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브레드버리.  SF 대가 중 한명인데, 유난히 단편을 많이 썼다. 이미 현대문학에서 나온 두꺼운 작품집 하나 있어서 아작에서 두 개의 너무나도 예쁜 커버의 작품집이 나왔을 때, 많이 겹칠거라 짐작하고 뭔가 아쉬워했는데(주로 이북을 삼에도 불구하고 커버가 중요하다) 목차 살펴보니 겹치는 거 하나도 없더라. 단편 작품집을 사고 나면 주로 첫편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표제작을 읽는 편이다. SF와 환상을 서정적인 정서로 묘사하는 작가로 르귄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브레드버리는 르귄과는 조금 다른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두 개의 소설 모두 딱 표지 이미지만큼 맑고 순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온 여름을 이하루에> 이 작품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nightfall을 연상시킨다. (nightfall은 내가 읽은 최고의 단편으로 꼽을 수 있겠다) nightfall에는 태양이 두 개인가 세개인 행성에서 낮만 존재하고 밤이라는 게 없다. 그래서 그 행성에 사는 사람들은 어둠이 무엇인지 모르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일식 같은 현상으로 밤이 다가오고, 종말론적 사람들을 세상의 끝이라 여기는 둥 태초 처음 겪는 밤을 앞두고 저마다의 이론과 믿음과 과학과 온갖 생각들로 소란스러운 상황을 그렸는데. 두둥 밤이 오는 대신 그들은 새로운 세계를 본다. 처음으로 별을 보는 그들의 태도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온 여름을 이 하루에>는 지구 가까이 있는 금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nightfall에서는 태양이 없는 걸 모르는 행성에 사는 사람들 얘기고, 반대로 금성에서는 태양을 모르는 사람들 애기다.  곧 바로 닥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대하는 인간의 심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nightfall은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데 비해, 이 소설은 아이들이 주인공이면서도 조금 더 종말론적이고 어두운 배경에 스산하지만 태양이 나타나기를 고대하는 아이의 마음에서 서정적인 슬픔이 느껴진다. 


금성에서는 짙은 구름에 쌓여 태양이 보이지 않고, 7년동안 비가 내려 컴컴한 지하 도시에서 살고 있는데, 쨍 하고 해가 비친 적이 바로 그 7년 전이고 소설의 주인공인 학교의 아이들은 2살때 해가 났었기 때문에 태양이 어떤 것인지 경험이 없다. 그런데 지구에서 5살때 쯤 전학온 아이가 마지막으로 자기가 본 태양을 기억하고, 태양이 뜰 날만은 기다리고 있는데, 지구에서 왔다는 특수성 때문에 애들한테 따당하다가 막상 태양이 떠오르는 그 날, 해가 뜬다는 일로 아이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사건이 터지는 내용이다. 


단편 중에서도 유독 짧은 단편들이 있는데, 이 단편이 그렇다. 매우 짧고, 아쉬운데, 태양을 그리워하는 소녀와, 컴컴한 어둠 속 인공태양광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태양에 대해 각자 상상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멜랑콜리의 묘약>에서는 몇 개 더 읽었는데, 표제작 보다는 그 다음 작품의 감동이 훨씬 심해서, 다시 다루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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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8-12-19 22:40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8-12-1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REBBP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CREBBP 2018-12-19 22:41   좋아요 1 | URL
오 좋은 소식이군요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립님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