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AI 에이전트 마스터 클래스 - 기획, 구현, 운영, 배포까지 현업에서 바로 적용하는 에이전트 개발 가이드
김구현 지음 / 한빛미디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레거시 스택과 생성형 AI 사이의 간극

작년 초부터 생성형 AI와 자바 스프링 백엔드를 접목한 강의를 맡아왔다. 그러나 현실의 커리큘럼은 여전히 JSP(Java Server Pages), MyBatis(퍼시스턴스 프레임워크) 같은 전통 기술을 포함한다.

 

분기마다 DeepSeek(LLM), o1(추론 특화 모델), nano banana(경량 모델), Claude Code(코드 특화 LLM), OpenClaw(오픈소스 모델) 등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기존 스택을 다루는 과정은 구조적 간극처럼 느껴졌다. 특히 에이전트 구현 영역은 가장 난해했다.

 

LangChain으로 재정렬된 에이전트 개념

강의 특성상 Java 중심, 보조적으로 JavaScript 정도만 다루다 보니 Python 기반 LangChain(LLM 오케스트레이션 프레임워크)을 깊이 있게 접하기 어려웠다. 모델 호출 후 Stream(스트리밍 처리)이나 고차함수로 연결하는 수준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부트캠프 환경에서는 일정 깊이 이상을 다루면 오히려 이해도를 해칠 수 있다는 제약도 존재했다.

 

이 책은 그 단절된 개념들을 정리해준다. 기존 프로그래밍 패턴으로 설명하던 호출 체계, 상태 관리, 체이닝 구조가 LangChain을 통해 하나의 추상화 계층으로 묶인다. 그러나 핵심은 프레임워크 자체가 아니다. 프롬프트 품질 관리, 다중 모델 통합, 출력 스키마 제어 같은 문제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해결하는지가 중심이다. 에이전틱 사고(목표 기반 문제 해결 구조)를 체계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

 



RAG·MCP를 통한 구조 확장

책은 GPT-5-nano(경량 모델), LangChain, Colab(클라우드 노트북), Streamlit(파이썬 웹 UI) 중심으로 구성되어 학습 부담을 낮춘다. 환경 설정과 모델 선택에서의 복잡도를 최소화한 점은 분명 장점이다. 동시에 다양한 벤더나 배포 환경을 폭넓게 다루지는 않는다.

 

RAG(검색 증강 생성)와 MCP(Model Context Protocol, 모델-도구 연결 규약) 같은 개념은 단순한 텍스트 생성 단계를 넘어, 외부 데이터와 도구 호출을 결합한 구조로 확장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생성형 모델을 “출력기”가 아닌 “구성 요소”로 다루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레임워크를 넘어 설계 철학으로

이 책은 종착점이 아니라 정리된 출발점에 가깝다. LangChain4j(Java용 LangChain), Spring AI(스프링 기반 AI 통합), Ollama(로컬 LLM 서빙), OpenRouter·Groq·Gemini·NVIDIA NIM(다중 모델 API) 같은 환경에서도 동일한 문제 정의와 구조를 재현할 수 있다. 구현체는 달라도 설계 관점은 유지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라이브러리의 API 숙련도가 아니라, 모델 호출을 어떻게 추상화하고, 상태를 어떻게 통제하며, 출력을 어떻게 계약화(contract)할 것인가에 대한 사고 체계다. 이 책은 그 관점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제공한다.

 

추천 독자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독자에게 적합하다.

  • 생성형 AI를 실무 백엔드와 연결하려는 개발자
  • LangChain의 개념 구조를 한 번에 정리하고 싶은 독자
  • RAG나 도구 호출 기반 에이전트 구조를 처음 접하는 사람
  • Python 중심 실습으로 빠르게 전체 그림을 파악하고 싶은 개발자

 

반면, 멀티 벤더 운영 전략이나 대규모 프로덕션 아키텍처 설계를 기대한다면 보완 학습이 필요하다. 기본 개념을 정리하고 구조적 사고를 다지는 용도로 적절한 기술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공부하는 SQL - 1:1 과외하듯 배우는 데이터베이스 자습서 혼자 공부하는 시리즈
우재남 지음 / 한빛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래는 비전공자였던지라 개발을 배우는 과정은 항상 도전의 연속이었고, 그중에서 가장 막막했던 분야는 아무래도 데이터베이스(DB) 쪽이었다. 그리고 DB를 다루기 위한 필수 언어인 SQL은 가장 피하고 싶은 최종보스였지만 DB에 익숙해졌을 때는, 이제는 항상 하루에 한 번쯤은 집어들게 되는 숟가락 같은 존재가 되었다.

몇 년 전에 그토록 DB 관련에서 치를 떨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주변 사람에게 SQL 관련 자격증에 대한 상담을 해주거나 SQL 학습을 권하곤 한다. 최근의 경우에는 금융 관련 서비스 기획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고객 분석을 위한 데이터를 관련 부서에 요청하는 것에 지쳐서 이제는 직접 자격증을 따서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이러한 상담을 해주면서 아쉬운 점은 비전공자나 취준생 레벨의 사람들에게 추천해줄만한 SQL 책이 없다는 것이다. SQL 교육은 대충 말해 양분 되어 있다. 1) 현업 2) 정보처리기사 또는 SQLD.

현업들은 사수들이나 매뉴얼을 직접 보면서 배운다. 물론 구글 검색도 유용하다. 실은 이들에게 있어 SQL 학습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절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노하우의 결정체다.

한편,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가 있다. 정보처리기사와 SQLD. 둘 다 그나마 컴공 또는 데이터베이스 연관 분야에서 쓸모 있고 인정받는 자격증이다. 따는 건 좋다. 기출문제도 있고 강의도 많으니까.... 근데, 실무에선? 언제나 시험을 위한 지식은 실무라는 큰 벽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마냥 오들오들 떨 뿐이다.

온갖 야매와 꼼수로 하루하루 밥벌이 하는 현업이든, 급한 마음에 책을 달달 외워서 자격증을 딴 사람이든, 관련 분야를 착실히 준비하려는 취준생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수많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탄탄한 기본기를 위한 서적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혼자 공부하는 SQL을 읽게 되었을 때 정말 좋았다.

1) SQL 쪽에서는 믿고 보는 '우재남' 님의 신작이라는 점.

2) 비전공자들은 쉽게 따라오고, 현업들은 다시금 개념을 다질 수 있게 학습 과목들이 잘게 잘게 모듈화되어 있다는 점.

3) 저자 직강의 강의가 유튜브로 제공된다는 점.

4) 마지막으로, PHP나 JAVA처럼 근본이지만 최근의 트렌드에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는 언어가 아닌 파이썬을 연동 실습 예제로 삼았다는 점.

이제는 DB나 SQL을 배워보겠다는 후배나 지인들에게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생겨서 기쁘다. 급하게 자격증 때문에 배우거나, 문제 상황마다 구글 검색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닌, 효율적이면서도 친절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혼자 공부하는 SQL이면 많은 시행착오 없이 SQL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정상'이란 약간의 강박증, 약간의 편집증 그리고 약간의 히스테리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특정한 것에 집착도 좀 하고, 망상도 좀 하고, 정신적 아픔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도 고통을 앓는 것이 바로 인간 본연의 '정상적' 심리 작용이라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을 탄생시켰던, 19세기 특유의 억압적이던 시대가 무려 200여년 가량이 지났다. 아마, 21세기 현대인들에게 맞춰 '정상'의 정의를 다시 수정하다면 아마 이럴 것이다.


약간의 불안, 약간의 우울증, 약간의 공황장애.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 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무한경쟁사회, 그 과정 하에서 '나'는 오히려 그 무엇도 되지 못하고 달팽이마냥 두꺼운 외피 속 말랑한 실존을 보호하려 몸서리칠 뿐이다. 북유럽의 어떤 우울한 철학자는 절망이란 죽음의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던데, 이 나라는, 이 사회는 절망이라는 페스트가 돌아다니고 있는 중세 유럽의 도시마냥 생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야 한다. 다행히도 인간의 나약한 실존을 보듬기 위해 '글'이라는 것이 주어졌고, 누구보다 더 격한 고독과 불안의 떨림을 이겨낸 인생 선배들이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만한 글들을 몇 줄씩 남겨놓았다.


에세이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는 누구보다 처절하게 존재의 불안과 맟서야했던 한 40줄에 들어서는 남성의 자기 고백서다. 중간중간 여행기를 담아내지만, 액자 속에 담긴 스틸 사진 마냥 철저히 배경으로 남을 뿐, 초점은 그의 성찰과 되뇌임에 맞춰져 있다.


이 책의 저자, 생선 김동영 작가는 여러 여행 에세이를 펴낸 사람이라고 한다. 독서 관련한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던데 솔직히 들은 적은 없다. 여러모로 배경지식이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두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것, 그리고 그에겐 여행이 아니고선 씻어낼 수 없는 큰 불안과 우울, 그리고 슬픔이 있다는 것.


여행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곳에 가고 싶어지거나, 저자의 여행 스타일을 닮고 싶어진다. 이 책을 평하자면 후자쪽. 그러나 그의 여행 스타일에서 느껴지는 짙은 불안과 우울의 그림자는 멀리하고 싶다. 역마살(驛馬煞)이 끼었다고 하나? 처음엔 남들 같이 사진도 찍고 랜드마크를 꼭 들러야했던 풋내기 여행자 시절을 지나, 어느새 가장 마음에 드는 카페를 하나 정해 거기서 글을 쓰며 장기투숙을 하는 글쟁이 노마드로 변해가는 과정을 동경하다가도 어딘가 정을 둘 수 없는 그의 상실감과 부유감에 가슴이 저렸다.


차라리 이 책은 에세이라기보단 철학서에 더 가깝다. 어떻게 자신이 살아왔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가 답한다. 다만, 언어가 그리 철학적이고 사변적이진 않다. 쉬운 언어, 읽히는 언어를 통해 독자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가 그만의 내밀한 여행을 통해 줏어모았던, 그만의 내밀한 상처를 통해 아로새겨질 수밖에 없었던 그의 체험과 잠언이 담긴 보따리를 한아름 선물해준다.


이 책을 통해 그의 빈 공간, 그리고 망각하고 싶은 괴로운 기억들이 오롯이 노출된다. 하지만 그의 상실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되고, 그가 잊고 싶어하는 스스로의 아픔은 새로운 인연의 새겨짐 속에 어느덧 견딜만해진다. 잃는만큼 채워지고, 잊는만큼 새겨지는 삶의 전환. 아마 그의 여행이 지금까지 그치지 않고, 그의 글이 울림이 있는 것은 그 탓일 것이다.

비록 지금 우리는 이렇게 초라하고
앞으로도 계록 이런 식으로 대책 없이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모두 우리가 선택한 것이니까
후회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의심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렇게 잘 살고 싶다. - p.41

언젠가부터 여행은 내게 산소통이 되었다. 그 산소통에서 산소를 조금씩 빼 마시며 나는 일상이라는 거친 바닷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여행은 중독이라고 했다. 한번 중독되면 독이 빠질 때까지 길 위를 헤매야 하는 것이다. - p.105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지도 않다. 그저 길을 갈 뿐이다. 거기서 얻은 게 있고 느낀 게 있다면 그건 대부분 여행 중이 아니라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 어렴풋이 느낀 것이리라. 여행 중에는 정작 모른다. 여행은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 p.123

난 나름대로 당신들 없는 세계에서 잘 지내보려 분투 중이다. 아직은 견딜만 하다.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이 곁에서 날 다독여주고 있으니, 나는 당신들이 항상 대견해하고 좋아해주던 모습으로 살아갈게. 그러니 어디에 있든 편히 쉬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보고 싶어. - p.211

나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되고 싶다.
지나온 시간만큼 넓고 깊어져
모든 강과 시내를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되고 싶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더라도
괴물은 되고 싶지 않다. - p.2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인간은 매번 상실을 겪는다. 상실을 애도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엄숙한 장례식을 통해 죽은 이를 떠나보내고, 누군가는 멈추지 못하는 식욕을 통해 변심한 애인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를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때부터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에 우리는 필사적으로 누군가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한다. 하지만 종종 극복할 수 없는 상실과 메울 수 없는 빈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파이 이야기>의 저자로 유명한 얀 마텔의 신작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너무나 큰 상처로 인해 자신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대표되는 영적-치유적 공간으로 자신도 모르게 향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의 등장하는 세 남자, 토마스-에우제비우-피터 토비 모두 사랑하는 이들을 죽음으로 읽은 뒤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다. 1901년 리스본 사람인 토마스는 뒤로 걷는 걸로 슬픔을 표시한다. 세상에게 반기를 들고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앗아간 신께 복수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숙부에게 자동차를 빌려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향한다. 1939년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인근 브리간사에 사는 에우제비우는 병리학자로, 자신과 비슷하게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슬픔을 온몸에 새기면서 살아갔던 이의 시체를 해부하면서 비로소 안식을 얻는다. 마지막 1980년대 캐나다 상원의원을 하던 피터 토비는 아내의 죽음 이후 침팬지 ‘오도’를 입양한 뒤 포르투갈 높은 산에 있는 고향집으로 이주하는 걸로 자신들의 버틸 수 없는 슬픔에 대처한다. 80년이 넘는 시간과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얽히고설킨 그들의 슬픔의 직물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을 넘어서 언제나 고통과 슬픔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와 동시에, 그 절망이라는 진창 속에서 구원을 찾기 위해 신의 그림자를 좇는 인간의 노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1부는 배경이나 소재 자체에서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떠올랐다. 일상이 낯설어진 한 남자가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의 주인을 찾아 여행한다는 내용과,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14세기에 있었던 신부의 일기장을 토대로 신부가 남긴 유물을 찾기 위해 여행한다는 소재에서 어떤 공통점을 보았다. 하지만 차이점도 존재한다. 전자가 타인의 시선에만 신경 쓰다가 ‘나’를 잃어버린 어느 중년의 일탈이라면, 후자는 절절한 슬픔 끝에 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의 복수극이라는 점이다. 또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그 자체로 완결이 되지만, <포르투갈의 높은 산> 1부는 그 말대로 1부이며, 이후의 2-3부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3부에서 캐나다의 상원의원인 피터 토비가 침팬지 ‘오도’를 입양하고 공존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얀 마텔의 대표작인 <파이 이야기>를 생각나게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이 묘사되며, 서로의 존재를 의지함을 통해 한계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많이 닮았다. 그러나 확실히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침팬지 오도’는 위협과 공포 수준이 다르다. 으르렁거리면서 언제 내 목을 물어뜯을지 몰라 계속 감시해야했던 리처드 파커와 달리, 오도는 인간의 언어와 상호작용을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하도록 훈련 받은 존재다. 다만, 오도에게 남아 있는 ‘야생적 감각’은 과거-현재-미래 사이에서 계속 염려하고 후회를 반복하고 있던 피터 토비에게 지금, 현재에 집중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이 책의 전체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종교적 코드는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불편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것 같다. 이러한 상실의 고통 앞에 ‘신’은 무슨 역할을 하며, 이 슬픔 속에 나를 방치하는 ‘신’은 과연 믿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여러 질문이 떠올리게 하는 여러 장면들이 소설 속에서 지나가던 와중에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은 없고, 상실은 일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잦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슬픔에 빠져서 살아갈 순 없다. 아마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자세이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들린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들린다」는 함성복 시인의 시 ’흔들린다’에 한성옥 화가의 일러스트를 얹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함성복 시인의 시 중에 ‘긍정적인 밥’을 좋아하여 한동안 외우고 다녔다. 문학이 찬밥 신세인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렇다고 시의 가치마저 퇴색되는 건 아니라는 그의 시를 읽으며 구절구절마다 가슴이 뛰었다. 


‘흔들린다’에서도 함성복 시인 특유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한성옥 화가의 일러스트가 함께 하니 그 힘은 배가 되었다. 나무의 흔들림에서 우리네 인생의 흔들림을 잡아내는 그의 관찰력과 통찰력에 무릎을 쳤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 세상의 흔들림을 보게 되었다. 밤새 불을 밝힌 환락가의 흥청거리는 흔들림, 고난 받는 자들의 절절한 흔들림, 홀로 고독을 곱씹는 ‘나’라는 존재의 미세한 흔들림… 우리는 어찌 이토록 흔들리는 것일까? 이것은 인간의 본성인가? 


이러한 물음은 여태껏 잊고 있었던 괴테의 「파우스트」 중 한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만약 함민복 시인의 언어로 이 구절을 다시 표현하자면 이러할 것이다. “인간은 흔들리려 하지 않는 한 흔들리기 마련이다.”


모든 흔들림은 치열하다. 나를 잊기 위한 몸부림에도, 나를 찾기 위한 투쟁 속에서도. 그렇게 우리는 몸서리치며, 한껏 흔들리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 게다. 나는 「흔들린다」에서 그 치열함을 읽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