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하라 - 직장에서 살아남는 사악한 666 법칙
니콜라스 D. 사탄 지음, 장병걸 옮김 / 리베르 / 2012년 12월
절판



처음 저자의 이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음?'하고 소리를 냈었습니다. 니콜라스 D. '사탄'이라니, 책의 제목과 싱크로율이 너무 높지 않나요? 번역서의 경우 항상 원제를 살펴보는 저는 원제를 보고서도 '음?'하고 소리를 냈습니다. 'How to win fiends and influence people'이라니, friend라는 단어를 'fiend'로 바꾼 기색이 역력했거든요. 역자 후기를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만, 데일 카네기의 유명한 책 '인간관계론'의 제목으로 장난을 친 것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책장을 펼치자마자 왠 수료증이? 소위 'seven sin'가 주루룩 적혀있는 '사탄코프' 발행 수료증은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지만 이 책은 이런 '사악한' 장난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책입니다.



대부분의 자기개발서는 '미덕'을 키우고 보존하는 것에 대해서 논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악덕'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자기개발서도 간간히 나오고 있지요. 사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일테고요. 악덕과 미덕이라는 개념이 빈틈을 가지다보니 그런 빈틈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에 의해 이런 책들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사실 '행복'이 인생의 목표 중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현실은 늘 불완전하다보니, '악덕'이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사실은 과하게 많다는 점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정하고 살아갑니다. 다만 이런 악덕이 필연적으로 '사회'나 '역사'와는 충돌하게 마련인데 그러한 충돌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요. 악덕에 대한 책이 적은 것은 그러한 논리적 어려움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고 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어려움을 '장난기'와 '모호함'을 통해 피해갑니다. 화자를 사탄으로 설정하고 일곱 개의 악덕이 가지는 유용함을 하나씩 설파하는 한편, 그러한 악덕을 보여준 사람들을 은근슬쩍 조롱하고 있거든요. 앨런 그린스펀, 딕 체니 등 열심히 사탄의 가르침을 따르는 인물들을 함께 비웃다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추가되어야할 사람들이 있음을 떠올리게 되는군요.



사실 현실에서 악덕을 관철하다보면 미덕을 관철하며 사는 것보다 훨씬 고되게 살기 십상이지요. 악덕을 관철하는 것은 천재나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인지 저는 이 책이 진지하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처세술'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해둬야겠다는 팁 정도는 얻었습니다만, 쓸 일을 없었으면 좋겠구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개성이 통통 튀는 삽화와 편집 덕택에 뭔가 더 신나게 읽게 되는 책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자기개발서에 진저리가 났다면면 유쾌하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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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 2013-01-0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판사 리베르 입니다.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고 꼼꼼한 리뷰를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저희 책이 Starseeker 님께 유쾌하고 장난기 많은 책으로 즐거움을 드렸다면 다행이네요.
^ㅡ^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