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야."
그 말을 하는 엄마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넌 여자애야."
엄마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나를 바라보다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 거짓말을 했어. 엄마는 늘 친구를 도와야 한다고 했지.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나는 슬픔 속에서도 엄마의 반응에 분노를 느꼈다. 외로움이 서린 분노였다. 나는 나중에 아줌마에게서 엄마가 로봇을 부순 값에 대한 보상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보상금은 어린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액수였고, 나는 깊은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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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했고, 아무것도 훔치지 말라고 했으면서, 아들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한통속이었다. "너희 할아버지는 네가 딸이라고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으셨단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웃던 친척들의 웃음을 나는 곱씹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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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선량한 얼굴로 집에 들어가서 엄마와 동생에게 폭언을 하고 자기 마음 내킬 때마다 동생을 때린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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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효진이네 집에는 좀처럼 가지 않게 됐다. 기준이나에게 따로 해코지를 한 적은 없었지만 내가 있는데도 효진이를 의협하고 자신의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서 나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져서였다. 그의 공격성에는 일종의 징그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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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는 맏아들이었고, 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나도록 아들을 낳지 못한 엄마는 친인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늘 은근한 지탄의 대상이되곤 했다. 그 잘난 맏며느리, 밖에서 일한다고 살림도 소홀히 하고아들도 낳지 못하는. 그것이 엄마 이름 김미자 앞에 붙은 무겁고도 끈적이는 수식이었다. 엄마의 일부는 그 수식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엄마의 일부는 그 수식을 수의처럼 입고 있었다. 아들을 낳지 않는 한 벗어버릴 수 없는 무거운 옷, 딸 아들 운운하며 효진이를 깎아내리던 아줌마의 말은 사실상 아들 없는 엄마의 처지를, 아무리 잘 키워봤자 그저 ‘가스나‘일 뿐인 나를 향한 말이기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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