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리의 뼈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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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기억을 잃어버리게 한다.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지워진다고 한다. 그렇게 점차 나의 최근 시간들이 지워지면서 과거의 내가 남는다. 과거의 나는 행복했을 수도 있고 불행하고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때이후 살아내 내 삶들이 사라지고 그때 그 순간이 남는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될까?

영화나 소설에서 치매에 대한 여러가지 상황들을 보여주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소설가 명자는 치매를 앓고 앓고 있다. 기억은 지워지고 있지만 가끔 제정신이 돌아올 때가 있다. 아직 못다 쓴 소설에 대해 고민하고 대신 써주는 딸을 닥달하고 본인만 이해하는 문장들을 남겨놓는다. 따르 해환은 엄마의 암호같은 문장들, 단어들을 조합하며 머리를 쥐어짜내고 소설을 엮어내고 있다.

소설을 쓴다고 표현하지 않고 엮어낸다고 한 건, 일단 그 소설 전체의 플롯은 명자의 머리에서 나왔고 그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암호같은 문장들을 독해하고 파악해서 전체의 흐름에 맞게 구성해야 하는 것이 해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고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아닌  그 사람은 누구일까? 명자는 누구일까?

그 명자에게 끝까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그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쌈리에서 나온 아이의 뼈와 , 동주라는 이름, 그리고 해환이라고 동주의 아명을 붙여준 딸, 

암호같은 조각들을 붙들고 해환은 소설을 이어가고 엄마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있던 쌈리, 지금은 무너지고 조금씩 소멸되어가는 쌈리에서  미용실 언니를 만나고 붕어빵 할머니를 만나면서 소설의 조각들은 이어진다.

해환은 여러 버전으로 소설을 써나갔다.

처음 소설은 그냥 살인미가 여러건의 살인을 하다가 회개한다는 단순한 플롯이었다가 그 살인마가 연쇄살인마가 되었다가 사실은 피해자라고 생각한 내 엄마가 살인자였다고 했다가, 내가 살인자와 엄마 사이에 태어난 자식이라고 했다가, 그 자식이 죽어 몰래 땅에 묻었다고 했다. 사실 친모가 아니라는 것까지  암호를 찾아 그리고 해환이 보고 들은 것들을 조합하며 계속 이어지는데 그 소설이 아니러니하게 진실에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다.


말할 수 없었던 비밀, 드러날까 두려워했던 그것이 재개발로 뼈가 발견되면서 그렇게 조금씩 세상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이야기 속에는 가정폭력이 있었고 성매매 여성들의 불안과 막막함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욕심과 이기심도 있었다.

누구나 한가지씩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 비밀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핫핑크 신사나 미나 , 명자와 동주 역시 비밀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하는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결국 조금씩 흘러나온 그 이야기의 조각을 모아서 해환은 소설을 완성하지만 그 이야기는 영원히 세상에 내놓지 않기로 했다.

들었지만 그냥 내가 묵히기로 한다. 두 사람의 엄마를 위해서 


순간순간 해환의 나이가 40대인가 싶은 순간이 있었고 상모가 그렇게 어이없이 죽어야 했나 라는 마음이 있고

명자가 그런 느닷없는 행동을 해야했나 싶은 부분이 있어 추리미스테리물로는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지만

그 상황에서 명자나 동주, 미나, 해환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은 결코 작거나 쉬운 것들이 아니어서   비밀과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그 이야기가 나에게로 흘러와서 다시 구성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

비밀을 털어놓고 보면 그 어마어마했던 것이 어쩌면 하찮아보이고 별 거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있어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는 걸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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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로컬은 재미있다
조영주 지음 / 빚은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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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사실과 진실은 다른 얼굴이다. 치매라는 이유로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붙잡아야할 진실은? 동주와명자는관계속 피해자일까 공모한 가해자일까?진실은 꼭 밝혀야하지만 아프다.마지막장에서 다시 맨앞으로 돌아가야한다. 제대로 알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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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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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립기관

 

누군가를 위해 우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니다.

고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조금이라도 오래 그 사람을 기억해 주는 것뿐이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독립기관: 본인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타울적인 작용기관

우리 인생을 저 노은 곳으로 끌어올리고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마음을 뒤흔들고 아름다운 환상을 보여주고 때로는 죽음까지 몰아붙이는 그런 기관의 개입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분명 몹시 퉁명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혹은 단순한 기교의 나열로 끝나 버릴 것이다.

 

2. 예스터데이

우리는 누구나 끊없이 길을 돌아가고 있다.

스무살이던 시절을 돌아보면 떠오르는 것은 내가 외롭고 한없이 고독했다는 느낌뿐이다. 나에게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연인도 없었고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친구도 없었다. 하루하루 뭘 해야 좋을지도 알지 못했고 마음속에 그리는 장래의 비전도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내 안에 깊이 틀어박혀 있었다.일주일 동안 거의 아무와도 말을 나누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런 생활이 일년 쯤 이어졌다. 긴 일 년이었다. 그런 시기가 혹독한 겨울이 되어 나라는 인간의 내면에 귀중한 나이테를 남겼을지 그것까지 나는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근사하게 들리는 충고를 하고 있어보이는 말을 던지지만 그건 나의 내면과 다를 수 있다. 그냥 아무 것도 없어서 텅 빈 마음이어서 그런 말이 더 쉽게 나왔을 수도 있다.)

 

그 시절 매일밤 나도 둥근선창으로 얼음달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두께 이십센티에 단단히 얼어붙은 얼음달을

 

4. 기노

물론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고 한동안 제대로 뭔가를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지만 이윽고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에는 이런 날을 낮닥뜨리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래부터 아무런 성취도 아무런 생산도 없는 인생이다. 누구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했고 나자신을 행복하게 하지도 못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도데체 어떤 것인지 이제 기노는 이렇다 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고통이나 분노 실망 체념 그런 감각도 뭔가 또릿하게 와 닿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렇듯 깊이와 무게를 상실해버린 자신의 마음이 어딘가로 맥없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둘 장소를 마련하는 것 정도였다.

 

어디에선가는 현실과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된다. 나는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 된다.

 

기노는 그 방문이 자신이 무엇보다 원해왔던 것이며 동시에 무엇보다 두려워해왔던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 양의적이라는 건 결국 양극단 중간의 공동을 떠안는 일인 것이다. 상처받았지 조금은? 아내가 그에게 물었다.

나도 인간이니까 상처 받을 일에는 상처받아. 기노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반은 거짓말이다.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 고 기노는 인정했다. 진짜 아픔을 느껴야 할 때 나는 결정적인 감각을 억눌러버렸다. 통절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진실과 정면으로 맞서기를 회피하고 그 결과 이렇게 알맹이 없이 텅 빈 마음을 떠안게 되었다.

 

자신의 비좁은 세계로 도망쳐 그 안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아무것도 보지마. 아무것도 듣지마. 하지만 그 소리를 지워버릴 수는 없다. 설령 세상 끝까지 도망치고 양쪽 귀를 찰흙으로 막아버린다 해도 살아 있는 한 의식이 실날만큼이라도 남아있는 한 노크소리는 그를 쫒아 올 것이다.

그것은 그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람은 그런 소리로부터 완전히 도망칠 수 없다.

 

유리창너머로 무엇이 보일지는 대강 상상되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 상상은 되지 않았다. 상상한다는 두뇌활동 자체를 지워버려야 한다. 어쨌든 나는 그것을 내 눈으로 차마 볼 수 없다. 아무리 텅 비었을지라도 그것은 아직까지는 내 마음이다. 어렴푹하게나마 거기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있다.

몇가지 감정은 베어내면 필시 붉은 피를 흘리리라. 아직은 그 마음을 영문 모를 곳으로 떠나보내 헤매게 할 수는 없다.

 

그래 나는 상처받았다. 그것도 몹시 깊이 기노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어둡고 조용한 방안에서

그동안에도 비는 끊임없이, 싸늘하게 세상을 적셨다.

 

5. 드라이브 인 마이카

 

우리가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고 해도

 

 

책을 정리하면서 책속의 문장들을 모아둔다.

책의 내용이 아닌 문장들이 필요하거나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다시 읽은 하루키는 음....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가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걸 느낀다.

이 소설집 <여자없는 남자들>의 각 단편의 여러 부분을 모아서 근사한 영화를 만들었다.

여자 기사를 고용한 배우 (영화에서는 배우이자 연출가) 차안 테이프에서 나오는 바냐 아저씨의 대사들, 섹스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자,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흔적은 은밀하게 남겨놓은 소녀, 아내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고 그대로 집을 나온 남편, 그리고 아내 정사 대상과 나누는 이야기들

여기저기서 뽑은 장면들이 모여 꽤 좋은 이야기 한 편이 되었구나

 

여자없는 남자들이란 남자들의 세계 라는 땀냄새가 풍길 것 같은 존재가 아니라 여자가 있었다가 없게 된 남자들, 그러니까 남겨진 남자들 땀냄새보다는 향수냄새가 은근히 남아 있는 조금은 관리한 모습이 흐트러지기 시작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아예 없던 것보다 있다가 없는 것이 더 상실감과 외로움을 준다.

있을 때는 몰랐다가 부재하는 순간 느끼는 것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라는 걸 그들은 여자들이 없고서 비로소 알게 된다. 조금은 찌질하고 난감하고 귀찮은 남자들이다.

중년의 남자들이 나오는 (드라이브 인 마이카 영화에 차용된) 이야기들은 그냥 하루키의 세계구나 하는 걸 느낀다.

다시 읽었을 때 남는 건 젊은 청년의 이야기인 예스터데이다.

이 역시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친구를 잘 알지 못했음을 느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둘 사이의 어떤 여자에 대한 선망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하나의 성장소설처럼도 보였다.

화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 잘 지내고 있다. 외형상 좋은 대학을 갔고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가족이 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회성도 좋지만 사실 그렇게 보여진 모습과 달리 혼자 빈 시간을 계속 견디고 있었다는 말미의 묘사들이 좋았다.

사실 젊음이 싱그럽고 찬란하다는 건 그 시간을 지난 사람들의 후일담일 뿐이다.

그 시간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이 견디는 시간일 수 있다.

무엇도 되지 못한. 그러나 무엇이 되기를 기대하며 바라보는 시선들에 둘러싸인,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즐겨야 한다. 외향적이어야 한다. 도전해야 한다. 등등등

그런 말들을 기성세대는 아무 생각없이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하나하나가 다 부담일게다.

화자는 자신의 친구를 보면서 툭툭 던지는 말들, 말하지 못하고 에두르는 표현들에서 친구를 한심하게 보기도 하지만 자신 역시 한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나중에 어른이 되어 고백한다. 그때 친구의 여자친구가 들려준 얼음달의 꿈 이야기를 들으며 아주 작고 사소한 위로가 되었을까. 그렇게 화려하지만 허망한 달 반쯤은 물에 잠겨서 언젠가 녹아내려버릴 달., 그러나 매일 다시 그 달을 바라보는 꿈을 꾸는... 그 달이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기를

 

하루키의 남자들은 여자를 동경하고 숭배하지만 그 마음이 존중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아니 많이 씁쓸하다. 그냥 바라보는 대상일 뿐이다. 대상은 화려하고 멋질수록 좋은 법이니까

그냥 나와 같은 인간으로 함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 라거나 동료가 아닌 바라보고 숭배하고 감탄하는 존재로서 바라보고 그 부재를 슬퍼하고 후회하는 인간들이라....

읽긴 하지만 별루다.

책을 정리하기 전 다시 읽으니 정리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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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의 사라자드처럼 윤성희는 백일동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왕이 도파민 뿜뿜한 이야기를 원했다면 첫날 목이 달아날 수도 있겠지만 불명증으로 며칠 밤 잠들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면 오래오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재미가 없고 졸린다는 뜻이 아니다.

별일 아니지만 딧 이야기가 궁금한 이야기

듣지 않아도 그만일테지만 일단 귀를 기울이고 나면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윤성희는 줄줄 엮어낸다.

그건 그 이야기가 신기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 같아서일 것이다.

어라 나랑 비슷한 경험이 또 있다고? 우리 부모같은 사람이 또 있어? 내 삶을 몰래 엿본게 아니야? 라는 의심이 들 이야기들

그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는 건 익숙한 그 인물이 나와 다른 선택을 할까? 지금 나의 이 고민에 대한 답이 있으려나? 그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아닐까

결국 나와 다르지 않구나 싶은 허탈함 별거 아니어서 실망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안도감에 잠깐이라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족에 대해 허무개그처럼 어이없고 당연해서 짜증나지만 쉽게 잊히는 에피소드들이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이 줄줄 끝없이 흘러나온다.

사고치고 무책임한 부모 무심한 자식들 짜증나는 형제들

너무 닮아서 미워지는 순간에도 애써 미워하지 않기 위해 엉뚱한 핑계를 대거나 먼산을 바라보면서 모르쇠하는 순간들 때로는 모른 척 할 수조차 없어서 애써 꾹꾹 눌러놓은 마음까지 그냥 내 이야기들이 무심하게 이어진다.

심심하지만 문득 등골이 서늘한 이야기

같 나온 모두부처럼 따뜻하기도한 이야기들이 줄줄 이어지는 것이 윤성희의 매력이다.

도데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야?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두서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여기서 시작해서 저기서 느닷없이 끝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그냥 사는게 별거 아니구나 싶은 아랫배가 따뜻해 지는 묘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그럴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라는 조금은 허탈학고 조금은 해탈하는 마음이 드는 것

심심하고 슴슴하고 익숙한 집밥같은

너무 익숙하고 반복되어 물리지만 결국은 다시 찾게 되는 것

다 비슷하구나 생각하면서 책장을 덮지만 다시 신간을 클릭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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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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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가 많은 날들 그리고 찌질한 남자들

여자들은 조용히 움직인다.

 

작별선물

어린 시절 성추행이 있던 아버지, 모른 척 하는 어머니

위 형제들은 다들 집을 떠났고 장남 유진과 당신이 남았다.

형제들은 날이 되면 낙관주의를 안고 돌아오지만 낙관주의는 빠르게 시든다. 언니와 오빠들은 여기서 살던 추억을 떠올리다가도 아버지의 그림자가 바닥을 가로지르면 뻣뻣하게 굳었다. 집을 다시 떠나면 치유받을 것 같고 빨리 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되면 당신이 집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앉아서 여유있게 아침을 먹지 않은 건 시간이 촉박하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이상 여기에 남아 있을 마음이 없기도 했을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아버지와의 마지막 인사 역시 딸을 희롱하는 것뿐이다. 줄 듯 말 듯 주지않은 돈과 천박한 말들이 마지막으로 남는다. 엄마는 이제 자신을 대신할 딸이 없어 서운한 걸까 그동안 딸에게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다.

유진은 당신을 공항까지 배웅하면서 자신도 떠날 것이라고 한다. 유진도 땅을 포기하고 여기를 떠날 수 있을까. 당신에게 그랬듯이 아버지는 유진에게 땅을 두고 흥정하고 고삐를 쥐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이렇게 떠나지만 참았던 눈물을 공항 화장실에서 비로소 터지는 건 어떤 감정일까

이제 해냈다는 안도감 ,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나자신에게 느껴지는 비참함

그래도 용기를 냈고 아버지의 어린 송아지를 몰래 팔아 여비를 마련한 꼼꼼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단 저지르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미국이 천국은 아닐 것이다. 어떤 변수가 기다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여기가 아닌게 어딘가

그 마음에 용기를 주겠지만 씁쓸하다.

아버지 꼬라지라니..

 

2. 푸른 들판을 걷다.

사제는 한때 사랑했던 여자의 결혼식을 주관한다. 그리고 다들 잘 아는 마을 사람들과의 피로연에 참석하고 기도하고 그리고 돌아온다.

팔에 주근깨가 있던 여자와 남몰래 밀회를 생각한다. 결혼을 원하는 여자에게 사제로 남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 여자는 결혼을 오늘 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근엄한 사제모습이라기 보다 흔들리고 약하고 이기적인 모습이다.

익숙한 푸른 들판을 걷다가 중국인 집을 갔고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사지를 받는다. 쓰지 않은 근육이 꺽이고 풀리고 휘어지는 경험 뒤 개운하고 뜨거운 마음이 남는다.

아무리 걸어도 신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답은 자기가 찾아낼 뿐이다.

아무리 매달려보라지... 당신에게는 구원이 없다.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뭔가 찜찜하다.

 

 

3. 검은 말

여자가 떠났다. 이만하면 이 동네에서 보기 드문 괜찮은 여자였는데

그 여자가 떠났다. 그러나 미련한 남자는 돌아오리라 믿는다.

그 여자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잘 될거라 믿는다.

당신에게 내린 벌은 그냥 대책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절대 깨닫지 못할 것이다.

 

4. 삼림관리인의 딸

디건은 억울할 수 있다.

땅을 가졌고 그 땅을 완전한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은행과 나눠가지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다.

밤낮으로 땅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도시로 나가서 많은 돈을 써서 여자를 만났고 결혼을 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결혼하고 두 아들과 딸을 가졌다.

모두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딸이 너무나 영특해서 내 딸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냥 묻어두었다.

그러나 어느날 이야기를 잘 하는 아내 마사는 듣기 힘든 이야기를 마을사람에게 들려주었고 집에 불이 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믿을 것이다.

남자란 모름지기 일을 해서 재산을 늘이고 가족들을 굶지 않게 하고 원하는 걸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내는 집안을 잘 챙기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편의 성적 만족을 채워줘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원하지 않았고 눈을 감았을 때도 있었다.

주워온 개를 딸의 생일선물로 주었을 때 조금 깨름칙했지만 딸아이가 좋아하니 그냥 넘어갔다. 그건 죄가 아니다.

디건의 잘못은 너무 열심히 살았다. 누구도 원치 않은 노력을 너무 많이 했다.

스스로도 그걸 원했던 걸까. 지금이라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5. 물가 가까이

하버드에 다니는 아들은 그냥 행복한 생일을 원했다.

부자 의붓아빠의 돈자랑이나 그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비위를 맞추는 엄마의 비위를 맞추는 일을 원하지는 않았다.

비싼 식사와 비싼 리조트 그리고 핑크빛 케잌은 아니었다.

바다 수영이후 가장 깊이 가라앉고 가장 고통스러운 일 이후 느끼는 안도감

할머니는 그때 왜 바다에서 수영을 하지 않았을까. 한시간의 시간동안 무얼 했을까

간절했던 바다행에서 무얼 보았을까

야속하게 버리고 떠나는 할아버지를 기어이 잡아서 함께 돌아간 집에서 평생을 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절대 그 차를 타지 않았을거야. 거리의 여자가 되는게 차라리 나았을 거라라는 말

어쩌면 순간의 선택 그리고 그때의 마음이 삶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한다.

 

6. 굴복

뻣대다가 여자에게 이별을 통고받고 그래도 가오가 있지 ... 라는 마음으로 아랫사람을 마음대로 희롱하다가

혼자 오랜지 24개를 먹은 남자

뭐라고 해야할지 참 난감하다.

 

7퀴큰 나무 숲의 밤

마거릿의 선택을 존중한다.

누구나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있다. 다만 모두 다를 뿐이다.

 

왜 작가는 이렇게 찌질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썼을까

그런 남자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까

지구 반대편을 돌아 여기 남자와 다르지 않은 남자들이 거기에도 있었다.

고통은 늘 비명을 지르며 오는 것이 아니다.

그냥 고요한 상황에서 슬며시, 어쩌면 우리가 고통이라고 여기지 않을 정도의 강도로 조용히 자주, 그래서 익숙해져버린 슬픈 상황들

고통은 그렇게 안개처럼 스며든다.

아프지 않아서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되어서 고통이라고 느낄 수 없는데

어느 순간 내 몸이 젖어 있다.

물에 빠진 것도 아닌데.. 그냥 안개인데

 

오늘 날이 빠짝 말라 뜨거워서 다행이다.

이른 습습한 이야기들을 읽어도 덜 불쾌해서 다행이다.

그래도 얼룩처럼 슬픔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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