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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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한국사 X 파일 : 철저한 자료조사에 광활한 상상력

1. 엘리트적 꼰대주의 VS 아마추어적 상상력

근대 전까지 모든 학문은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귀족들의 아마추어적 탐구심이나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되어 왔다. 학문이 박사 학위를 마친 엘리트들에 의한 전유물이 된 것은 학문의 분업화와 고도화가 이루어진 20세기부터 일어난 현상이다.

지식 엘리트 그룹의 탄생은 학문 발전에 높은 기여를 했지만, 대신 대학을 정점으로 한 엘리트적 구조는 점차 경직성을 띠게 되었다. 다만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에서 엘리트적 꼰대주의가 득세하고 학위 하나 없는 아마추어들의 상상력은 근거 없는 헛소리로 일축된다.

2.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과 김진명의 역사 발굴

가장 아마추어를 무시하는 학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역사학계일 것이다. 역사의 시작이 아마추어 저술가 헤로토도스공자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시작된 것을 생각해보면 얼핏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역사라는 게 정권이 바뀌자마자 조선왕조실록이 수정됐던 것을 보듯, 패권을 쥔 사람들에 의해 쉽게 수정 되어왔고, 구체적 증거와 연구 없이 조작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분야라서 검증 되지 않은 사람들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결국 여기도 기득권층은 있을 수밖에 없고 새로운 해석이란 게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역사가가 역사계의 파란을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로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이다. 물론, 그가 발견했던 것은 트로이가 아니었지만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신화가 아니라 실존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이후 고고학 붐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 하다. 그렇다면 당시 역사학계의 반응은? 하인리히 슐리만의 업적을 분석하기보단 사기꾼이라고 몰아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마추어 역사학자로 대차게 까이는(?) 분이 있는데 바로 소설가 김진명이다.

3. 왜 우리나라엔 댄 브라운이 나오면 안 되나?

김진명은 그의 책 한국사 X파일에서 이태까지 그가 추적해온 역사의 진실에 대해서 적고 있다. 200쪽이 조금 넘는 만화책으로 미용실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릴 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개인적으론 한국사 X파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사 전체를 다룰 것이라 기대했지만, 조선시대와 근현대사 위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광개토대왕비에서 사라진 글자를 추적하는 부분이나, 명성황후의 시해 과정에서 있었던 천인공노할 일을 밝히는 부분이 충분히 흥미진진한 편이라 그가 썼던 소설의 뒷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김진명 작가의 책을 읽으면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등으로 유명한 댄 브라운이 떠오른다. 댄 브라운은 심지어 소설에서 예수를 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극찬을 받았는데, 왜 김진명 작가에게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 그가 하는 새로운 해석은 요새 거의 청춘물과 로맨스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트렌디 사극에 비해서는 온전한 편인데 말이다. 그의 저작이 헛소리만이 가득했다면 과연 독자들이 선택했을까? 그의 작품엔 철저한 자료조사에 덧붙여 광활한 상상력이 덧붙여졌음을 한국사 X파일은 보여주고 싶어 한다.

4.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근대까지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던 랑케의 사관이 득세했다면, 현대에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말했던 E. H. 카의 사관이 자리를 잡았다. 소설가 김진명은 스스로가 소설가라는 지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기성 역사학자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역사의 이면을 제시한다. 그가 내리는 해석이 언제나 옳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이 나라의 역사가 어디까지나 한반도에만 머물러 있다거나, 미국과 중국 등 열강에 의해서 휘둘려왔다는 해석보단 가끔은 세계사의 중심이 아닐까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유쾌함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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