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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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를 하면 마음이 달라진다는 정대현 씨가 책임감 있는 걸까, 혼인신고를 하든 안 하든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자신이 한결같은 걸까. 김지영 씨는 남편이 듬직하면서도 동시에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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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 동안 의미 없는 메세지를 보내다보면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지곤 했는데, 그가 나에게 (어떤 의미에서든)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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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때 대학신문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다. 당선되면 백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대회였는데, 마침 신문사에서 수습기자로 일하는 동기가 경쟁률이 낮다는 얘기를 해줬다. 언제나 술값이 모자랐던 그때의 나는 학력 콤플렉스가 심해 방송통신대에서 학사학위를 두 개나 따고 난 후 자식의 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는 오십대 여성의 이야기를 썼는데, 그것이 당시의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얘기이기 때문이었다. 던지듯 출품했던 내 첫 소설은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을 들으며 당선됐다. 엄마는 어디선가(아마도 모든 소문의 원흉인 교회에서) 그 소식을 주워듣고는 내 당선작이 나온 대학신문을 구해다 읽었다. 그리고 사흘 밤낮을 울었다. "네 마음이 그렇게 아팠다니, 내가 그렇게도 너를 착취해왔다니………" 안방 문을 넘어올 만큼 큰 소리로 통곡을 하는 그녀에게 "엄마, 소설은 그냥 소설이야. 다 지어낸 거라고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들릴 턱이 없었고 그루로 엄마는 내가 쓴 그 어떤 글도, 심지어는 바닥에 떨어진 리포트나 메모조차도 읽지 않는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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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펜으로 휘갈겨쓴 일기 위에 빨간 펜으로 교정기효며,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가 내가 쓴 이기의 교정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닷새도 아닌 오 년 만에. 나는 종이 뭉치를 세게 쥐었다. 그에 대한 기억들이, 격렬한 감정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아직도 내 집주소를 기억하고 있었단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 뭉치의 마지막 장은 내가 아니라 그가 휘갈겨쓴 쪽지였다. 그의 필체로 적힌 빨간 글씨들이 들러붙은 핏자국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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