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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평점 :
공포, 집, 여성 | 앨리자베스 게스켈,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메리 셸리 | 장용준 역 | 고딕서가
4인 4색이 빛나는 책
나에게는 어렸을 적의 추억을 다시 상기 시켜준 책.
아마도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됐지만, 내가 정말 어렸을 때, K방송사에서 일요일 밤마다 방영했던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가족끼리 모여서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게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하나의 루틴이었다. 그렇게 일요일의 마무리이자 월요일을 맞이하던 때가 기억난다. 그 때, 여러가지 개그 코너가 있었지만, 지금 생각나는 개그는 '4인 4색'이라는 코너였다. 4명이 나와서 4개의 프로를 진행한다. 구연 동화 프로, 홈쇼핑, 동물의 세계, 스포츠 중계를 절묘하게 섞어서 아주 재미있게 보여줬던 프로였다. 4명의 호흡이 장난이 아니다. 지금도 서평을 쓰면서 찾아보았는데, 아직 있다. 여전히 재미있다.
이 이야기를 지금 하는 이유는, 이 책이 마치 그렇게 작가 4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4인의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메리 셸리의 성격이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던 책. 조심스럽게 소개하며 추천해본다.
첫 번째로 나온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가난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빅토리아 시대 사회의 많은 계층의 삶에 대한 상세한 초상화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회색 여인>에서는 자신의 삶을 억압하는 남편으로부터 도망 나와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처음에 도망나오는 장면에서는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이 생각났지만, 이후의 이야기에서는 세상 아름다웠던 여주인공이었던 그녀가 회색 여인이 된 이야기가 나왔다. 제목이 왜 <회색 여인>인지 읽어보아야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나온 버넌 리는 저번에 '사악한 목소리'라는 책으로 먼저 만나본 작가이다. 그녀는 공공연히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했다. 게다가 젊은 남자처럼 차려입고 거침없이 유럽 전역을 여행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강경한 반전주의자로 나서기도 했다. (출처: 리디북스) 그녀 자체가 흥미로운 작가이니만큼 역시나 저번과 같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세 번째로 루이자 메이 올컷은 이미 '작은 아씨들'로 유명하다. 이번 <비밀의 열쇠>도 역시나 그녀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로맨스 같다가도 한 편으로는 갑작스러운 무서움, 호기심을 몰고 오는 그녀의 스토리는 역시나 재미있다.
마지막 작가는 메리 셸리이다. 이미 '프랑켄슈타인'으로 유명한 작가이고, 개인적으로는 몹시 독특한 작가로 알고 있는데, 역시나 여기서도 그녀의 그런 독특함이 잘 나타난다. 동일한 제목의 소설을 프란츠 카프카가 썼는데, 그것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오전에 읽다가 지각하기 직전에 출근한 것은 안비밀..!!
역시 작가들만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소설들이었다. 각자 성격과 쓰는 스타일들이 달라서 그런지, 이렇게 읽는 것도 재미있다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무서운 것을 좋아하지만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는 것을 너무 무서워해서 (특히나 영상으로) 잘 보지 못하는 나로선, 이렇게 책으로 읽는 것이 유일한 공포 이야기를 접하는 방법이라서 가끔씩 이렇게 읽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분도 한 번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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