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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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출판사가 창해라 고민없이 집어 들었다. 어라, 그런데 요 책이 <돌아와요 아저씨>의 원작소설이란다. 더 혹하게 생겼다. 몇편 안본 드라마중에 내가 봤던 드라마였으니 말이다. 다들 재미 없다고 하는데 나혼자 정지훈과 오연서의 코믹연기에 킥킥거리고 웃었고, 원작이라고 하니 더 혹 해버렸다. 그런데, 작가가 아사다 지로다. 창해도 <돌아와요 아저씨>도 범접할 수 없는 이름이 아사다 지로다.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린시절 만났던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 눈물 콧물 다 빼면서 읽었던 작가의 다른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는 옛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너무 옛친구를 만난 느낌이 난다. <돌아와요 아저씨>를 만났을때도 그러더니, 이거 이거... 읽었던 책이다. 『안녕, 내 소중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1.2권 으로 되어있던 책이 합본이 되어 나왔다. 당시야 책값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으니 두권이어도 훨씬 저렴했지만, 어쨌든 읽은책을 또 신났다고 영 다른 이야기라고 좋아라 하고 있으니 참.. 그렇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읽는 책이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이런 사후세계나 다른 모습으로 현신되는 이야기들도 종종 읽어서 인지, 와~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드라마의 영향인지 자꾸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드라마는 책의 모티브만을 따왔을 뿐 책 속 어디에도 정지훈 느낌이 나는 간지나는 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물론, 김수로같은 한결같은 로맨티스트도 없다. 그대신 드라마 속 인물들보다 더욱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일본에선 죽음을 맞이한 영혼이 7일간 중유(中有)라는 곳에 머무르게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지 소설속엔 중유라는 공간이 나온다. 같자기 죽음을 맞이한 백화점 과장 쓰바키야마 과장은 죽음을 맞이한곳에서도 고민해야 할것들이 너무나 많다. '초여름 대 바겐세일은 과연 성공리에 끝났을까? 죽기 얼마 전에 구입한 대출금은 어떡하란 말인가? 12살이나 어린 아내와 7살짜리 아들은? 게다가 홀몸으로 자신을 뒷바라지만 하다가 치매에 걸려버린 아버지는? 집안 책상에 숨겨놓은 야한 동영상들은 어떡하지?' 같은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숨기고 싶은 치부로 부끄러워 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은 쓰바키야마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유에서 만난 의리파 조폭두목 다케다,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야 한다는 7살짜리 소년 렌 짱.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중유청으로 부터 이들 세사람은 이승에서 꼭 확인하거나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인정을 받고, 죽은 뒤 나흘 만에 단 사흘 동안의 환생을 허용 받는다. 생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환생을 하면서 쓰바키야마 과장은 빼어난 몸매의 젊은 미인으로, 다케다는 중후한 인품을 갖춘 중진 변호사로, 렌 짱은 총명한 소녀로 환생한다. 물론, 모든 환생에는 댓가가 따르기 마련이고 세 사람은 ‘시간엄수, 복수 금지, 정체의 비밀유지’라는 세 가지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그야말로 저승세계에서 큰일을 당하게 됨을 통보 받는다.

 

이유불문하고 죽음은 생전을 잊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승에서의 한을 풀기위해 다른이의 몸으로 환생한 사람들. 아무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전의 누군가와 오버랩하지는 않는다. 가끔 저렇게 행동하던 사람이 있었지하고 생각을 할수는 있지만 말이다. 단 사흘. 그 시간동안 모든 한을 풀 수 있을까? 치매에 걸려 돌보지 않던 할아버지와 어린 아들.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세사람이 찾아가는 사흘동안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듯 보여지기 시작한다. 아주 아주 예전에 이런 일들이 있었지하고 이야기 할머니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듯이 말이다.

 

시간엄수, 복수 금지, 비밀유지가 생각 처럼 쉽지가 않다. 단 사흘간이라도 말이다. 말하지 않고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남아있는 이들에게 이야기 할수 없는 사람들. 스바키야마, 다케다, 렌짱이 모두 이승의 한을 풀고 중유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꼬였던 실타래들은 풀어진다. 이게 해피엔딩일까? 일본의 사후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해피앤딩이다 아니다를 이야기하기가 힘이든다. 분명 기분좋은 느낌으로 글은 다가오는데, 내게 느껴지는 내용들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아시다 지로의 원작은 이미 일본에서 연극.드라마. 영화등으로 이미 충분히 검증받은 절정의 휴먼 판타지 코믹드라란다. 2009년 TV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그곳에서 원작을 어떻게 풀어냈는지는 모르겠다.

 

십여년전에 읽었을때와 다른 느낌이 든건 분명 내가 그동안 이런 비슷한 책들을 너무 많이 접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책들의 근간은 아사다 지로가 만들었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고 많은 작가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을 펼쳤을테니 말이다. 그러기게 아사다 지로의 책에서만 느낄수 있는 행복이 있고 감동이 있다. 다른 책에서는 만날 수 없는 처음의 설렘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같은 아사다 지로의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화려한 표지로 번쩍임에도 불구하고 옛이야기를 품고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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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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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장마시작이라고 말은 하는데, 언제 장마 시작일지는 모르겠고, 열대야까지 덮치니 낮이나 밤이나 참 한결 같이도 덮다. 그래서 이런날은 책읽기가 좋다. 심장을 조여주고 책 속 인물과 함께 살기위해 몸부림치다 보면 더위도 잊어버리니 말이다. 달달한 로맨스도 콩쾅거려서 좋지만, 역시 여름엔 서스팬스다. 귀신이야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영상으로 마주하는 무서운 이야기는 싫은데, 이상한게 책은 좋다. 책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지는 공포가 보는것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은데도 책으로 만나는 공포와 서스팬스가 좋은걸 보면 난 어쩔 수 없는 책쟁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읽은 책은 역시 기시 유스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청각과 촉각이 요동치면서 그가 풀어놓은 트릭속에 빠져버리고, 안자이 도모야와 함께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인간의 몸의 1/1,000도 되지 않을 작은 곤충 때문에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은 기시 유스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읽을 맛이 나겠어라고 할 정도로 얇은 책. 희끗희끗보이는 정체 불명의 곤충과 어두컴컴한 눈덮인 산장. 보는것만으로도 한여름에 시원함을 느껴야하는데, 청량감이 다가오는 시원함은 절대 느낄수가 없다. 기시 유스케가 만들어내는 세계를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여기에……. 더구나 이런 계절에…….
레이스 커튼과 유리창 사이에 불쾌한 날갯소리를 내는 곤충이 있었다. 몸길이는 2, 3센티미터쯤 될까. 노란색과 검은색의 경계색은 틀림없이 말벌이다. “아무쪼록 다시는 쏘이지 않게 조심하세요……. 처치가 늦으면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p.18)

 

음울한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를 쓰는 소설가 안자이 도모야. 그림책 작가인 아내 유메코와 함께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의 산장에서 신작 <어뭉의 여인>의 성공을 축하하며 와인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내는 자취를 감춘채 안자이의 귀를 자극하는 말벌의 날갯소리 말벌에 쏘였던 경험으로 말벌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안자이는 해발고도 1,000미터가 넘는곳에 위치한 산장에서 자신을 덮쳐오는 말벌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 작은 곤충이 이토록 무섭게 안자이에게 덮쳐올지 몰랐다. 장수말벌과 함께 노란말벌들이 나타나고, 그가 안전하다고 숨는 곳마다 벌들이 날아든다. 도대체 어디서 벌들이 그를 향해 날라드는 것일까? 아내에 대한 의심이 확신이 되어가고, 현실은 아비규환의 도가니로 변해가면서 말벌로 가득한 산장은 안자이의 사고를 멈추게 만든다. 벌독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이에게 벌에 뾰족한 침을 통해 나오는 독은 치명적이다. 사고를 하면서 안자이는 끝없이 살기위한 방법을 찾고 움직인다. 이 작은 곤충이 한마리가 아닌 벌떼가 되면서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적이 되어버린다. 공격성이 강한 노랑말벌과 자신의 동족을 죽이는 장수말벌까지. 이 괴기한 벌떼들의 모습은 보통사람들의 사고도 마비시키고 만다.

 

말벌과의 사투. 기시 유스케가 보여준 이야기는 이 괴기한 벌떼들과 사투를 벌이는 한 남자다. 이 남자가 벌떼들과의 사투에서 승리를 했을까? 승리를 했다면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이나는 걸까? 안자이가 벌떼의 습격을 받고 유메코가 등장하면서 기시 유스케를 왜 서스팬스의 제왕이라고 하는지, 이 책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말벌과의 사투도 끔찍하지만 더한 싸움이 남아있으니 기대하시라. 아니 더한 싸움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뒤통수를 맞을 준비는 하고 있는게 좋을듯 하다.

 

작가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말벌은 작지만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내면의 두려움은 본래의 모습이 아닌 왜곡된 이미지로 다가올때가 많다. 세월의 경륜을 가진 이들조차도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두려움을 숨기고 있다가 현실에서 마주보고는 이게 나를 누르는 두려움이었구나를 깨달을때도 있다. 안자이 도모야라는 소설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알수 없다.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서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누구나 자신을 향해 팔이 굽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 더운 여름이 조금은 시원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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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문의 기적 일공일삼 67
강정연 지음, 김정은 그림 / 비룡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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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문'에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 두 남자가 산다. (p.11)

 

 

아파트 현관문을 분홍색으로 칠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 난 한번도 그런 집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생각해 보면 그런집이 없다고 단정지을수도 없을 것이다. 전혀 행복하지 않은 두 남자가 사는 이 집이 꼭 행복한 사람들이 살것 같은 분홍문이라는게 이상하게 느껴질 만도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속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분홍색을 좋아하고 박진성씨와 박향기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김지나 씨는 진성씨와 향기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남편 박진성씨와 아들 박향기에게 김지나 씨는 자신이 모든걸 다 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었다. 두부를 사기위해 슈퍼로 간 그 날, 교통사고가 일어나기전까지는 말이다. 박진정씨와 박향기에게 아내와 엄마가 사라져 버린날 이후, 이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행복한 우리집'의 두 남자는 '안 행복한 우리집'의 두 남자로 바뀌어 버렸다. 아내도 엄마도 없는 삶이 뭐가 그리 행복하겠는가?

 

"감 씨가 목에 걸리면 까치가 찾아온다는 말, 들어 봤나?" (p.63)

 

치매걸린 할머니가 하셨던 말을 병원에서 다시 듣게 될지는 몰랐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몽 이비인후과'의 '몽' 선생님. 여간 의심스럽지 않는데, 정말 까치가 씨를 물고 왔다. 그리고 엄지 공주 같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김지나씨와의 마법같은 72시간이 시작된다. 세번의 저녁, 세 번의 아침, 세 번의 점심이 이렇게 행복하고 소중했었던가? 엄지공주의 모습이고, 아무도 볼수 없어도 진성씨와 향기에게만 보이는 지나씨의 모습만으로 진성씨와 향기는 행복하다. 아내가, 엄마가 보고 있으니 잘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사랑하는 이가 나를 보고 있으면 변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사라진 뒤 모든것을 놓아버렸던 두사람의 일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엄마와 함께 하는 72시간의 시간. 더 많은걸 하고 싶어도 시간은 정해져 있다. 잠을 안자고 버티고 싶은데 그럴수 없는것이 사람이다. 놓치기 싫은 시간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하지만 이젠 행복하지 않았던 두 남자는 알고 있다. 엄마가 천사가 되어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 보고 있다면,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있다면 잘하고 싶은게 사람이다. 그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진성씨와 향기에게 주어진 마법같은 시간들.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 먹먹해 질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분홍문을 두드리는 순간 찾아올 것이다.

 

세상엔 믿을 수 없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믿을 수 없다고, 거짓말 같은 이야기라고 정말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고는 말 할 수 없는 거다. 사실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적어도 한 번쯤은 믿기지 않는 일이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여기, '그래도 행복한 우리집'의 초록 문 사람들처럼 말이다.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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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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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이카 학원 중등부 3학년인 아키요시 소타는 D반이다. 그리고 그가 속한 D반이 교내에서 '피난소 생활 체험캠프'를 열었던 6월 14일 토요일 밤, 사건이 벌어졌다... (p.15)

 

이야기의 발단이다. 중등부 체험캠프에서 무언가 긴박한 사건이 벌어졌음에 틀림이 없다. 의심을 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와 같지 않을까 싶다. 미미여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니까. 처음 책을 만났을때의 느낌은 살짝 실망스러웠다. 이거 뭐야. 한두시간이면 다 읽을 만한 분량의 단편같은 느낌의 책이 아닌가? 무게감은 느낄 수도 없는 얇디 얇은 이야기속에서 미미여사가 들려주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궁금했다. 궁금하지 않았다고 하면 진실이 아니다. 어쨌든 중등부 3학년 체험캠프에서 뭔가 벌어졌다고 하니 어떤 일이 벌어졌고, 해결은 되었는지 그 끝을 보고 싶었다.

 

 

도쿄의 사립중학교에서 재난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한 1박 2일 교내 캠프 도중 히노 다케시라는 남자 교사의 부적절한 언동이 알려져 파문을 빚는다. 공격의 대상이 된 학생이 한밤중에 무단으로 학교를 빠져나가버리고, 또다른 학생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끝에 자살미수 소동까지 일으킨다. 교사를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는 상황. 그러나 히노 다케시는 학생들의 주장을 부정하며 정면으로 대립하고, 끝내 징계해고를 당한 후에도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피해자 학부모의 의뢰를 받아 사건을 조사하던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로는 우연히 교사 측 변호인을 맡은 후지노 료코를 만나고, 둘은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진상을 파헤치는 데 협조한다.

 

사립탕점과 변호인이 주요 인물이겠구나 싶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어디서 먆이 듣던 이름이 아닌가? 『솔로몬의 위증』으로부터 약 20년 후, 어엿한 프로 변호사가 된 주인공 후지노 료코. 처음엔 상상도 못했다. 중간부분에 변호인 료코가 자신의 학창시절을 이야기하면서 그녀가 『솔로몬의 위증』속 똑부러지던 소녀, 후지노 료코인 줄 알았다. 이제 이 이야기는 료코와 사부로가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이도 하지만, 내속에 추억으로 갈무리해둔 료코를 현실의 세계로 끄집어 내는 작업으로 변해 버린다. 『솔로몬의 위증』을 읽은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음에도 과거의 친구를 소환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뿐일까? 주인공 이름을 못 외우는건 참 문제다.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로는 어떤가? '행복한 탐정'시리즈의 알다가도 모를, 오만 곳에 오지랖을 피우던 그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제 이 얇은 책은 사립중학교에서 일어난 일로 마무리되어질수가 없다. 미미여사의 히어로들의 출동이니 말이다. 스기무라 사부로와 후지노 료코의 조인이다. 어떤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 될 수 없다. 그게 더 이상한 일이 되어버렸다. 3학년 교실에서 벌어지던 소리없는 전쟁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교사 히노 다케시의 가정사까지 들여다 보아야만 해결할 수 있어진다. 그리고 그일들을 콤비아닌 콤비가 되어버린 스기무라 사부로와 후지노 료코가 우리앞에 숨기고 싶던 폐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으로만 바라 볼 수 있는 진실들이 있다. 그런 진실들은 외면한다고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인간답게 사는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그러기에 정의를 갈망하던 후지노 료코의 소환에 환호하고,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이 막강 콤비에 열광한다.

 

'음陰의 방정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과 학생,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 이끄는 쪽과 따르는 쪽, 억압하는 쪽과 억압받는 쪽의 조합부터 잘못되었고, 그러니 어떤 숫자를 넣어도 마이너스 답만 나온다.'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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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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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우치 시노부. 25세. 독신녀. 단기 대학을 졸업하고 어릴 적 꿈이던 교사가 됐다. 오사카 오지 초등학교 6학년5반 담임. 대학 시절 소프트볼 4번 타자. 동글동글한 얼굴의 미인이지만 ‘말도 빠르고 손도 빠른’, 말하자면 얌전한 것과는 거리가 먼 말괄량이 타입. 하지만 제자들과는 터놓고 지내는 화끈한 성격에 다정다감하고 추리력과 관찰력이 뛰어나다. 한마디로 쿨한 성격. 단점은 먹는 것에 약해 잘 낚인다는 점.

 

누군지 알겠는가? 『오사카 소년 탐정단』을 만나기 전에 『시노부 선생님, 안녕』을 먼저 읽어서 시노부 선생님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했다. 출판사에서 대놓고 시부노 선생님의 프로필을 저렇게 표현을 한다. 맞는 말이다. 예쁘장한 25살의 젊은 여선생님이 내숭도 없고, 먹는것만 밝힌다. 그럼에도 아이들 사랑이 최우선인 걸 보면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2편을 통해서 시노부 선생님의 현재 근황은 이미 알고 있으니, 이 책을 이제 만나시는 분들에게는 요즘 표현으로 미래에서 왔다고 해야할까? 미래에서 왔다고 해도, 미래만 알 뿐, 과거의 시노부 선생님과 아이들은 모르니 과거부터 하나씩 들여다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섯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은 사건 사고를 달고 다니지만, 그리 무겁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분명 가벼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노부 선생님의 발랄한 캐릭터와 장난꾸러기 제자들이 팀을 이루고 있고, 선생님 주변을 포진하고 있는 인물들이 유쾌하게 그려져서 사건만으로 봤을때는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통쾌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사건을 현실적으로 해결해 나가야하는 담당 현상들은 행동과 논리에서 앞서 가는 시노부 선생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귀동냥과 뒷수습에 바쁘다.

 

ep.01. <시노부 선생님의 추리>에서는『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주요인물들의 소개라고 할 수 있다. 시노부 선생님과 제자 하라다와 뎃페이의 등장, 교무주임 나카다와 미덥지 못하지만 미워할수 없는 형사 신도, 신도의 선배 우루시자키가 모두 나온다. 그리고 시노부 선생님의 첫번째 추리가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 알 수 없는 사건. 다코야키 트럭에 비밀은 책을 통해서 만나야 한다. ep.02. <시노부 선생님과 집 없는 아이>에서는 달리기의 명수인 날치기 소년이 등장한다. 제자들이 게임시디를 날치기 당하면서 선생님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사건으로 사건에 뛰어든 신도와 우루시자키가 중간에서 만난다. 어... 이거 하나의 사건이었나? 사건의 실마리를 오코노미야키를 먹다 발견하는 시노부.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우루시자키 형사. 역시 대단하다.



ep.03. <시노부 선생님의 맞선>은 신도 형사의 연적인 혼마 요시히코의 등장이다. 시노부 선생의 제자 하라다와 뎃페이는 스파이를 자처해 신도 형사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얻어내는 모종의 협력 관계가 형성되고, 혼마 요시히코 혼자서 고분분투한다. 맞선 보러 나온 혼마의 회사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모두다 알고 있으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한마디 말로 힌트를 발견하는 시노부 선생도 대단하지만, 혼마라는 이 남자 신도 형사보다 더하면 더했지 약한 존재가 아니다. 어라.. 이렇게 되면 삼각관계. ep.04. <시노부 선생님의 크리스마스>에서는 UFO를 등장시킨다. UFO의 정첼ㄹ 알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6학년 5반 아이들. 크리스마스 케이크 속에서 나온 흉기와 오른손집이인데 오른쪽 손목을 긋고 죽은 여자의 시신. 밝혀냈을까? 당연하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눈길을 피해갈 수 있는 사건은 없다. 물론 해결은 분주한 탐정단보다 대장이 풀어내지만 말이다.



ep. 05 <시노부 선생님의 은혜>는 6학년 5반의 졸업식을 앞두고 발생한 기이한 사건. 뎃페이가 사는 미도리야마 하이츠에서 생긴, 언뜻 사고로밖에 보이지 않는 주부의 베란다 추락 사건과 우루시자키와 신도 형사를 진땀나게 하는 젊은 여성 살해 사건이 또 연결되고 있다.수수하고 별로 눈에 띄지 않으며 남에게 원한을 살 만한 타입도 아닌 얌전한 여자가 왜 살해되었는가를 추적하는 하다보니 뎃베이가 사는 미도리야마 하이츠가 나타나고, 그곳에 어김없이 시노부 선생님이 있으니 시노부 선생님의 자리를 학교가 아닌 형사과에 만들어 주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다음부터는 소동이 벌어진 다음이 아니라 벌어지기 전에 연락을 주실 수 없을까요. 그래 주시면 참 도움이 되겠는데요." "언제 어디서 무슨 소동이 벌어질지 제가 어떻게 안다고 그러세요." "그게 정말인가요? 저는 선생님이 일이 벌어질 것을 미리 미리 알고 끼어드는 줄 알았는데." (p.217)

 

추리소설물을 읽다보면 주인공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건이 발생한다. 독자가 웃으면서 생각하는 부분을 우루시자키는 공공연하게 시노부에게 이야기를 해주면서 독자의 생각을 끄집어 내고 있으니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다. 찾아보니 이 작품이 2000년과 2012년 두 차례, TV 드라마로 만들어졌단다.. TBS에서 방영된 2012년 드라마에는 <심야식당>에 나왔던 다베 미카코가 시노부 선생으로 출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단다. <심야식당>도 재미있게 봤었는데, 다베 미카코가 열연을 했다는 <오사카 소년 탐정단>이 TV드라마로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드라마는 책과는 또 다른 맛이 있으니 말이다. 뒷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지만, 현대의 시점이 아닌 내 어린 시절같은 느낌의 오사카에서 만나는 시노부 선생님과 악동들은 무겁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통통 튀는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펼쳐내고 있으니, 머리 식힐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오사카 소년 탐정단』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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