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색이 모두에게 정말 같은 색으로 보일까? 각각의 색깔에 붙인 명칭에는 이견이 없다. 잘 익은 토마토를 보면 모두 빨간색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같은 색을 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색은 착각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 익은 토마토는 빨간색이 아니다. 파장이 650나노미터인 빛을 반사하고 있을 뿐이다. 뇌가 이 입력을 전환해서 빨간색이라는 지각을 만든다. - P57

우리는 각자가 세상을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바라보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으로 추측한다. 서로의 경험을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색을 바라보는지에 관한 질문은 많은 사람의 흥미를 자극했고, 세상을 지각하는 각자의 방법에 관해 철저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매력적인 통찰을 얻었다. - P57

"우리는 모국어가 정한 지침에 따라 자연을 분석한다." - P58

분석은 대단히 인간적인 특성이다. 대상을 이해할 때 우리는 그것을 상자별로 나눠 담는다. 색처럼 연속적인 것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가시광선이라고 불리는 빛은 우리가 색 스펙트럼으로 지각하는 380나노미터에서 760나노미터 사이의 파장으로 존재한다.
색 스펙트럼에는 명확한 구분선이 없다. 스펙트럼을 따라 한 색에서 또 다른 색으로 점진적으로 융합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와 같은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P58

뉴턴의 연구는 빛과 색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서 하나의 이정표에 해당한다. 그러나 독일의 과학자 겸 철학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뉴턴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색에 대한 지각, 즉 색각color perception은 각자 다르게 경험하는 주관적인 것이라는 개념을 확장했다. - P59

전문가들은 인간의 눈으로 지각할 수 있는 색의 정확한 수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대부분 백만에서 천만 가지 사이라고 얘기한다. 일반적인 영어 사용자의 어휘에 있는 단어 2만 개보다 훨씬 많은 수다. 이처럼 분명한 한계가 있음에도 11가지 기본 색상은 적어도 출발점을 제공한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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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시력과 운동 민감도motion sensitivity는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나다. 성차의 존재는 인간의 감각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측면이다. 시력 외 시각적 측면을 비롯한 다른 주요 감각은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다. 시력과 운동 민감도에서 성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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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단히 사회적인 동물이라 다른 것은 몰라도 얼굴만큼은 정확히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얼굴은 그만큼 중요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의 기본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다. 특히 눈 두 개, 인접한 코, 그 아래 입으로 구성된 대략적인 형태가 보이면얼굴로 파악하는 성향이 있다. 임신 후기의 태아는 엄마의 배에 빛으로 형태를 만들어 비춰주면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점과 선으로 얼굴과 비슷한 형태를 구성해 보여주면 다른 구성보다 더 오래 관심을 보인다. - P37

우리의 유전자는 뇌가 사물을 지각하는 데 필요한 신경 장비에 대해 일종의 개략적인 초고만 제공한다. 이 개략적 초고는 경험을 통해 연마되면서 구체적인 형태를 잡아간다. 특히 생후 첫 몇 주부터 몇 달 사이의 시기가 가장 중요한 때다. 이때 필요한 경험을 놓치면 평생의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 P38

멜라놉신은 우리 머리와 눈 내부의 다양한 장소에 흩어져 있다. 빛이 멜라놉신에 와 닿으면 이 단백질은 분자의 춤을 추고, 이것이 뇌 깊숙한 곳에 있는 교차 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에 메시지를 전송한다. 이에 반응해 그 안에 있는 신경세포 다발은 우리에게 수면을 준비시키는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의 생산을 중단하고, 우리 몸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도록 시동을 건다. 멜라놉신은 특히 청색광에 잘 흥분한다. 우리가 넋 놓고 바라보는 백라이트 스크린에서는 청색광이 많이 나온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하지 말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스크린 장치를 보고 있으면 멜라놉신이 활성화돼 뇌가 깨어 있도록 유도하는 꼴이 된다. - P41

빛의 기울기에 따라 자신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능력만 해도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는 하나의 혁명에 해당한다. 유글레나 같은 미생물에게는 정교한 장치를 갖추지 못한 경쟁자들이 뒤처지는 동안 햇살이 좋은 장소를 독차지하고 즐겁게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편형동물에게는 그늘을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빛을 찾을 능력이 없는 생명체보다 경쟁우위에 선다. 이런 방식으로 무장한 고대의 생명체들은 자연선택으로 보상받았다. 이들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자손들은 부모를 승자로 만들어준 형질을 물려받는다. - P42

결론은 눈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들은 난데없이 ‘짠‘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여기서 조금, 또 저기서 조금씩 떼어온 것이라는 점이다. - P44

결과적으로 정말 훌륭한 눈이 탄생했지만 완벽하다고는 할수 없다. 가장 두드러지는 결함은 망막 앞뒤가 거꾸로 뒤집힌 점이다.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망막을 뇌와 연결해주는 신경은 망막 뒤쪽이 아니라 바깥 세상을 향하고 있는 앞쪽에 분포한다. 그래서 시신경이 망막을 뚫고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부위에 맹점blindspot이 생긴다. 그리고 이곳의 혈관이 막히거나 피가 새면 빛이 망막에 도달하지 못해 시야가 흐려지거나 차단된다. - P44

우리의 신체 부위 중 기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동공일 것이다. 흥분할 때 동공은 팽창하면서 대상에 흥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포커 선수가 게임을 할 때 굳이 색안경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공 반응은 의지와 상관없이 불수의적으로 일어난다. 우리가 숨기려 애를 쓴대도 막을 수없다. - P45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눈의 역할도 빛을 받아들이는 것에서그치지 않는다. 빛을 휘게 만들어 초점도 맞춰야 한다. 이 일은 각막과 수정체의 팀워크로 이뤄진다. - P46

망막은 눈 뒤쪽에 자리 잡은 얇은 다층의 조직 띠로, 들어오는 빛을 신경 신호로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 역할뿐만 아니라 정체도 놀랍다. 망막은 눈에 파견근무를 나온 신경조직이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뇌에 해당한다. 사실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유일한 뇌 부위가 망막이다. 망막을 적출해 편평하게 펼치면 신용카드의 4분의 1도 채 안 되는 면적이지만, 그 안에는 빛에서 추출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1억 개 이상의 감광세포가 있다. - P48

우리의 색 경험은 뇌가 원뿔세포에서 받아들이는 상세한 정보를 해석하면서 생겨난다. 원뿔세포 각각의 유형은 특정 색에 반응하도록 특화돼 있지만, 스펙트럼상 인접한 색에도 반응을 나타낸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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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 세상에 빛 그림자. 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P12

우리의 모든 지각은 일관된 감각적 경험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서로 별개이면서도 복합적인 여러 감각이 조화를 이룬 것이다. - P14

감각이 진정한 감각이 되려면 전문화된 수용기는 물론이고, 뇌의 감각겉질sensory cortex로 이어지는 정보 고속도로가 있어야 한다. - P16

뇌는 모든 지식과 감정, 성격의 중심지로 가장 내밀한 생각과 삶의모든 경험이 집약된 장소다. - P17

뇌 자체는 감각이 없지만 모든 경험이 일어나는 곳이다. - P17

뇌가 유입되는 정보를 걸러내고 순서대로 정리하고 처리하는 모든 작업의 결과물을 지각perception이라고 한다. 지각은 결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다. 뇌는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고 정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조정하고 길들인다. 외부에서 들어온 신호는 편견, 기존의 예상, 감정 등을 거쳐 해석되고 층층이 쌓인다. 감각과 감성의 통합은 지각에서 막강한 역할을 한다. - P17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 있으면 뇌의 시각겉질visual cortex 활성이 증가해서 눈에 보이는 것이 더 풍요롭고 선명하다. - P18

우리는 세상을 보며 분명 실재하는 현실이라 확신하지만 사실 이런 지각은 복잡하면서도 기발한 착각에 불과하다. - P18

느낌은 지각에 색을 입히기도 한다. 중동지역 문화권에 있는 사람이라면 차에 우유를 넣는다는 생각에 경악할지도 모른다. 머그컵에 든 차에 대한 반응이 자신의 문화적 판단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각자 자신의 경험을 진짜라고 느끼겠지만 어떤 경험도 객관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적인 지각이 다른 사람의 지각보다 우월하다고 끊임없이 주장한다. - P19

같은 색을 두고 서로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우리 뇌 바깥에는 사실 색이 존재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색만 없는 것이 아니라, 소리도, 맛도, 냄새도 없다. 우리가 빨간색으로 지각하는 것은 650나노미터의 파장을 가진 복사에너지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빨간색이 있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빨갛게 해석하는 것이다. - P20

시각은 입력되는 데이터가 워낙 풍부해서 다른 감각보다 처리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 21세기에도 단거리 달리기 경주의 시작을 신호등 불빛이 아닌 총소리로 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P20

눈으로 보는 것은 실재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이야기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눈에서 받은 날것의 입력에 의미를 담고, 관찰한 것을 걸러 주관적인 특질과 편견을 부여하면서 공백을 메운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과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가 본 것을 확실히 기억한다고 믿는다. - P33

뇌는 시야에 들어온 대상 중에 우리가 집중하는 것 외에는 대략적인 골자만 파악한다. 부주의맹inattention blindness 현상이 나타나는이유다. - P35

흥미롭게도 시각은 우리가 자라면서 사용법을 익혀야만 제대로 쓸 수 있는 감각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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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에서 나는 보았다. 얼굴이 늘 진실을 말하진 않는다. 안 그런가? 적어도 나에겐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이 쓰는 것을 읽는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증거이자 우리의 확신을 뒷받침해줄 증거이다. 그러나 말과 표정이 정반대일 때, 우리는 그의 얼굴을 낱낱이 살핀다. 눈빛에 감도는 교활함, 번지는 홍조, 안면근육의 불가항력적 경련. 그러면 우리는 알게 된다. 위선이나 거짓 주장이 밝혀지고, 진실이 우리 앞에 명백히 모습을 드러낸다. - P228

인생에 대해 내가 알았던 것은 무엇인가, 신중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던 내가 이긴 적도, 패배한 적도 없이, 다만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았던가. 흔한 야심을 품었지만, 야심의 실체를 깨닫지도 못한 채 그것을 위해 섣불리 정착해버리지 않았던가. 상처받는 게 두려웠으면서도 생존력이라는 말로 둘러대지 않았던가. 고지서 납부를 하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았을 뿐, 환희와 절망이라는 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설에서나 구경한 게 전부인 인간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자책을 해도 마음속 깊이 아파한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던가. 이 모든 일이 따져봐야 할 일이었고, 그러는 동안 나는흔치 않은 회한에 시달렸다. 그것은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쳤던 인간이 비로소 느끼게 된 고통, 그리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느끼게 된 고통이었다. - P236

인간은 생의 종말을 향해 간다. 아니다. 생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그 생에서 가능한 모든 변화의 닫힘을 향해. 우리는 기나긴 휴지기를 부여받게 된다. 질문을 던질 시간적 여유를. 그 밖에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이었나?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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