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기억력이 단 삼 초뿐인 생명체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불현듯 궁금해져. 삼초 후면 소멸될 것이 자명한 불안과 두려움이라면 삶은 훨씬 수월해질까. - P169

아니, 어쩌면 지금의 행복과 짜릿함이 삼초 후면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는 불안에 삶은 고통의 연속이 되어버릴지도. 분명한 것은 기억이 오직 삼 초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면 그 생명에게 역사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으리라는 거야. 그렇지? 결국에는 사랑도, 슬픔도, 아니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확신마저도. 그것들은 모두 기억에 의해 지속될 수 있는 것일 테니까. - P170

나의 기다림이 우리 관계를 지속시켜준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어. 알고는 있지만, 있잖아. 아주 가끔은 가슴이 아파. 때로는 당신이 그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 P171

사실 사랑이 식는데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것만은 동서고금의 진리였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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