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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캐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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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소설을 받았을 때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예전에 읽었던 <미국의 비극>을 잘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낡았을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다. 이런 선입견은 고전이라고 부르는 작품을 읽을 때 늘 생긴다. 그러다 이 선입견이 깨어지는 순간이 있다. 이때는 그 몰입감이나 재미가 더 뛰어나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것은 바로 이 소설이 그런 작품이기 때문이다. 처음 캐리가 시카고에 오면서 바람둥이 드루에를 만나고, 언니네 집에 머물고 힘겨운 노동자로 살면서 화려함에 유혹당할 때만 해도 진부한 소설이라는 선입견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욕망이 하나씩 드러날 때 강한 흡입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 시대 삶의 단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도입부만 보면 시골 소년 캐리가 드루에를 만나 몸을 망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갈 것처럼 보였다. 화려한 시카고에 비해 그녀의 언니 부부가 사는 모습은 힘겨움 그 자체고, 순박한 소녀는 그 화려함에 자연스럽게 이끌린다. 그녀의 등장이 언니 부부에게는 부담인 동시에 생활비의 보탬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 보탬은 그녀가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낼 때 가능하다. 힘겹게 구한 열악한 일은 감기 때문에 날아가고, 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태로 전락한다. 이때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남자가 등장한다. 드루에다. 그의 유혹은 가난한 삶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녀의 욕망과 맞아 떨어진다. 언니 몰래 나와 드루에와 살게 된다. 이때까지도 처음 생각에서 그렇게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청교도적 도덕주의가 있던 그 시절 그녀가 바란 것은 드루에와의 결혼이다. 하지만 드루에는 이것을 자꾸 뒤로 미룬다. 이때 새롭게 등장하는 남자가 있다. 술집 지배인 허스트우드다. 좋은 매너와 통찰력과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춘 그는 캐리가 이전에 만나보지 못한 남자다. 매혹된다. 드루에가 이 만남을 주선할 때만 해도 그냥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뒤로 미룬 결혼과 자신의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낀 허스트우드의 감정이 결합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드루에가 자주 떠난 출장도 한몫한다. 이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캐리가 바라는 것은 허스트우드와의 결혼이다. 유부남인 그가 이혼을 하지 않은 이상 이것은 불가능하다. 욕망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일을 벌인다.

 

예쁘지만 어떻게 보면 수많은 미인 중 한 명일 뿐인 캐리다. 하지만 그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생긴다. 그 무대는 아마추어 연극이다. 이 빛은 환하게 빛난다. 두 남자가 더욱 매혹당한다. 드루에보다 허스트우드가 더 심하다. 캐리와의 연애 동안 그는 집안일을 등한시 했고, 그 댓가를 치른다. 아내의 명의로 된 그의 재산과 이혼 소송은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다 우연히 열린 금고를 본다.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이 오가며 갈등한다. 불안한 심리와 캐리에 대한 열망이 결합하여 실수를 한다. 이 실수는 하나의 핑계가 된다. 돈을 훔치고, 캐리에게 드루에가 다쳤다는 거짓말을 하며 함께 캐나다로 달아나려고 한다. 멋진 성공이 펼쳐질 것 같지만 그를 뒤쫓는 탐정이 있다. 우발적인 행동과 치밀하지 못한 계획은 금방 산산조각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캐리가 바라는 것은 한 남자의 아내다. 그가 도망친 것도 몰랐고, 그의 아내가 된 것을 기뻐할 뿐이다. 쫓기듯 뉴욕에 온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안정된 생활이 아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 기반이었던 술집이 문을 닫고, 새로운 사업을 하기에 자본금이 부족한 상태에 이러자 조금 모아놓았던 돈을 까먹으면서 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 바로 이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허스트우드가 한 단계씩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노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과도한 소비로 인한 것도 아니다. 집세가 더 싼 곳으로 갔다고 해도 이 과정이 조금 더 길어졌을 뿐이다. 캐리를 매혹시켰던 빛이 하나씩 꺼지고 실업자가 된 그가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주변의 수많은 정리해고자들이 겹쳐보였다.

 

반면에 생계를 위해 일을 찾아나선 캐리는 점점 더 성공한다. 이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허스트우드와 함께 하기에는 그 단계들이 많고 돈도 부족하다. 빛을 잃은 허스트우드를 돌봐주는 것보다 자신의 치장이 더 우선이다. 그를 떠난 그녀에게 행운도 생긴다. 우연은 그녀 속에 있던 빛을 발견하고 더욱 빛나게 한다. 성공은 점점 더 자란다. 그녀가 처음 시카고에 왔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주급을 받는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살 정도로 돈이 생기고, 여유 돈은 저축한다. 책을 읽는 내내 왜 허스트우드는 은행에 저축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여유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남자의 몰락과 한 여자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기만 했다면 고전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는 그 시대의 부조리한 단면과 인간의 욕망을 잘 엮어 지금도 충분히 공감하게 만들었다. 이 시대의 열악한 공장 환경을 보면서 후진국의 노동자들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보였다. 멋진 작품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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