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새롭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30년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5060 마음 성장
김녹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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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후에 관련한 모든 것에 관심이 아주 많다. 특히 노년의 경제, 건강, 마음가짐에 대해서.

정신과 전문의면서 동화 작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나이듦'은 마음의 나이가 몸의 나이를 자연스럽게 뒤따라 가는 일이다. 즉, 나이듦에 대한 마음 공부를 따로 해보자는 것.

100세 시대에서 50대와 60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노후의 삶과 질, 만족도가 달라질 것이 분명하기에 미리 공부함으로 노년기의 삶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와 이 시기를 잘 받아들이는 태도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어느 순간 어떤 동기로 인생의 성적표를 받아보게 되는 날, 그때 다시 다잡으려면 너무 늦기에,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노후를 살아내기 위한 지혜로운 마음공부가 되겠다.

저자는 책에서 나이듦을 관계와 감정, 지혜, 죽음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자신이 진료했던 경험도 예시로 들면서 관찰하고 사유한 것들에 관해 정리한다.

어쩌면 한 전문의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여기에 수록된 사례들에서 나오는 인물들에게 마치 내 이야기처럼 독자가 많은 공감을 하리라 예상된다. 그리고 저자의 주관적인 사유가 조금 더 긍정적인 해법을 찾아내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상실과 쇠퇴의 시간'이 아니라 나이에 편견을 깨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능동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노년의 삶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책이다. 개인적으로 지금 새롭게 시작할 일을 앞두고 있는 내게 늦지 않았다는 위로와 용기가 된 책이다.


흔히 50이후의 삶을 '상실과 쇠퇴의 시간' 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관점은 그 시간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바깥에서 바라 본 풍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5p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반대로 성장이 끝날 때 늙는다. 그럼 성장하는 나이가 몇살까지인가? 쭉 살아보니 75세까지는 성장하더라.

33p

건강한 가정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관계가 적절한 경계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82p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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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마음
홍기훈 지음 / 득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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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아니라 조사기록이나 특집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 든다. 그만큼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방대한 사전 조사가 느껴진다. 한가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치밀함이 보여 감탄하며 읽었다.

시애틀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주인공은 동료를 대신해 기사 하나를 맡게 된다. 급하게 러시아로 날아가 예정된 인터뷰를 여러차례 하면서 사건에 대해 깊숙히 들어가게 된다.

2000년의 여름, 러시아 해군 북방함대 소속 핵 잠수함인 K-141 쿠르스크가 항구를 떠난다. 그리고 훈련 도중 갑작스레 통신이 끊긴다. 해군본부가 침몰 사고를 인지한 건 거의 열두 시간이 흐른뒤, 생존자는 이미 없었고 구출하기도 전에 모든 게 끝이 났다.

2년 뒤에 발표한 공식 사고 보고서에 의하면 침몰 원인은 잠수함에 실린 무게 4.5톤 중어뢰의 심각한 결함이었다. 용접 부실로 그 틈에서 연료가 새어나와 폭발했다는 것. 이로 인해 118명의 승조원이 희생되었다.

이미 20년 전에 일어난 이 사건은 러시아 정부에서 너무나 심플하게 결론 짖고 조사를 끝마쳤다. 기자인 주인공은 7명의 인터뷰이를 만나면서 그 증언에서 사고의 진실과 남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절규를 느끼게 된다. 특히 남편을 잃은 부인의 증언은 무겁고 암담했다.

마치 러시아판 세월호를 보는 느낌이다. 상황과 배경은 다를지라도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가가 미필적 고의로 수백명을 죽인 참담한 비극이라는 구조가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유가족들의 슬픔에 더 마음이 깊게 가 닿은 것도 있다.

사람은 눈 앞에 사랑하는 사람이 사고로 죽으면 분노와 슬픔 뒤에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이해하고 납득해야 진심으로 슬퍼하고 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애도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유가족이 끝났다고 해야 끝나는 것. 그래야 그 뒤에 남은 삶이라도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모두들 안녕,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 쿠르스크 승조원인 콜레스니코프의 유서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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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소멸 사회 -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이관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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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빨간 경고등이 울린다. 압축 성장했던 것처럼 가장 빠르게 소멸한다는 것인가?

절망적인 문제 의식으로 가득 차 있어서 책을 덮으면 실패했다는 생각에 더 깊게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문제 속에서 희망을 찾는 긍정적인 해법 모색에 최근 스트레스와 피로를 새로운 대안으로 조금은 풀어준 듯 하다.

<압축 소멸 사회>의 '소멸'은 물리적인 현상이라기 보다 관념적인 현장에 가깝다. 그리고 이 소멸의 근거로 저출산, 고령화, 인구 절벽, 지방 소멸, 실패한 정치에 대해 언급한다. 사회 이슈로 많이 등장하는 말들이라 익숙하고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저자는 이것들을 둘러싼 변수인 '속도'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성장도, 소멸도 일정 속도가 아닌 매우 빠른 속도로 보여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정신차리고 대안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결국 완전히 소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처럼 한국도 수축사회로 들어갔지만, 30년을 버틸지는 의문스럽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제법 크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 말고도 수출경제 비중이 크고, 안보 위험도 있다.

이 책은 엄청난 속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문화를 이룬 그 정점에서 바로 소멸의 형태를 보이는 한국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았다.

계층 간 무한 경쟁과 불평등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로 희망이 없는 청년 문제와 소멸 직전의 정치 상황들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저자는 이 재앙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 정치의 복원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들은 다루지도 못하고 엉망으로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중이다. 겉보기에 시퍼렇게 멍드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 위기가 또 새로운 민주주의를 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루 빨리 정리되고 안정화 되어 책에 나와 있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옳은 방향으로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한국의 계층 이동성이 과거에는 크고 지금은 낮은 이유는, 지금 아이들이 노력을 덜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자식들이 나태하고 공부를 못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 성장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계층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과거의 경쟁 모델을 지속한다면 결과는 비극일 수밖에 없습니다.

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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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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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인생을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어진다. 특히 자신의 내면 깊이에 숨겨진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들여다볼수록 미움과 질투, 혐오 뒤에 있는 내 진짜 표정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면 내가 나에게 좀 더 편안해지고 좋아할 수 있어진다.

작가는 이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일단 자신의 열등감, 위선, 욕망들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써놓았다.

어린시절 바라보는 세상과 가족들에게서 많은 감정들을 발견한다. 타인으로 인해 앞이 캄캄해지다가도 없는 형편에 식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사주려고 하는 엄마의 사랑을 보기도 한다. 잘 따르고 많은 사랑을 줬던 동생에게 사실 자신의 사랑은 옹졸하고 좀스러웠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원래 세상도, 인간의 본성도 양가적이다. 결국 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고 헤아리는 그 사람의 태도에 의해 삶의 형태는 갈라진다.

산문집을 읽으며 사람이 갖는 모든 감정에는 표정이 있고, 버리고 무시할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쁜 감정은 빨리 지나가도록 잊어버려' 라고 말하지만, 이것이 나중에 비슷한 표정을 하고 엉뚱한 시점에서 걸려 넘어질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다만 내가 지닌 세세한 기억들은 나에게 계단 아래에도 삶이 있다고 알려준다. 나는 그것이 어린 내게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잊지 않는다. 그건 나의 지혜다. 나는 그것이 어린 내게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잊지 않는다. 그건 나의 지혜다.

48p

사람은 자신의 선택으로만 생겨나는 그 자신의 세상이 있는 법이었다.

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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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한국여성학회 기획, 허윤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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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지만, 요즘 페미니즘 책을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나 급진적으로 변질된 느낌이 들어서다. 이데올로기로서 초기의 개념을 잊고 그저 남성과 사회 구조와 맞서 싸우다 또 다른 없어져야 할 허상이 되어 버린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지금의 여성 현실을 반영하는 페미니즘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SNS를 이용해 생성되고 전파되는 딥페이크 합성물에서 이어지는 기술을 매개로 한 성폭력은 그 범주가 확장되고 더 교묘해진 새로운 차원을 보여준다. 이것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 N번방, 웰컴투비디오를 통한 성착취 등 디지털 매개 젠터 폭력의 리스트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온라인 공간에서 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이 '돈'이 되는 것.

읽다보면 디지털 피해가 어떻게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단지 수치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실제 생활에 깊이 침투하여 직접적인 피해와 고통을 발생시킨다. 꼭 물질적 피해가 동반 되어야만 중대한 범죄로 인식되는 현상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로 디지털 피해는 물리적 폭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될 때 '진짜 피해'로 여겨진다. 예컨데 강간 이미지가 유포된 경우라든가 물리적 강간을 모의하기 위한 기술이 사용된 사례에서는 '강간'이라는 물질적 피해를 중심으로 그 피해가 인정되고 법적 절차에 따르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경우 처벌은 피해자의 신체에 대해 발생한 범죄를 대상으로 하며, 그 외의 다른 추가적인 피해 개념은 아직 충분히 발전되어 있지 않다. 헨리와 포웰은 사실상 기술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물질적이거나 기술매개적인 성폭력은 현재 범죄 피해로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98P

책을 덮고나니 자연스럽게 디지털과 페미니즘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지 여러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뒤도 안돌아보고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반해 윤리적인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듯 하다. 페미니즘 이전에 모든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그렇다. 발전이 범죄로 쉽게 이어지는 것을 본다.

이것의 균형은 제도와 법으로 규제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손 델 수 없이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실질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니, 점점 커지는 구멍은 메울 생각도 못해보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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