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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의 도시 1 ㅣ 스토리콜렉터 2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평점 :
넬레 노이하우스가 소시지공장에서 글을 썼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처음 만나고 그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작가의 글에서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역시나 잘나가는 작가다보니 이혼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넬레
노이하우스의 첫 장편이라는 『상어의 도시』에서는 그게 아닌듯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사람 사는게 다 비슷한 것 같다. 어쨌든 낮에는 남편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밤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나가던 한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수 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작품에
매달리며 마침내 첫 번째 소설을 완성하지만 그녀의 책을 선뜻 출판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었고, 결국 그녀는 자비로 권 당 3유로씩 단
500부만을 찍어 공장을 찾아 온 손님들을 대상으로 알음알음 책을 팔았단다. 그 책이 『상어의 도시』다.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등장하는 '타우누스 시리즈'이외의 작품이 내겐 그리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아서 책을 패스할까 하다가, 그녀의 첫 소설은
어떨까 하는 궁금함이 타우누스 시리즈를 이기고는 읽기 시작했다. 1권은 익숙하지 않은 경제적 용어로 인해서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2권은
1권에서 깔려진 밑밥을 회수하는 작업이라 그런지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독일어 원제목인 'Unter Haien(운터
하이엔)'의 뜻은 '상어 무리 속에서'란다. 상어의 도시라는 제목 참 근사하게 붙였다. 1권에서 코스티디스 시장이 알렉스에게 "상어가
득실거리는 수조에 뛰어 들려면 행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죠”라고 경고하는 곳 뿐 아니라 험한 세상을 상어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 꽤 여러 곳
나온다.
하이틴 로맨스에 빠져있는 큰아이는 소설 속 여주인공은 못생겨도 멋진 남자를 만난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책엔 그런 이야기들이 별로 없으니,
아이에 책과 내 책이 캐릭터도 스케일도 다르다. 책 표지처럼 매력적인 여자와 여자의 가는 목을 죄고 있는 하얀 와이셔츠의 사내. 반지를 끼고
있으니 결혼 했을 것이고, 도시의 풍광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니 이곳 또한 굉장히 높은 곳일것 같다. 무표정한 여자의 얼굴과는 다르게 손은
힘주어 꽉 쥐고 있는것도 표지를 참 잘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어의 도시』를 중간까지 읽었을때의 느낌이 이랬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1권과 2권의 옷 색깔이 다르다. 여주의 생각이 바뀐것일까?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뉴욕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인 알렉스 존트하임은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이다.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뉴욕 상류층 사회를 접하게 된 알렉스는 부유하고 권력있는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자신이 자랑스럽고 비로소
성공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막강한 재력가인 세르지오 비탈리와 가까워지면서 뉴욕 최상류층의 삶을 만끽하지만 그 이면에 돈과 권력을 향한 무자비한
일들이 자행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렉스는 서서히 회의를 품게 되고 빠져나오려 하지만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면서 생명의 위협마저 받게 된다.
세르지오 비탈리에 반대편에 서있는 뉴욕시장 닉 코스티디스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알렉스에게 손을 내민다.
알렉스가 주인공인것은 틀림이 없지만, 알렉스보다 세르지오와 코스티디스가 훨씬 더 눈에
들어온다. 악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듯한 세르지오는 요즘 TV에서 자주 나오는 재벌 소시오패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그의 반대편에 서있는
코스티디스는 정의란 이런것이다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갈팡질팡하는 알렉스가 주인공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상어의 도시』속에는 정계와
경제계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 내부자거래를 통한 부당이득, 유령회사, 마피아, 테러, 살인과 사랑, 야망, 질투, 두려움까지 사람이라면 겪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들어있다. 정의에 편에 서 있으리라고 다짐을 하지만 무서운 주먹에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이름을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니까 말이다.
대한민국에 정서와는 확실히 다른 면들이 많이 있지만, 『여름을 삼킨 소녀』나 <타우누스
시리즈>를 통해서 만난 인물들을 보면 유럽의 성도덕은 우리와는 확실히 다르구나하고 넘기련다. 이런면들을 제외하고는 작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연구를 했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 작품이 『상어의 도시』임에는 틀림이 없다. 작가의 첫 작품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오고, 그들의 직업적 내용들이 이토록 자세하게 나와있으니 말이다. <타우누스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있는 지금과는 확연히
틀렸을 2005년에 출간된 『상어의 도시』. 넬네 노이하우스가 그려내는 알렉스 존트하임과 닉 코스티디스를 만나는 재미는 확실히 있다. 게다가
악의 화신같은 세르지오 비탈리는 우리 영화 베테랑과 드라마 리멤버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요즘 많이 보여주는 케릭터이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모든 인물들을 한번쯤 만나보는 시간도 꽤 재밌고 행복한 시간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