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언니 상담소 일공일삼 56
김혜정 지음, 김민준 그림 / 비룡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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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언니 사용법]

네가 누구여도 괜찮아.

어떤 고민이어도 괜찮아.

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게.

너의 말에 무조건 '맞아'라고 해 줄게.

지금, 맞아 언니에게 말하세요!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이와 중학생이 되는 작은 아이가 책을 먼저 읽었다. 작은 녀석은 재밌다고 이야기를 하고, 큰아이는 딸아이라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는지 본인도 초등학교때는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못하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다. 딸과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장담을 하고 있었기에 아이가 하는 말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요즘 아이와 대화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두살 나이에 아이에겐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 별거 아니지만, 당시엔 말을 하지 않는것이 엄마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의 크기가 나와는 달랐던 그 나이에는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무조건 '맞아'라고 호응을 해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이야기는 들어주지만, 그곳에서 잘못된것을 찾아내고 고칠수 있게 도우려 한다. 그런 부분에서 아이들은 상처받기도 하고 오랜 시간 앙금으로 남기도 한다. 물론, 부모입장에서는 너무나 별거 아닌 문제라는 생각으로 다 잊는 경우가 많다. 한정판 스티커에 상처받고, 자율학습을 하기 싫다고 이야기할 때 무조건 이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명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맞아 언니 상담소>는 그런 아이들의 바람으로 탄생을 하게 된다. 무슨 고민이든 100% 익명이 보장되는 맞아 언니 상담소. 맞아 언니의 운영진은 미래, 세나, 은별과 유일한 남자멤버인 선우까지 네명이다. 유명한 일화나 책에서 본 사례를 곁들어 논리적으로 답변해주는 미래, 글을 쓴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헤아려 주는 세나, 별일 아니니 걱정 말라고 시원스럽게 답변해주는 은별, 인기 폭발 전학생이지만 어딘가 비밀스러운 선우까지 이 아이들은 어떤 고민을 해결해줄까?

 

익명으로 쓰여진 글에 '맞아 언니'들은 번갈아 공감의 답글을 달아주고, 그 공감에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카페는 점점 가입자 수가 많아지게 된다. 카페의 크기가 작을때는 별문제가 아니던 것들이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면 왜곡될 수 밖에 없다. 학교 앞 문구점 아주머니가 누군가가 쏜 비비탄 총으로 인해 크게 다치게 된 사건이 일어나고, 아이들은 그 범인이 카페 회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고민글에 공감을 해줬던 세나와 아이들은 혼란에 빠지고, 세나는 '맞아 언니 상담소'를 탈퇴하면서 아이들은 비비탄을 쏜 아이를 비밀리에 찾기 시작한다.

 

딱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다. 인터넷 카페가 익숙하게 다가오고, 범인을 B라는 이니셜로 표현하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아이들. 휴대폰과 컴퓨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아이들. 그럼에도 자신에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고, 동감해주기를 원하는 아이들. 무조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언니 같은 존재가 인터넷 세상에서만 만날 수 있는것이 가슴 아프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고민을 제대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의 시작이지만, 고민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초등학교 시절에 더할 것이다. 『맞아 언니 상담소』의 작가는 『다이어트 학교』의 저자인 김혜정이다. 중고등학생들의 공감을 형성해주는 작가가 아니라 초등학교 아이들의 문제까지도 시원하게 긁어준다. 온라인 고민 상담소를 차린 아이들의 이야기. B를 찾아내서 어떻게 해결을 했을까? 초등 고학년 도서인 만큼 어린들은 읽어보지 않아도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알고 있겠지만, 김혜정작가와 맞아 언니 네명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속 시원하다.

 

맞아 언니는 무조건 '맞아'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맞지 않을 때에는 맞지 않다고 할거라고. ... 하지만 다른 건 그대로다. 네가 누구든, 어떤 고민이든 맞아 언니는 다 들어 줄거다.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들어 줄께.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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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의 도시 1 스토리콜렉터 2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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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가 소시지공장에서 글을 썼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처음 만나고 그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작가의 글에서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역시나 잘나가는 작가다보니 이혼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넬레 노이하우스의 첫 장편이라는 『상어의 도시』에서는 그게 아닌듯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사람 사는게 다 비슷한 것 같다. 어쨌든 낮에는 남편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밤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나가던 한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수 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작품에 매달리며 마침내 첫 번째 소설을 완성하지만 그녀의 책을 선뜻 출판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었고, 결국 그녀는 자비로 권 당 3유로씩 단 500부만을 찍어 공장을 찾아 온 손님들을 대상으로 알음알음 책을 팔았단다. 그 책이 『상어의 도시』다.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등장하는 '타우누스 시리즈'이외의 작품이 내겐 그리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아서 책을 패스할까 하다가, 그녀의 첫 소설은 어떨까 하는 궁금함이 타우누스 시리즈를 이기고는 읽기 시작했다. 1권은 익숙하지 않은 경제적 용어로 인해서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2권은 1권에서 깔려진 밑밥을 회수하는 작업이라 그런지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독일어 원제목인 'Unter Haien(운터 하이엔)'의 뜻은 '상어 무리 속에서'란다. 상어의 도시라는 제목 참 근사하게 붙였다. 1권에서 코스티디스 시장이 알렉스에게 "상어가 득실거리는 수조에 뛰어 들려면 행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죠”라고 경고하는 곳 뿐 아니라 험한 세상을 상어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 꽤 여러 곳 나온다.

 

하이틴 로맨스에 빠져있는 큰아이는 소설 속 여주인공은 못생겨도 멋진 남자를 만난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책엔 그런 이야기들이 별로 없으니, 아이에 책과 내 책이 캐릭터도 스케일도 다르다. 책 표지처럼 매력적인 여자와 여자의 가는 목을 죄고 있는 하얀 와이셔츠의 사내. 반지를 끼고 있으니 결혼 했을 것이고, 도시의 풍광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니 이곳 또한 굉장히 높은 곳일것 같다. 무표정한 여자의 얼굴과는 다르게 손은 힘주어 꽉 쥐고 있는것도 표지를 참 잘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어의 도시』를 중간까지 읽었을때의 느낌이 이랬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1권과 2권의 옷 색깔이 다르다. 여주의 생각이 바뀐것일까?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뉴욕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인 알렉스 존트하임은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이다.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뉴욕 상류층 사회를 접하게 된 알렉스는 부유하고 권력있는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자신이 자랑스럽고 비로소 성공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막강한 재력가인 세르지오 비탈리와 가까워지면서 뉴욕 최상류층의 삶을 만끽하지만 그 이면에 돈과 권력을 향한 무자비한 일들이 자행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렉스는 서서히 회의를 품게 되고 빠져나오려 하지만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면서 생명의 위협마저 받게 된다. 세르지오 비탈리에 반대편에 서있는 뉴욕시장 닉 코스티디스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알렉스에게 손을 내민다.

 

알렉스가 주인공인것은 틀림이 없지만, 알렉스보다 세르지오와 코스티디스가 훨씬 더 눈에 들어온다. 악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듯한 세르지오는 요즘 TV에서 자주 나오는 재벌 소시오패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그의 반대편에 서있는 코스티디스는 정의란 이런것이다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는 알렉스가 주인공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상어의 도시』속에는 정계와 경제계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 내부자거래를 통한 부당이득, 유령회사, 마피아, 테러, 살인과 사랑, 야망, 질투, 두려움까지 사람이라면 겪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들어있다. 정의에 편에 서 있으리라고 다짐을 하지만 무서운 주먹에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이름을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니까 말이다.

 

대한민국에 정서와는 확실히 다른 면들이 많이 있지만, 『여름을 삼킨 소녀』나 <타우누스 시리즈>를 통해서 만난 인물들을 보면 유럽의 성도덕은 우리와는 확실히 다르구나하고 넘기련다. 이런면들을 제외하고는 작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연구를 했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 작품이 『상어의 도시』임에는 틀림이 없다. 작가의 첫 작품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오고, 그들의 직업적 내용들이 이토록 자세하게 나와있으니 말이다. <타우누스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있는 지금과는 확연히 틀렸을 2005년에 출간된 『상어의 도시』. 넬네 노이하우스가 그려내는 알렉스 존트하임과 닉 코스티디스를 만나는 재미는 확실히 있다. 게다가 악의 화신같은 세르지오 비탈리는 우리 영화 베테랑과 드라마 리멤버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요즘 많이 보여주는 케릭터이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모든 인물들을 한번쯤 만나보는 시간도 꽤 재밌고 행복한 시간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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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 탐정 5 : 네 개의 사건 스무고개 탐정 5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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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에서 실시한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이 <스무고개 탐정>이다. 초등학교 학생부터 중등 저학년까지의 100명의 아이들이 먼저 책을 읽고 수상작을 결정했는데, 이 선택이 얼마나 확실했는지, 아이들 사이에 '스토리킹 수상작'='재미있다'라는 공식으로 알려졌다. 1회 수상작인 스무고개 탐장, 2회 수상작인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와 3회 수상작인 쥐포스타일까지 참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고, 스무고개 탐정과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시리즈물로 확대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글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해주는 글들이 스토리킹 수상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 1회 수상작이었던 <스무고개탐정과 마술사>가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로 벌써 5탄을 맞이했다. 그리고 시즌 2를 이야기하면서 아동도서에 본격적인 시즌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스무고개 탐정>은 스무고개탐정과 마술사, 고양이 습격사건, 어둠속의 보물상자, 과거의 친구까지 하나의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었고, 그 중심에 스무고개 탐정과 함께 문양, 명규, 다희, 마술사라는 네 친구가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시즌1의 마지막 이야기인 과거의 친구를 통해서 스무고개 탐정의 절친인 병호와 오해로 스무고개탐정을 함정에 빠트리려했던 병호의 사촌동생, 주원이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네편의 이야기를 이끌어온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스무고개 탐정이라는 소재도 신선했지만, 분명 스무고개 탐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수가 없는 일들이 많았다. 그 뿐 아니라 4권을 통해서 스무고개 탐정이 전학교에서 교우관계의 문제로 힘들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 생활은 원만한 교우관계 없이는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내편이 되는 친구가 있어야만 한다. 운동장 구석에 생긴 월요일부터 금요일 3시~4시 사이에만 문을 여는 스무고개탐정 사무소는 스무고개탐정만이 아닌, 문양,명규,다희와 마술사의 사무실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즌 2의 첫번째 이야기인 <네개의 사건>은 스무고개탐정의 친구들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니,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냐마는 스무고개탐정없이 혼자서 가능할까? 아이들의 첫 추리는 추석연휴 3일간에 일어난다.

 

기존의 조연 역할에서 머물었던 아이들이 각 단편의 주인공이 되며 추리의 내용도 각각 주인공의 성격과 색깔에 맞게 다양하게 펼쳐진다. 다섯고개 탐정인 문양이편, 고양이 습격사건2로 명명지은 명규편, 두명의 범인인 다희편과 사라진 가방을 찾아낸 마술사 편까지 순간순간 추리가 막힐 때마다 아이들은 ‘스무고개 탐정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스무고개 탐정과 마음속으로 대화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간다. 스무고개 탐정 역시 “멋진 추리야! 너는 탐정이 될 소질이 있어.”, “이건 너한테 딱 맞는 사건이야!”라며 친구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허교범 작가는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스무고개 탐정의 친구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짧은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스무고개 탐정이 사무소를 차린 지금이 적절한 시기로 보여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를 내놓았다고 이야기를 하고있다.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은 성장한다. 스무고개 탐정이 병호를 만나 스무고개탐정이 되기까지 문양이와 명규와 같은 시기를 보냈을 것이고 사건 하나 하나를 풀어나가면서 성장해나갔을것이다. 시즌2의 첫번째 이야기인 <네개의 사건>은 서로의 응원과 격려 속에 탐정으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이 그려져 있고, 아이들의 모습은 내 옆에서 스무고개 탐정을 읽고 있는 우리 아이를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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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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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출간된 이후 몇년을 베스트소설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이제야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으로도 벌써 읽었어야 했음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는 읽지 못하고 반납하기를 수번을 하다가 드디어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읽어서 낡디 낡은 사전처럼 변해버린 책을 들고는 밤을 지새웠다. 처음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이상한 곳에 이야기가 메인으로 되어있는 단편집인 줄 알았다. 1장의 제목이 '답장은 우유 상자'에 였고 2장의 제목이'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이었기도 했지만, 1장과 2장의 연결고리를 처음엔 찾아 낼 수가 없어서 단편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장이 넘어가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에 사로잡힌것은 두말할 필요 없었고, 이 책이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인가 할 정도로 그가 쓴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 변두리에 자리한 '나미야 잡화점'은 30여 년간 비어 있던 오래된 가게다. 이곳에 삼인조 좀도둑들이 숨어든다. 강도짓을 하고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났지만 여간 어리버린한이들이 아니다. 인적이 드문 외딴집인줄 알고 들어온 나미야 잡화점. 그곳으로 의문의 편지 한 통이 우편함을 통해 들어오고, 세 사람은 의심을 가지면서 편지를 열어본다. 이 오래된 잡화점에 편지가 전해지면서 어리버리 삼인조 좀도둑은 이곳이 고민을 해결해 주는 유명한 잡화점이었을 알게 된다.

 

"나미야라는 우리 잡화점 이름을 짓궃게 '나야미, 나야미'하면서 놀리더라구요. 간판에 '상품 주문 가능. 상당해드립니다'라고 써 있는데, 아이들이 그럼 나야미(고민) 상받도 해주느냐고 자꾸 묻는 거예요.그래서 그야 물론이다. 어떤 것이든 다 받아주겠다." (p.24)

 

아무도 살지 않는 오래된 잡화점. 어리버리 삼총사는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처럼 '달토끼'라는 가명으로 온 운동선수의 사연에 답장을 써주는데, 답장을 보내자마자 달토끼의 두번째, 세번째 편지를 받으면서 나미야 잡화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알 수 없는 시간의 뒤틀림을 느끼게 된다. 달토끼 이후 생선가게 뮤지션인 가쓰로가 뮤지션의 길과 생선가계 대를 잇는 문제로 고민을 하는 편지를 받게 되고, 어리버리 삼총사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자신의 뜻을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뮤지션의 길을 가라는 편지를 하게 된다. 30여년전에 나미야잡화점으로 보내온 편지와 30여년전으로 보내지는 답장들. 그리고 3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만나게 되는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와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들.

 

<나미야 잡화점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 9월 13일 오전 0시부터 새벽까지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 창구가 부활합니다. 예전에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으셨던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때처럼 가게 셔터의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주십시오. 꼭 부탁드립니다.> (p.219)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0년이 되는 기일에 올라온 글. 이글을 보고 답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다해도 그 답장을 누가 받게 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 창구가 부활하는 그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간이니 말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의 동참하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할아버지가 고민을 상담해주었던 이야기들과 어리버리 삼총사가 고민을 해결해주었던 사건들은 각각의 다른 이야기처럼 보여지다가, 말도 안되게 커다란 그림으로 맞추어지면서 환광원이라는 보육원과 연결되어 진다. 100점을 받고 싶었던 100점짜리 꼬마, 미혼모라도 아이를 낳고 싶었던 그린 리버, 야반도주를 해야만 하는 부모를 이해할 수 없었던 폴 레논, 호스티스를 계속 할것인지 고민하는 길잃은 강아지까지 나미야 할아버지와 어리버리 삼총사가 해결해준 고민상담의 답장들이 하나 둘씩 나미야 잡화점에 모여지고, 말도 안되게 할아버지와 어리버리 삼총사는 답장을 받게 된다.

 

뚜렷한 계획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리버리 삼총사, 아쓰야, 고헤이, 쇼타는 당장 내일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우울한 인생들이었다.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그들이 풀어내는 상담은 그들의 인생처럼 단도직입 적이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을 풀어내던 이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해결받는다. 고민은 들어주는 것만으로 해결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길잃은 강아지에게 해주듯이 스펙터클하게 미래를 알려 줄 수도 있겠지만, 고민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고, 해결법도 알고 있다. 단지 자신의 말을 지지해 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고민해결 창구에 편지를 넣으면서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될 것이고, 생각에 또 생각을 해야지만 글을 쓸 수 있을테니 말이다. 힐링이 대세인 요즘, 나미야 잡화점은 제목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기적처럼 치유를 해주는 곳이다. 그러기에 뒷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간과 공간이 출렁 뒤틀리는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은 것은 나뿐이 아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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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
 
나이트 뷰 인 스크래치 북 : 야경이 아름다운 세계의 도시 12 - 펜 하나로 도시를 밝히다 인 스크래치 북 시리즈
스타일조선 편집부 엮음 / 스타일조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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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살고 있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방공훈련이라고 서울 시내의 모든 불을 소등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바라본 하늘은 내가 보아왔던 하늘이 아니었었다. 서울에도 별이 이렇게 많았구나를 처음 알았던 그때 이후에 별을 본 기억은 별로 없다. 오히려 서울의 화려한 밤거리가 별처럼 내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던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야경은 도시의 풍경으로 다가오고, 야경이 아름다운 세계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Night View in Scratch Book>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펜 하나로 내가 가본적 없는 도시의 불을 밝히는 그런 마법의 순간을 만나보자.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 이탈리아 베네치아 /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 타이완 지우펀 / 중국 상하이 / 인도 타지마할 / 헝가리 부다페스트 / 프랑스 몽마르트르 / 체코 프라하 / 미국 라스베이거스 / 러시아 성 바실리 대성당 / 호주 시드니까지 야경이 아름다운 세계의 도시 12곳이 소개되어져 있는데, 스크래치북을 넘기면 그냥 흑백의 사진이 나타난다. 그저 흑백의 사진인줄 알던 그림들은 가는 펜촉이나 칼끝, 샤프의 뾰족한 끝이 스치는 순간 진가를 나타낸다. 흑백의 명암만 가득했던 스크래치북이 현란한 빛을 펼쳐내기 시작한다.

 

컬러링북이 열풍이다. 다양한 컬러링북들은 힐링을 외치면서 나오고 있지만 끊임없이 컬러의 조합과 완성도를 고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색감이나 미적 감각이 없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스크래치 북은 끝이 뾰족한 펜으로 그저 선을 따라 긁어내기만 하면 된다. 출판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검은 밤하늘과 화려한 불빛을 상징하는 컬러의 대비는 개인의 실력차를 떠나 놀라울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물론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하고 선을 잘못 그으면 새로운 그림이 만들어 지기도 하지만 검은 장막을 걷어내면 조금씩 드러나는 마법 같은 풍경은 그 시간을 충분히 보상을 해주고도 남는다.

 

 

각각의 야경이 어떤 장소인지는 스크래치북 뒷면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몇시간 또는 몇일을 고생해 만들어낸 야경들의 이야기가 그냥 사라지는 경우는 없다. 스크래치북의 특징처럼 한장씩 뜯어서 펜으로 선을 따라가는데, 낱장으로 떼어 내지 않은 상태로 힘을 주어 긁어내면 뒷장에 자국이 남을 수도 있기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스크래치 펜은 예전에 사용하던 펜촉처럼 생겼다. 펜을 세워서 사용하면 가는 선을 표현 할 수 있고, 펜을 뉘어서 사용하면 굵은 선과 넓은 면적을 스크래치 할 수 있게 되어서 선들의 명암을 충분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어있다. 내 경우엔 가는선이 굵은 선보다 쉽게 다가왔지만, 다른이들은 모르겠다.

 

 

한작품을 완성하는데도 워낙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몰입이 강하게 되어서 펜만 있다면 가족과 함께해도 좋다. 세계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쯤 가 보고 싶어 한다는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야경을 직접 가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눈으로 한 번, 손으로 또 한번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스크래치 북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손을 많이 움직이면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이보다 조금 완성도는 낮아도 금방 완성할 수 있는 스크래치 북이 있다면 아이들이나 실버층에게도 인기를 끌 수 있을것 같다. 한번 잡으면 1시간은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스크래치 북. 펜 하나로 도시를 밝히는 마법을 내손으로 만들어 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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