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시피 - 논리와 감성을 버무린 칼럼 쓰기의 모든 것
최진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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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라고 하면, 정치나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을 가지고 전문가들이 짧은 글 안에 벼린 칼처럼 쓰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논리적인 글. 그래서 읽기에 딱딱하고 잘 스며들지 않는 글이라고, 그러니 내가 관심있어 할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헌데 <칼럼 레시피>를 읽으며 칼럼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에 깜짝 놀라게 된다. 정치, 사회를 빼고도 취미, 건강 등 잡다한 소재를 가지고 훌륭한 요리처럼 잘 풀어진 좋은 칼럼들이 너무나 많았다. 칼럼만 가지고도 온 세상의 거대한 정보들을 두루 접하고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마치 잘 차려진 한끼의 식사를 마친 것처럼 든든한 사유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짧은 분량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칼럼은 글쓰기에 좋은 연습 공간이 된다. 저자 최진우는 글쓰기 전문 강사로 칼럼이야말로 대중이 읽기에도, 쓰기에도 적합한 글이라고 강조한다. 좋은 칼럼에는 논리와 감성이 작은 지면 안에 모두 담겨 있기에 능수능란한 글쓰기를 위한 아주 적합한 시험지라고 말이다.




본 내용은 칼럼 쓰기에 좋은 글감을 찾는 법부터, 흡입력 있는 첫 문단 쓰는 법, 글을 어떻게 전개하는지, 마지막 문단의 강조, 완성도를 높이는 퇴고 테크닉까지 양질의 예시들과 글을 쓰는데 꼭 알아두어야 할 핵심 정보들을 요리 레시피를 설명하듯이 접근성이 높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 초반에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이미 칼럼니스트라고. 다만 글로 표현하고 써보지 않았을 뿐이라고.

사안의 돌기를 짚어 내고 나름의 의견을 제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칼럼을 잘 쓸 수 있어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면 돌기를 찾는 일은 너무나 쉽습니다. 상사에게 받은 얄미운 고함도, 동료들과 기울인 뜨거운 술잔도, 여행지에서 겪은 낯선 체험도, 일기장에 적은 사소한 참회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돌기가 솟아 있습니다. 우리 삶은 원래 사방으로 삐죽삐죽 난 돌기투성이 아닌가요.

17p

현대인이 겪는 거의 모든 문제들은 사실 그 뼈대가 한 곳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의 문제인 것 같아도 자세히 따지고 보면 사회구조의 이면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칼럼은 이렇게 개인의 문제를 사회 문제로 확장시키고 많은 사람들이 시의성 있는 그 글을 통해 같이 공감하고 목소리를 내자는 강한 동기를 품고 있다. 더 나은 사회와 삶을 희망하는 글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글을 나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과 생각이 고무된다. 이 책을 통해 칼럼이라는 장르의 벽이 휴먼 스케일로 바뀌었다. 세밀하고 촘촘하게 바라보고 흥미롭게 읽으며 걸을 수 있는 새로운 땅이 생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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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gusto: the cookbook
강윤주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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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까지만 해도 10년을 넘게 주부로 매일 요리를 하면서도 실력은 늘지 않고 하던것만 계속하니 변화도 없고 무엇보다 흥미가 점점 떨어졌다. 하지만 요즘은 요리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제과부터 시작해서 아주 쉬운 제빵도 도전해 보고 있다. 정보의 도구도 유튜브를 주로 이용하다가 아날로그적이지만 얇은 요리책도 한 두권씩 들춰보고 있다. 신기한게 요리도 영상보다 책이나 노트를 보고 하는게 더 편하다. 이젠 뭐든 활자로 인쇄되어 있는 것이 익숙한가보다.

그러다 어깨위망원경 출판사에서 좋은 책을 보내주셨다. 단단한 양장제본에 고급스런 북커버 위에 은박으로 입힌 제목까지 소장가치가 높은 쿡북이다. 요리 연구가 강윤주의 32년간의 노하우를 이 책에 모두 담았다고 한다.


저자 강윤주 요리 연구가는 이탈리아 ICIF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의 Le Cordon Bleu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현재 스튜디오 구스또 요리학원과 프라이빗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각종 강연과 방송 출연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총 127가지의 레시피를 담았다. 전문 요리 연구가라서 요리들이 내가 따라가기 버겁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예상보다는 곧 잘 할 수 있겠다 하는 몇 가지 요리들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해서 그런지 요리도 한층 더 아름답게 표현되었고 소품들도 정갈해서 페이지를 넘기며 완성품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진다.


많은 요리들 중에 나는 한식과 샌드위치, 디져트 부분을 자세히 보았다. 일단 설명이 길지 않고 필요한 것만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어 들어가는 부분부터 마음이 좀 덜 부담스럽다. 특히 쿠키류는 재료도 있고 간단해서 지금 당장 만들 수 있어 보인다. 이번 여름 방학을 지내면서 아이들 오후 간식을 많이 했었는데, 여기 나오는 샌드위치와 피자도 만들어주면 두 아이 눈이 놀래서 동그래질 것 같다.



요리에 대한 가치를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많이 깨닫는다.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담아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완성되는 것인지를 이제는 안다.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이렇게 조금이라도 애쓰고 신경을 쓴다면 나도 가족이 먹는 집밥 정도는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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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우웬의 안식의 여정 - 마지막 한 해, 만남과 기도로 꽃피운 일상 영성의 기록
헨리 나우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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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작가인 헨리 나우웬은 안식년을 맞아 스스로의 내면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기처럼 매일 기록하자고 다짐한다. 이 책은 그의 마지막 한해를 많이 고치거나 다듬지 않고 원래의 원고에 충실하게 만든 책이다. 완성도보다는 작가의 삶과 정신이 생생하게 담겨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읽는 것이 최대한 본래의 의도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특별한 갈등이 없어도 깊은 울림을 준다. 눈 앞에 보여지는 마지막 장면 앞에서 세상의 모든 풍경과 관계와 사유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의미 있어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내가 믿는 신앙이 묻어 나면서 생의 끝에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려던 작가의 고민과 행동들에 자연스럽게 내가 이입되기 시작한다.

심한 떨림으로 날마다 드리는 그의 기도를 바라보며 매일 흔들리는 나의 불안을 비추어 본다. 생각과 마음, 의지와 열정, 머리와 가슴을 이어주는 기도야말로 내면의 평안을 위한 하나님의 도구라는 말에 조금씩 기운을 얻는다.

그가 기록한 단순한 하루하루를 읽으며, 나의 매일 속에 있는 모든 불안이 표면으로 떠 오른다. 차이가 있다면 불안 밖에 없는 내 일상에 그의 성실하고 단단한 신앙의 기록들이 내게 위안이 되고 다시 제대로 해볼 용기를 줬다는 것이다.

기독교 인들은 세상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길잡이가 되는 성경과 목회자가 전달하는 말씀들은 내가 사는 세상에서 투사 정도가 되야 기준에 맞게 살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기독교인의 사명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물이지만 과정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작가의 기도와 소명을 다하려던 간절함이 불안에서 위로로, 마지막에서는 큰 기쁨이 흐르는 것을 나의 내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영적인 자유가 어떤 것인지 추상적으로나마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보여지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 마음에 단단한 기준을 세우고 영적인 관계를 세밀히 쌓는데 초점을 맞추자. 어렵더라도 이렇게 하나하나 오늘내일 내 자신의 영혼을 꾸준히 살피는 삶으로 방향을 바꿔가 보자.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알고 늘 살피는 일을 하나님이 내게 주신 남은 시간들 속에서 더 애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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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마 - 예수를 온전히 따르기 위하여
데이비드 플랫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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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마>는 데이비드 플랫 목사가 낙심과 환멸, 상처와 의심, 분열을 겪고 있는 이 시대 크리스천들을 위해 쓴 책이다.

핵심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복음을 깨뜨리고 다시 제대로 선 예수의 복음을 마음에 세우라는 것. 이 과정에서 힘들고 포기해야하는 것이 있더라도 물러서지 말라는 강한 응원의 메세지도 함께 담겨있다.


현실은 바램과는 멀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예수님을 높이는 성경적인 복음을 버리고, 그 자리에 개인의 안위와 권력, 풍요를 위해 예수님을 이용하는 아메리칸 복음이 이미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저자가 말하는 아메리칸 복음이란 '아메리칸 드림에 기독교의 색깔만 입힌 거짓 복음'이다. 하나님의 성전인 교회 안에서도 사람이 모이면 그 속에 의심과 분열이 싹튼다. 개인의 편견에서 시작해서 집단과의 싸움이 되어 서로 이간질하고 다툼이 일어난다. 연합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복음이 적대감과 분열을 상징하는 단단한 벽이 되어 서로가 외면하고 예수님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형된다.

분열의 예는 너무 많다. 인종(피부색), 정치, 개인의 영적인 신념, 교회마다 가진 리더쉽과 신학적 이슈, 그 외 형식적인 취향등 개인에서부터 교회라는 조직까지 온갖 편견과 차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뿔뿔히 흩어지는 모습들이 예수님을 중심으로 연합한 무리를 찾는 것보다 오히려 더 쉽다.

다시 예수님을 중심으로 우리가 연합하려면, 기존의 잘못된 것을 사정없이 깨부셔야 한다. 설사 그것이 세상적인 기준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해도, 일단 깨달았으면 물러서지 말고 예수의 진정한 복음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성경적인 모습이 아닐까. 또 한번 나의 신앙생활에 대해 깊은 성찰을 갖게 된다.


눈에 보여지는 모습보다 그 속의 마음과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 온갖 불필요하고 세상적인 껍질에 싸여 아무것도 깨닫고 있지 못하는 내가 과감히 그것을 깨고 밖으로 나와 나의 열심과 최선이 아닌 예수의 영광을 위해 살 수 있을까.

머리와 가슴은 깨달아도 실천하지 못하는 삶은 죽은 것과도 같을 텐데, 나를 포함한 세상 아래 많은 사람들이 이 간극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파도에 뒤로 물러서지 않고 다시 한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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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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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병으로 남편이 죽고 스무 살에 과부가 된 나오미는 친정가족들과 함께 미래를 위해 서부로 떠난다. 이 시기는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로 1850년~1890년대에 동쪽 보스턴에서 서쪽 끝 캘리포니아로 이동했던 시기다.

나오미 가족이 횡단하려던 길은 마치 황야에서 헤메이는 길고 지난한 길이었다. 고단하고 위험한 길이기도 했다. 이동하는 곳곳에는 각각의 색을 지니고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함께 이동하는 백인들과도 크고 작은 다툼이 자주 일어났다. 분쟁거리가 많았다는 것. 이런 다툼들은 단순히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임 당하고 얼굴 가죽까지 벗겨서 가져가 버리는 끔찍한 사건들을 말하는 것이다.

나오미와 가족들은 위험한 길에서 오염된 물을 끓여 마시고, 가지고 온 식량을 조금씩 나눠 먹고, 지독한 멀미를 일으키는 마차 대신 하루 종일 걸어서 이동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곧바로 이주민의 삶을 시작한 나오미는 슬픔이 차오를 겨를 없이 오리건 트레일의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지런히 가족들을 살피며 일한다.

길에서 나오미는 존 라우리라는 남자를 만나고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험난한 길에서 존은 나오미 가족을 도와주고, 나오미도 병들어 죽어가는 존을 정성껏 간호하여 살려내기도 한다. 오리건 트레일의 삶이 가혹할수록 나오미와 존의 사이는 더 끈끈해져 갔다. 나오미가 이 후에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상실하고 길을 잃어버린 소녀가 됐을 때에도 존은 그녀를 찾아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게 길을 내준다.

소설 속 존 라우리는 작가인 에이미 하먼의 남편의 5대 조부님이다. 작가는 현대에 잊힌 사람들을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되살아나게 했다. 아무리 역사적 배경이라해도 소설의 그릇으로 담겨 나오기에 사실과 상상은 함께 엮이기 마련이다. 사실을 토대로 유연하고 세밀한 글로서 풍성한 살을 덧대어 오히려 더 극사실화를 구현해낸 것 같다. 게다가 셀 수 없는 많은 개척자들의 일기와 글 모음집을 읽었다는 작가의 노력이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이 책에 단단하게 뿌리내려 있다.

오래전부터 미국을 바라보면 비빔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되기까지 수많은 인종과 민족들이 뒤섞이며 서로를 약탈하고 지배했다. 강대국으로 성장했을지는 몰라도 이런 역사들의 잔해가 언어와 후대에 지워지지 않은 흔적들로 남겨져 있는 것 같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내 나라의 토착 유산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잊힌 사람들에게 빛을 비춰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이 소설은 과거의 사람들을 통해 교훈과 감동을 얻고자 하는게 아니라, 그저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떠난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한 것이다. 긴 여정을 함께 하면서 그들을 통해 나 또한 삶의 한 가운데에서 돌아온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갈 길을 다시 설계할 수 있게 동기를 주는 가치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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