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평범한 사람보다는 약간 나은 사람, 그렇지만 이타주의자는 아닌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 P14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덕적 횃불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도덕적 품위를 지키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비록 뒤죽박죽이기는 하지만 품위를 지키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 P14

결과론은 우리가 도덕적 비용을 최소로 지불하고 최대의 선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물론 그 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다. - P16

다르게 말해보자면, 결과론자들의 도덕적 결산서는 이 세상을 지금보다 얼마나 더 좋은 곳으로 만들었는가에 강조점을 찍는다. - P16

결과론자들의 도덕은 이 세상의 조건들을 개선시키는 것이고, 이런 계산이 목적을 달성하는 최고의 방법을 결정한다. - P18

사실 모든 도덕 이론이 그런 기이한 특징을 갖고 있다. 만약 그런 특징이 없는 도덕 이론이 등장한다면 다른 도덕 이론들은 모두 경쟁에서 퇴출될 것이다. 결과론의 기이한 특징 중 하나는 소위 도덕적 행운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도덕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려 했는데도 순전히 우연에 의하여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 P18

이와는 정반대로 의무론은 결과보다는 행위자의 의도나 행위 자체를 중시한다. 때문에 위에서 방금 사례로 든 음험한 행동을 도덕적으로 나쁜 행위로 규정한다. 의무론자들은 결과보다는 수단으로 행위의 도덕적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행위를 옳은 것 혹은 잘못된 것으로 만들어주는 기준은 그 행위 이면의 의도 혹은 그 행위가 생겨나는 방식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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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발길도 끊기고 더이상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하던 그 지역은 사람들 사이에서 금세 잊혀졌다. 일상은 정신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아무도 찾지않는 K구역에 대해 까맣게 잊고 지냈다. 내 청춘의 가장 농밀했던 시간이 묻혀 있는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원래 일상은 그런 것이다. 마치 사막의 마른 유사처럼 한번 잡아끌기 시작하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것. - P270

나는 지극히 세속적인 욕망을 지닌 사람이었으나 언젠가부터 합격 이후의 삶에 대해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내게 선명한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찬란한 미래가 아니었다. 변해가는 애인의 마음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었던 날들의 참담함. 내게 현실이란 그런 참담한 기억 뿐이었다. - P287

생존을 위해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그런 커피 때문에 선배가 지금 여기에 이러고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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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절박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의 말을 기록했다.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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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회사에서 시위하는 여자를 내몰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세웠다고 했다. 바리케이드 밖으로 밀려난 여자와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고개를 푹 숙이고 잰걸음으로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당신은 식은땀이 났다고 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비겁해지는 나 자신이 두려워. 당신은 어느 날 밤, 침대 위에서 내 손으로 당신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 - P245

피로감에 잠식당해 서로 주고받는 말들이 줄었다. 우리는 익숙한 얼굴의 이웃만큼만 친밀했고, 오래전에 헤어진 남매처럼 서먹했다. 서로의 탓이 아닌 것쯤은 알았는데도 과로의 시간이 누적되고 서운함이 켜켜이 쌓이면서 우리는 새된 목소리로 싸웠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을 모를 수가있어. 빗나가고, 빗나가고, 빗나가던 마음들. - P249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말을 알아듣고 싶어 말을 받아 적는 것은 처음이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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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기억력이 단 삼 초뿐인 생명체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불현듯 궁금해져. 삼초 후면 소멸될 것이 자명한 불안과 두려움이라면 삶은 훨씬 수월해질까. - P169

아니, 어쩌면 지금의 행복과 짜릿함이 삼초 후면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는 불안에 삶은 고통의 연속이 되어버릴지도. 분명한 것은 기억이 오직 삼 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면 그 생명에게 역사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으리라는 거야. 그렇지? 결국에는 사랑도, 슬픔도, 아니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확신마저도. 그것들은 모두 기억에 의해 지속될 수 있는 것일 테니까. - P170

나의 기다림이 우리 관계를 지속시켜준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어. 알고는 있지만, 있잖아. 아주 가끔은 가슴이 아파. 때로는 당신이 그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 P171

사실 사랑이 식는데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것만은 동서고금의 진리였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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