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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소멸 사회 -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이관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제목부터 빨간 경고등이 울린다. 압축 성장했던 것처럼 가장 빠르게 소멸한다는 것인가?
절망적인 문제 의식으로 가득 차 있어서 책을 덮으면 실패했다는 생각에 더 깊게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문제 속에서 희망을 찾는 긍정적인 해법 모색에 최근 스트레스와 피로를 새로운 대안으로 조금은 풀어준 듯 하다.
<압축 소멸 사회>의 '소멸'은 물리적인 현상이라기 보다 관념적인 현장에 가깝다. 그리고 이 소멸의 근거로 저출산, 고령화, 인구 절벽, 지방 소멸, 실패한 정치에 대해 언급한다. 사회 이슈로 많이 등장하는 말들이라 익숙하고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저자는 이것들을 둘러싼 변수인 '속도'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성장도, 소멸도 일정 속도가 아닌 매우 빠른 속도로 보여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정신차리고 대안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결국 완전히 소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처럼 한국도 수축사회로 들어갔지만, 30년을 버틸지는 의문스럽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제법 크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 말고도 수출경제 비중이 크고, 안보 위험도 있다.
이 책은 엄청난 속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문화를 이룬 그 정점에서 바로 소멸의 형태를 보이는 한국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았다.
계층 간 무한 경쟁과 불평등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로 희망이 없는 청년 문제와 소멸 직전의 정치 상황들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저자는 이 재앙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 정치의 복원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들은 다루지도 못하고 엉망으로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는 중이다. 겉보기에 시퍼렇게 멍드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 위기가 또 새로운 민주주의를 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루 빨리 정리되고 안정화 되어 책에 나와 있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옳은 방향으로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한국의 계층 이동성이 과거에는 크고 지금은 낮은 이유는, 지금 아이들이 노력을 덜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자식들이 나태하고 공부를 못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 성장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계층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과거의 경쟁 모델을 지속한다면 결과는 비극일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