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일공일삼 40
캐서린 패터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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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속 가장 아름다운 요정, 숲의 여왕의 이름이 갈라드리엘이다. 이 이름을 쓰고 있는 어린 소녀를 만났다. 갈라드리엘 홉킨스라는 근사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소녀는 참 당찬 아이다. 갈라드리엘 홉킨스라는 이름보다는 질리 홉킨스라는 이름을 좋아하고, 자신의 생각을 어른보다도 더 똑 부러지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아이다. 어른들의 시선으로는 영약함이 넘쳐 선생님을 골려먹는것도 도가 튼 아이다. 자신이 머리가 좋은 것도 알고 있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도 선생님의 황당함을 보고싶다는 이유로 공부의 손을 딱 놓아버리는 아이. 게다가 이 아이는 지금 세번째 위탁모인 트로터 아줌마와 함께 해야한다. 질리의 눈에 트로터 아줌마네 집은 악의 소굴이다. 먼지투성이에 움직이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줌마는 하마같고 함께 사는 윌리엄 어니스트는 장애가 있다. 그뿐인가? 옆집에 살고 있는 랜돌프 아저씨는 장님에 흑인다. 이들을 이제 질리가 돌봐야 할것만 같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하고 함께 할 수 있겠는가?

 

 

분명 질리에 엄마는 이유가 있을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진 속 너무나 아름다운 엄마가 아직까지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을리가 없을테니까 말이다. 엄마가 세 살 밖에 안 된 질리를 버리고 잠취를 감췄다고 말들을 하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다. 엄마의 부재와 함께 시작된 질리의 '위탁인생'. 하지만 질리는 괜찮다.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움츠러들지도 않은 '위풍당당'한 질리니까 말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는 딕슨 가족이 쓰레기와 함께 질리를 버려두고 간 순간 이미 알아버렸다. 질리가 자신을 꽁꽁 숨겨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는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강한 아이처럼 보이기 위해 이렇게 말을 한다. 

 

“저는 집 바꾸는 거 좋아해요. 한 집에 계속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p.20)

 

엄마에게 서 온 엽서 장. 그 속에 적혀져 있는 주소로 찾아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눈도 안보이는 랜돌프 아저씨 집에서 돈을 찾은건 우연이었고, 엄마에게 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은 트로터 아줌마가 아무렇게나 둔 돈에 손을 델수 밖에 없었다. 질리에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린아이가 혼자 여행을 하는걸 그냥 보고 있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님을 증명하듯 질리는 다시 트로터 아줌마에게 돌아온다. 그러면서 트로터 아줌마가 질리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다. 인생은 어른들에게만 고난으로 다가오는것은 아니다. 요즘 자주 쓰는 말 중에 '꽃길만 걷게 하고 싶다'라는 말이 있지만, 어느 누구도 삶을 살아가면서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 고난 없은 인생이 어디 있을까? 이제 서로 마음을 함께 한다고 여기는 순간 예기치 못한 사건은 따라온다. 외할머니의 등장처럼 말이다.

 

질리의 편지 한통이 만들어낸 파장. 질리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놀랄일이 생기면서 질리는 컴퓨터의 버퍼링이 생긴것처럼 버벅거리기 시작한다. 상상 속 엄마의 모습은 현실에서 마주한 엄마가 아니었다. 위풍당당한 질리에게는 여왕처럼 아름다운 엄마가 당연하고 그런 엄마의 엄마라는 다른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절대로 절대로 질리를 보내지 않겠다던 트로터 아줌마도 양육권을 주장하는 가족을 이길수는 없다. 그게 당연한 것이고 순리니까 말이다. 삶은 살아가는 거다. 어른이나 아이나 살아내야 한다. 그 삶을 어떻게 살아낼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이렇게 어린 소녀가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것이 어쩌면 너무나 억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다른 아이들처럼 어른이 도움을 주는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질리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일찍 알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미운 오리가 아닌 숲의 여왕 갈라드리엘 홉킨스가 되기 위한 한걸음을 이렇게 위풍당당하게 내딛으면서 말이다.

 

'위탁’이 아닌 진짜가 되는 것. 어딘가에 속하고 누군가를 갖는 것.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닌 백조가 되는 것. 변장을 벗어던진 골풀 모자가 되는 것. 신발을 찾은 신데렐라가 되는 것. 왕자님을 만난 백설 공주가 되는 것. 진정한 갈라드리엘 홉킨스가 되는 것.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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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수호지 1 만화 수호지 (고릴라박스) 1
이문열 옮김, 신영우 그림, 시내암 원작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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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책으로 만났던 수호지의 108명의 영웅은 어린 시각으로는 완벽한 영웅이었다. 의적 홍길동과 설중매가 유행을 하던 시기였었는지 어린이 프로에서 만났었던 수호지의 영웅들도 의적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기에 이 기억이 정확한지도 모르겠지만, 108명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었나 생각해보니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양산박이라는 도적들이 모이는 산체에 주인격인 송강을 둘러싸고 호걸이라 부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신기하기만 했었다. 흥미로 다가왔었던 이야기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잔인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이야기로 느껴졌던 이유도 호걸이라는 이름으로 뭉퉁그렸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신들의 이야기로 두리뭉실 이야기하는 그리스의 신들의 이야기들 처럼 말이다.

 

 

『이문열·신영우 만화 수호지』는 10권까지 나온다고 하는데, 108명의 호걸들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 역사와 문화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받아들일수 있을 것 같다. 송나라를 중심으로 한 국제 관계, 당시 사회 체제 및 서민들의 생활상, 더 나아가 창과 봉 등 무기 문화까지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1권에서는 고향을 등지고 정처 없이 떠돌아야만 했던 구문룡 사진, 꽃 스님 노지심, 표자두 임충의 사연이 소개된다. 의리를 지키고자, 정의를 구현하고자, 가족을 지키고자 애썼던 그들에게 돌아온 건 범죄자라는 낙인뿐 이었고, 항변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인연을 끊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가엾은 주인공들의 등장이다.

 

아직 1권에서는 양산박도 양산박의 두령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지만, 수호지를 이끌어갈 강력한 인물들인 사진, 노지심, 임충이 나왔으니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어찌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말도 안된다 할 수 도 있는 사건들이 주요 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면서 수호지의 인물들은 서로 연결이 되기 시작한다. 사진의 스승 왕진이 고태위에게 쫓겨 다니는 이유만 봐도 얼마나 억울한가? 노지심이 스님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말도 안되 는것 같지만, 이 시대는 21세기가 아닌 송나라다. 오대십국의 혼란한 중국을 통일하고 세워진 강력한 송 태조의 나라가 아닌, 북송 말기 휘종이 다스리던 송이 수호지의 배경이다.

 

군사와 외교에는 별로 힘을 기울이지 않았던 송나라였지만, 사상과 문학을 숭상하던 풍토와 그것을 뒷받침해줄 산업이 발달한 덕에 송은 그 어느 시대보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었던 시기다. 당나라보다 교통, 경제, 인쇄술, 예술 등이 훨씬 발달한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쇄술의 발달은 노지심의 현상수배전단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노지심이 되기전 노달이 정도를 때려죽이고 관군을 피해 도망가서 대주의 안문현이라는 곳에 도착한 건 보름쯤 지나서 였는데, 그곳 성안에 벌써 노달의 초상화까지 그려진 수배 전단이 나붙어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900여 년 전 자동차도 전화기도 없던 그 시대에 말이다.

 

이처럼 다양한 중국 역사와 문화를 아이들이 쉽고 자세하게 배울 수 있도록 책 뒷부분에 학습 페이지 ‘아는 만큼 재미있는 수호지’가 실려있고, ‘수호지 호걸 열전’에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특징,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수록하여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는데, 얇은 만화책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알 수 있게 되어 다음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어 지게 만든다. 오래전 읽었던 수호지를 다시 만나는 재미가 솔솔하다. 부모입장에서는 추억을 돋게 만들고, 아이들에겐 만화라는 재미와 함께 송나라 시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역사는 돌고 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옛 세상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육체적인 편함만으로 말 할 수 없는것이 세상이다. 내 나라가 아니지만, 과거를 통해 지금의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그 만큼 이문이 남는 장사는 없을 것이다. 그저 몇시간 앉아서 책을 읽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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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 더 레전드 3
유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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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1. 이크람 / SPACE 2. 사선을 넘어서 / SPACE 3. 그와 그녀의 사정 / SPACE 4. 눈을 떠 보니!(PART : 1) / SPACE 5. 눈을 떠 보니!(PART : 2) / SPACE 6. 감동의 재회 / SPACE 7. 진격의 무허가 별동대 / SPACE 8. 파멸의 기계(PART : 1) / SPACE 9. 파멸의 기계(PART : 2)

 

라마족 중앙 기지를 알아낸 아크. 낙오자라도 연방정부에서 분명히 구해줄걸 기대하고 캐리어 MR-2로 긴급구조요청을 했는데, 왜이렇게 안오는 거야? '갤럭시안'에서 살기도 힘든데, 현실세계에서도 난리가 났단다. 현우의 전재산을 투자한 택산 지구의 부동산 시세가 10분의 1까지 떨어졌단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수 있을까? 그게 어떻게 모은 돈인데... 택산지구 주변에 원전이 있는것을 알게 되면서 이 모든것이 루시퍼와 관련되었다는 걸 알게 된 현우. 극비라고 하더니 정치인들은 이미 다 알고 택산 지구의 땅을 팔고 정보를 모르는 개미들만 죽어 나가게 생겼다. 현우가 할수 있는건 루시퍼를 잡는 것 뿐. '갤럭시안'에서 해결하자.

 

구조요청을 하고 동면상태에 든 아크는 깨어났을땐 기지를 생각하지만 여전히 적진에 잡혀있다. 적진의 위치를 받은 인간이 발렌시아 였으니 아크를 구해주러 올리 전무하다. 일부러 적진에 떨어뜨려 낙오병으로 만들어 버린 발렌시아 아닌가. 모든 공만 받으면 된다는 발렌시아. 그러든 말든, 탈출을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아크. 그가 누군가? 게임의 신이라 불리는 아크다. 무조건 탈출. 이곳이 전쟁의 최종 결전이 되기전에 탈출한다. 탈출해야 아크지. 모아둔 잡템이 얼만데, 그냥 죽겠는가? 쿠퍼 모아서 실버되고 실버모아 골드 만들어 내는 최강 살림꾼 아크는 '갤럭시안'에서도 여전하다.

 

『아크 더 레전드3』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아크의 부활이다. 제3그룹과 다시 재회를 하면서 아크와 제3그룹은 무허가 별동대로 라마족과 싸우게 된다. 아크의 공적치를 쏘옥 빼앗아간 발렌시아가 그냥 있을리 만무하지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아크다. 거대한 적의 병기 '파멸의 기계'와의 대치. 터널 청소하면서 얻은 자렌족의 증표인 꼴뚜기가 뽁뽁거리며 생명력을 회복시켜주고, 늪지보행술과 설상보행술이 아크를 아크답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벨타나 연방군의 최고 공훈자가 되어버리는 아크. 아크, 새로운 영웅의 이름. 이제부터 시작이다.

 

술만 술술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책장도 술술 넘어간다. 게임 소설을 읽으면서 울집 게임돌이와 이야기가 너무 잘 통한다. 처음엔 엄마가 게임용어를 쓰니 '오잉~'하다가 이젠 소설을 통해 용어를 알았다는걸 알고 있어서 그냥 통한다. 이런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RPG게임도 MMORPG게임도 뭔지 몰랐을 것이다. 어떤 책이든 그냥 쓰는 책은 없다. 수많은 팬들이 있는 책들의 경우는 더 그렇다. 작가 유성의 작품을 처음엔 웹 소설로 만났었는데, 이게 너무 찔끔찔끔 짤리니 그냥 책으로 읽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아크>나 <로열페이트>도 그랬고, 지금 읽고 있는 <아크 더 레전드>도 그렇다. 그래서 다음권이 기대된다. 분명 아크가 이길걸 아는데도 궁금하다. 아직 아크의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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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 2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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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윤사, 윤상, 윤제, 윤아, 윤잉이라는 이름보다는 황자들의 서열순으로 불리는 것이 더 편한 『보보경심』두번째 이야기는 강희제 48년부터 60년까지의 이야기이다. 스물다섯살의 장효가 열세살의 마이태 약희로 타임슬립하듯 강희제 시대로 넘어온 후로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 두번째 이야기 역시 황제의 자리를 두고 머리를 쓰고 있는 황자들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지만, 누가 확실히 패권을 쥐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나오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약희를 통해서 이 시대의 승자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는 황자들의 패권 싸움보다 현대 여성인 장효가 약희가 되어 강희제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십사황자, 윤제를 구하기 위해 초원에서 민민공주에게 거짓말을 했던 일이 드러나면서 약희와 민민 공주가 대치를 하게 될 때도 있었고, 사황자가 억지로 약희에게 입을 맞추고, 말 타는 것을 가르칠때도 있었고, 팔황자와 함께 손을 잡고 거닐고 말을 타고 질주 할때도 있었다.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약희의 본모습인 장효는 현대적 사상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현대여성인 장효가 강희제 시대의 여인으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패권의 행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의 키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결과일것이다.

 

두번째 이야기의 중심되는 이야기는 팔황자가 무너지는 계기가 되는 해동청 사건과 황제의 결혼 명령을 거부하면서 약희가 궁중의 모든 빨래를 담당하는 완의국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약희가 겪게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팔현왕'인 팔황자가 강희제에게 매를 바치는 과정에 손을 쓴이로 인해서 죽어가는 매로 바뀌면서 '팔현왕'은 인간의 본성인 '효'를 지티지 못하고 친아버지를 저주한 사람이 되어 버렸고, '가짜 군자'라는 오명을 쓰게 되면서 '진짜 소인'보다 더 혐오스러운 입장이 되어 버린다. 끈떨어진 약희가 완의국 생활이 편할리가 없지만 약희의 매력은 끝이 없는지 각각의 황자들이 약희를 몰래 몰래 돕는다.

 

스물넷에 황제의 결혼 명령을 거부하여 완의국으로 가게 된 약희가 어느덧 서른이 되었음에도 십사황자는 대장군이 되어 진위를 모른체, 약희를 달라고 청하고, 약희와 팔황자의 관계가 끝나지 않은 듯 끝이 나면서 가까이 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도 애썼던 사황자와 서서히 같이 하게 된다. 역사 속에서 약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마이태 약희로 분한 장효는 현대 중국 여성이라고 하지만, 세월의 흐름속에 자신을 고대 여인으로 녹여내고 있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 했을때 사람은 어떻게 변할까?

 

'기쁨으로부터 근심이 생기고, 기쁨으로부터 두려움이 생긴다. 기쁨이 없으면 근심도 없는데 두려움인들 있을까?' (p.473)

 

현대의 인물도 고대의 인물도 아닌 어중간한 약희의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되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3권은 이어진다. 이야기의 흐름이 아닌 감정의 흐름이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펼쳐지기 시작한다. 기쁨으로 부터 근심이 생기고, 두려움이 생길것을 매일 고심하며 살아가는 약희. 이렇게 매일을 조바심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삶이 얼마나 팍팍할까? 어린아이의 시선일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약희가 처한 상황때문이었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사람의 목숨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는 유아독존의 권력가와 그 권력을 갖기 위해 싸우는 황자들 사이에 있는 인물이니 말이다. 방영중인 <보보경심-려>는 고려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기본틀만 비슷하고 많은 부분이 다르게 그려지고 있다. 지금의 약희의 모습은 참 답답하지만 그녀가 그 속에서 어떤것을 할 수 있었겠는가? 살인광들같은 인물들 사이에 끼워있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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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 1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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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워낙 친한 친구라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새로하는 드라마 주연이 이준기인 <보보경심-려>라는 드라마가 궁금했다. 드라마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가던 고하진이 태조 왕건의 시대로 영혼이 이동되면서 그려지는 로맨스다. 이 드라마에 원작이 있단다. 그것도 중국에서 베스트 셀러에 원작으로한 드라마가 히트를 쳤단다. 친구에 대한 애정으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드라마는 영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원작을 읽기 시작했다. 드라마보다는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죽었다 깨어났더니 다른 세계였어요.' 요즘은 흔하게 차원이동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지고 있다. 죽음 이후에 세상을 기대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현대의 발전된 문명을 알고 있는 이가 과거로 회귀를 한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만들어 지니 얼마나 쉽고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는 보물상자이겠는가. 현대에서 평범한 이십대 직장인이었던 장효는 불의의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장효가 다시 눈을 뜬 곳은 300여 년 전 청나라 강희제 43년, 팔황자 윤사의 저택. 이제 팔황자의 처제이자 곧 궁녀가 될 운명인 열세 살 소녀 약희로 눈을 떴다

 

중국역사를 모른다. 우리 나라 역사도 조선시대 외에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그런데 25세 회사원이였던 장효, 18세기 청나라, 13세 만주족 소녀로 나오는 마이태 약희는 역사를 통달한 것처럼 그려진다. 책소개글을 보니 장효를 회계사로 소개하고 있던데, 그래서 역사를 이렇게 잘아는 지도 모르겠다. 보통 두리뭉술하게 알고 있는 역사 지식과는 다르게 청의 시대로 넘어온 약희는 몇년 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현대적 사상과 자유분방함은 황자들을 사로잡으면 그들과 우정을 나누기도 하고, 피로 얼룩질 황자들의 운명을 알고 있기에 약희는 비정한 역사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역사가 스포니, 황자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것인지는 소설 초반부터 거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황자들의 암투에서 최종 승자가 되며 카리스마 넘치는 절대군주로 등극하게 되는 사황자 윤진, 현명한 왕으로 불리며 외모가 뛰어나며. 약희의 언니 약란에게 한눈에 반해 혼인하지만 엇갈린 마음을 안고 살아가다 약희와 사랑에 빠지는 팔황자 윤사, 예술에 조예가 깊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미남자로 사황자를 따르는 십삼황자 윤상, 황자들 중 유일하게 대장군이 되고, 팔황자를 믿고 따르는 의리의 사나이 십사황자 윤제와 황제의 남다른 애정으로 황태자가 되지만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안하무인의 태도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이황자 윤임과 십황자 윤아.

 

큰 아이가 EXO의 팬이라 드라마 <보보경심-려>의 십황자가 백현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해서, 책속 십황자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 궁금했는데, 십황자의 모습은 책과 거의 비슷하게 그려진듯 하다. 아이표현으로는 순수하고 엄마표현으로는 바보 황자. 다른 황자들에 비해 학식이 부족해 바보 십황자로 불리지만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약희가 처음 사귄 동무이기도 하다. 이 시대 황자들의 나이가 꽤 어린걸로 나와서 십황자 윤아가 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약희와 비슷한것 처럼 보인다.

 

강희제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이자 명군으로 나온다. 정치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의 강희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모든 이들을 압도한다. 잘못하면 목이 날아가고 자식이라도 몇년씩 감금당하니 무섭지 않을리가 없다. 이런 강희제도 약희는 아낀다. 총명하고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고, 가끔 살면서 먹어본적 없던 음식을 만들어 내니 어찌 미워하겠는가? 그런 강희제도 아들들의 권력을 놓고 싸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강한 왕을 요하는 군주제에서는 어쩔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뀌고 싶다고 바껴지는 것이 아닌것이 역사다. 혹시라는 가정은 하지만 그저 가정일 뿐이고 역사를 통해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런데 그럴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 소설 속이지만 역사속으로 들어가 그 시대를 살아간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보보경심(步?心)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걷다'는 뜻처럼 주위를 살피면서 약희는 걸어나간다. 자신의 삶을 그곳에서도 살아나간다. 내가 이런 시대에서 눈을 떴다면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지금의 나는 다른 무엇보다 역사공부와 함께 그 시대 문화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어느 시대로 떨어질지 모르니 말이다.

 

"페하께서는 일대의 성군이신데 왜 두렵겠습니까? 다만 황궁 들어온 것이 처음이라서 황실의 기상과 위엄에 놀라 긴장한 것뿐입니다."(p.103)

 

'아깝도다, 진시황과 한무제는 글재주가 모자라고 / 당태종, 송태조는 시문이 능통치 않고 / 북방영웅 칭기즈칸도 독수리 쏘는 일만 알았으니 / 모두 옛일이로다 / 인걸을 헤아리려면 오늘을 돌아봐야 하라.'(마오쩌둥 1936, 심원춘 형식의 사가 설(雪)) (p.104)

 

청나라에 올 것을 미리 알았다면 청나라 역사를 달달 외웠을 텐데...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달달 외웠다 한들 소용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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