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랜드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7
벨린다 바우어 지음, 강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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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 중 한명인 "벨린다 바우어(Belinda Bauer)"가 2010년에 발표한 데뷔작 "블랙랜드(Blacklands)"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독자들과 평론가들에게 수많은 호평을 얻으며 훌륭한 작품성을 인정받아서 데뷔작으로는 드물게 CWA(영국 추리소설가 협회)가 주관하는 2010 'CWA 대거 어워드'에서 최우수작품상에 해당하는 '골드대거'를 수상했습니다.


영국의 작은 마을의 한 황무지에서 매일같이 삽으로 땅을 파는 소년이 있습니다. 그 소년이 땅을 파는 이유는 오래전에 죽은 삼촌의 시체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소년의 삼촌은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당해 살해당한 걸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시체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쇄살인범이 다른 아이들을 묻은 이 광활한 황무지에 삼촌 역시 묻혀있다고 확신하는 소년은 매일 학교를 마치고 이곳에서 땅을 팝니다.


침대 위쪽 벽에는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맨체스터 시티 스카프가 핀으로 고정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스티븐은 빌리를 향한 연민과 분노가 뒤섞인 익숙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죽어서도 여전히 머저리였다.

스티븐은 빌리가 시간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어느새 자신보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이 조카의 귀에 대고 비밀과 해결책을 속삭여주기라도 할 것처럼 가끔 이곳으로 몰래 기어들었다.


잉글랜드 서머싯의 엑스무어에서 열두 살 소년 "스티븐 램"은 연쇄살인범의 희생자였던 자신의 삼촌 "빌리"의 시체를 찾기 위해 매일같이 삽으로 땅을 파고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을 납치해서 살해한 소아성애자의 희생자들 중 한명인 삼촌의 시체는 범인의 범행부인으로 찾지 못했지만 "스티븐"은 다른 죽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삼촌 역시 엑스무어에 묻혀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매일 황무지에서 헛수고만 하다 지쳐갈 무렵 "스티븐"은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그것은 바로 20년 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서 형을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이자 소아성애자인 "아널드 에이버리"에게 편지를 보내는 겁니다. 인내심으로 출소할 날만을 기다리던 "아널드"는 자신이 죽인 아이에 관한 편지를 받고 흥분과 기쁨을 느낍니다. 편지 한 통으로 지금까지 감옥생활을 견디기 위해 잊고있었던 달콤한 기억을 다시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된 "아널드"는 편지를 보낸 사람과 게임을 하기로 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내용으로 편지를 주고받던 와중에 "아널드"는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상대가 어린 소년인 것을 알게 되고, 더 이상 자신의 욕망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출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임에도 탈옥이라는 위험한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 소년으로 자신의 달콤한 욕망을 다시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스티븐에게는 스티커 책 '사커 스타'에 실린 스티븐 제라드보다 삶 자체가 중요했다. 새로운 스티븐은 매일 오후 이곳에 나와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까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땀을 흘리며 곰팡이가 슨 샌드위치를 먹고 녹슨 삽으로 힘없이 땅을 찔러대면서 죽음을 찾았다.

삼 년 동안 이것이 그의 삶이었다. 삼 년! 그는 방금 형을 선고받은 듯 느껴졌다. 그의 뒤에 펼쳐진 삼 년이라는 허송세월을 생각하니 마치 앞으로 또 그만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들은 것처럼 충격적이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그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삽을 들고 거대한 황무지에서 땅을 파는 소년 "스티븐"은 가난한 집의 외톨이 소년입니다. 그는 인터넷이니 휴대폰같은 것도 없고, 동네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유일한 친구와의 사이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스티븐"에게는 이런 일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가족들에게 벌어진 불행의 여파에 비하면. 매일같이 창문을 보며 18년 전에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할머니는 자신과 다른 가족들에게 항상 괴팍하게 굴고, 동생에 대한 죄책감을 아들 "스티븐"에게 투영시키는 어머니는 그에게 매정하게 굴며 다섯 살 동생 "데이비"만을 아낍니다. 우연히 불행의 시작인 삼촌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된"스티븐"은 자신이 삼촌의 시체를 찾아서 집으로 데리고 온다면 불행이 사라지고 여느 가정처럼 자신의 가정도 평온하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멍청하게 죽어버린 "빌리" 삼촌이 짜증나기도 하지만 불쌍하기도 한 "스티븐"은 삼촌을 찾기 위해 결국은 감옥에 있는 살인범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그저 삼촌이 묻힌 자리를 물어보는 편지였지만 변태 살인범 "아널드"에게는 인내심을 얻기 위해 스스로 거세해야만 했던 욕망에 불을 지피게 되는 불씨가 됩니다. 그저 지긋지긋한 불행을 벗어나고 싶었던 "스티븐"은 나중에야 자신이 아직은 힘이 약한 어린 소년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만 너무 늦은 뒤입니다.


처음에 그는 스스로가 너무 불쌍했다. 어머니가 와서 아들을 찾아내 하얗고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감싸주며 집으로 데려가 스튜와 초콜릿 푸딩을 먹여주었으면. 그런 일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영영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흐느낀 직후의 여운이 싹 가셨다. 그보다 더 시린 마음속 상처는, 그런 기억이 있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일어난 적이 아마 절대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얼굴도 본적이 없는 삼촌의 죽음이 불행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소년과 약한 존재를 가지고 놀다 죽이는 기쁨이 삶의 목표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랜드"는 정말, 정말로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소년과 살인범의 시점을 교차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클라이맥스에서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터트려 버리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그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순수함과 슬픔, 상실감, 애처로움, 긴장감, 두려움, 불안감을 거쳐서 크나 큰 감동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무심코 하는 행동과 말에 쉽게 상처받는 어린 소년의 연약하고 순수한 마음에 종종 미소를 짓기도 하며 아파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더 이상 자신이 소년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울음을 터트리는 주인공의 모습에 저도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애처로움에 눈시울이 뜨거워 졌습니다. 이런 감정들과 감동은 "존 하트"의 "라스트 차일드" 이후 정말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두고두고 생각하게 될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티븐은 신경쓰지 않았다. 초콜릿 바는 아이들이나 먹는 것이었고, 오늘 그는 그보다 훨씬 의젓해질 터였다. 그는 섹스나 관계의 이치는 모를 수도 있었지만 해질 무렵엔 가족이 온전한 하나가 되어 있길 바랐다. 지금처럼 그를 불안과 슬픔에 빠뜨리는, 여기 저기 잘라져 부서져내리는 반쪽이 아니라.


작가 "벨린다 바우어"는 시나리오 작가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이 걸출한 작품 "블랙랜드"로 이제 영국에서 잘나가는 범죄소설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이 작품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은 모두 좋은 평가를 받으며_네 번째 작품인 "Rubbernecker"는 또 다시 '골드대거' 후보에 올랐습니다_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블랙랜드"을 읽고서 작가의 내공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느껴서인지 이런 그녀의 성공이 당연해 보입니다. 플롯의 훌륭함이나 문장의 빼어남과 아름다움은(소설의 반 정도가 어디에다 베껴 써놓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입니다.) 둘째 치고, 마치 실제로 십대 초반의 소년이 쓴 듯 한 이야기 부분과 교도소 안의 소름끼치고 역겨운 변태 살인범의 생각과 행동을 순식간에 오가는 작가의 필력을 보면서, 이게 같은 사람이 쓴 것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이 만나는 순간, 순수함과 악이 조우하는 순간에 폭발하는 에너지는 엄청난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독자들을 휘어감아 버립니다. 그때문에 그 후에 몰려오는 감동은 주체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는 할머니의 불행을 끝내줄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랐었지만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을 뿐이다. 아널드 에이버리는 그를 죽일 터였고 그러면 할머니는 아들과 손자를 영원히 기다릴 터였다. 그리고 어머니 역시 할머니처럼 창가에 붙박여 하염없이 기다릴 터였다. 할머니가 죽은 뒤에도 계속.

데이비는? 데이비는 어떻게 될까? 데이비는 무시당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그 애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테니까. 그 애를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영원히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그렇지 않다 해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재미없는 작품에 대한 글은 쓰지 않고 좋게 읽은 작품에 대한 글만 쓰는데, 이정도로 좋고 훌륭한 작품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저의 부족한 글 솜씨를 한탄을 하게 됩니다. 이 작품 "블랙랜드"는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제 부족한 글 솜씨로는 그저 훌륭하고 좋은 소설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올해가 가기 전에 생각나시면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감정과 생각들 사이에서 즐겁고 감동적인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거라고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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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페이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2
소피 해나 지음, 박수진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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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소피 해나(Sophie Hannah)"가 2006년에 발표한 첫 번째 범죄소설 "리틀 페이스(Little Face)"입니다. 영국에서 출간 직후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주인공인 두 형사 "사이먼 워터하우스"와 "찰리 자일러"가 중심축인 '스필링 범죄수사반(Spilling CID)' 시리즈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귀여운 딸 "플로렌스"를 출산한지 이 주 만에 "앨리스 팬코트"는 첫 외출을 합니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선물한 회원권으로 다니게 될 헬스클럽을 둘러보지만 집에 있는 딸의 모습이 아른거려서 두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의 현관문이 잠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앨리스"는 불안한 마음에 방으로 향하지만 남편은 낮잠을 자고 있고 딸 역시 자신의 방에 누워있는걸 확인하고 안심합니다. 딸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간 그녀는 큰 충격에 절규합니다.


"데이비드, 이 애가 우리 딸이 아니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이애는 내가 몇 시간 전에 작별 키스를 해주고 나간 우리 아기가 아니에요. 우리가 병원에서 데려온 아기 말이에요. 옷을 입혀주면 꼬물대며 울던 우리 아기요. 그 옷 벗겨요!" 갑자기 내지른 소리에 데이비드 못지않게 나 역시 깜짝 놀랐다. "이건 플로렌스 옷이에요! 이 애가 입고 있는 거 싫어요. 당장 벗겨요!" 나는 복도로 뒷걸음쳤다.

 

부유한 시어머니 "비비언"과 마마보이 같지만 자상한 남편 "데이비드" 그리고 남편의 첫 번째 결혼에서 생긴 아들과 평온하게 살던 "앨리스"는 딸 "플로렌스"를 낳고 행복의 최절정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단 이 주 만에 깨어집니다. 몇 시간의 외출 후에 돌아온 집에는 자신의 딸 "플로렌스"대신 다른 아이가 누워있었기 때문입니다. 딸이 납치되어 충격에 빠진 "앨리스"와는 달리 그녀의 남편은 이 애가 딸이 분명하다며 그녀를 미친 사람 취급합니다. 딸이 유괴되었다는 신고를 한 "앨리스"는 "사이먼" 형사의 방문을 받고 자초지정을 설명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범죄의 근거가 희박해서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말뿐입니다. 결국 "앨리스"와 "데이비드"는 DNA검사를 받기로 하지만 검사 하루 전에 "앨리스"와 아이가 실종됩니다. 그제야 제대로 된 수사 지시가 스필링 범죄 수사반에 떨어지고 그 즉시 "사이먼" 형사는 남편 "데이비드"를 용의선상에 올려놓으며 수사에 열을 올립니다."사이먼"의 이 사건에 관한 집착이 못 마땅한 "찰리"에게 "사이먼"은 "데이비드"의 첫 번째 부인이 노상강도에게 살해당한 사건의 재조사까지 들먹이며 당시 담당형사였던 "찰리"의 심기를 건드립니다.


나는 절망에 탄식을 내뱉었다. 데이비드와 같은 소리를 하다니. 리스트에 체크 표시를 하고 싶어 하는 이 욕망, 남자는 다 똑같다. "그 둘이 명백히 다른 아이란 걸 빼고는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다른 아이라고요. 내 딸은 얼굴도 다르고, 울음소리도 달라요. 두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르단 걸 저더러 어떻게 설명하라는 거죠?"


자신의 집에서 누군가에 의해 딸이 다른 아이로 뒤바뀐 사실을 알게 된 후 실종된 여인의 사건을 수사하는 스필링 범죄 수사반의 이야기를 다룬 "리틀 페이스"는 딸 대신 다른 아이가 누워있는걸 발견하고 실종되기 전까지의 "앨리스"의 이야기와 실종사실을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하는 형사 "사이먼"와 "찰리"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교차하며 시점과 시간을 오고가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딸이 바뀌지 않았다고 믿는 남편은 충격으로 반쯤 무너진 아내를 점점 미친 사람 취급을 합니다. 손녀가 태어난 날 얼굴을 확인하고 바로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시어머니도 며느리와 아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합니다. 물론 며느리는 과거 우울증 경력이 있었고, 지금의 행동 역시 산후우울증처럼 보이지만, 가족에 대한 집착과 통제가 삶의 대부분인 그녀는 혹시라도 손녀가 진짜 뒤바뀌건 아닐까 걱정하며 DNA 검사일 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러는 동안 이 가족들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고 집안 분위기는 끔찍하게 변합니다. 한 가족의 불행이 끝나려는 직전에 아이와 여자가 사라지면서 경찰은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한 아이가 뒤바뀐 사건과 아이와 엄마의 실종 그리고 과거 한 여인의 살인사건이 뒤엉키면서 조금씩 모든 사건이 시작된 동기와 감춰진 진실이 밝혀집니다.


그가 앨리스에게서 발견한 것은 뭐였을까? 그게 뭐든 그의 안에도 비슷한 것이 있어 그를 향해 호소하는 느낌이었다. 앨리스는 예뻤지만, 사이먼의 감정은 그녀의 외모와 상관없었다. 그녀의 태도, 불안의 징조, 제자리를 찾지 못한 듯한, 뭔가 보이지 않는 장애물과 싸우고 있는 느낌. 모두 사이먼이 평소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별 노력 없이 인생 사는 법을 알았다. 그는 아니었다. 앨리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의 딸이 뒤바뀌었다고 확신하는 "앨리스"가 이 작품의 가장 중심축입니다.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까지도 그녀의 주장은 가장 혼란스럽고 흥미로운 미스터리가 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정말 아이가 바뀐 것일까?' 그렇다면 '왜?', '누가?', '바뀐 아이는 누구지?', '만일 그녀가 우울증 때문에 착각한 것이라면?' 등의 궁금증들은 형사들과 같이 수사에 동참하고 헤매이며 그 끝을 확인하고야 말겠다는 힘이 됩니다. 우리가 수사에 같이 따라다니게 될 형사들은 스필링 경찰국의 "사이먼"과 "찰리"입니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형사가 된 "사이먼"은 인간관계 특히나 여자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지만 수사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납니다. 자신을 감싸주고 뒤를 봐주는 유일한 동료이자 선배인 "찰리"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존경합니다. 반면 남자들 투성이의 거친 경찰조직에서 노력과 인내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찰리"는 "사이먼"에 대한 짝사랑에 힘겨워하며 때론 사건수사에서도 감정적이 되어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이먼"이 "앨리스"에 대한 연민과 호감 때문에 사건에 집착하는 모습에 질투를 느끼는 "찰리"

는 번번이 수사의 주변으로 튕겨져 나갑니다.

사실 작품 중간까지 "앨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의 예민하고 까칠하며 타인의 감정에 무신경한 성격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간혹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신경질적인 영국인 캐릭터들의 집합소 같아서 몰입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책속에 완전히 빠져버리고, 책을 덮고 나서 캐릭터들의 별로인 성격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냥 무방비로 작가에게 설득 당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뭐, 그만큼 작품이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태생적으로 나는 투사가 아니다.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고, 하물며 때로는 심각할 정도로 여린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내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나만큼 플로렌스를, 아니 나 말고 플로렌스를 생각해야한다. 포기는 선택지에 없다.


작가 "소피 해나"는 처음 시인으로 등단한 후 작가가 된 케이스입니다. 노르웨이 작가 "카린 포숨"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시인으로서 'T.S 엘리엇' 상 최종후보에까지 오르고 영국내 중,고등학교 정규 교과서에 그녀의 시가 실리며 시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걷던 도중, 범죄소설 "리틀 페이스"로 베스트셀러 소설가라는 명성까지 얻게 됩니다. 그녀의 '스필링 범죄 수사반' 시리즈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The Point of Rescue"가 "Case Sensitive"란 타이틀로 드라마화 되어 이마저도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영국의 대표적인 범죄소설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부모님도 어디선가 지켜보고 계시다면 분명 이해해 주실 것이다. 하지만 보고 계시지 않길 바란다. 부모님은 평생 행복하게 사셨다.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며 내가 플로렌스를 걱정하듯 나를 걱정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인 편이 낫다. 불안과 두려움이 영혼을 갉아먹는 순간, 영혼은 죽기 시작한다.


"리틀 페이스"는 형사소설이기도 하지만 심리 스릴러가 더 본모습에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사건 수사 이야기나 추리가 약간 빈약한 반면 인간의 심리묘사에 온 힘을 쏟은 느낌입니다. 특히나 단 두 시간의 외출로 엄마가 겪을 수 있는 최대의 불행에 빠진 여자의 심리는 읽는 사람들마저도 두렵고 혼란스럽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시고 나면, 그러니까 군데군데 보였던 약간의 부족한 점이 상쇄되고도 남는 결말에 다다르고 나면 이 '스필링 범죄수사반' 시리즈를 더 읽고 싶어지실 겁니다.


<드라마 "Case Sensitive"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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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
윌리엄 래시너 지음, 김연우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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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의 범죄소설 작가 "윌리엄 래시너(William Lashner)"가 2014년에 발표한 작품 "바텐더(The Barkeep)"입니다. 출간 직후 현재까지 미국 아마존에 2600여개의 리뷰가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 "바텐더"는 '에드거' 상 최우수 페이퍼백 부분 최종 후보까지 오르며 평단의 인정도 받았습니다.


한 늙은 주정뱅이가 바로 들어가 스툴에 앉아 바텐더에게 모히토를 주문합니다. 주문받은 모히토를 만드는 바텐더에게 늙은이는 쓸데없는 말들을 주절거립니다. 바텐더는 바의 다른 손님들에게 하던대로_노련한 바텐더의 기본인_적당한 대응을 하지만 왠지 모를 불쾌감을 느낍니다. 바텐더의 형식적인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계속하던 늙은이는 바텐더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 그의 주의를 끕니다. 그리고 바텐더에게 자신이 바텐더의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전합니다.


저스틴은 한순간 이 늙은이의 더러운 입을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너무도 예기치 않게 찾아온 그 감정에 그는 이가 갈릴 만큼 쓰디쓴 쾌락을 느낄 지경이었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이제 그는 거의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았기에 몸을 휘감고 배 깊숙이 내려가는 지금의 쓰디쓴 분노는 거의 참신했다. 그러나 그것은 실망스러운 패배감이었고, 따라서 그는 입술을 깨물고 충동을 억눌렀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대부분의 충동을 억누르는 법을 배워 왔다. 살해된 어머니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던 아들이라면 누구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또는 고객 만족을 실천해야 하는 바텐더들에게도.


한때 촉망받는 로스쿨의 졸업생이었던 "저스틴 체이스"는 6년 전, 어머니가 살해당한 현장을 발견한 후 바텐더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곳저곳을 떠돌며 바텐더 생활을 하다 다시 필라델피아로 돌아온 "저스틴"에게 6년 전에 그의 어머니를 죽인 사람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주정뱅이 노인 "버디 그래클"이 찾아옵니다. 그는 "저스틴"에게 자신은 목사라는 사람의 사주를 받아 사람을 죽이는 킬러였고 자신에게 만 달러를 주면 사주한 사람을 찾아서 죽여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하지만 "저스틴"은 "버디"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범인은 이미 잡혀서 감옥에서 죗값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저스틴"의 아버지인 "매켄지 체이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스틴"은 그동안 자신이 절제하며 다스렸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혹시 아버지가 진범이 아니라면 누가 어머니를 죽이라고 사주했을까? 어머니를 시기했던 이모? 아버지 집에 살며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형? 형수? 아니면 아버지의 정부였던 여인 "애나"? 일단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사건을 되돌아보려고 마음먹은 "저스틴"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교도소로 향합니다.

 

"내가 진실이라고 아는 것을 아버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을 수 있죠?"

"네가 부럽구나."

"왜요?"

"이 세상에는 가을 태풍에 떨어진 이파리들처럼 불의와 의혹과 불확실한 게 널렸는데 넌 네가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것만 남아 있는 것 같구나. 그렇게 확신을 갖고 산다니 좋겠단 말이다."

 

자신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악몽인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아들의 이야기인 스릴러 소설 "바텐더"의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제목처럼 바텐더입니다. 독특해 보인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주인공의 직업을 바텐더로 설정만 한 것이 아니라 소설 속 이야기의 반 이상이 바에서의 대화로 이루어 집니다. 거기다 아픔과 충격, 죄책감으로 고통받다가 '선(禪/Zen)' 사상으로 자신의 욕망과 집착 등을 거세함으로서 평온을 찾은 남자에게 무관심과 친절 사이에서 적당히 줄을 타야하는 노련한 바텐더 만큼 어울리는 직업도 없을 겁니다.

괜찮은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서 야망을 품고, 괜찮은 미래를 꿈꾸던 주인공 "저스틴"은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어머니를 발견한 순간 인생의 중심축이 무너지게 됩니다. 정신병원의 다른 환자에게 건네받은 책 '티벳사자의 서'를 통해 선 사상을 접하면서 고통의 암흑에서 빠져나오게 된 "저스틴"은 변호사가 아닌 바텐더로서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모든 욕망과 소유, 집착, 야망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은 "저스틴"에게 스스로 청부살인업자라는 노인 "버디"의 방문은 잔잔한 연못의 수면 위에 떨어진 돌처럼 그의 마음 속에 파장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저스틴"은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 어머니를 둘러싼 다른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어쩌면 아버지가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은 "저스틴"으로 하여금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평범한 아버지를 되찾을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자신의 결정적인 증언에 대한 죄책감을 씻을 수 있겠다는 희망들을 품게 합니다.


사람들이 밀려들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 정적이 흐르는 이 시간을 저스틴은 가장 좋아했다. 바로 이 공기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퇴근 시간을 향해 분침이 움직이면 수천 개의 작은 사무실의 직장인들이 갈증에 조건반사적으로 침을 흘리며 수백 개의 바를 덮칠 참이다. 막 섞인 칵테일, 기분 좋게 게슴츠레해진 눈, 미친 듯이 마시기로 작정한 그날의 우울한 타협, 그 시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 뿐 해피 아워라는 완전히 잘못된 이름을 달고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은 조용했다.


오래전 비극의 감춰진 진실을 다시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는 요즘 스릴러 작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의 대가들이라면 "할런 코벤"이나 "린우드 바클레이" 등이 떠오르는데,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 작품 "바텐더"는 문학적 깊이가 있는 문장을 구사하는 "할런 코벤"이 쓴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흔한 설정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어떤 식으로 전개하느냐? 어떤 요소들을 녹여내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질이 확 올라가거나 그저 그런 이야기로 남는데 이 작품 바텐더"에는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미국 중산층 가정의 엇나간 관계들, 또 다른 형태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바텐더와 손님간의 흥미로운 대화들과 술 이야기, 반전 그리고 인상 깊은 엔딩. 사실 이 작품도 어느 시점부터는 예상대로 흘러가다 예상에 어긋나지 않는 클라이막스를 지납니다. 이대로 끝난다면 평범한 스릴러 소설로 그치겠구나 하는 순간 마지막 세 챕터를 통해 작가는 독특하지만 훌륭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엔딩까지 다 읽고 나서야 작가가 왜 주인공을 바텐더로 설정했는지 완전히 이해해버리게 됩니다.


바에서 하게 되는 거짓말은 대개 세 가지로 요약된다. '나 안 취했어.'와 '당신 지갑을 슬쩍하려던 게 아니에요.'와 '의미 없고 뒤끝 없는 섹스를 찾는 건 아니오.' 중 하나다.


작가 "윌리엄 래시너"는 필라델피아 검사 "Victor Carl" 시리즈로 인기를 끈 작가입니다. 작가의 작품들은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지만 국내에는 이 작품 "바텐더"가 첫 출간작입니다. 사실 바텐더"가 작가의 작품들 중 가장 화제를 모은 작품인데 해외출간은 독일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국내에 출간 되었습니다. '에드거' 상을 수상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좋은 작품이 출간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술병에는 경고 딱지가 붙어 있어야 했다.

경고 : 내용물을 마신 뒤에는 삶이 당신이 견딜 수 있는 것보다 더욱 한심하게 보일 수 있음.


그동안 읽어 본 소설들 중 이토록 술을 땡기게 만든 작품은 처음이었습니다. 더구나 매 챕터가 칵테일, 양주, 맥주 이름이라(간혹 차(茶) 이름) 더욱 갈증나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책 읽을 때는 가급적 술을 자제하는 제가 가장 많은 음주와 함께 보낸 소설로 등극해버렸습니다. 매 챕터가 짧아 진행이 빠른 현대식 미국 스릴러이지만 상당히 깊이가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멋진 엔딩은 몇 번이고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이 작품 "바텐더"를 낸 출판사인 "피니스 아프리카에"가 내는 작품들은 항상 일정 수준을 유지하니 믿고 읽으셔도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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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영국 출신의 신인 작가 "레이 셀레스틴(Ray Celestin)"이 2014년에 발표한 데뷔작 "액스맨의 재즈(The Axeman's Jazz)"입니다. 실제로 1919년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공포에 빠트렸던 연쇄 살인범인 '도끼 살인마'를 소재로 쓴 이 작품 "액스맨의 재즈"는 CWA(영국 추리소설 작가 협회)의 신인상에 해당하는 '존 크리시 대거'를 수상했습니다.

 

미국의 뉴올리언스에 사람들을 도끼로 무참히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도끼 살인마'라 부르고 도시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범행 대부분은 리틀이탈리아에서 벌어졌고 범인은 살인현장에 타로 카드를 남겨 경찰은 마피아의 소행에 중점을 두지만, 도시 사람들은 범인은 흑인이라고 단정하며 뉴올리언스는 더욱 불안에 잠식되어갑니다. 도끼 살인마의 살인이 계속되어 가는 가운데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세 사람이 이 사건 수사에 뛰어듭니다.

 

나는 재즈 음악을 아주 좋아해. 지옥의 모든 악마를 들어 맹세컨대 내가 말한 시간에 집에서 재즈 밴드가 한창 연주 중이면 그 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할 꺼야. 만약 모두 재즈 연주를 하고 있다면, 음...... 그렇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 한 가지 분명한 건 화요일 밤에 재즈 연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야. 그런 자들은 도끼 세례를 받을 거야.

 

뉴올리언스의 리틀이탈리아 지역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50대 부부가 도끼로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살해도구가 도끼이고, 살해당한 패턴으로 이번 사건도 도끼 살인마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가 진행됩니다. 많은 민족과 문화가 뒤섞인 뉴올리언스는 이 연쇄 살인사건으로 인종 갈등이 더욱 커져가고 있어 담당 수사관인 "마이클 탤벗" 형사는 심한 압박 속에서 이 사건을 수사합니다. 그와는 별개로 핑커턴 탐정 사무소 뉴올리언스 지국의 비서인 "아이다 데이비스"와 막 감옥에서 출소한 전직 형사 "루카 단드레아"도 도끼 연쇄 살인을 수사합니다. 이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이유로 서로 다른 단서를 찾아 수사를 하고, 각자 다른 방향에서 도끼 살인마에게 다가갑니다. 그러던 와중에 도끼 살인마는 대담하게도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이 지정한 날 밤에 재즈 음악을 틀지 않는 집 사람들이 다음 살해 대상이라고 선포하면서 뉴올리언스는 또 다른 혼란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엄청난 폭우마저 도시를 향해 다가옵니다.

 

도끼 살인마는 의심으로 가득한 도시에 불신을 더해 갔다. 북으로는 크리올 흑인이, 남으로는 아일랜드인, 서쪽에는 아프리카 흑인이 살았고 중앙에 위치한 리틀이탈리아에는 이탈리아인이 살았다. 다른 소수 민족들도 있었는데 중국인, 그리스인, 독일인, 유대인들이 체스판의 졸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도심 정중앙의 상업 지구인 스토리빌 프렌치쿼터에서만 한데 섞였다. 분리가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의심은 분리를 더 부추겼다. 이제 도끼 살인마가 이 모든 상황에 불을 붙인 격이 됐고 이렇게 갇힌 모든 사람들이 서로 갈등을 빚고 부딪쳤다.

 

이 작품 "액스맨의 재즈"는 실제로 뉴올리언스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 살인범인 도끼 살인마를 소재로 쓴 스릴러입니다. 영국에 "잭 더 리퍼"가 있다면 미국에는 도끼 살인마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가 전 세계 연쇄 살인범의 온상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연쇄 살인범을 배출했습니다만, 이 두 살인마에게는 한 도시를 공포에 빠지게 하고 아직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제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설은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세 명의 수사관이 각자 수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 다른 사연 때문에 이 도끼 살인마 사건에 매달립니다. 동료 형사의 비리를 고발해서 경찰국내에서 외톨이인 담당형사 "마이클 탤벗"은 당시 뉴올리언스에서는 불법인 흑인 아내를 두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가정부라고 했지만 모두가 눈치를 채고 있고, 이 잔혹한 연쇄 살인을 끝내지 못하면 쫓겨난다는 압력을 받으며 사건을 조사합니다. 탐정이 되고 싶지만 흑백 혼혈에 여성이라는 신분때문에 탐정 사무소의 비서로 밖에 일할 수 없는 "아이다"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개인적으로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마이클"의 상관이었지만 그에게 밀고를 당해 감옥으로 보내져 형기를 마치고 나온 "루카"는 자신을 어릴 때부터 키워준 마피아 보스의 협박조의 부탁으로 이 사건에 뛰어듭니다. 이들은 소설 중반까지 서로 마주치지 않으며 각자 다른 단서를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수사합니다. 이들이 수사하며 얻은 정보들은 점점 한곳으로 모여 잔인한 살인마의 정체와 그의 사연으로 독자들을 인도합니다.

 

온 도시가 재즈로 뒤덮였다. 백오타운에 있는 싸구려 선술집에서 탱고벨트에 있는 나이트클럽, 평범하고 조용한 가정집, 카폐에 이르기까지 수천 곡의 재즈가 거리로 흘러 넘쳤다. 루이스가 메이언의 집에서 카바레로 오는 길에 보니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도구란 도구는 모두 동원된 듯했다. 밴드가 없는 곳에는 빅터 축음기, 전축, 그리고 노래를 자동으로 연주하는 피아노가 있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취미로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오랫동안 쓰지 않는 악기에 앉은 먼지를 털어내고 술김에 몇 음이라도 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함께 어울려 연주했다. 마치 한 영혼이 도시에 있는 모든 악기를 사로잡아 마법을 걸어서 노래로 퍼져 나오게 한 듯했다.

 

실제 사건, 그것도 미제 사건을 소재로 사용하는 소설들이 드러내는 단점들을 이작품은 영리한 방법으로 피해갑니다. 철저한 사전조사로 얻은 사실들 사이에 그럴듯한 허구를 섞는 단순한 방법이지만 이것은 절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가 "레이 셀레스틴"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능숙하게 해냅니다. 예를 들자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한명인 "루이스 암스트롱"의 존재입니다. "루이스"는 우리가 "루이 암스트롱"으로 알고 있는 재즈 뮤지션입니다.(이때는 프랑스식 발음인 "루이"를 사용하기 전입니다.) 작가는 "루이스""아이다"의 소꿉친구로 설정해 그녀의 조력자로 등장시키며 이 시기에 익히 알려진 그의 개인사와 함께 풀어냅니다. 그리고 당시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 역사적 사실들을 허구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어 그럴듯한 이야기로 창조합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뉴올리언스와 도심의 모든 질병은 그가 도시의 안개로 비유한 것처럼 마치 추상화 같았다. 매일같이 안개 속을 지나가지만 안개는 어떤 의미로는 실제이기도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에게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어쩌면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들이 온전한 정신을 잃고 빈민가과 가난, 도시살이의 일상적인 폭력에 서서히 빠져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좋은 스릴러 소설들이 갖추어야할 여러 요소들 자체만으로도 "액스맨의 재즈"를 훌륭하게 평가하지만 이 작품을 더 좋아하는 건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도시, 뉴올리언스의 존재입니다. 미국에 마피아가 처음으로 정착한 도시, 지대가 해수면 보다 낮아 습하고 자주 물에 잠기는 도시, 재즈가 태동한 도시, 그리고 크리올, 케이준, 아프리카계 흑인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이 뒤섞여 많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작품은 잔혹한 연쇄 살인 보다 어둡고 슬픈 뉴올리언스의 상처가 중심축입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스포가 될까봐 조심스럽습니다만,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뉴올리언스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어쩌면 작가는 도끼 살인마라는 실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뉴올리언스의 아픈 역사에 대해 쓰고 싶었던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모든 게 다릅니다. 물론 뉴올리언스는 미국 도시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공작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지었고, 프랑스 왕의 이름을 딴 주에 위치해 있죠. 우리는 커피도 다르게 마시고, 조리법도 다르며, 음악도 다르게 연주합니다. 뉴올리언스의 광장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의 이름에서, 거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이름을 따서 지었죠. 우리는 시신을 지상에 묻지만 도시는 해수면 아래에 건설합니다. 우리는 회개의 화요일도 개신교의 절기가 아니라 프랑스의 절기로 지키죠. 행정구역도 미국식으로 카운티를 쓰는 게 아니라 프랑스에서 유래한 패리시를 씁니다. 우리는 섹스나 마약 관련 범죄도 금하지 않고 합법화하죠. 수많은 프랑스 무역업자들이 인디언 안내인들의 현명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이곳 습지에 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작가 "레이 셀레스틴"는 이미 이 작품 "액스맨의 재즈"의 후속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조합이 어떤 사건 속으로 흘러들어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간만에 슬픈 역사와 실제 사건을 조합한 훌륭한 스릴러 소설을 만난 것 같아서 기쁜 마음에 이 작품 "액스맨의 재즈"를 읽어 보시라고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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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우 1 버티고 시리즈
제이슨 매튜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CIA의 첩보요원 출신의 작가 "제이슨 매튜스(Jason Matthews)"가 2013년에 발표한 작품 "레드 스패로우(Red Sparrow)"입니다. 이 작품 "레드 스패로우"는 작가의 데뷔작품으로, 출간 다음해인 2014년도에 '국제 스릴러 작가 협회'에서 주관하는 ITW 스릴러 상 최우수 데뷔작품상과 '에드거' 상 최우수 데뷔작품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들에게 찬사를 받은 스파이, 첩보 소설입니다.


러시아에서 미국 외교부 직원으로 위장한 CIA의 젊은 요원 "네이트 내쉬"는 러시아 정부의 요직에 있는 중요한 스파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블"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는 자신의 담당 스파이와 접선을 하던 "네이트"는 무작위 수색을 벌이던 러시아 SVR 감시팀에 우연히 발각되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넘깁니다. CIA는 가장 중요한 러시아 스파이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수가 없기에 "네이트"를 핀란드 지부로 전출시킵니다. 러시아 정보부는 스파이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네이트"라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들의 요원 "도미니카 예고로바"를 핀란드로 보냅니다.


현재 크렘린 궁의 주인은 정장과 넥타이를 차려 입고, 언론 담당 비서들을 두고, 정상회담에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사실 이곳에 잠시라도 머물렀던 사람들은 모두 스탈린 이후로 변한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정? 충성? 후원? 작전에서든 외교 석상에서든 한 번이라도 실수하거나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드는 무엄한 짓을 하면 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고 그 폭풍을 피할 곳은 하늘 아래 어디에도 없다.


CIA의 젊은 첩보요원 "네이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러시아 스파이 "마블"의 핸들러입니다. 이 늙은 러시아 스파이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의 임무인 "네이트"는 접선 도중에 그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핀란드의 헬싱키로 발령을 받게 됩니다. 우연히 얻어 걸린 "네이트"와 스파이의 접선 현장을 스파이의 정체를 밝혀낼 유일한 기회로 생각한 러시아 SVR 본부 제1국 부국장 "반야"는 자신의 조카이자 첩보요원 "도미니카"에게 핀란드로 가서 "네이트"를 포섭하라는 임무를 내립니다. 러시아 정보부의 첩보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도미니카"는 자신만의 계획과 원칙으로 "네이트"에게 서서히 접근 하지만 꽉 막히고 융통성 없는 상관들은 그녀에게 빨리 미인계를 써서 "네이트"를 침대로 끌어들일 것을 모욕적으로 독촉합니다. 그럴수록 자의식이 강하고 반항적인 성격의 "도미니카"는 스파이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의구심을 느끼는 동시에 "네이트"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동료마저 러시아 당국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식탁보를 잡아당겨서 그릇들을 다 박살내는 아이가 러시아다. 그들은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서 접시를 깰 거야.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팔고, 이란에 핵 연료봉을 주고,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원심분리기를 설계하는 법을 가르치고, 미얀마에 경수로를 짓지. 그래, 이들이 저지르는 짓은 한계가 없어."


스파이 소설로서 "I Am Pilgrim"과 함께 2013년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레드 스패로우"는 미국의 CIA와 러시아의 SVR 첩보요원들이 얽혀서 서로 치열하게 속고 속여가며 벌이는 첩보전쟁을 그린 일급 스파이 소설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이미 종식된 냉전의 낡은 흔적들 뒤편에서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 스파이들은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나 포섭대상에 적합한 인물을 발견하면 치밀하게 접근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포섭을 하고 정보원이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조금씩 상대국의 기밀을 얻어 냅니다. 때로는 정보원 스스로가 자신이 포섭당한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기밀을 유출시키기도 합니다. 반대로 혹시나 상대국에 포섭된 자신들 안의 스파이의 존재에 촉각을 세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소설의 초반, 서로를 포섭하기 위해 접근한 "네이트"와 "도미니카"는 조금씩 서로에게 이성적으로 빠져듭니다. 하지만 정보요원들 사이에 사적인 감정은 금기사항입니다. 각자 서로를 탐색하며 포섭작전을 진행하는 동안 소설의 이야기는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요직에 있는 거물급 스파이들을 찾기 위한 더 큰 첩보전으로 확대됩니다. 양국 정보국은 자신들을 위한 스파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한편 자신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있는 자국 스파이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총알세례나 피 튀기는 싸움대신 탐색과 미행, 접선, 감시, 도청, 포섭 등을 하며 전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중심에는 스파이의 세계가 의례 그러하듯 음모와 배신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미니카는 스스로에게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학교, 꼭대기에 깨진 유리 조각들을 박아놓은 담벼락으로 격리된 이 저택은 사랑을 제도화하고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국가의 엔진이다. 이것이 육체적 섹스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은 발레 아카데미처럼 교육이었다. 퀴퀴한 냄새가 나고 깜빡거리는 불빛이 비치는 도서관에서 도미니카는 이걸 해내겠다고, 이 개자식들을 괴롭히기 위해서라도 해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주인공인 "네이트"와 "도미니카"를 포함해서 많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다 매력적이지만 이 작품 "레드 스패로우"속의 최고의 캐릭터는 바로 작품 제목인 "레드 스패로우"인 "도미니카 예고로바"입니다.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음악가였던 어머니 밑에서 부족함 없이 살며 발레 아카데미 최고의 학생이었던 "도미니카"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과 부상이라는 불행에 좌절합니다. 그때 러시아 정보국 SVR의 부국장인 삼촌 "반야"의 은밀한 제안으로 한 사업가의 암살 작전에 동원되고, 현 러시아 체제에 부정적 시각을 지닌 부모와는 다르게 애국심이 투철했던 "도미니카"는 첩보학교의 유일한 여학생으로 입학하게 됩니다. 사람의 감정이나 소리를 색채로 느낄 수 있는 공감각자인 "도미니카"는 우수한 성적으로 첩보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반강제적으로 '창녀학교'라고 불리는 '스패로우 학교'로 보내지는 치욕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교육을 이수한 이후에도 창녀학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그녀에게 따라 붙습니다. 정보국 상관들은 그녀의 제대로 된 첩보임무 수행 능력보다는 육체적 매력을 이용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뿐입나다. 미국 CIA 정보요원 "네이트"를 포섭하는 임무를 맡게 되어 그와 만나면서 이성적으로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여전히 육체적 포섭을 요구하는 상관들의 압박은 더욱 강도가 세지고, 결국 "도미니카"는 자발적으로 미국 스파이가 되기로 합니다.

얼핏 사랑에 눈이 먼 여자 스파이가 사랑과 조국에 대한 환멸 때문에 조국을 배반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도미니카"가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독립적이고 도전적인 그녀의 성격 때문입니다. 스파이가 된 상태에도 그녀는 러시아를 사랑하고 때때로 그것 때문에 갈등도 하지만 그녀는 첩보원으로써 스스로의 작전을 펼치길 원했고, 러시아를 좀 먹는 구시대적이고 탐욕스러운 고위관리들을 엿 먹이기 위해 스스로 적국의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너의 감시 탐지 루트는 너를 미행하는 자가 누군지 노출시키기 위해 고안된 경로로, 여기서 중요한 건 미행자로 하여금 자신이 들켰다는 걸 모르게 해야 한다는 거야. 감시자를 잡아 끌어내서 혼내주자고 만들어낸 루트가 아니란 말이야. 모든 미행에는 끝내야할 한계가 존재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칠판에 그린 가로선 위에 세로선을 하나 더 그어 교차시켰다. "바로 이 교차점에서 놈들은 너에게 들킬 것이냐, 아니면 널 놓칠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


작가 "제이슨 매튜스"는 CIA의 국가공작부(현 NCS)에서 33년간 활동한 베테랑 요원이었습니다.(그의 아내 역시 CIA 요원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스파이 기술들과 첩보 세계에 관한 묘사는 너무도 세세하고 사실적이어서 가끔 내가 스파이 기술의 교본을 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렇다고 작가의 문학적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그 주변국 사이의 정세와 미묘한 관계의 사실적인 묘사, 탄탄하게 짜여진 플롯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구성 그리고 그 사이사이 등장하는 적절한 유머 등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간만에 만난 오락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담은 훌륭한 첩보, 스파이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러시아는 분명 냉전에서 지지 않았습니다. 냉전은 결코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첩보 소설을 좋아하지만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을 어렵고, 요즘에는 다른 좋은 첩보소설을 못 찾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작품 "레드 스패로우"를 추천 드립니다. 정말 멋진 첩보 소설입니다.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스파이 세계에서 사랑과 믿음, 신뢰를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작가가 CIA 출신이라 미국 편향적 시각은 감안하셔야 할 겁니다. 특히나 "푸틴"을 실명으로 엄청나게 까댑니다. 아, 곧 영화로도 만날 수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 "도미니카"역에"루니 마라"가 유력했는데 현재는 "제니퍼 로렌스"로 선회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훌륭한 첩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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