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고 그림 그리다 - 잊었던 나를 만나는 행복한 드로잉 시간
정진호 지음 / 한빛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그림을 보는건 참 좋아한다.  아니, 그림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읽는 걸 좋아하고, 연극이나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와 함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는것도 좋아한다. 눈으로 보는거니까.  손으로 하는 건?  글 쓰는것 말고는 딱히 좋아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몇달 전에 큰 아이를 따라서 도서관에서 하는 드로잉 수업을 따라갔다가 그림을 그린적이 있다.  그곳에서 책을 읽기도 뭐해서, 아이따라 그리고, 물감도 주길래, 아무 생각 없이 그렸는데, 작가분이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워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그림이라고는 보는 것 밖에 모르는 나에게 하는 말이라 인삿말인가 했는데, 이 선생님이 계속 해볼 생각이 없냐고 하니 내심 기분은 좋았다. 그렇다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맘이 생기진 않았다. 난 그림보다 책이 더 좋으니까.  아니, 몇 해가 지나면 그림이 좋아질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 글을 쓴 정진호씨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 그가 그리기에 빠져서 1년을 보냈단다. 그림을 생업으로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취미로 즐기면서 행복해지려고 말이다.  그런 그가 자신처럼 그림에 빠질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책을 냈다.  누군가 처음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안내해 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쓴 책이 아니라, 그저 쉽게 따라 할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직장인들이 그리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도움이 되는 책을 말이다.  그럼 난 왜 이 책을 읽었을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읽은 까닭은 이 책은 정진호씨가 그림을 잘 그리기까지의 노력이 들어있어서다.  그는 이야기 한다. 중요한 것은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그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매일 그려보란다. 드로잉 노트 한권에 펜 하나만 가지면 충분하단다. 그냥 따라 그리고 날짜와 서명을 쓰는 순간 의미있는 그림이 된단다.  딱 3주, 21일 동안만 계속 그려보라고 정진호 씨는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렸던 그림들을 보여준다.  물론, 첫작품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나보다는 훨씬 잘그린다.  소질이 있는 분임엔 틀림이 없다. 내눈에는 말이다.  그림을 어떻게 그릴것인가?  정진호씨는 1부 철들고 그림을 시작하다 / 2부 손풀고 몸 풀고, 이제 시작이다 / 3부 행복한 일상 예술가, 생활을 그리다 / 4부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일상 예술가로 산다로 풀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내눈엔 전문적인 이야기들 처럼 보이긴 한다.  그리기의 기본 도구인 종이, 연필, 지우개를 비롯해서 선이 즐거워지는 도구들과 색연필의 특징과 종류뿐 아니라 여러 느낌의 색연필 그림들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수채화로 그리는 그림들.  수채화로 하늘을 그릴때 종이에 물을 먹이고 물감칠을 하는지 몰랐다.  화실을 열심히 다녔던 울 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모른단다.  그뿐인가?  키친타월로 쓱쓱 문지르니 구름이 생긴다.  그림을 그리지는 않아도, 이런 지식들은 너무 좋다.  난 이렇게 호기심은 채워주는 책들이 좋다.  그래서 계속 읽었다.  이제 그의 책은 내게 그의 일상 에세이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일상 속 물건을, 친구같은 물건들과 가족의 일상을 그리는 남자.  아들과 함꼐 같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굉장히 부럽다.  아빠가 스케치를 하고, 아들이 채색을 하는 가족. 그뿐인가?  아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사를 시나브르 익혀버린다.  몇해전에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작은 아이와 도서시상식에 갔었는데, 이녀석이 내가 읽었던 책 표지만 나오면 알아채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심지어 외국 작가 이름이 나와도 많이 봤던 작가의 작품엔 아이가 손벽을 치는 걸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도서관에서 휴대용 수채 물감을 가지고 가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 아빠와 함께 놀이터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어디에나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정진호씨처럼 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가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지는 것에 호응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앞에서 이야기 하려던 이 책을 읽은 까닭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몰랐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그림도 한몫하고 말이다.  엄청 빨리 읽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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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3-01-1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