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꼬마였을 때 어머니는 정기적으로 우리를 그 문기둥에 세워서 연필로 키를 표시했다. 우리의 성장을 기록하는, 어머니의 작은 의식이었다. 나는 그 문기둥 앞에 서서 우리가 한때 얼마나 작았고 그동안 얼마나 컸는지 알려주는 그 선들을 보았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 P145

타인에 대한 화가 자기 자신에 대한 화를, 자신에 대한 불편함을 반영할 때가 많다는 말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 P150

술로 얻은 자신감은 결국에는 인위적인 것이다. 술로 다스린 고통은 일시적으로 잦아들었다가도 이내 전과 다름없이 거칠게 다시 밀려온다. 술은 분노, 슬픔, 불안 같은 강렬한 감정들을 약화시키지만, 그것은 잠시뿐이다. - P154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인생의 힘든 순간들을 겪어내는 데 술에 지속적으로 의지하면, 삶의 모든 일이 현장이 아닌 연습인 양 느껴지기 시작한다. - P155

희석된 고통은 직면한 고통과 결코 같지 않다. 술과 자신감의 방정식, 술과 불안의 방정식도 마찬가지다. 칵테일 파티에서 마티니로 얻은 세련됨은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힘겨운 작업을 거쳐서 내면으로부터 얻은 세련됨과 결코 같지 않다. - P155

술은 효과가 있다. 술은 사람을 달래고, 느긋하게 만들고, 차분하게 만들고,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성장하도록 돕진 않는다. - P156

내 마음속에서 나는 흠이 있는 사람이었다. - P160

어떤 중독이든, 어느 시점이 되면 당신이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행동이 당신을 통제하게 된다. - P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죄책감은 강한 힘이다. 그 속에는 사랑이 있고, 의무감도 있고, 우리가 과거에 남들에게 무언가를 말하거나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대한 회한도 있다. - P122

우리는 모두 나이 들수록 삶이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더 쉬워진다는 신화를 믿으며 자라는데(그리고 이것은 진짜 신화일 뿐이다), 나이 드는 부모의 모습만큼 그 믿음이 사실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것은 많지 않다. 실제로는 우리가 나이 들수록 잃은 것이 많아진다. 점점 더 크고 버거운 과제가 나타난다. 실수를 되돌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 P123

우리가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맨처음 알게 되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이것, 다른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아이를 내려다보면서 생각했다. 아이를 갖는 것, 자신의 욕구와 두려움을 밀어두는 것, 자신에게만 몰두하던 사람이 그 대신 아이처럼 연약한 대상에게 몰두하기로 하는 것은 참으로 용감한 일이라고. - P87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타인의 애정이란 내가 얻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 사랑받으려면 시험을 통과하고, 지적 후프를 뛰어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여겼어. 그러니 그저 존재하기만 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깊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너를 통해 알게 된 것이 내게는 놀라운 일이야. 이것이 네가 내게 준 선물이란다. 네 존재만큼이나 소중한 선물이란다. - P94

우정은 때로 아주 실질적이고 긴요한 것이지만, 여러 관계들 중에서 가장 일시적인 것이기도 하다. - P96

여자들의 사고 회로에서 한구석 어딘가에는 우리가 영장류였던 시절, 여자들이 힘을 얻기 위해서 서로에게 의지했던 시절의 까마득한 기억이 아로새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 - P100

과학자들은 영장류 집단에서 관찰되는 암컷들의 강력한 연대가 그들에게 자유와 자율성을 제공한다고 보는데, 인간에게 와서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그런 것들이 희미해졌다고 본다. - P100

오늘날 여자들이 서로에게 품곤 하는 양가적이고 복잡한 감정은 그 결정적 변화로부터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오래되고 원초적이었던 힘의 근원이 사라진 바람에 우리가 남자들을, 그리고 남자들이 독점한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하게 되었으리라는 것인데, 하지만 그래서 우리에게는 여자들의 강력한 친밀감을 존중하는 본능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 P101

우리 문화는 여자들에게는 경쟁을 덜 가르친다. 아주 어려서부터-학교 놀이터에서, 운동장에서, 교실에서 - 경쟁하도록 훈련받는 남자아이들과는 달리 우리는 협조하고 순응하도록, 공격성이나 이기성 같은 ‘여성스럽지 못한‘ 감정들은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억누르도록 훈련받았다. - P101

그렇다면 현실은 무엇일까? 당연히 그것은 실제로 부담이 큰일이고-이것은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열어 보이는 데 따르는대가다- 진정한 친밀감에는 당연히 고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애인과의 관계에서 성공하려면 에너지와 헌신과 정직함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늘 알았지만, 우정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황당하게도 오랜 시간이 들었다. - P102

친밀감은 무섭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편안함과 깊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친밀감이다. 내가 존중받고 이해받는다는 느낌, 세상이 좀 더 편하게 느껴진다는 기분을 얻게 해주는 길도 친밀감이다. - P1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의 여러 중요한 요소들을-자궁 속 공간, 생일 케이크, 부모의 애정 - 나눠 가지면서 자란 사람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자원이 어느 정도인지,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예민하게 의식하게 된다. - P58

전화를 붙잡고 자의식을 놓아버린 채 재잘거리는 능력은 여자들의 우정만이 갖고 있는 멋진 특징이다. 그것은 관계가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증거, 그냥 아는 사이에서는 생길 수 없는 편안함과 신뢰와 관계에의 상호 투자가 쌓였다는 증거다. - P64

여성의 우정에 관한 잘못된 신화 중 하나는 여자들이 언제 어느 때고 반드시 서로를 전심으로 지지하고 돌본다는 생각이다. 좋은 생각이지만, 늘 사실은 아니다. - P65

사람들은 어떤 때 친구가 될까? 우리가 어떤 사람은 오래 친구로 유지하면서 어떤 사람은 떠나보내는 것은 왜일까? - P67

우정은 아주 어려울 수도 있고 아주 덧없을 수도 있다. 영혼의 짝을 찾아내고 그 사람에게 헌신하는 데는 - 관계를 성장시키고,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필연적인 실망을 극복하는 데는 - 시간 면에서나 감정 자원 면에서나 적잖은 투자가 든다. - P70

친구 관계에 작별을 고할 때를 아는 것은 계속 이어갈 때를 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 P71

타인의 우주에서 내가 중심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는 나르시시즘적인 측면이 있다. 허영의 기미마저 있다. - P78

사랑받는 느낌이란-진정으로 사랑받는 느낌이란-일종의 균형이 필요한 일이다. 그 느낌은 상대와 내게서 절반씩 생겨나야 한다. 사랑은 솟구쳤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는 역동적인 감정이다. 가끔씩 밀려드는 의문과 실망과 애매함의 파도는 사랑의 자연스러운 물결에 반드시 있기 마련인 그 일부다. - P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해주고 가끔은 더 나아가 우리를 고립시키기도 하는 기술 덕분에 세상은 수줍음 많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편안한 곳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동료들, 판매원들, 은행 직원들, 심지어 친구들과도 직접적인 접촉을 피할 수 있다. 대화 기술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 이제 우리는 대화 대신 인터넷, 이메일, 자동화 기계를 통해서 접촉할 수 있다. 그리고 (놀랍지 않게도)그 결과 우리는 수줍음을 점점 더 많이 타게 된다. - P28

수줍음이 곤란한 것은 - 수줍어하는 사람에게도, 그와 소통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진공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줍음은 사람의 성격이라는 스튜에 들어 있는 한 가지 재료일 뿐이다. 수줍음은 다른 특징들과 섞여 있고 그리고 종종 다른 특징들에 가려져 있다 이것이 수줍음이 헷갈리게 느껴지는 한 이유다. - P33

수줍음과 침착함은 골치 아픈 결합이다. 두 가지가 함께하면 어떤 무표정한 모습, 냉담함으로 해석되기 쉬운 딱딱한 모습이 연출된다. - P34

수줍음은 오해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 P35

나는, 홀로 걸어가며 속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나는, ‘우리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외톨이 은둔자다. - P44

우리라는 단어, 이것은 꽤 무거운 단어다.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