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논쟁! 철학배틀

1.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특정 현상에 이름을 붙이면서 우리의 지적 체계 안으로 편입시킨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세상을 지각하는 범위는 저 파랗고 멀리 있는 것하늘이라는 것을 알면서부터 점차 넓어져 점차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영역, 예를 들면 상대성 이론이나 빈부의 격차같은 것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름 붙이기관계를 맺는 것이기도 한데, 시인 김춘수가 에서 당신이 나를 꽃이라고 불러줬을 때 나는 당신에게 가서 꽃이 된다는 시구는 언어로 관계를 맺는 과정을 보여준다.

2.

그렇다면 이 언어를 만드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우리에게 대개 철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민감한 감각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느끼거나 누구보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이 세상의 법칙을 모두 탐구하고자 노력했다.

역사책에 이름을 남긴 철학자들은 그들의 사상에 두 가지를 담았다. 하나는 진단이다. 지금 현재 이 세상의 본질은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문제들이 많은지에 대한 자신들만의 해석을 내놓는다. 다음은 대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 문제들을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들과 그것을 위한 실천 내역들이다. 예를 들면, 사르트르의 경우 인간이 불안하고 괴로운 이유에 대해 세상에 갑자기 던져진피투성(被投性)에서 찾았고, 인간 실존이 바로 서기 위해선 개인이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타인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

세상을 파악하는 방식인 언어’,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철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괴로운 일이다. 그럴 때는 가벼운 입문서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대논쟁! 철학배틀은 앞서 말한 철학자들 중 핵심적인 인물들의 사상들을 명확하고 쉽게 잘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게임 역전재판의 일러스트를 맡았던 이와모토 다쓰로가 철학자들의 일러스트를 맡아서 생동감 있고 선이 굵은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시작을 알린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37인의 철학자들이 벌이는 지식의 아레나(Arena)는 한 쪽 편이 우세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전개된다. 흥미롭게도 가장 최대 출전 철학자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인데, 역시 칸쇼니(칸트+쇼펜하우어+니체)’라고 불리는 18~19세기의 독일 사상사에 대한 깊은 일본인의 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이 책이 일본 책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많다. 예를 들면, 소년에게 처벌대신 교화를 우선시 하는 소년법이라던가, 일본 평화헌법 상에 전쟁할 권리가 없는 등의 요소, 그리고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일본인 철학자에 대해선 한국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애초에 이 책 자체가 철학자나 교수가 쓴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설민석이나 최진기 같은 학원 강사가 철학사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쓴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어디까지 입문서라는 것. 하지만 이 정도만 읽어도 어디서 입 터는 데 지장은 없다.

4.

대논쟁! 철학 배틀은 내용도 쉽고 만화 덕분에 술술 읽히는 대신에, 뭔가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를 추천한다. 전자는 다들 집에 한 권씩 꽂혀있을 거고, 철학카페에 경우, 철학을 어떤 식으로 삶의 서사를 읽는 데 적용할 것인가 통찰을 주는 책이다. 이걸로도 부족하다면 마이클 켈로그의 철학의 세 가지 질문이나 매트 로렌스의 철학 한 잔도 괜찮다. 지금 언급한 책들 모두 당신의 빈약한 철학적 체계를 한 걸음 진보하게 해줄 좋은 책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