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전쟁 - 금융 위기 이후 중국 경제석학의 미래 보고서
취엔위엔치.량치똥 지음, 김준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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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보니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미국은 단지 경상을 입었을 뿐이고 유럽은 중상을 입었는데 중국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이책에 소개되는 관점이다. 중국의 입장에 치우친 견해이긴 하지만 타당성이 있는 관점이긴 하다. 중국경제의 모델이 바뀌어야 하는 강요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제는 예컨데 (원자재 공급원과 제품 판매 시장이라는) 양 끝을 밖에 두고, 크게 들어오고 크게 나가는 (대량으로 수입하고 대량으로 수출하는) 외향적 경제발전 모델로, 외수(외부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중국이 택한 모델 자체의 한계와 모델의 내재적 한계 두가지를 해결해야만 하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중국 경제는 고비용 시대로 들어섰다. 중국은 지금까지 값싼 원자재와 인건비를 비교우위로 삼아 성장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저비용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올라 베트남 등의 나라에 뒤지고 외수도 예전같지 않을 것이므로 성장을 이끌었던 투자는 예전 같은 속도를 낼 수 없다.

이젠 소비가 투자를 대신해 성장을 이끌어야 하지만 수요가 단기간 내에 성장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아마도 구조조정 시기에 들어설 것이다.”

기존 모델의 효율은 한계에 달한 듯 보인다. “중국은 국제시장에서 심각하게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 중국이 무엇을 사든 그것은 가격이 오른다. 중국이 무엇을 팔든 그것은 가격이 떨어진다.” 70%에 달하는 대외의존도 덕분이다. 경제의 외형은 커졌지만 그 덕분에 비용이 올라간다. 더군다나 그 외형은 실속이 없다. “미국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낮은 저축률로 70% 이상의 고소비를 지탱한다. 중국은 50%의 높은 저축률로 30% 내외의 낮은 소비를 유지한다.” 결국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으며 경제적 위기는 언제든 사회적 위기로 바뀔 수 있다.

모델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적기라고 저자들은 생각한다. “교육, 의료, 양로, 주택, 사회보장 등은 경제발전의 기본 동력이 될 수 있다. 만일 이 문제들을 남겨두었다가는 사회와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무거운 부담이 될 것이다. 지금 내수 확장을 이끌어내는 사회사업을 충분히 중시하지 않으면 발전의 찬스를 잃어버릴 것이다.”

중국이 구조조정의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외향적 경제모델 자체의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의 국제분업 측면에서 본다면 하이테크 영역과 기술집약형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은 미국을 넘어서지 못한다. 전통적인 공업과 노동집약형 상품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신흥 공업국을 넘어서지 못한다. 21세기에 둘어선 일본은 어떤 영역에서도 절대적으로 우세한 산업이 없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선 이후에는 인터넷을 대표로 한 정보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 제조업을 대표로 하는 일본은 기존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일본 기업들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수 없었고 일본의 공산품이 세계시장에서 1등을 독점하던 상황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정보산업을 주축으로 한 미국 경제가 다시 우뚝 솟았다. 정보 시스템에 대해 말하자면 미국의 산업과 상품이 세계를 주도하고 1등을 독점했고 일본은 정보혁명의 낙오자가 되었다.”

일본의 현재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버블붕괴의 후유증이기도 하지만 경제가 방향을 잃었다는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그들이 방향을 잃은 것은 대세를 놓쳤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정보화에 낙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모델의 문제이다. 일본의 캣치업 모델은 따라갈 방향이 분명할 때는 잘 작동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그 방향을 개척해야할 때는 헤메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면 일본의 모델을 따라했던 한국 그리고 중국은 어떨까?

일본의 현재는 일본을 따라갔던 한국 그리고 중국의 미래이기도 하다. 일본식 모델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이 한국은 물론 중국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문제였다고 저자들은 생각한다.

금융위기의 결과 “네 마리 호랑이는 모두 죽었고 네 마리 용은 두 마리 반이 죽었다. 수입대체와 수출주도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성공을 가져온 모델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경제발전이 일정단계에 도달한 뒤에는 그 모순이 밖으로 드러난다. 경제발전이 일정단계에 도달하면 생산원가가 높아져 수출이 억제되고 국제수지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이 수출주도 전략이 수많은 나라들의 발전전략이 되면 각국 간의 상호 경쟁이 형성된다. 상품의 단계적 진보는 수출주도를 계속 실행하기 위한 필수조건인데 값싼 자원과 노동력에만 의존해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아시아 국가들은 고석 성장을 실현한 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지금 국제적으로 유행하는 관점 하나는 바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시아의 수출주도형 발전모델이 철저히 끝났음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모델의 한계는 내생적인만큼 이제는 외생적으로 시효가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동아시아 모델은 내생적으로 과잉투자를 부른다. “생산능력 과잉은 중국경제ㅐ의 고질병이자 난치병이다.” ‘고투자, 고소모, 고오염, 저산출’이라는 ‘3고 1저’는 대량의 과잉생산능력을 낳았고 자원의 낭비를 불러왔다. 그 낭비는 정부의 투자로 만들어진 것이다.

“계획경제 체제의 타성은 생산능력 과잉의 주원인이다. 이는 방대한 중공업 체계를 적절하게 전환하지 못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진입한 후에도 정부의 중심 작업은 여전히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었고 운영 모델은 어느 정도 계획경제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었다.

계획경제 시기에 ‘협상가격차’ 정책을 실시해 농민의 이익을 박탈하고 도시의 발전과 공업 건설을 지탱했다. 현재 농민들은 요 몇 년 사이 자주 나타나는 경기과열로 여전히 손해를 입으며 농촌은 시장위축을 보이고 잇다. 동시에 기업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지나치게 낮아 소비능력을 떨어트리고 의료 주택 교육 분야에 대한 정부의 방대한 지출은 소비 전망을 불확실하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히 소비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이처럼 경제성장의 트로이카 가운데 소비라는 말 한 필이 힘이 없으면 결국 투자에 기대러 경제성장을 끌어당길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생산능력 과잉을 도리어 격화시켰다.

현행 관리체제의 결함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첫번째는 세금제도의 결함이다. 중국의 세수는 간접세를 위주로 하는데 이런 세수구조는 정부가 온 힘을 다해 경제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게 해서 특히 2차 산업을 강조해 재정수입을 확보하게 한다.

두번째는 관리승진 시스템이다. 관리승진 심사의 주내용은 아직도 GDP나 세수, 투자유치 등의 경제지표인데 현실절으로 이들 지표를 초과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버은 바로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관리들이 공공자원을 사용해 제조업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빠른 전시행정을 추구하게 하여 생산능력 과잉을 부른다.”

“국유자본은 생산능력 과잉을 억제한다며 민간자본을 억압한다. 대형 국유기업이 더 많은 융자와 토지점용, 특별금융, 정책적 우대특권을 누리며 더 많은 과잉을 낳고”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민간자본을 몰아내고 시장의 수요에 부합하며 더 높은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하이테크 산업과 서비스업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과잉생산능력 자체가 바로 일찌감치 도태되어야 할 낙후된 생산능력이라는 것이다.” 기초산업과 첨단산업이 지나치게 부족한데도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 과잉상태인 전통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간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

“경제구조의 불합리는 무역구조의 불합리에 집중적으로 반영된다. 중국의 수출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2008년 그 비중은 41.1%였고 많은 수출상품이 OEM인데 대부분의 이윤은 외국 브랜드업체가 가져가고 오염과 저원소모는 국내에 남는다.”

그러나 고비용구조로 중국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 이상 ‘로우엔드 제조 + 염가수출’의 모델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과잉투자가 자원의 낭비로 그친다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중국의 문제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경제 대공황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지금 중국이 직면한 것은 마치 1929년의 미국과 서방세계가 직면했던 문제와도 같다. 중국 경제는 세계 경기순환의 본질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에 생산과잉의 위기가 출현한 것이다. 미국의 자산 불리기와 과소비는 중국을 대표로 한 ‘세계의 공장’에 매우 큰 생산력을 만들어냈고 이는 중국이 매년 수출과 무역흑자가 증가한 것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미국의 소비수요가 위축되고 이어 더 많은 외부 수요가 사라져 버리면 중국의 과잉생산능력은 기업 도산이나 실업률 증가 등 심각한 문제를 양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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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 2011 대한민국 소비지도
김난도.최인수.윤덕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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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된지 꽤 되기 때문에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대우에서 소형차 티코가 나왔을 때 인터넷에 돌던 우스개 소리이다.

뒤를 보면 실망, 앞을 보면 절망, 타고 가면 사망.

소형차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잘 요약하는 말이다. 이 농담에서 ‘사망’은 그리 오버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와 티코가 살짝 부딛혔다. 오토바이는 멀쩡한데 티코에 문제가 생겼다. 뒤집힌 것이다. 오토바이는 멀쩡한데 차가? 가벼운 사고라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차주인의 속은 당연히 뒤집혔다. 구경하던 사람들 몇 명이 뒤집힌 티코를 바로 세우려 차를 들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티코는 다시 반대로 뒤집혔다. 차주인의 속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차가 이러니 ‘사망’은 과장이 아니다. 실망, 절망도 이해가 갈 것이다. ‘폼’이 안나니까. 백화점 주차장에 소형차를 몰고 갔을 때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은 그리 드물게 듣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소형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이책은 말한다. 요 몇 년 사이 소형차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차량보유비율은 다른 OECD 회원국들보다 낮기 때문에 아직 포화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성장세는 둔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책의 자료에 따르면 다른 차종에 대한 수요는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치지만 경차의 수요는 시장 전체의 성장세를 뛰어넘고 있다. 저자들이 그 이유를 조사한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기름값이 부담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이책의 다른 조사항목을 보면 사람들의 씀씀이에서 가장 큰 항목은 순서대로 교육비, 차량유지비, 식비의 순이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씀씀이가 줄었는데 사람들이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식비 이하의 항목들이다. 그러나 차량유지비는 어떻게 할 여지가 많지 않다.(참고로 이책의 다른 항목인 교육 부분을 보면 교육비와 차량유지비는 경제가 어려워도 줄지 않는 부분이었다.)

둘째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경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이런 이유로 늘어난 경차수요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수요와 겹치는 부분이다.

셋째 차량보급율은 1가구 1대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차의 판매신장율의 증가는 경차의 용도가 세컨드 카인 경우가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책의 자료를 보면 경차의 용도를 장보기라든가 아이들 통학용 등 실용적인 특정한 목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높다. 중대형차를 가지고 있고 그런 특정용도를 위해 경차를 별도를 구입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유지비가 적고 세제혜택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책의 ‘경차와 에코차’ 부분을 정리해본 것이다. 이상에서 이책의 특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의 특징은 방대한 조사에 근거해 소비자들의 인식과 소비성향을 보여주는데 있다. 그리고 단순히 자료를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자료의 의미를 저자들이 해석해 트렌드를 읽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위에서 요약한 경차 시장의 트렌드처럼 저자들은 휴대폰, 아이패드/넷북/이북리더, SNS, 미디어 소비, 헬스캐어, 여가, 교육, 육아, 자산관리시장 등을 분석한다.

방대한 조사에 근거한 데이터들은 최근 시장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잇고 그런 변화가 왜 일어나는가를 소비자들의 인식을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이러이러한 느낌이 있더라고 말하는 짐작에 지나지 않는 다른 소비트렌드 서적들과는 차별되는 책이다.

그러나 이책의 크기는 노트만하지만 240페이지 내외의 분량은 많다고 할 수 없다. 더군다나 화려한 그래픽으로 처리되어 눈을 즐겁게 하는 표와 그래프들로 넘쳐나는 페이지에서 글의 비중은 전체의 반 정도이다. 그런 분량에 다루는 분야도 많다. 더군다나 이책에서 다루는 것은 개별 시장들만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다루고 잇다.

적은 분량에 너무 많은 주제를 포괄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사실 이런 책은 컨설팅 업체의 홍보용인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출간된 보스턴 컨설팅의 ‘여자는 무엇을 더 원하는가’란 책과 이책의 성격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BCG의 책 역시 이책처럼 방대한 실제 조사에 근거한 소비 트렌드 보고서이다. 책 팔아봐야 그리 크게 남지도 않는데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 데이터를 왜 공개하는 것일까? 홍보이기 때문이다.

홍보용이기 때문에 모든 데이터를 책에 담지는 않는다. 책에 소개된 트렌드를 이용해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는 자신들을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책에는 뼈대가 되는 트렌드를 충실하게 다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맛보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책에 ‘㈜트렌드모니터’ 이용권이 따라오는 이유이다.

그러나 맛보기라도 얻을 것은 차고 넘친다. BCG의 책처럼 이책은 실제 조사에 근거한, 방대한 자료의 위력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하기에 충분함 이상인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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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랩 - 돈이 벌리는 경제실험실
케이윳 첸 & 마리나 크라코브스키 지음, 이영래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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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말하면 행동경제학이다. 요 몇 년간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왔다. 이제는 오히려 너무 과다하게 나왔다 생각될 정도이다.

그러면 그 많고 많은 행동경제학 서적들 위에 이 책 한권이 더해질 가치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치가 있다. 그것도 넘치도록 있다.

행동경제학 서적을 읽어봤다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읽을 때는 재미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아 내가 그런 논리로 행동했었구나 재미있군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가물가물 내용이 뭐였더라… 이유가 뭘까? 두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

첫째 행동경제학이나 마찬가지로 유행하는 뇌신경학의 경우 이제 막 학계의 주류로 올라서려는 준비운동을 하는 단계이다. 어느 정도 실적이 쌓여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제 올라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시경제학 교과서처럼 깔끔하게 아구가 맞아들어가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분야를 문외한에게 소개하려니 흥미위주가 되기 쉽다. 그러니 기억이 남지 않는 것이고 읽고 나서 그리 남는 것이 없다. 생각보다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책은 어떤가? 이책의 저자는 책의 설명영역을 좁히는 것으로 그 문제를 넘어간다. 저자가 집중하는 것은 시장에서 거래할 때 우리가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을 사용하는가에만 논의를 한정한다. 목차를 따라 이책의 논의 흐름을 요약해 보면 이렇다.

시장에서의 거래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은 팔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물건이 얼마나 팔릴지는 알 수 없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은 마찬가지이다. 물건을 돈을 주고 샀을 때 원하는 가치가 있는지 알려면 써봐야만 알 수 있다. 시장에서의 거래는 항상 불확실성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불확실성을 추정하고 대응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책의 시작을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하면서 우리가 불확실성을 어떻게 측정하며 어떻게 불확실성을 줄이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그 다음의 논의들은 여기에서 확장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선 시장의 거래가 믿을 만하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공정성, 상호주의, 평판 등 이후에 나오는 논의는 우리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받아들이며 어떻게 신뢰를 쌓고 어떻게 신뢰를 평가하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그러나 신뢰는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이다. 본질적으로 신뢰는 예측의 문제이다. 저자는 예측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이책을 끝내고 있다.

다시 요약하자면 저자는 시장의 문제를 거래의 문제로 보며 거래의 문제를 리스크와 인센티브의 문제라 요약한다.

행동심리학은 결국 큰틀에서 미시경제학과 보완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시경제학의 ‘이기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이 행동경제학의 기본전제라는 점에선 이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의 여러 개념들은 역시 미시경제학이 시장에서의 거래를 보는 기본개념인 리스크와 인센티브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저자의 해석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그리고 저자가 행동경제학의 개념들을 재해석해 정리해 보여줄 때 미시경제학 교과서처럼 명료하고 간명하게 읽히도록 하는 힘이다.

그런가? 그렇다 하더라도 행동경제학 서적들이 실제에선 그리 유용하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은가? 읽을 때는 좋다.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 경영현장에서 어떻게 그 개념들이 관철되는가는 별개의 문제이고 그점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기존의 행동경제학 서적들이다. 그점에서 이책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책은 그렇지 않다.

저자의 이력을 보자. 저자는 칼텍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HP 연구소 자체를 출범시킨 인물이었다. HP 연구소는 최초의 사내 실험경제학 연구소였다.”

행동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심리학의 경제학응용이다. 이책에 정리된 행동경제학의 기본개념 중에서 상호성, 공정성과 같은 개념은 사회심리학에서 직접 따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은 실험경제학으로도 불린다.

이책에서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기본개념들을 정리하기 위해 심리학 서적이나 다른 행동경제학 서적들처럼 많은 실험들을 예증으로 소개한다. 그중 상당수는 고전적인 연구들로 다른 책들에도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수로 등장하는 것은 저자가 HP 연구소에서 실험한 것들이다.

그리고 저자가 실험한 것들은 기업부설 연구소답게 바로 경영현장에 직접 연결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서 예측에 관해 다루고 있다. 요즘 예측에 있어서 새롭게 주목받는 방법론은 집단지성이다. 그러나 집단지성을 실제 경영현장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은 많아야 10-20명 정도이고 직원의 시간을 많이 뺐어도 안된다.

이런 제약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BRAIN이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예측시장의 일종인 BRAIN은 “참가자들이 서로 거래를 하는 대신 BRAIN 참가자들은 결과를 놓고 직접 ‘하우스’와 베팅을 한다. 카지노에서 룰렛 게임을 하듯이 말이다.

BRAIN의 원리는 이렇다. 하우스(실험 연구자)는 도출될 수 있는 결과(예측 가능한 선택지0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다음 분기에 판매 수량 10개’ 같은 식으로 말이다. 참가자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100개의 코인을 받는다. 각 참가자는 100개의 코인을 모두 사용해야만 한다. 그리고 각 선택지마다 최소한 한 개의 코인은 반드시 베팅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실제 결과가 나오면 참가자들은 자신이 베팅한 코인 개수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는다.

HP는 수익 예측과 향후의 D랩 가격 예측 등 다양한 예측에서 BRAIN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HP의 몇몇 고객사들도 BRAIN을 활용했다. 한 제약회사는 주어진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연구 프로젝트를 딸 수 있을 것인가를 예측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활용했고 한 통신사는 신규 서비스 가입자 당 마케팅 비용을 예측했다. 한 보험사는 BRAIN을 이용해서 한 부서가 한 분기에 사용하게 될 비용을 예측했다.”

이책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은 실제 회사 내에서, 시장에서 거래할 때 행동경제학의 개념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해 어떻게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잇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에 동원되는 사례들은 거의 경영학의 케이스 스터디와 비슷하다.

요약하자면 이책의 장점은 행동경제학을 체계적으로 요약하면서 현장성을 갖는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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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세계업계지도 - 시장을 리드하는 46업종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구조와 전망
글로벌기업조사회 지음, 박정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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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산업별로 세계시장을 상정하고 그 시장에서 매출순위를 매겨 어떤 업체가 몇 위인가를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별 내용 아니다. 그러나 읽기에 따라서 별 내용이 된다.

이책의 내용은 매출액순위로 업체의 랭킹을 매기고 업체의 국적, 매출액 순위변동,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별 매출비중, M&A, 제휴관계 등을 알려준다. 그외에는 일본에서 작성된 책이기 때문에 일본국내의 매출순위가 별도로 언급된다.

이런 정보 자체로는 그다지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산업별이 아닌 전체순위를 보면 상위에 랭킹된 업체들은 석유, 금융, 자동차 업체들이다. 이 세 산업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산업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경제를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세 산업의 상위업체의 국적을 보면 미국이 가장 많고 그 다음 유럽이며 일본이 그 뒤를 따른다. 그리고 중국업체들이 새롭게 등장한 것을 알 수 잇다. 세계경제의 흐름대로 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언론에서 떠들석하게 말하는 경제중심의 태평양으로의 이동은 과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DP 비중으로 보면 분명 태평양 지역이 몰라보게 급상승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늘어난 만큼 랭킹에 반영되었느냐면 그렇지 않다. 여전히 랭킹을 지배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권 업체들이다.

그 이유는 세계화 때문이다. 랭킹에 새롭게 오른 중국업체들은 석유와 금융인데 이들 업체들은 중국경제의 크기가 절대적으로 커지면서 랭킹이 올라간 것이지 세계경제에서의 실력을 말하지는 않는다. 80년대 일본경제가 절정이었을 때 매출로는 일본은행들이 탑이었지만 실력이 그랫던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본은행들은 국내은행일 뿐이었다.

그 당시도 그랫지만 일본은 경제규모에 비해 세계경제에서의 힘은 작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에서 가장 비중있는 산업인 석유와 금융을 대서양권이 지배하고 잇고 전자나 자동차 같은 산업 이외에 다른 주요산업에서도 업체의 지배력이 대서양권에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 경제권이 부상한다지만 앞으로 상당기간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기는 요원하다는 것을 산업판도를 읽으면서 알 수 있다.

이상이 이책의 정보를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독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책의 가치는 그런 독법을 가능하게 하는 원자료라는데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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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부활 - 중국과 아랍,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는가?
벤 심펜도르퍼 지음, 홍순남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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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집트 지식인이 서구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더 강한 유대감을 작고 잇죠. 기술을 수입할 곳으로 서구를 지목하고 원조나 차관을 받을 곳도 서구라 생각하죠.” 이집트 외교관의 말이다. 그러나 9.11 사건을 지적하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그는 말한다. “맞습니다. 9.11 사건은 이집트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서구는 테러리즘을 이슬람과 연결시키는 오류를 범햇습니다. 이집트 엘리트들은 속았다고 느낍니다. 그들은 서구에 등을 돌린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들은 이제 서구에 열광하지 않습니다.”

이책의 저자는 거의 10년동안 아랍권에 살앗고 홍콩의 외환거래소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잇다. 아랍권과 중국에서 보내면서 그는 이책의 제목대로 실크로드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아랍권과 중국이 옛날처럼 다시 연결되고 잇다는 것이다.

아랍권과 중국이 다시 옛날의 관계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 것을 저자는 9.11 사태라 말한다. 9.11 사태가 일어나면서 아랍권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가기가 어려워졌다. 불가능하지야 않지만 비자를 받을 때의 어려움과 공항에서의 불쾌한 기분은 대단한 비용이 된다.

그들에게 대안이 된 것이 중국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책을 이우라는 중국의 도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우는 상하이에서 가까운 작은 무역도시이다. 이 도시의 주력은 흔히 말하는 보따리 장수들을 상대하는 도매업이다.

미국과 유럽에 들어가기 힘들어지면서 중국제 물건으로 거래선을 옮기기 시작했고 이슬람 상인들이 이우시에 넘쳐나게 된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문제는 그런 흐름이 전혀 서구 언론에는 비쳐지지 않는다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소규모 거래는 헤드라인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아랍권의 거래는 그런 소소한, 통계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우 시에 넘쳐나는 아랍 무역상들은 세계경제의 재편을 보여주는 한가지 예일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두바이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실크로드 부활의 상징으로 본다. 두바이는 실크로드가 번성하던 시절 무역거점으로 중요한 곳이엇다. 두바이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다시 예전의 실크로드를 따라 돈과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아랍에미리트 항공은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항공사이다. 이 항공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중심에 두바이가 잇기 때문이며 세 대륙간에 돈과 사람의 흐름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나 서구언론 그리고 서구 언론을 받아 쓸 뿐인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런 움직임들을 놓치고 있다. 최근 아랍권에 관해 가장 많이 보도된 것은 국부펀드이다. 고유가로 떼돈을 번 아랍 산유국들은 70년대처럼 그돈을 써버리지 않고(당시에는 번돈의 70%를 써버렸다) 75%를 저축하기로 했다. 그렇게 저축한 돈의 규모는 1조4천억 달러에 달한다. 국부펀드들은 그돈을 미국과 유럽의 자산에 투자하고 회사를 사들이는데 썼다.

그들이 그만한 돈을 벌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면서 먹어치우는 석유수요 때문에 유가가 앙등햇다.

저자가 말하는 세계경제의 재편의 배경은 바로 중국과 아랍권의 부상이다. 돈을 번 아랍권이 중국에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을 저자는 실크로드의 부활이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무역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정치적 관계도 따른다.

석유수요를 채우고 석유안보를 지키기 위해 중국은 아랍권과의 관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것이나 이란제재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은 석유때문이다.

중국이 아랍권과 가깝게 지내려고 하기 때문에 교류가 많아졌다. 아랍권으로서도 중국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랍국가들에게 중국은 역할모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빈털터리에서 지금처럼 빠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아랍국가들은 배우고 싶어한다.

더군다나 중국의 모델은 서구 모델과 달리 정권교체 없이 정치적 안정을 누리면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정치가 그다지 안정되지 않은 아랍국가들에겐 매력적인 대안이다. 중국과 오랫동안 교류해온 시리아는 실제 중국식 모델을 따라 개혁을 시작했다.

이책의 논의를 정리하면 대충 위와 같이 정리된다. 그외에도 저자는 실크로드가 부활한다는 신호로 여러가지를 들고 잇지만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위와 같이 정리될 것이다. 물론 위에서 정리된 것을 보면 그리 뚜렷한 증거라 말하기 힘들다. 저자도 실크로드가 부활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이슬람 회랑’이 다시 살아나는 신호가 잡힌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책은 이미 부활한 실크로드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활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아랍권의 회복세를 보면 저자의 말은 그리 상식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그럴만한 여건에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아랍권과 중국을 오가며 발로 뛰면서 본 것들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것을 근거로 아주 실감나는 글을 쓰고 잇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엇다. 어디까지나 아랍권의 부활은 고유가에 힘입은 것이다. 석유가 천년만년 나온다면 모르지만 아랍권이 언제까지나 석유에 의존할 수는 없다. 석유는 물론 어떤 1차산업에 기대서도 경제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 대해선 이책의 저자는 그리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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