적인 지점에서부터, 모호한 예지로 인해 농락당하는 사람의 군상까지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그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과연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네 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그런데 아무래도 기고받은 작품을 모은 것이다보니 작품 간 낙차가 제법 큰 편이긴 합니다. 게다가 변수를 주었다고는 해도 하나의 화두가 끌어낼 수 있는 상상력의 풀이 고정되어 있다보니, 이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을만한 추진력이 나오지는 않는군요. 한마디로 대단히 재밌다 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이야기지요. 저같은 경우, 어느 정도 읽고 책장에 꽂아뒀다가 생각날 때 다시 꺼내어 중간을 펴서 눈에 띄는 것으로 하나 읽는 것을 반복하는 식으로 책을 마쳤는데요, 그런 방식이 가장 잘 맞는 단편집이 아닐까 해요.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이런 식의 사고 게임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복잡화된 현대 사회의 특성상, 예측에 대한 필요성은 높지만 정확성은 낮지요. 그것을 소설의 형식으로 활용한 사고게임으로 검증해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실용성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다각도로 생각해보는 과정을 더해주고 그 가능성들을 인식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보다 올바른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지금 사회는 이것을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안보려고 하는 쪽에 가까울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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