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한국화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
전수민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스스로 타협하지 말고 뼛속까지 예술가가 되세요

1.

참으로 중요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이방인, 페스트의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까뮈. 그는 그의 저서인 시지프스 신화를 이렇게 시작한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 나무와 달리, 인간은 자유로운 다리를 가진 대신, 그 자유의 대가로 계속 흔들리며 동시에 종종 자신을 뒤덮는 죽음의 그림자에 공포를 느끼며 무너지곤 하는 존재다.

P.14 사실 매년 아무도 모르게 유서를 써왔어요. 나름대로는 '언제 죽어도 괜찮을 만한 준비'를 늘 해왔달까요. 진심으로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쓰다 보면 이상하게도 결국에는 '만약에 내가 산다면 얼마나 잘 살지' 다짐하는 글이 되어서, 매년 유서 내용이 더 나아지곤 했죠. 매번 죽을힘을 다해 이룬 목록은 빼고 다시 썼으니까요.

공교롭게도 전수민 화가의 오래 들여다 보는 사람도 자신의 유서 쓰는 버릇을 언급하며 자신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넋두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녀도 까뮈를 읽은 것일까? 그토록 아름답기로 유명한 베니스로 행하는 비행기를 타면서도, 이로 인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고 그녀의 까뮈가 말한 부조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무엇이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향하게 됩니다. 죽음이 우리에게 우리가 마음속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삶의 길을 따라가도록 용기를 주는 거죠.

동시에 <공항에서 일주일은>에서 알랭 드 보통이 만난 히드로 공항의 목사의 말이 떠올랐다. 과연 그녀는 죽음을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았을까? 그리고 거기서 퍼올린 용기로 자신의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것일까? 몇 쪽을 읽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차올랐다.

2.

p.45 베니스는 마치 꿈결 같았어요.

모든 것이 물빛이고 햇빛이고, 온통 빛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베니스에서 그녀는 예술가들이 사는 공간에 입주를 하고, 베니스를 유람하며 예술 활동을 지속해나간다. 그녀는 여행이 주는 낯섦에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이 주는 쾌감과 신선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곧이어 이어지는 베니스에 대한 찬사. 하지만 동시에 발이 닿지 않는 물을 무서워하는 그녀에게 베니스는 종종 날선 긴장을 선사하곤 한다.

여행은 흥미롭게도 지리적이라기보다 심리적인 활동으로 읽을 수 있다 - 외적인 여정은 내적으로 욕망하는 여정의 은유다. - 여행을 예약하는 자신이 이런 활동을 즐기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여행은 심리적인 활동이라 지적한다. 여행은 일종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곧 일탈이다. 자신이 현재 일상에서 느끼는 구태와 권태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시위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이런 탈출의 서사로는 그 무엇도 얻을 수 없다. 먹는 것과 자는 곳이 달라질 뿐, 결국 삶의 양식이 똑같이 때문이다.

p.96 예술가의 삶을 살게 된 이후로 비슷한 사람들이 주변에 늘어나면서 마음 놓고 맘대로 하는 나를 발견했어요. 직장생활을 할 때는 누려 보지 못한 호사랄까요.

그때는 내가 뭔가를 솔직히 얘기하면,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상하려면 몰래 이상해야 했고,

난 직장생활에 철저히 적응하고 편입되어야 했지요.

그러나 저자는 조금 다르다. 그녀는 애초부터 삶이 여행이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으며, 화가가 되는 과정에서 겪어왔던 수많은 죽음의 그림자들을 극복해왔다. 그런 그녀이기 때문에 베니스는 단순히 새로운 공간에 스스로를 던지는 일탈적 행위가 아니다. 새롭게 관계를 맺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치유의 공간이 된 것이다.

p.23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스튜디오의 내 방.

낯선 곳에서, 우리는

누구나 '최초의 인간'이 된다.

최초의 인간. 그것은 아마 자신을 둘러쌌던 많은 맥락들과 구속들에서 벗어난 나신(裸身)의 인간일 것이다. 모든 것을 놓아버렸기 때문에 자신의 본성대로 자신의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명소맛집에 취해 자신의 색깔을 확장시킬 기회를 포기하고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것과 같은 기념품의 굴레 속에 스스로의 여행을 구속한다.

3.

p.146-147 '예술가에게 예술은 밥보다 큰 의미인가' 하는 문제로 토론한 적이 있어요.

글쎄요, 먹고사는 문제보다 크고 작고를 떠나 먹고사는 문제만큼 절박한 것 같긴 해요. 늘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전시를 열어야 내가 살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먹고사는 방법은 많잖아? 그저 먹고사는 게 중요해서 예술을 하는 것 같진 않아. 우린 뭔가 어쩔 수 없이 타고났고, 그것을 해소하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게 아닐까?"

이 에세이는 여행기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깝다. 실제 여행에서 체험한 것들은 한 장의 사진과 몇 줄의 문구로 대신 되고, 대개는 작가 본인의 인생과 자신이 꿈꾸는 예술에 대한 진솔한 고백들로 가득 차 있다. 나에겐 이것이 비단 예술만이 아니라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바치는 따뜻한 위로로 들렸다.

p.173-174 "이것 봐요, 뼛속까지 예술가가 되세요. 먹고사는 게 그리 중요한 것이었다면 직장을 그만둘 이유가 없었지 않나요."

, 그래요. 먹고사는 것만으로는 갈증을 채울 수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을 시작한 거죠. 하지만 그 꿈을 너무 일찍 이루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리고 내가 이룬 꿈이 내가 기다리고 기대하던 꿈이 아니면 또 어떻게 되는 거죠?

"그러면 이제는 우리처럼 꿈을 이루려고 하는 사람을 도와주면 돼요. 이제 다른 사람의 꿈이 되는 것입니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고 자신을 다듬고 지켜나가요. 자신이 먼저 스스로를 아껴야 다른 사람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겁니다. 힘들었던 지난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이지 바뀌는 게 없어요. 하지만 미래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바뀌잖아요?"

"부디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스스로 타협하지 말고 뼛속까지 예술가가 되세요."

다시금 까뮈로 돌아오면, 그는 자살이 답이라 말하지 않는다. 까뮈는 절망도 그렇다고 덧없는 희망도 거부한다. 까뮈는 반항의 삶을 제안한다. 나의 실존을 위협하는 부조리에 대해서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마치 시지프스가 신의 저주를 받아 결국 다시 굴러 떨어질 돌을 굴러올리듯이 묵묵히 할 일을 임하는 삶의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나는 이 에세이에서 전수민 화가를 통해 까뮈가 말한 부조리에 반항하는 삶의 모습을 보았다. 일상과 구태,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나아가는 삶. 어떻게 보면, 극복의 대상인 한국사회의 일상이 아니라, 베니스라는 일탈의 장소이기 때문에 또렷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진명의 한국사 X 파일 : 철저한 자료조사에 광활한 상상력

1. 엘리트적 꼰대주의 VS 아마추어적 상상력

근대 전까지 모든 학문은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귀족들의 아마추어적 탐구심이나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되어 왔다. 학문이 박사 학위를 마친 엘리트들에 의한 전유물이 된 것은 학문의 분업화와 고도화가 이루어진 20세기부터 일어난 현상이다.

지식 엘리트 그룹의 탄생은 학문 발전에 높은 기여를 했지만, 대신 대학을 정점으로 한 엘리트적 구조는 점차 경직성을 띠게 되었다. 다만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에서 엘리트적 꼰대주의가 득세하고 학위 하나 없는 아마추어들의 상상력은 근거 없는 헛소리로 일축된다.

2.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과 김진명의 역사 발굴

가장 아마추어를 무시하는 학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역사학계일 것이다. 역사의 시작이 아마추어 저술가 헤로토도스공자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시작된 것을 생각해보면 얼핏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역사라는 게 정권이 바뀌자마자 조선왕조실록이 수정됐던 것을 보듯, 패권을 쥔 사람들에 의해 쉽게 수정 되어왔고, 구체적 증거와 연구 없이 조작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분야라서 검증 되지 않은 사람들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결국 여기도 기득권층은 있을 수밖에 없고 새로운 해석이란 게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역사가가 역사계의 파란을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로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이다. 물론, 그가 발견했던 것은 트로이가 아니었지만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신화가 아니라 실존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이후 고고학 붐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 하다. 그렇다면 당시 역사학계의 반응은? 하인리히 슐리만의 업적을 분석하기보단 사기꾼이라고 몰아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마추어 역사학자로 대차게 까이는(?) 분이 있는데 바로 소설가 김진명이다.

3. 왜 우리나라엔 댄 브라운이 나오면 안 되나?

김진명은 그의 책 한국사 X파일에서 이태까지 그가 추적해온 역사의 진실에 대해서 적고 있다. 200쪽이 조금 넘는 만화책으로 미용실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릴 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개인적으론 한국사 X파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사 전체를 다룰 것이라 기대했지만, 조선시대와 근현대사 위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광개토대왕비에서 사라진 글자를 추적하는 부분이나, 명성황후의 시해 과정에서 있었던 천인공노할 일을 밝히는 부분이 충분히 흥미진진한 편이라 그가 썼던 소설의 뒷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김진명 작가의 책을 읽으면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등으로 유명한 댄 브라운이 떠오른다. 댄 브라운은 심지어 소설에서 예수를 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극찬을 받았는데, 왜 김진명 작가에게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 그가 하는 새로운 해석은 요새 거의 청춘물과 로맨스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트렌디 사극에 비해서는 온전한 편인데 말이다. 그의 저작이 헛소리만이 가득했다면 과연 독자들이 선택했을까? 그의 작품엔 철저한 자료조사에 덧붙여 광활한 상상력이 덧붙여졌음을 한국사 X파일은 보여주고 싶어 한다.

4.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근대까지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던 랑케의 사관이 득세했다면, 현대에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말했던 E. H. 카의 사관이 자리를 잡았다. 소설가 김진명은 스스로가 소설가라는 지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기성 역사학자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역사의 이면을 제시한다. 그가 내리는 해석이 언제나 옳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이 나라의 역사가 어디까지나 한반도에만 머물러 있다거나, 미국과 중국 등 열강에 의해서 휘둘려왔다는 해석보단 가끔은 세계사의 중심이 아닐까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유쾌함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 - 5천만 경제 호구를 위한
선대인 지음, 오종철 기획 / 다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 : 경제호구들을 위한 실전 경제 지침서

1. 카나리아와 카산드라

과거 광부들은 산소를 체크하기 위해 새장에 카나리아 한 마리를 넣어 갱으로 내려갔다. 산소의 농도가 떨어지면 그 어떤 생명체보다 산소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세차게 울어대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카나리아는 광부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참된 경고를 하는 존재다.

하지만 위기를 고발하는 사람들이 항상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트로이의 공주이자 예언자였던 카산드라는, 오랜 전쟁 끝에 그리스인들이 퇴각하면서 남기고 간 목마가 함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로이인들은 믿지 않았고, 결국 그리스인들의 칼날에 목숨을 잃었다.

2. ‘한국의 닥터 둠선대인 박사, 대한민국 경제를 말하다

카나리아와 카산드라. 앞으로의 위기를 예언하는 자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두 가지 모습이다. 위기를 알려주는 카나리아에게 카산드라처럼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종종 냉혹해지기도 한다. 앞으로 위기가 올 것이라고 하는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듣지 않고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자들을 주위에 두다가 패망한 지도자들의 예는 굳이 많다. 즉 우리 주위에 있는 비관론자와 위기론자들의 말을 일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주장의 근거와 실제 위기의 가능성에 대해서 따져보고 같이 토론해보아야 한다.

미국에 2008년 경제 위기를 예측해서 유명해진 비관론적인 경제학자 닥터 둠마크 파버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줄곧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 주장하는 한국산 닥터 둠선대인 소장이 있다. 2016년에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것이니 집 사지 말라는 주장을 했다가 강제 하차 당하기도 했던 선대인 소장의 모습에서 카산드라는 물론, 지도자에게 간언을 했다가 목이 날아간 충신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는 강연과 방송에만 머무르지 않고 저서 활동도 활발하여 최근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이란 책을 냈다.

3. ‘멘큐의 경제학선대인의 경제학

선대인 소장의 책 대한민국 경제학은 그 두께나 크기로 보아하야 경제학의 유명한 교과서 중 하나인 멘큐의 경제학을 연상시킨다. 다만 이론과 공식들로 채워져 있는 멘큐에 비해, 선대인 소장의 책은 실제 대한민국의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과 대안들에 대해 논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멘큐가 경제학도를 꿈꾸는 새내기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과서라면 선대인 소장은 수천만의 경제 호구들이 경제적 지식을 갖추게 하기 위한 실용서를 썼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어쨌든 둘 다 읽어본 사람의 입장에선 대중서인 이 책이 훨씬 쉽고 이해가 잘 간다.

이 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그리 낯설지 않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던가, ‘수출 대기업 중심 경제 체제’,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요새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 ‘트럼프 정권2017년 경제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미래를 결정할 요소들에 대해 비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특히 이렇게 저성장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젊은이들이 집을 사지 않을 것이고, 또한 앞으로 어르신들이 집을 팔게 되는 시기가 오면 부동산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은 수출과 부동산 두 축으로 유지되는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4.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비관론과 낙관론이란 두 날개

혹자들은 선대인 소장의 주장이 터무니없고 너무 부정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은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며, 세계의 경기가 호전된다면 오히려 계속 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기억해야한다. 새는 한 쪽의 날개로만 날지 않는다. 낙관론으로만 운영되는 경제는 또다시 1997IMF2008년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경제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비관론과 낙관론, 두 날개로 잘 조정하여 앞으로의 위기를 줄이면서 동시에 성장동력을 찾는 관점이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논쟁! 철학배틀

1.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특정 현상에 이름을 붙이면서 우리의 지적 체계 안으로 편입시킨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세상을 지각하는 범위는 저 파랗고 멀리 있는 것하늘이라는 것을 알면서부터 점차 넓어져 점차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영역, 예를 들면 상대성 이론이나 빈부의 격차같은 것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름 붙이기관계를 맺는 것이기도 한데, 시인 김춘수가 에서 당신이 나를 꽃이라고 불러줬을 때 나는 당신에게 가서 꽃이 된다는 시구는 언어로 관계를 맺는 과정을 보여준다.

2.

그렇다면 이 언어를 만드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우리에게 대개 철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민감한 감각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느끼거나 누구보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이 세상의 법칙을 모두 탐구하고자 노력했다.

역사책에 이름을 남긴 철학자들은 그들의 사상에 두 가지를 담았다. 하나는 진단이다. 지금 현재 이 세상의 본질은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문제들이 많은지에 대한 자신들만의 해석을 내놓는다. 다음은 대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 문제들을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들과 그것을 위한 실천 내역들이다. 예를 들면, 사르트르의 경우 인간이 불안하고 괴로운 이유에 대해 세상에 갑자기 던져진피투성(被投性)에서 찾았고, 인간 실존이 바로 서기 위해선 개인이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타인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

세상을 파악하는 방식인 언어’,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철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괴로운 일이다. 그럴 때는 가벼운 입문서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대논쟁! 철학배틀은 앞서 말한 철학자들 중 핵심적인 인물들의 사상들을 명확하고 쉽게 잘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게임 역전재판의 일러스트를 맡았던 이와모토 다쓰로가 철학자들의 일러스트를 맡아서 생동감 있고 선이 굵은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시작을 알린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37인의 철학자들이 벌이는 지식의 아레나(Arena)는 한 쪽 편이 우세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전개된다. 흥미롭게도 가장 최대 출전 철학자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인데, 역시 칸쇼니(칸트+쇼펜하우어+니체)’라고 불리는 18~19세기의 독일 사상사에 대한 깊은 일본인의 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이 책이 일본 책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많다. 예를 들면, 소년에게 처벌대신 교화를 우선시 하는 소년법이라던가, 일본 평화헌법 상에 전쟁할 권리가 없는 등의 요소, 그리고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일본인 철학자에 대해선 한국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애초에 이 책 자체가 철학자나 교수가 쓴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설민석이나 최진기 같은 학원 강사가 철학사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쓴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어디까지 입문서라는 것. 하지만 이 정도만 읽어도 어디서 입 터는 데 지장은 없다.

4.

대논쟁! 철학 배틀은 내용도 쉽고 만화 덕분에 술술 읽히는 대신에, 뭔가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를 추천한다. 전자는 다들 집에 한 권씩 꽂혀있을 거고, 철학카페에 경우, 철학을 어떤 식으로 삶의 서사를 읽는 데 적용할 것인가 통찰을 주는 책이다. 이걸로도 부족하다면 마이클 켈로그의 철학의 세 가지 질문이나 매트 로렌스의 철학 한 잔도 괜찮다. 지금 언급한 책들 모두 당신의 빈약한 철학적 체계를 한 걸음 진보하게 해줄 좋은 책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위시


p.36-37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 "화가 나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 때마다 '파인애플'이라고 말해." "그게 진정하라는 암호 같은 역할을 할 거야."


소녀 찰리는 아버지의 구속과 어머니의 정신병으로 인해 이모 구스의 집에 맡겨진다. 그녀는 이모와 이모부의 애정 어린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는 시골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자신이 원래 살던 도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불같은 성격으로 인해 계속 학교 아이들과 문제를 일으키고, 그러던 그에게 하워드란 친구만이 먼저 다가와 준다. 하워드는 그녀에게 파인애플을 제안한다. 못 참을 것 같은 일이 있을 때 파인애플을 떠올리라고, 그것이 진정하라는 신호가 되어줄 거라고.


그 이후에도 찰리는 자신의 성질을 종종 참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파인애플을 되뇐다. , 자신의 화가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이런 걸 보면 분노도 습관이다. 어떤 이들은 남들에게 미움 받을 것이 두려워 쉽게 화를 내지 못한다. 반면,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뭐든 중간이 좋다고, 합당한 상황에서만 화를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파인애플은 찰리가 화에 대한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p.44-45 나는 나를 반겨주는 집이 없는 신세, 떠돌이 신세가 어떤 건지 알았다. 그리고 녀석은 싸움꾼이었다. 나랑 같았다. 그 개와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문득 그 비쩍 마른 개에 대한 애정이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엄숙하게 맹세하고 약속했다. 그 개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말이다.


p.129 "나는 개의 어떤 점을 제일 좋아하는지 알아?" "무조건 적으로 주인을 사랑하는 거."

"괴팍하고 잘난 척하고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개도 자기 주인이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는 것처럼 사랑하잖아. 무슨 뜻인지 알지?"


겨우 적응의 물꼬를 튼 그녀에게, 떠돌이 검은 개 위시본이 나타난다. 그녀는 뿌리 없이 호수를 둥둥 떠다니는 부평초마냥 불안한 그녀의 심리를 위시본에게 투영한다. 그래서 그 개를 잡고 길들이기 위해 한동안 고생한다. 개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준 걸까? 처음엔 못마땅하던 위시본도 이내 찰리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같이 먹고, 같이 자는 생활엄마, 아빠, 언니 누구에게도 그토록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찰리에게 개는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준다.


p.61-62 "우리 엄마가 천에다가 수를 놓아서 만든 액자가 있는데 거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알아? '우리의 모든 고민을 빨랫줄에 널면 그 속에서 당신은 당신의 고민을, 나는 나의 고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들은 누구나 고민거리가 있고 너보다 심각한 고민거리를 가진 사람도 있다는 얘기야."


위시본과 친구가 되고, 하워드와 그의 가족들과 친하게 진해면서 도시 소녀였던 찰리도 시골의 풍경에 점차 일부분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골이 편해지면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이곳에서 친구들과 계속 이모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이런 배부른(?) 고민이 계속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그저, 몇 년 동안 계속 빌어 왔던 한 가지 소원에 매달릴 뿐이다.


p.265 실제로 그녀는 온갖 얘기를 했었다. 거스와 버서는 나를 공주 대하듯이 하고, 마음씨 좋은 오덤 가족은 나와 함께 저녁을 먹어서 감사하다고 기도를 드리지 않느냐고. 하워드만큼 좋은 친구가 또 어디 있느냐고. 아름다운 산과, 별이 보이는 조그만 베란다가 있지 않으냐고. 내가 지금까지 그 모든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소원을 비느라 바빠서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돌연변이라서 구하기 힘든 네잎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면, 흔한 토끼풀인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했다. 아무리 행복한 상황이라고 해도, 자신이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언젠가 극복해야할 환경일 뿐인 것이다. 처음엔 불만과 분노밖에 몰랐던 찰리는 점차 주변 것들에 감사를 느끼기 시작한다. 하워드, 위시본, 이모 버서와 이모부 거스그녀가 그토록 찾아헤맸던 진정한 가족은 찰리의 두 부모와 언니가 다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로 인해서 다시 구성됐음을 찰리가 깨닫는 데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


아마 우리도 우리 주변의 행복은 간과한 채 거대한 행운을 찾아 방랑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행복은 그 자리, 그 곳에서 우리가 알아차려주길 바라고 있을 테니까. 다만, 행복이 지쳐서 떠나지 않도록, 너무 늦지만 않으면 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