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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할일을 미루는 걸까 - '미루는 나'를 위한 새로운 솔루션
사이먼 메이 지음, 박다솜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평점 :

가장 생산성 높은 시간은 하찮은 일을 하는 데 허비해버리고, 정작 중요한 일은 다음으로 미루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미루기의 본질을 철학, 윤리, 역사, 심리, 의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고 미루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적 비결 7가지를 제안한다.
잃어버린 시간과 허투루 사용한 에너지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기회들을 애도하며 살아가는 내게 1부에서 서술하는 미루기의 메커니즘이 특히 인상 깊다.
미루기의 대가 세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다. 그들에겐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가 잠깐이나마 흔들리는 일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 살지 못하게 만드는 미루기의 본질이다. 미루는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피해다니며, 자신이 되고 싶은 바로 그 모습을 의식적으로 멀리한다. 그러한 행동이 최고의 삶을 사는데 방해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1부의 내용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 무언가를 미루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에게 그 일이 아주 소중해서 너무 부담스럽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와 닿는다. 또는 아직 감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든지, 심지어 미루던 일이 현실로 실현되었을때 느껴지는 갑작스런 공허감이라든지, 감정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심리적인 요인도 어느정도 해답을 얻은 것 같다. 마치 그동안 머리속에 둥둥 떠다녔던 미루기에 대한 생각들이 글로 잘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2부에서는 미루기를 극복할 방법을 제안한다. 미루기를 조장하는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추구하려는 내재적 동기를 지켜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두려움의 대상이 꼭 실패만 있는 것이아니라 성공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 책의 핵심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을 미루지 않을 수 있을까?' 이다. 이 질문의 답을 위해 인류가 오래도록 고민해 온 흔적들부터 들여다 본다. 최초의 문자 기록이 시작된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후대 사상가들, 철학자들까지 시대마다 미루기의 다른 해석과 각양각색의 해법을 내놓은 것이 흥미롭다.
결국 작가가 내놓은 미루기의 두 가지 원인은 '일'과 '자율성'이라는 이상에 있었다. '일에 대한 숭배'에서 작가는 우리의 삶 자체가 '진행중인 일'로 이해된다고 말한다. 즉, 일의 윤리가 삶의 거의 모든 차원에 침투해 우리의 삶은 여러면에서 총체적인 일이 된 것이다.
삶의 모든 것을 '일'의 언어로 규정하니, 곧 일상은 쳇바퀴에 갇힌다. 성취라는 것은 언제나 금세 사라지고, 더 대단하고 더 최근에 이루어진 다른 사람들의 성취에 손쉽게 가려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일에 매달리다보면, 눈 앞의 과제에 뛰어들 의욕이 바닥났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고, 그 순간 미루기가 시작된다.
'자율성에 대한 숭배'에서는 근무시간 단축에 대해 예를 든다. 주5일에서 주4일 근무시간이 단축되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이전에 주5일로 변화를 주었을때처럼 근무시간이 단축된 새로운 체제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무기력과 번아웃에 물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2부에서 말하는 실천의 조건 7가지 중 내게 새롭게 다가왔던 것이 몇 가지 있다. 하나가 과업이 너무 중요한 나머지 받는 위압과 부담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관점을 180도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상상력이 클수록 유리하다.
이 과업이 '훨씬 더 중요한 어떤 일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새로이 상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이 과업에 착수하는 것은 해방적인 행위가 된다.
'놀이'에 대한 관점도 좋다. 중요한 일을 나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요한 일을 추구하면서 그 안에서 자유로운 감각을 만들어내는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상적이고 평범한 루틴에서 잠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그 루틴을 더 잘 통제하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책에서 저자는 미루기의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찬찬히 해부해가며 탐구한다. 미루기는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내재적 동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핵심문제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 모든 실천의 비결은 '관점 바꾸기'이다.
목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목표와 감정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 목표에 대한 기대, 목표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어쩌면 이전에 수두룩하게 나왔던 뻔한 자기계발서의 조언들을 말만 바꿔서 내놓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기술하느냐에 따라 흔하게 고정되어있던 프레임을 거꾸로 뒤집어 본 것과 같다. 위치를 바꾸면 시점과 바람의 방향도 달라지는 것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통찰과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새로운 실천의 접근점이 될 수 있다.
또 좋은 점은 미루기가 언제나 문제인 것처럼 말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면 깊은 곳에서 주는 신호일 수도 있고, 이것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이미 제대로 된 방향으로 다시 걷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진정한 충족감은 목표로 향하는 여정에, 혹은 단순히 지금 이 순간에 깊이 몰입할 때 느낄 수 있는 것.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