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는 맏아들이었고, 결혼한 지 십 년이 지나도록 아들을 낳지 못한 엄마는 친인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늘 은근한 지탄의 대상이되곤 했다. 그 잘난 맏며느리, 밖에서 일한다고 살림도 소홀히 하고아들도 낳지 못하는. 그것이 엄마 이름 김미자 앞에 붙은 무겁고도 끈적이는 수식이었다. 엄마의 일부는 그 수식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엄마의 일부는 그 수식을 수의처럼 입고 있었다. 아들을 낳지 않는 한 벗어버릴 수 없는 무거운 옷, 딸 아들 운운하며 효진이를 깎아내리던 아줌마의 말은 사실상 아들 없는 엄마의 처지를, 아무리 잘 키워봤자 그저 ‘가스나‘일 뿐인 나를 향한 말이기도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