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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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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63편의 단편 소설이 실린 책이다. 모파상의 단편을 어릴 때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처럼 많은 단편을 읽은 것은 처음이다. <목걸이> 같은 작품이야 너무 유명해서 다시 읽으면서 읽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른 단편들은 상당히 낯설었다. 분명 다른 단편집에서 읽었을 텐데. 하지만 그때와 분명히 다른 느낌을 이번 책에서 받았다. 그것은 왜 모파상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문장과 구성과 캐릭터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보통의 단편집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것을 알려주었다. 거의 800쪽에 달하는 분량임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집중해서 읽었다.

 

63편 중에서 가장 먼저 나왔고 첫 작품인 <비곗덩어리>은 모파상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꿔놓았다. 물론 이 인식은 <목걸이> 같은 단편에서 비롯한 것이다. 어떤 편역자는 공포라는 장르로 모파상의 소설을 묶어 내놓기도 했지만 이 작품은 그 시대의 삶을 잘 보여주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그 시대 상류계급의 오만과 허식과 위선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비곗덩어리로 불리는 창녀의 희생을 강요하는 그들의 위선은 역겹기 그지없었다. 이 장면은 이후 수많은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가장 놀란 것은 성적인 은유와 표현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직설적이다. 불륜이 일상적인 현실 속에서 사랑이 꽃피는데 작가는 이 결말을 다양하게 마무리한다. 어느 이야기에서는 비극으로, 어딘가에서는 코믹하게. 누군가는 그 사랑으로 삶을 마감하고, 다른 누군가는 들통 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의 시각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이 많고,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도 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이 반응은 그 시대 그 사회 분위기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씁쓸했다. 우리의 현재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프로이센과의 전쟁을 다룬 이야기에서 적군들과 잘 지내다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들은 소바주 아주머니가 보여준 행동은 다른 이야기 속 노인과 겹쳐지면서 섬뜩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농부들은 애국심에서 나온 증오 같은 것은 별로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지배계급의 전유물이다.”(515)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들의 죽음이 적군을 집에 몰아넣고 불태워 죽이는 행동으로 변해버린다. 이때 복수는 무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라는 단순한 복수일까? 이 네 명의 적군들의 주소를 받은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복수일까 아니면 제대로 된 소식을 전하기 위한 어머니의 마음일까? 복수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피의 고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단편집의 특징 중 하나는 이야기의 시작과 실제 주인공이 다르다는 것이다. 모임이나 만남 속에서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이때 들려주는 이야기는 공포나 사랑이나 기이한 일 등이다. 이 방식을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 길지 않는 이야기다 보니 핵심만 간략하게 나오는데 순간적으로 완결된 이야기라 집중하기 좋았다. 얼마 전에 읽은 미국 단편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과 다른 모습이다. 내가 아직 현대 거장들의 단편을 읽을 내공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인지.

 

사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읽다 보니 지금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강한 인상을 준 단편 몇 편만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그런데 이 단편들이 또 다른 단편을 연상시킨다. 책을 뒤적이면 더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 시대 사람들의 위선과 해학과 공포와 사랑 등이 복잡하게 엮인다. 순간적으로 이 단편들을 각각의 이야기로 구분해서 분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작업이 작위적이고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파상을 잘 모르는 독자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괜히 이전에 읽은 모파상 편역 단편집이 떠올라 덧붙여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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