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리더십 -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는
크리스 워너 & 단 슈민케 지음, 권오열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귀족의 뿌리는 언제 어디서든 전쟁이었다. 귀족이 귀족일 수 있는 것은 귀족이 귀족의 자격을 갖는 것은 목숨의 대가였다. 남의 목숨을 요구할 수 있는 자는 언제나 자신의 목숨을 내거는 자이다. 자신의 목숨을 걸 때만이 남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명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앞에 설 자격이 있는 자, 귀족은 전장에서 남의 앞에 서는 자들이 그 기원이었다.

가장 먼저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자. 남보다 앞에 서서 죽음을 향해 돌진할 수 있는 자만이 남에게 목숨을 요구할 자격을 가졌다.

지금은 리더가 될 자격이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누구든 리더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리더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세상도 아니다. 그러나 리더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리더십은 종종 불편하고 불쾌하다. 그것은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우울과 찰나의 영광으로 포장된 영광으로 포장된 위험하고도 고독한 역할이다. 때때로 리더십이 크나큰 만족감을 주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행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질은 그것을 스트레스와 피로로 점철된 고된 여행이자 심장마비의 지름길로 탈바꿈시킨다.”

“부도의 위험, 대단한 아이디어나 계획이 죽어나갈 때, 기대했던 승진이나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될때, 매출 목표가 바닥을 칠 때” 리더라면 벗어날 수 없는 실패의 두려움과 전장에서 겪어야 하는 죽음의 공포는 다르지 않다.

(이책에 인용된) 록히드마틴의 중역이 된 전직 해군장성은 이렇게 말한다. “전투에 참여한 사람은 이미 목숨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한 겁니다. 내가 죽어야 하고 오늘이 그날이라면 그렇게 돼도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그렇지 않죠.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죽음은 자아의 죽음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무엇보다 밤이나 낮이나 항상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것이 그의 주된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남의 앞에 서는 자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 죽음을 받아들일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리더십에 관한 많은 책들이 전쟁사나 전략을 연구한다. 실패가 바로 죽음인 현장이기에 리더십의 본질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그런 현장이 또 하나 있다고 말한다. “세계 최고봉을 향한 도전은 모든 리더가 직면하는 위험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는 실험실이다. 이런 극한의 고도에서 성공이나 실패는 쉽게 측정되며 작은 실수 하나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가른다. 우리는 고급 사무실을 벼랑 끝에 얼어붙은 눈 더미로 의자를 죽음의 지대로 그리고 당신의 유리로 둘러쳐진 회의실을 빙하로 둔갑시킬 것이다.”

군인이 언제든 죽을 각오를 해야 하듯, 히말라야 등반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사람들이 죽음의 공포에, 실패의 두려움에 얼어붙을 때 앞에 서서 죽음을, 실패를 인정하고 앞에 설 수 있는 자가 팀을 이끌 리더의 자격이 잇는 사람이라 저자들은 말한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앞장 설 때, 앞에 서서 걸음을 옮길 때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 멀리 볼 수 있다. 멀리 볼 수 있을 때 극복이 불가능해보였던 장대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르막길이 아무리 험하고 위험하더라도 리더는 자신의 짐을 짊어지고 계속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멀리 보는 자로서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는 자이다. 자신의 공포를 이겨낼, 자기 혼자 살려는 이기심을 누를 목표가 없는 팀은 마비된다.

“모든 장군과 함장들의 리더십 방식은 우리가 기업에서 만난 리더들보다 훨씬 더 열정을 중요시 했다. 군사훈련은 이 점을 분명히 한다. 곧 사기가 높은 군대는 그렇지 못한 군대보다 전투에서 더 많이 승리하며 때로 이것은 무기의 열세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리더는 전투 전에 항상 병사의 사기를 점검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군대를 지휘하든 산을 오르든 또는 팀을 이끌든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열정이다.”

리더는 팀원의 열정을 이끌어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이 땅에 사는 동안 뭔가 의미 잇는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적인 욕망”을 끌어내야 한다.

히말라야 원정에서 팀에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원정이 끝나는 시점이 대부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원정팀은 올라갈 때가 아니라 내려가는 길에 문제가 생기죠.”
“하지만 우린 문제없잖아요. 의학상의 응급 상황이 두건 있었지만 모두 잘 처리되엇고요.”
“아녜요. 전 그 얘길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그룹에 대해 말하는 거지요. 좀 둘러보세요. 이건 더 이상 협력하고 도와주는 팀이 아니죠. 더 이상 열정도 없고요. 모두가 끼리끼리 파벌을 형성하고 온갖 것에 대해 불평과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하죠.”
그의 말이 옳았다. 이 그룹은 고효율팀에서 우리가 기업에서 흔히 목격하는 냉담하고 무관심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팀으로 돌변했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이제 앞에는 통과해야 할 산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사라졌을 때 모든 팀원은 집단의 목표보다는 개인의 욕망을 앞세우고 본래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돌아갔다.

어느 조직이든 협력을 위해 사람이 모인 것이다. 그러나 협력이란 희생을 요구한다. 어느 정도 희생할 것인가, 조직을 위해 어느 정도 이기심을 누를 것인가가 팀의 효율을 결정한다. “인간의 이기심은 더 위대한 열정이 이기적인 동기를 압도할 때만이 극복될 수 있다.” 자신보다 큰 무엇을 위해 일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이기심은 발동되지 않고 열정적이 된다. “많은 CEO들은 가장 암울한 상황에서도 그들의 회사가 살아 잇게 한 것은 바로 열정뿐이엇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동기부여 교육을 아무리 해봤자 직원들의 열정을 끌어낼 수는 없다. 열정을 끌어내는 것은 비전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책은 이런 식으로 히말라야 원정팀의 경험을 기업의 리더십과 비교하면서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집어나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잇다. 앞에서 설명한 죽음을 수용하기, 비전 이외에도 오만, 영웅주의, 비겁함, 현실안주, 운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이책은 설득력이 대단하다. 저자들의 실제 등반경험과 기업을 상대로 한 컨설팅 경험이 잘 드러나 있고 실제 경험을 쓴 것이기에 생생한 이미지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생생함은 등반에 대해서만 그렇다. 등반경험의 교훈이 기업조직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은 일반론에 그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그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등반경험의 생생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 이미지가 충분히 강렬하기 때문이며 이미지가 강렬하기에 자신의 현실에 적용해볼 기준이 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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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미래가 온다
LG경제연구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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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이라는 것이 결과를 놓고 보면 점치는 것보다 더 못하다. 전문가가 고른 주식의 주가와 원숭이가 다트를 던져 고른 주가를 놓고 보니 원숭이가 이겼다는 실험은 주식투자 서적에 꼭 인용되는 예이다.

다른 분야라고 그리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예측의 의미는 결론에 있지 않다. 예측을 하려면 먼저 현재를 살펴 미래의 결과를 바꿀 변수를 뽑아내야 한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해 전략을 짠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 현재를 꼼꼼하게 분석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남의 예측을 볼 때는 결론보다 그 결론을 내게 된 과정을 더 눈여겨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측서들은 미래에 대한 말보다 현재에 대한 말이 더 많다. 그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책은 그런 점에서 예측서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이책 역시 예측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세계화는 어떻게 될것인지, 중국의 미래는? 신흥국들이 세계경제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자원전쟁의 향방은? 스마트 시대는 시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SNS, 컨버전스, 그린경영 등이 기업에 던지는 의미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기업조직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이책이 다루는 주제들이다. 그러나 이책의 초점은 그런 주제들에 대답을 내놓는 것보다는 현재 우리의 시야에 들어와 있는 변수들을 검토하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들을 보면 새로운 것은 없다. 단지 이책은 미래를 만들어 갈 변수들을 종합해 놓는 것이 목적이다. 이책의 내용을 보면 다른 경제경영서들에서 다뤄지는 것들을 한권에 요약정리해놓은 성격이 강하다. 이책에서 다뤄지는 트렌드 키워드를 다루는 책이면 그 키워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키워드에 따라 환경이 어떻게 바뀌고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다루니 사실 이책의 내용과 대차는 없다. 차이라면 분량의 문제이고 주제의 범위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책의 의의는 그 많은 책을 다 볼 시간이 없을 때 한권으로 그 주제들을 모두 살펴볼 수 잇다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책의 구성은 상당히 잘되어 잇다. 요약이 잘 되어 있어 그 분야에 대해 처음 들어보더라도 대강을 파악하는데 무리가 없게 잘 쓰여져진 아티클들을 모아놨기 때문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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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년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 2020 새로운 미래가 온다를 읽고... 공병호 님
    from 숫자로 보는 금융/경제 인사이드 2011-03-21 19:38 
    우리 앞에는 어떤 미래가 펼쳐지게 될까? 이 책은 앞으로 10년이란 시점을 가정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미래를 다루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몸담고 있는 연구원들이 공동 작업으로 펴낸 책이기에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의 전망 즉,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망, 세상에 대한 전망, 기업환경에 대한 전망을 다룬 다음 마지막 부분에 결론으로 기업의 미래 준비에서 중요한 포인트들을 정..
  2. 북리뷰 서평게시판 오픈 기념! 다음뷰 구독 이벤트
    from 숫자로 보는 금융/경제 인사이드 2011-03-23 15:45 
    안녕하세요, 숫자로 보는 금융/경제 인사이드 블로그 입니다. 금융/경제 인사이드에서 이번에 새롭게 '금융/경제 북리뷰' 카테고리를 오픈했습니다. 다소 읽기 어려울 수 있는 책들을 유명인사들의 서평을 통해 유익한 정보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또 하나! '금융/경제 북리뷰' 카테고리 오픈을 기념하여 알찬 이벤트를 준비했답니다. 아래 클릭 한번으로 쉽게 블로그를 구독하실 수 있고 추첨을 통하여 아이패드2와 북리뷰에 소개된 서적을 선물로 드릴 예정입..
 
 
금융경제 인사이드 2011-03-21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숫자로 보는 금융경제 인사이드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Lulu 2011-03-22 00:46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얼마만의 댓글인지 기억이 안날 정도네요. 감사합니다 ^^
 
피터 드러커 강의 - 세기를 뛰어넘은 위대한 통찰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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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커의 글을 처음 본 것은 10년전으로 기억한다. The Economist에 가끔 저명인사의 기고문이 실린다. 이렇게 실린 글들은 내용이 특별하다기 보다는 필자의 지명도에 더 무게가 실리기 마련이다.

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한 글이었던 것같은데 지금에 와서 내용이 그리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당시 실렸던 드러커의 글은 그리 새로운 내용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용이 기업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조직형태로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관료제 형식의 대기업조직은 분권화된 유연한 조직형태로 대체될 것이다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같다. 당시에도 상당히 많이 나오던 논의였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당히 넓은 시야를 가졌다는 그 글에 대한 인상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보다 도 그 글을 90세에 썼다는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90세에 트렌드에 뒤지지 않고 그 트렌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글을 쓴다는 것. 놀라운 일이다. 그후 드러커에 대해 알아갈수록 놀라움은 더해갔다. 50-60년대에 이미 지식노동자란 개념을 만들었다니! 토플러가 정보를 외치고 경영계에서 혁신이란 말이 유행하기 수십년전에 이미 완전한 개념을 제시했던 것이다.

드러커의 글을 읽다보면 그런 예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디서 그런 예측력이 나온 것일까? 이책을 읽다보면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경영은 인문학(liberal arts의 번역으로 보인다)’이란 드러커의 입장에서 경영의 실제는 역사, 사회학, 신학, 심리학, 문학등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드러커는 진정 박식한 사람으로서 소설가 제인 오스틴을 읽는가 하면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에도 정통했으며 그가 할 수 잇는 한 모든 학문 분야로부터 체계적으로 지식을 섭렵했다. 드러커는 자신의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귀뜸했다. ‘매 3년 혹은 4년마다 나는 새로운 주제 하나를 선택한다. 그것은 일본 예술일수도 잇고 경제학이 될 수도 있다. 3년 공부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통달하기에 도저히 충분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정도면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런 식으로 나는 60년 이상 한 번에 한 가지 주제씩 공부를 했다. 그것은 나에게 상당한 양의 지식을 안겨 준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또한 내가 새로운 학문과 새로운 접근 방법에 대해 개방적인 사람이 되도록 했다.”

이책의 첫머리는 키아케고어의 철학과 국가철학에 대한 강의로 시작한다. 경영학에 대한 강의록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한 사람에겐 엉뚱하고 기죽이는 시작이다. 왜 두 강의가 이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드러커의 통찰력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확실하게 보여주는 강의이다. 인문학적인 소양과 역사에 대한 성찰이 있었기에 그의 통찰력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암시가 아닐까 싶다.

경영학자로 이름을 얻은 50년대 이후는 경영학과 경제학 강의들이 편집되어 잇다. 그러나 이 강의들을 보아도 역시 그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20세기 초부터 자신의 경험들과 그 이전의 다양한 역사들이 종횡무진으로 인용되고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들이 동원된다. 그런 지식과 경험은 단순히 인용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끊임없이 비교되면서 지금의 의미를 드러내며 미래가 어떨지 오랜 세월의 무게에서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드러커의 시간을 넘나드는 묘기는 그가 사망한 2000년대까지 계속된다.

그의 39권에 이르는 저서들 역시 그렇게 되어 잇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사상가의 면모를 통시적으로 한권에서 엿볼 수 있는 책은 이책뿐일 것이다.

이책에 실린 강의들은 그 시간, 그 공간에 맞추어진 것으로 지금에 와선 그리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이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시절의 분위기와 그 당시 현안이 되었던 것들이 무엇인가 같은 것들이다. 물론 경제사나 경영사적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드러커라는 한 사람의 사상이 어떻게 살아 숨쉬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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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대한민국 기업흥망사 - 실패의 역사에서 배우는 100년 기업의 조건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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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쌍방울, 우성, 새한, 뉴코아, 대농, 한일, 갑일, 쌍용, 해태, 한보, 극동, 동아 그리고 대우.

이 이름들의 공통점은 외환위기와 함께 사라져간 재벌들이란 것이다. 외환위기는 재벌의 위기였다. 그러나 그 위기는 2류 재벌의 위기였다. (다음은 외환위기에 대해 썼던 글을 재활용한 것이다. 외환위기에 대해 새로 쓰기엔 게으름을 이길 수 없었다.)

“외환위기는 공식적으로 1997년 11월 7일 환율절하와 함께 시작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위기는 1996년부터 시작되었다. 1995년부터 수출이 줄면서 내수가 위축되었고 1996년 이틀에 하나씩 189개 건설회사가 파산했다(그 중 대다수는 대형건설사들이었다). 건설업이 무너지면서 철강수요가 줄어든데다 자동차, 기계, 전자, 조선업 등 수출부문의 수요감소가 겹치면서 1993-95년 반도체 호황으로 내수경기가 좋을 때 시설을 확장한 한보, 삼미, 기아가 차례로 무너졌고 역시 호경기 때 사세를 확장했던 해태, 뉴코아, 대농, 진로, 한신 등 내수부문의 재벌들이 무너졌다. 1999년 5대 재벌 중 대우가 파산할 때까지 25개 재벌이(이중 40%는 외환위기 직전에) 빚의 무게에 압사당하면서 외환위기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정작 수출을 주도하던 삼성, LG, 현대, 대우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대우의 파산은 자동차 산업에 무모한 투자를 한 것이 원인이지 전자산업과는 무관하다. 1995년 주력인 반도체 부문의 수익이 감소하자 삼성전자는 TV, 냉장고, 핸드폰 등의 마케팅에 주력했다. 1996년 반도체 판매가 17% 감소했지만 비 반도체부문 매출이 31% 증가하여 삼성전자의 1996년 매출은 1995년을 상회한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 아니다’는 속담처럼 다각화는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2류 재벌들은 그러한 전략을 구사하기엔 너무 작았다. 리스크를 분산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매출을 자동차, 철강, 건설, 유통 등 특정 시장에 의존하던 한보, 삼미, 기아. 해태는 파산할 수 밖에 없었다. 2류 재벌들이 무너지면서 상위재벌들의 경제지배력은 더욱 강화된다. 1996년에서 1999년 30대 그룹 중 4대 그룹의 자산은 전체의 48%에서 58%로 증가하였다.

경제의 집중도가 높으면 기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떤 중간재를 만들던 그룹 안에서 대량으로 소화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경제전체로 볼 때 제품의 다양성이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하는 수직계열화는 거대한 고정비용을 만든다. 부품과 원료를 내부에서 조달한다면 중간재를 공급하는 자회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일한 투자로 되도록 더 적은 품목에 더 많은 물량을 만들어야 비용을 낮출 수 있고 그룹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재벌은 소수의 산업에서 적은 품목의 제품을 만들게 되었고 철강, 자동차, 전자제품, 반도체 등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윤율보다는 규모와 시장점유율을 우선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시장구조에서 재벌이 만드는 제품의 다양성은 줄어들었고 반도체 등 재벌의 주력시장이 침체된 것이 외환위기의 원인이 된 것처럼 해당 시장의 주기에 따라 재벌에 의존하는 한국경제 역시 번지점프를 하면서 외적 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게 되었다.

외환위기 이전 한국과 (경제집중도가 낮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비교하면 한국은 시장규모가 큰 메모리에 특화되어 있었고 대만은 특수한 목적에 맞춘 소량, 다품종 생산에 특화되어 있었다. 물론 장난감 강아지가 ‘왈왈’ 짖는 소리를 내는데 쓰이는, 주문자의 필요에 맞추는 칩들이 반도체 시장의 꽃이라 할 수는 없고 그러한 차이는 수출규모의 차이로 나타났다. 반도체뿐 아니라 상위 재벌들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에 특화한 것 역시 동일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리스크가 크게 마련이다. DRAM 가격이 오르면서 공급이 늘었고 공급이 늘면서 1995년 $54이던 16M DRAM의 가격은 1996년 $13, 1997년 $3로 폭락한다.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대만은 다른 제품을 팔아 충격을 비껴갔지만 수출의 12%를 메모리에 의존하던 한국은 충격을 완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겪게 된다.

1995년 30%에 달하던 수출증가율은 1996년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반도체뿐 아니라 1996년 한국의 주력시장인 석유화학, 철강, 전자 시장에서 평균수출가격은 1995-96년 6%, 1996-97년 15% 떨어진다. 그러나 다양한 제품을 수출하는 대만의 수출단가는 같은 기간 한국의 반정도 떨어지는데 그쳤다.

그러나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파산한 것은 수출기업이 아니라 건설, 철강, 유통 등 내수업종에 종사하는 2류 재벌들이었다. 충분히 다각화되어 있는 상위재벌들은 리스크를 회피하기에 충분히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상위재벌들에게 자원이 집중된 결과 경제 전체로는 다양성이 작아질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외부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로 나타났으며 그 극적인 결과가 외환위기였다.

철강, 건설업종의 과잉투자를 외환위기의 원인이라 말한다. 상위재벌이 지배하는 전자, 자동차 등과 달리 철강, 건설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이었다. 외환위기로 무너진 2류 재벌들은 5대재벌의 지배력이 덜한 업종에 진출할 수 밖에 없었다. 수출수요가 갑작스럽게 감소하면서 경제전체가 충격을 받았을 때 5대재벌에선 1/5이 2류 재벌에선 반이 3류 재벌은 1/3이 무너져 2류 재벌이 가장 심한 타격을 받았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력은 더욱 집중되었고 경제의 활력은 집중도와 반비례해 줄어들었다. 저성장, 양극화는 집중도 증가의 결과이다. 오늘날 한국경제를 먹여살리는 산업은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70년대에 씨가 뿌려진 산업들이라는 것이다. 그 이후 한국경제의 역동성은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때 벤처붐이 한번 있었다. 경제력 집중이 완화되고 경제의 성장동력이 만들어질 것이라는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잊혀진 꿈에 불과하다. 외환위기로 그 많은 2류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들의 생존은 87년에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책에서 다루어지는 사라진 재벌들의 대다수는 다각화에 실패해 무너졋다. 다각화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각화는 분명 필요햇다. 주력업종이 사양길을 걷고 있거나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거나 업종 자체의 성격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변덕이 심한 널뛰기를 하거나 이책에서 다루어지는 2류들이 다각화를 한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대부분은 87년을 전후한 충격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볼 수 있다. 몇 년만에 임금이 3배가 오르면서 사업성이 없어진 섬유업종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책은 2류 재벌들이 직면했던 구조적인 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언제 사업이 어렵지 않은 때가 있었는가? 언제 어디서나 어려움은 차고 넘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내놓는 사람이 문제이다. 저자의 관점은 그런 것같다.

실패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배우기 위해서다. 성공사례를 보아 봤자. 배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성공이 그때 그 사람에게 특수한 상황이고 행운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서 성공할 확률은 0.3%이다. 어떤 새로운 기술을 기초로 제품을 만들려는 회사를 차린다고 하자. 회사가 성공하려면 자금, 사람, 설비, 고객 등 10가지 요소가 필요하고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질 뿐더러 서로 상승작용을 해야 성공을 한다. 드물 수 밖에 없다.” (‘실패학의 법칙’ 리뷰에서)

실패도 성공만큼이나 드물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산업재해보험사의 조사관이었던 하인리히는 하나의 사고가 나기 전엔 29건의 사소한 사고가 있었고 300건의 아차할 뻔한 불발사고가 있었다고 말한다. 사고 즉 실패가 나올 확율은 0.3% 이하이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사고를 막으려면 28건과 300건의 불발사고가 났을 때 메커니즘을 고치면 실패를 막을 수 잇다. 성공처럼 10박자가 맞아떨어져야하는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확률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류 재벌들의 실패를 돌아보는 것은 87년을 전후해 한국경제의 체질변화란 도전이 무엇이엇는가보다 그 도전에 응전하는데 왜 실패했는가 그들의 대응에서 어떤 메커니즘이 잘못되었는가를 돌아보는 것이다. 저자는 무너져간 2류들이 왜 망했는가를 더듬으면서 많은 경우 피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이유들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고 있지만 과욕, 과신, 과속의 3과로 요약한다.

대우의 예를 들어보자. “나는 일을 벌이기를 좋아한다. 도대체 가만히 잇지를 못하는 편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여야 한다.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자꾸만 일을 만들어내게 된다.” 김우중 전회장의 말이다.

저자는 대우의 성공과 실패가 모두 이말에 있었다고 말한다. 많고 세계는 넓다는 ‘세계경영’은 일 벌이기 좋아하는 김우중 철학의 궁극이엇다. 그러나 “전선은 엄청나게 넓어졋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현장의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여전히 김우중 회장 혼자서 진두지휘하는 형식이엇다. ‘대우그룹이 그처럼 전선을 넓히는 세계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적 노하우를 갖고 잇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대우그룹의 기업 확장전략에서는 시스템적인 접근보다는 김 회장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부분이 많았다. 대우그룹의 문제는 기업 규모가 재계 3위로 커졌는데도 김회장이 혼자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 점이었다. 과감한 도전 정신이 무모함으로 연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과정을 통해서 육성되는 실질적인 경영자 풀이 존재해야 했다. 그리고 회장은 자신의 능력을 과도하게 신뢰하지 않고 권한위임으로 각자가 자기 역할 이상을 맡도록 독려해야 햇다.” 그러나 일 벌이기 좋아하는 부지런한 오너는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 사람을 키우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을 거수기로 만들었으며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 “제대로 사람 움직이기가 사업의 핵심이라면 김우중회장은 매우 중요한 조직관리 부분에서 실패를 보이고 말앗다.”

지금 와서 대우와 함께 죽어간 기업들에게 이책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죽음이란 수업료를 내고 가르쳐준 교훈은 기억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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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일하라 - 성과는 일벌레를 좋아하지 않는다
제이슨 프라이드 &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 지음, 정성묵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책은 별거 아니다. 흔하디 흔한 경영 에세이다. 어떤 한가지 뚜렷한 주제를 놓고 그 주제를 논하는 책이 아니라 회사를 경영하면서 느낀 것 경험한 것을 두서 없이 이것 저것 늘어놓았다는 말이다. 이책은 저자들이 직원들을 상대로 회사 블로그에 포스팅햇던 것들이고 책으로 낼 생각은 없던 것이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대로 필요에 따라 쓴 것들을 편집한 것이니 이책에서 어떤 체계를 기대할 수는 없다.

물론 이책의 내용은 주제 별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니 체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책은 처음부터 읽어나갈 필요 없이 아무데나 어디 부분을 읽어도 되니 체계가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체계가 없다는 것은 이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체계를 위해 내용을 잘라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책을 읽다보면 저자들이 회사를 어떻게 경영하는지가 그려진다. 따끈한 생생함이 그대로 책에 담아졌다는 말이다.

이책의 내용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다른 책에도 다 나오는 것들이다. 계획, 회의, 사훈(또는 비전), 자금조달, 인력채용, 성장이냐 이익이냐, 핵심역량, 등등. 그리고 그런 주제들에 대한 내용도 새롭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책은 읽을 가치가 있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있다. 현장의 생생함 때문이다.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하는 이유를 늘 잊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기업에는 위대한 제품이나 서비스만이 아니라 위대한 가치관이 있다. 우리도 소신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싸우려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뒤에는 세상을 향해 그 소신을 펼쳐야 한다.

강한 소신은 열혈팬을 끌어들인다. 굳이 광고를 내지 않아도 입소문만으로 인기가 훨씬 더 빠르고도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쉽고 간결하다는 것 외에는 새로울 것이 없다. ‘Built to Last’와 ‘Good to Great’ 이후 상식이 된 견해를 저자 나름의 말로 풀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강한 소신에는 대가가 따른다. 적잖은 사람이 등을 돌릴 것이다. 오만하고 고집스럽다는 비난이 날아올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이런 말을 해주는 책은 정말 정말 드물다. 좋은 가치의 장점만 말하지 그 난점은 빠진 경우가 경영서적의 약점이다. 이유야 여러가지이겠지만 실제 현장의 목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책은 경영의 상식을 현장의 관점에서 쉽고 간결하게 말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책은 현장의 실무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진다.

“결정을 미루면 미해결 문제가 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문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거나 성급하게 처리된다. 그 결과 미해결 문제는 언제까지고 미해결 상태로 남는다. ‘생각해보자.’ 이말보다는 ‘결정을 내리자’가 낫다. 완벽한 해법을 기다리면 끝이 없다. 결정을 내리고 속히 진행해라. 이왕이면 결정의 흐름을 타는 게 좋다.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일사천리로 결정을 내리면 일의 진행에 탄력이 붙고 사기가 올라간다. 당신이 내린 결정 하나하나는 기초가 쌓이는 벽돌이다.”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잇는 요령 또는 지혜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책의 새삼스럽지 않은 내용이 새삼스러워지는 이유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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