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위시


p.36-37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 "화가 나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 때마다 '파인애플'이라고 말해." "그게 진정하라는 암호 같은 역할을 할 거야."


소녀 찰리는 아버지의 구속과 어머니의 정신병으로 인해 이모 구스의 집에 맡겨진다. 그녀는 이모와 이모부의 애정 어린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는 시골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자신이 원래 살던 도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불같은 성격으로 인해 계속 학교 아이들과 문제를 일으키고, 그러던 그에게 하워드란 친구만이 먼저 다가와 준다. 하워드는 그녀에게 파인애플을 제안한다. 못 참을 것 같은 일이 있을 때 파인애플을 떠올리라고, 그것이 진정하라는 신호가 되어줄 거라고.


그 이후에도 찰리는 자신의 성질을 종종 참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파인애플을 되뇐다. , 자신의 화가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이런 걸 보면 분노도 습관이다. 어떤 이들은 남들에게 미움 받을 것이 두려워 쉽게 화를 내지 못한다. 반면,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뭐든 중간이 좋다고, 합당한 상황에서만 화를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파인애플은 찰리가 화에 대한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p.44-45 나는 나를 반겨주는 집이 없는 신세, 떠돌이 신세가 어떤 건지 알았다. 그리고 녀석은 싸움꾼이었다. 나랑 같았다. 그 개와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문득 그 비쩍 마른 개에 대한 애정이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엄숙하게 맹세하고 약속했다. 그 개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말이다.


p.129 "나는 개의 어떤 점을 제일 좋아하는지 알아?" "무조건 적으로 주인을 사랑하는 거."

"괴팍하고 잘난 척하고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개도 자기 주인이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는 것처럼 사랑하잖아. 무슨 뜻인지 알지?"


겨우 적응의 물꼬를 튼 그녀에게, 떠돌이 검은 개 위시본이 나타난다. 그녀는 뿌리 없이 호수를 둥둥 떠다니는 부평초마냥 불안한 그녀의 심리를 위시본에게 투영한다. 그래서 그 개를 잡고 길들이기 위해 한동안 고생한다. 개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준 걸까? 처음엔 못마땅하던 위시본도 이내 찰리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같이 먹고, 같이 자는 생활엄마, 아빠, 언니 누구에게도 그토록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찰리에게 개는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준다.


p.61-62 "우리 엄마가 천에다가 수를 놓아서 만든 액자가 있는데 거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알아? '우리의 모든 고민을 빨랫줄에 널면 그 속에서 당신은 당신의 고민을, 나는 나의 고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들은 누구나 고민거리가 있고 너보다 심각한 고민거리를 가진 사람도 있다는 얘기야."


위시본과 친구가 되고, 하워드와 그의 가족들과 친하게 진해면서 도시 소녀였던 찰리도 시골의 풍경에 점차 일부분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골이 편해지면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이곳에서 친구들과 계속 이모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이런 배부른(?) 고민이 계속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그저, 몇 년 동안 계속 빌어 왔던 한 가지 소원에 매달릴 뿐이다.


p.265 실제로 그녀는 온갖 얘기를 했었다. 거스와 버서는 나를 공주 대하듯이 하고, 마음씨 좋은 오덤 가족은 나와 함께 저녁을 먹어서 감사하다고 기도를 드리지 않느냐고. 하워드만큼 좋은 친구가 또 어디 있느냐고. 아름다운 산과, 별이 보이는 조그만 베란다가 있지 않으냐고. 내가 지금까지 그 모든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소원을 비느라 바빠서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돌연변이라서 구하기 힘든 네잎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면, 흔한 토끼풀인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했다. 아무리 행복한 상황이라고 해도, 자신이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언젠가 극복해야할 환경일 뿐인 것이다. 처음엔 불만과 분노밖에 몰랐던 찰리는 점차 주변 것들에 감사를 느끼기 시작한다. 하워드, 위시본, 이모 버서와 이모부 거스그녀가 그토록 찾아헤맸던 진정한 가족은 찰리의 두 부모와 언니가 다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로 인해서 다시 구성됐음을 찰리가 깨닫는 데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


아마 우리도 우리 주변의 행복은 간과한 채 거대한 행운을 찾아 방랑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행복은 그 자리, 그 곳에서 우리가 알아차려주길 바라고 있을 테니까. 다만, 행복이 지쳐서 떠나지 않도록, 너무 늦지만 않으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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