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뜻 없었던 행동들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 김지영 씨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알라딘 eBook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중에서

"잘 봐 주신 거예요. 얘가 그냥 나이만 먹었지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내가 일을 쌓아 두지 못하는 성격이라 먼저 해치워 그렇다, 애들이 집안일 해 볼 기회가 없었다, 굶지 않으려면 밥은 해먹지 않겠느냐, 변명 같은 농담들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정대현 씨의 어머니도 요즘 애들이 다 그렇다고 맞장구쳤다. 두 어머니가 한참 동안 자신의 딸들이 얼마나 편하게 공부만 하고 직장만 다녔는지를 조목조목 얘기하다가 마지막으로 정대현 씨의 어머니가 말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나요. 다 하면서 배우는 거죠. 지영이가 잘할 거예요."

아니요, 어머니. 저 잘할 자신 없는데요. 그런 건 자취하는 오빠가 더 잘하고요, 결혼하고도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김지영 씨도, 정대현 씨도,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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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들을 낳았어. 나에게도 남동생이 생겼다." 나는 효진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그렇게 썼다. "이제 우리는 누구보다도 행복해질 거야.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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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효진이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오래도록 생각해왔다. 그애가 처한 상황을 보며 그런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했고, 그애가 자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반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앱ㅎ다 나은 처지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인하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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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식의 교류는 애초에 오래갈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하루하루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얼굴과 몸이 변하고 키가 자라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변해서 고작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도 일 년 전의 일이 아주 멀게 느껴지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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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것이 임신을 위한 퇴사였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 친척들에게 들어 알았다. 에미가 되어서 돈 번다고 애를 방치한다는 말을 듣던 엄마는 막상 믹장을 관두고서는 남편 잘 만나 집에서 속 편하게 노는 여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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