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야옹이랑 사는 건 너무 슬퍼
최은광 지음 / 좋은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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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강아지를 두 번 정도 키웠던 것 같다. 그 아이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성인이 되면 절대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한 생명의 탄생과 과정, 죽음이 눈물짓게해서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헌데 이 집을 짓고 들어와 살면서 어느날 하얀 고양이가 우리 집 마당을 가끔 찾아오게 되었다. 그 아이에게 조금씩 밥을 주고 먹는 모습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어느 순간부터는 '애완'이 아닌 '반려'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이 책의 저자는 가난했을때 고양이 빤이를 우연히 만났다. 가난한 아빠를 만난 덕에 어둡고 좁은 원룸 안에서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온종일 갖혀 있어야 했다. 마트에서 아무렇게나 고른 대만산 건사료를 먹고, 주인의 무지함으로 정수기 물이 아닌 수돗물을 받아 먹었다. 저자는 빤이가 선인장처럼 메말라 버린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탓했다. 꿈을 꾸면서 죄책감에 자신이 갈증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빤이는 여덟 살이던 때 시한부의 만성 신부전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1년후 사망한다. 집고양이치고는 좀 이르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저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삶의 마지막을 가파르게 내려가는 반려묘의 모든 모습을 기록하여 책으로 담아낸다. 한 고양이를 입양하고 함께 성장하고, 저자가 결혼을 통해 새롭게 맺은 가족들과 함께 반려묘 빤이의 죽음을 안타깝고 슬픈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 시선을 따라 마지막에서는 나도 울 수 밖에 없었다.

저자에게 너무 후회와 자책만 남기지 말라고 하고 싶다. 빤이는 그 모든 부족함들이 당신으로 채워져 행복한 삶을 살다 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빤이와 함께한 좋은 감정과 기억만 추억하라고 하고 싶다. 분명 최선을 다해 나름으로 사랑했고 사랑받았음을 서로가 알 것이다.

결국 관계의 이야기. 사람과의 관계보다 오히려 말 못하는 동물과의 관계가 더 진실되고 깊어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세상에는 같은 사람에게 상처 받고 배신 당하기에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반려동물에게 치유받는 것일테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전쟁하듯 볶이다가 집의 문을 열었을 때, 그 고요함 속에 맑고 사랑이 깊이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생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 받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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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테리 이글턴 지음, 정영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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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신청한 도서다. 나는 비극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비극이라는 결과물이 생기기까지 여러가지 시대와 사회적 환경이 맞물려 보여지기 때문이다. 개인과 그가 만들어낸 환경의 탓으로 돌리기에 비극은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고맙게도 이 책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비극을 아주 광범위하면서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저자 테리 이글턴은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가이자 문학 평론가다. 책의 내용에서 그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문학과 정치, 철학, 연극등 다채로운 프리즘을 통해 비극을 탐구한다. 긴 시대를 다분야에서 바라보면서 역사적 과도기와 비극의 연관성이 생각보다 더 촘촘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정치와 삶은 인과 관계처럼 붙어 있었다. 보여지는 형태가 양면성이라 다르게 보일뿐이지 거울 속의 나처럼 같은 맥락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비극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역사적인 실체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재미있는 점은 한 시대가 끝나면 비극도 죽음을 맞이 하는 것 같지만, 긴 세월에도 해결되지 않은 핵심 문제가 이 후에 다른 시대에서도 비슷한 성격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근대가 빚어 놓은 참담한 현실 속에서 삶에 밀착하여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비극들이 어떤 문제에서 시작 되는지 그 핵심문제가 무엇인지에서부터 비극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겠다. 책에서 저자는 핵심 문제들을 나름으로 정하고 철학 미학, 종교 등 다양한 렌즈로 바라보고 연결시킨다.

원래 삶은 양가적인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진실은 삶의 좋은 면 보다 고통스러운면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비극은 죽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유심히 잘 들여다볼 때 의외로 단단한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자꾸 어긋나려는 방향을 잡아 줄 수도 있다. 나에게 비극은 고통과 정신적 노력을 수반한 삶의 깨달음 같은 것인데, <비극>을 읽으며 같은 생각이 들어 기쁨도 느꼈다. 읽기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한 줄 한 줄 시간을 들여 깊게 사유할 수 있어 좋았다. 그 속에 보여지는 내밀한 문제들도 계속해서 떠올라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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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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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까이에 있는 북한이지만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나의 빈 공간을 조금이라도 채우기 싶었기 때문이다. 남북이 분단된 지 78년이 지났지만 분단 전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사라졌고, 지금의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생존하며, 무슨 미래를 꿈꾸는지 궁굼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사회와 군사쪽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항상 북한과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사회가 예민하게 다루고 알아야 하는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저자 역시 이것에 대해 책의 첫머리부터 단단하게 짚어간다.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거울상이라는 것, 남과 북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해야 자신을 온전히 반추할 수 있으며 분단으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들어가며 9p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놀란점은 북한 사람들의 다면성이었다. 다큐멘터리나 방송에서 일명 '선전'을 목적으로 소개한 이들을 보면 국가와 수령은 자신과 가족보다 귀하게 여기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1부에서 나오는 길확실이라는 여성도 이런 인민의 전형, 인간개조의 선구자, 여성 노동자의 지향점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대부분의 삶은 많이 달라보인다. 수동적이지 않고 국가의 강압에도 살아 남려는 강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점이 두 번째로 놀랐던 점이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인 사회의 뒤에서 북한 경제를 이끌고 있는 시장의 주요 인물들이 바로 북조선의 결혼한 주부들이었다. 이들의 생활력과 높은 사업수완, 진취력은 두려운 국가의 개입과 억압되고 갇힌 사회 구조 안에서도 꿈틀대며 그 틈을 파고 들었다.

모든 살림살이가 다 여자들이 시장에 나서서 겨우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당이 하라는 대로 쌀 1킬로그램도 사지 못하는 낮은 봉급을 받는 직장에 나가야 하니 먹고 살기 위해서는 북조선 여성들이 집안 경제를 맡아야하는 것이다. 머리트인 여자들이 없었다면 북조선 사람들은 다 죽었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한의 경제는 이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활동하는 시장이 빠지면 안되는 구조가 됐다.

 

또 이 책의 매력 중에 하나가 서술방식이다. 50명이 넘는 북조선 여성들의 심층 인터뷰가 저자의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덧입혀져 탄생한다. 모든 사실들이 상상력이란 옷을 입고 소설처럼 몰입도 있게 읽혀진다. 학술적 글쓰기처럼 딱딱하지 않고 유연하게 북조선의 현 상태와 사회 분위기, 그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들의 삶이 잘 풀어져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런 전략은 매우 현명해 보인다. 무지했던 나 같은 독자도 자연스럽고 좀 더 밀착되어 읽었기 때문이다.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한반도의 식민과 전쟁, 냉전과 탈냉전, 지역화와 세계화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면면들을 산출해냈는지 그 각각의 삶들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연구자였던 저자도 같은 여성으로서의 연대감을 느끼고 '나'와 마주하는 놀라운 경험까지 하게 된다. 이 경험은 글로도 잘 느껴진다. 북조선 여성들의 삶을 알고 이해하며 남한 사회에서 사는 나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보는 기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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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는 법 - 비문을 쓰고도 모르는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글쓰기 법칙
이연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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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 10년 차 교수가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한 글을 보며 충격을 받고 그 경험을 토대로 글쓰기에 나타난 문장 오류를 하나씩 짚어가며 쓴 책이다. 검색 실력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높은 수준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은 대참사 수준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학생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을 위해 쓴 것이다. 오히려 학생들을 향한 관심이 많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교육자인 것이 느껴졌다.

책 곳곳에 실린 오류 예문들은 대학생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마치 내가 글을 쓸 때 자주 실수하는 문장들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결국 우리들 모두의 오류인 것이다. 뭔가 어색하고 헛갈리고 매끄럽지 못한 취약한 부분들이 적나라한 예문과 바르게 고친 후의 예문으로 한 눈에 이해하기 쉽게 편집해 놓았다.


아무거나 높이는 어법들, 유사 단어를 잘못 적용한 사례, 비슷해서 틀리기 쉬운 맞춤법, 띄어쓰기의 오류로 완전히 다른 뜻이 되어버리는 문장들... 실재로 학생들이 쓴 다양한 문장들로 인해 그 많은 실수들을 깨닫게 되는데 실로 부끄러운 부분들이 많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빛나는 점은 문장이 단순히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왜 이런 단어와 어법을 사용하고 문장을 구성하게 됐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점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알고 있는 오류들도 스스로 쓰는 글들에서 실수할 수 있다. 글쓰기가 말하는 습관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말하는 것과 쓰는 것도 내가 주로 사용하는 잘못된 습관에 따라 오류라는 이름으로 표출되기 쉬워진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을 십년 가까이 해오고 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나의 글쓰기는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만 써서 그런걸 수도 있고 정확한 단어의 의미와 적용, 잘못된 조사에서 오는 오류, 말버릇과 말투가 문장까지 반영되어 나오는 실수들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의 문장력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책을 열었는데 읽을 수록 점점 내 글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된다. 남들이 알아차리지도 못할 미묘한 오류라도 스스로 발견하고 완성도 있는 문장을 쓰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역시 글쓰기는 매력이 넘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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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 소외된 노동계급의 목소리에서 정치를 상상하기
제니퍼 M. 실바 지음, 성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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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도 힘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사각지대에 살아가는 유령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힘이 없고, 반면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목소리는 계급의 힘을 입어 크고 멀리 울린다.

이런 목소리의 불평등은 신자유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라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한 방임하고 지나치게 된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굳이 이런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피로사회에 절여진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은 미국의 가난한 노동계급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가장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의 생활과 불평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을 해온 저자 제니퍼 M. 은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심각하게 황폐해진 미국 동부의 펜실베이니아 탄광촌인 콜브룩으로 떠난다. 가난과 폭력, 쉽게 노출된 마약과 관련범죄가 넘쳐나는 탄광촌에서 저자는 분노와 경멸, 냉소가 깃든 삶을 마주한다.

희망과 구원은 없는 땅과 같은 이곳에서 이 죽은 공동체에 어떤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독자인 나는 책을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왜 이들의 하루하루의 일상이 이렇게 힘겨운지, 부정적인 감정의 기조가 어디서 부터 오는지, 결국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인지, 다각도로 면밀히 생각해 보게 된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을 저술한 저자의 목표지 않을까 싶다. 바라보고 생각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사실들. 그것을 아는 것. 그리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

또 여기서 이 책의 특수성이 나오는데 문제의 해결책을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게 아니라 당사자인 가난한 노동계급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고 생생하고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이다. 그 표현방식이 너무나도 깊은 정치적인 소외와 자기파괴적인 고립에서 나오는 묘사라는 점이 좀 안타깝지만, 그렇기에 더 독자에게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우리는 하나의 개인으로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 내가 겪고 있는 불이익과 불평등, 부딪히는 수 많은 문제들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사회 구조와 정치적인 소외, 평면적인 제도에서 나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미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고, 복잡한 이익 구조 안에서 각각의 개인들이 살아남아야하기에 이런 고통에서 오는 집단행동과 실제의 삶과 연결되는 정치적인 경관은 반드시 알아야하고 이 책은 그 이해를 도와주는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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