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위 수납 상자를 내려 방바닥에 쏟았다. 집 안 가득 지난해 먼지가 풀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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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의 죽음은 영문 모를 징조들만 난무하던 한 시기에 종지부를 찍고, 초기의 뜻하지 않은 놀라움이 차츰차츰 뚜렷한낭패감으로 변해 가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다른 한 시기의 시작을 점찍어 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시민들은, 이제부터는 차차 깨닫겠지만, 하필이면 우리의 이 자그마한 도시가 쥐들이 밖으로 기어 나와 죽고 수위가 괴상한 병으로 목숨을 잃는 도시로 특별히 지정될 수 있으리라고는 결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시민들은 요컨대 착오를 일으킨 셈이어서 그들의 생각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었다.
만약 모든 일이 거기에 그쳤더라면 아마도 그 일은 습관 속에 묻히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민들 중에서 그 밖에도 몇몇 사람들이 그것도 반드시 수위나 가난뱅이가 아닌 사람들이, 미셸 씨가 먼저 밟은 길을 따라가야만 했던 것이다. 공포가,
그리고 공포와 함께 반성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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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는 것도 오직 바람결이나 어린 장사꾼들이 변두리 지역에서 가지고 오는 꽃 광주리를 보고서야 겨우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시장에서 파는 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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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흔히 애증이 얽힌 사이로 표현된다.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을 재현하기를 거부하는 딸,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앓는 딸과 딸에 대한 애정을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하는 엄마. 여성으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 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 대개는 그렇다. 한때는, 지민도 엄마와 자신 사이에 그런 애착과 복잡한 감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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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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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관심사와 재능까지 제한받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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