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신화 여행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토마스 불핀치 지음, 노태복 옮김, 강대진 해설 / 리베르스쿨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베르 출판사의 기세가 좋네요. '~를 보다' 시리즈가 연이어 출간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에는 신화를 다루고 있군요.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본성이라고 합니다만, 그렇다면 모든 이야기의 원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신화에 대해서 인간이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애정을 갖고 즐겨 읽어왔습니다만, 불핀치 판을 접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그런데 직역본은 아닌 것 같고, 내용도 가감이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만 원본을 못봤으니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역시나 많은 도판들입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화야 워낙 서양화의 소재로 사랑받아 왔습니다만, 이 정도로 훌륭한 도판을 듬뿍 실어낸 책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그림은 그 자체로도 유려합니다만, 신화와 이어져 있으니 한번 더 즐거움을 주게 되는군요. 소소한 부분입니다만 그림의 소재가 되는 신의 이름이 글 속에서 다른 색깔로 표시되어 있다는 점도 맘에 드네요.


 이러한 소소한 부분부터 시작해서 가독성이 아주 높다는 것은 '~를 보다' 시리즈의 공통적인 장점이 아닌가 합니다. 예컨대 문체로 해요체를 택한 것은 신화가 이야기로 다가오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요, 헷갈릴 수 있는 신 내지 인물의 계보는 수형도로 만들어 이해하기 쉽게 해두었습니다. 제법 두께가 있습니다만 이런 장점 덕분에인지 술술 읽게 되더라고요.



 읽다보니 제가 잘 모르던 신화도 적지 않더라고요. 이제야 안 것입니다만, 애초 불핀치의 신화는 '신화의 시대'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이 책이 단순히 그리스 로마 신화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더군요. 이것은 불핀치가 이 책을 쓸 때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가져다 썼기 때문인데요, '변신 이야기'는 변신 이야기라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물론 근방의 모든 이야기를 수집해서 엮어낸 것이었던 것이죠. 예컨대 로미오와 줄리엣에 영감을 준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는 바빌론에서 유래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꼽아보자면 신화가 인용된 다양한 고전 문학의 문구를 다수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신화를 잘 알고 활용하는 것이 서양 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교양 능력이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더 그럴 테고요. 간략하게나마 신화와 문학의 연결고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꽤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토마스 무어는 험프리 데이비가 만든 탄광용 안정등을 소재로 '데이비의 안전등'이라는 재밌는 시를 썼는데요, 여기에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가 차용되고 있습니다. 안전등을 찬양(?)하면서 무려 피라모스와 티스베를 가로막고 있었던 벽을 가져다 쓰는 수사적 야단스러움은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습니다만, 다른 한편 서양인들의 문화에 신화가 얼마나 깊이까지 침투해있었던가 깨닫게 하기도 하는군요.


오, 저 램프의 금속망은

안전을 위해 철사로 엮은 커튼

데이비가 교묘하게 쳐 놓았네.

은밀히 타오르는 위험한 불길에!

그는 불꽃과 공기 사이에 벽을 두었네.

(젊은 티스베의 기쁨을 앗아간 벽처럼)

서로 볼 수는 있지만 입맞춤은 못하게

가련한 두 남녀를 갈라놓은 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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