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진실
존 르 카레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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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소설, 첩보 소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é)"가 2013년에 발표한 작품 "민감한 진실(A Delicate Truth)"입니다. 이 작품 "민감한 진실"은 작가 "존 르 카레"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품인데, 그동안 출간된 작가의 작품들 중 진입 장벽이 가장 낮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쉽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고 해서 작품성이 떨어졌다는 말이 아닙니다.


국방부 차관 "퍼거스 퀸"의 명령으로 정보요원 "폴 앤더슨"이 영국 식민지 지브롤터로 갑니다. "폴 앤더슨"의 임무는 CIA의 비밀 조직인 미국의 다국적 기업 '윤리적 결과'와 함께 영국 특수부대원 4명이 합동으로 테러리스트들의 무기 거래 현장을 덮치는 '야생동물작전'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퍼거스 퀸"의 눈과 귀가 되는 것입니다. 정확한 증거나 징후가 보이지 않음에도 작전개시 명령이 떨어지고 한순간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이야기만 들은 채 "폴 앤더슨"은 지브롤터를 떠나게 됩니다. 한편, "퍼거스 퀸"의 개인비서인 "토비 벨"은 자신이 모시는 의원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미래가 송두리채 사라질지도 모를 행위인 불법 도청을 시도합니다.


추적의 흥분? 혹은 감옥에서 탈출했다는 안도감? 혹은 꿈도 꾸지 못했던 방식으로 국가에 봉사하게 됐다는 기대감 자체 때문에? 이유가 무엇이든, 수세기에 걸친 영국 제국주의의 결과물을 바라고보 있노라니 애국적인 열정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위대한 제독과 장군들의 동상, 화포, 보루, 요새, 수비병들에게 가장 가까운 방공호로 대피하라는 경보 표지판, 총독 관저 밖에서 총검을 겨누고 경비를 서는 구르카풍 전사들, 헐렁한 영국 제복차림의 경찰들, 그는 이 모든 것의 후계자였다.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벌어진 '야생동물작전'에 "폴 앤더슨"라는 가명으로 참가했던 노련한 외교관 "키트 프로빈"은 은퇴 전 마지막을 평화로운 카리브 해로 발령을 받아 기사 작위까지 받은 후, 콘월에서 아픈 아내를 돌보며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3년전 지브롤터에서 같이 작전을 수행했던 영국 특수부대원 "젭"의 방문을 받습니다. "젭"이 들려준 이야기는 3년 전에 지브롤터에서 진행된 '야생동물작전'은 잘못된 정보로 어떠한 수확도 얻지 못했고, 오히려 민간인 피해자_모자 사이인 한 여인과 남자아이_만 발생했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믿기지 않는 충격을 받은 "키트"는 "젭"과 함께 회고록을 쓸 준비를 하고, 당시 작전을 주도했던 "퍼거스 퀸"의 개인비서였던 "토비 벨"에게 연락을 합니다. 젊고 야심찬 이상주의자인 "토비"는 당시 불법 도청한 사실들을 스승처럼 생각하며 믿고 의지하던 "자일스 오클리"에게 전했지만 갑자기 베이루트로 발령을 받아, 이제 막 영국으로 돌아온 상태였습니다. 다국적 용병기업인 '윤리적 결과'와 영국이 비공식적으로 벌인 '야생동물작전'에 대해서 들은 "토비"는 자신의 지위와 양심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키트"와 "젭"을 도와주기로 하지만 얼마 뒤, "젭"이 자신의 차에서 자살한 채 발견됩니다.


"마음대로 해, 토비. 사임하게나. 난 자네의 미숙한 개인 의견에 동의한다네. 영국과 같은 그 어느 주권국가도 서로 간에 티끌만 한 앙금도 없는 자기중심적 광신도 둘이 거짓 핑계로 일으킨 전쟁에 참전해서는 안돼. 분명 우리는 다른 주권국가에게 영국과 같은 수치스러운 선례를 따르라고 설득해서도 안 되지. 그러니 사임하라고. 자네는 정확히 '가디언'지가 찾는 인물이야. 황야에서 울부짖는 고독한 음성.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언저리에서 어슬렁거리며 바꾸려고 노력하지 마. 그냥 뛰어내려. 자네가 언제나 꿈꾸던 위대한 소설을 쓰게나."


이 작품 "민감한 진실"은 민간인 피해자들만을 남긴 실패한 작전을 은폐하려는 다국적 기업과 정부에 대항하는 선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첩보 소설입니다. 냉전이 끝나고 이제는 전쟁조차 조직화된 기업에 의해 진행되는 이 시대를 잘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참여한 작전에서 희생된 민간인들을 은폐하기 위해서 급히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어 은퇴시켰다는 사실을 알게된 "키트"와 참상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끝까지 항의하며 진실을 공개하려다 군대에서 쫓겨난 "젭", 그리고 자신이 불법 도청한 이야기가 이 말도 안 되는 작전에 관한 이야기였고, 역시나 은폐를 위해 갑자기 자신이 다른 곳으로 발령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토비". 이들은 모두 영국 정부와 군이라는 조직의 일원이었지만 내부고발자들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 힘없는 개인이 되어 버립니다. 그들이 속했던 정부는 바로 거대한 적이 되어 버리고 이 선한 세 사람은 위험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영국정부는 식민지에서 벌어진 이민자 모자들의 죽음은 하찮은 일일뿐이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다국적 기업은 협박과 회유로 이들을 위협합니다.


"내가 아느냐 자네가 아느냐 하는 건 이것도 저것도 아니야. 중요한 것은 세상이 아느냐, 알아야 하느냐 하는 거지. 그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은 친구 - 자네처럼 훈련받은 외교관이 아니라 눈먼 바보라도 알 수 있어 - 분명해.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절대로. 시간이 그 사건들을 치유하지는 않아. 오히려 곪게 만들지. 영국 정부가 부정하는 가운데 한 해 한 해 흐를수록, 대중의 윤리적 분노는 수백 데시벨씩 올라간다네."


"존 르 카레"의 다른 작품들처럼 "민감한 진실" 역시도 작가의 통찰력있는 시선과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힌 묵직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담고있습니다. 자본주의에 점점 더 잠식되어 가는 국가, 작은 희생과 큰 대의 사이에서의 충돌, 개인과 국가간의 대립, 윤리와 양심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이 얽히며 발생되는 갈등까지... 이 81세의 거장은 그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치밀한 플롯 위에 녹여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선한 개인들은 양심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만 하지만, 만에 하나 우리 중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쉽게 선택하지 못할 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들로 인한 싸움은 권선징악이라는 통쾌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열린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마지막 선택 이후의 더 고된 길로 안내하는 표지판을 보고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진짜 고독하고 힘든 싸움은 이제부터다! 라는...


신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상대로 헛되이 싸웠다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거창한 언명이 떠올랐다. 그러나 토비가 볼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신이든 인간이든, 어리석음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신과 이성적인 모든 인간이 헛되이 싸운 상대는 어리석음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이 아닌 타인의 이익에 대한 순전한, 방탕한, 빌어먹을 무관심이다.


"민감한 진실"은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존 르 카레"의 작품들 중 가장 쉽게 읽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사실 이 형님 작품들이 진입 장벽이 높고 진도가 쉽게 나아가지 않기로 유명한데, 이 정도면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을 처음 도전하시려는 분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기존 첩보소설이나 스파이소설 보다는 복잡하고 어렵긴 합니다. 이 작품은 곧 BBC에서 "윌리엄 모나한"이 각색해서 드라마로 만들거라고 합니다.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국내에도 이번 달에 "존 르 카레"의 또 다른 작품이자 "이완 맥그리거" 주연으로 영화 촬영이 진행 중인 작품 "Our Kind of Traitor"가 출간된다고 하니 팬분들은 올 연말을 기분 좋게 보내게 될 듯 합니다.


<"존 르 카레"가 직접 출연한 "민감한 진실"의 멋진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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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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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리 차일드(Lee Child)"가 2014년에 발표한 "잭 리처" 시리즈의 열 아홉 번째 작품 "퍼스널(Personal)"입니다. 이 작품 "퍼스널"에서는 우리의 떠돌이 "잭 리처"가 미국을 벗어나 영국과 프랑스에서 활약합니다. 물론 "잭 리처"는 미국이 아닌 유럽에 있더라도 여전히 무적입니다. 싸움뿐 아니라 수사에 있어서도.

 

시애틀 행 버스에서 우연히 집어든 '아미 타임즈'에서 "잭 리처"는 자신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자신을 찾는 메시지를 그냥 모른척할 수도 있지만, 군 시절 자신이 신세를 진 사람이 연관되어있어 "잭 리처"는 군대의 부름에 답을 합니다. 예전 상관이었던 "톰 오데이" 장군을 만난 "잭 리처"는 오래전에 자신이 체포해서 감옥으로 보낸 한 전직군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이 부탁 역시도 그냥 거절할 수 있지만, "잭 리처"는 자신의 안락한 방랑생활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그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군인은 군대를 떠날 수 있다. 하지만 군대는 군인이었던 자를 떠나지 않는다. 잠시 동안이라면 몰라도 영원히, 그리고 완전히 떠나는 경우는 결코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대통령 저격 사건이 일어납니다. 1300미터라는 먼 거리에서 저격수가 쏜 총알은 간발의 차이로 방탄유리를 맞추어 저격자체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다른 저격을 위한 예행연습일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수사가 계속 진행됩니다. 그리고 실제 저격 목표물은 얼마 뒤에 영국에서 열리게 될 G8 정상회담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에 프랑스는 세계 각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1300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정밀한 사격이 가능한 최고의 저격수들의 정보를 모으고 최종적으로 4명의 용의자를 뽑아냅니다. 그중에는 미국인 "존 콧트"가 포함되어 있고, 현재 그는 군인이었던 시절, 당시 헌병수사관 "잭 리처"에게 체포되어서 15년 형을 살다가 1년 전에 출소한 상태임이 밝혀집니다. 우선 "존 콧트"가 출소 후에 머물렀던 장소를 조사한 "잭 리처"는 그가 1년간 저격 연습을 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자마자 프랑스로 날아가서 저격 장소도 조사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대통령을 향한 총알을 저격수가 일부러 빗맞혔다는 사실과 어쩌면 저격수가 1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알아냅니다. 이제 "잭 리처"가 향해야 할 곳은 G8 정상회담이 열리게 될 런던입니다.

 

"리처, 이 사건의 범인은 전혀 새로운 인물이야. 암살 청부업자 명부를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을 이름이지. 이번 사건은 그자의 첫 번째 임무였어. 그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 1300미터 거리에서 50구경 라이플로 두 발을 연속해서 명중시켜야 하니 말이지. 엄청난 판돈이 걸린 도박이었다고나 할까. 성공한다면 남은 평생 동안 메이저리거로 살게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영원히 잔챙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도박. 하지만 그는 그 도박판에 뛰어들었고 방아쇠를 당겼어.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면 감히 시도하지도 못했겠지. 1300미터 거리에서 두 발을 정확히 갖다 꽂을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야. 그 정도 실력을 지닌 저격수가 우리 쪽에 몇 명이나 있겠나?"


총알은 1300미터 밖에서 3초 동안을 날라와서 최첨단 방탄유리에 박힙니다. 사건의 개요를 들은 "잭 리처"는 총알이 장갑탄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격수가 처음부터 두발을 쏘려고 했다는 사실을 눈치 챕니다. 첫 발은 방탄유리를 깨고, 바로 두 번째 총알을 발사시켜 사살. 사실 저격 거리 1300미터란 이제는 그다지 엄청난 거리가 아닙니다. 1600미터에서 저격한 케이스도 있고 2000미터 이상에서 쏜 기록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1300미터 밖에서 연속 두 발의 정밀 저격을 시도했다는 것은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라는 말이고 그 저격수의 목표는 프랑스 대통령이 아닌 G8 정상회담의 참석국 수장들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 정도 실력의 저격수들 중 이런저런 조건에 맞는 용의자는 영국,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출신 4명으로 좁혀지고 그중 미국인 용의자 "존 콧트"를 잡기위해 "잭 리처"가 불려온 것입니다. "잭 리처"는 자신이 저격수를 잡는 용도 이외에 미끼라는 또 다른 용도로 인해 불려온 것을 알지만 부탁을 수락하고 사냥을 시작합니다.

저격수가 등장하는 이야기라 액션성이 강조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오히려 이번 작품은 "잭 리처"의 수사력에 집중이 되어있습니다. G8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저격가능한 장소를 찾고, "존 콧트"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찾아가면서, 그의 흔적들을 수사하는 "잭 리처"의 모습은 정말로 이 소설에서 언급된 '셜록 홈리스' 그 자체입니다. 물론 중간 중간 화끈한 난타전들도 나오지만 수사관 "잭 리처"의 모습이 더욱 부각되는 작품입니다. 여전히 잘못된 판단이나 추리로 위기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잭 리처"스럽게 돌파해 나아가며 영국의 정보기관과 범죄조직들이 얽힌 이 사건을 끝까지 파고듭니다.

 

"브리핑 받을 때 이 얘기도 듣긴 했지만 설마 했었어요."

내가 말했다. "나에 관한 브리핑도 했었소?"

"오데이 장군은 당신을 '셜록 홈리스(Sherlock Homeless)'라고 부르더군요."

"그 양반이야말로 새 스웨터 하나 장만해야겠던데."

 

"잭 리처" 시리즈는 책이 출간되면 언제나 베스트셀러 차트 1위를 찍는 엄청난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의 인기요인 중 반 정도는"잭 리처" 라는 캐릭터의 캐릭터성에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껏 출간된 작품들에는 언제나 "잭 리처"의 가공할 만한 육체적 힘, 전투력과 비범한 수사능력이 적당히 섞여있지만, 그래도 각 작품마다 액션성이 강조된 작품과 추리, 수사가 강조된 작품들 반반 정도의 비중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출간되는 시리즈들은 인간계 최강 "잭 리처" 보다는 수사관"잭 리처"의 비중이 큰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어서 시리즈 팬들 중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좀 있나 봅니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수사관 "잭 리처"의 모습이 강조된 작품들에 더 애착이 많이 갑니다. 물론 "잭 리처"의 싸움 장면이 없다면 많이 실망할 테지만. 다른 소설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을 향한 습격과 그로 인한 위기의 순간에서 처럼 마음을 졸이지 않고, 양아치나 악당들이 어떤 식으로 처절하게 박살나는지 편안하게 목격하는 정도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어떤 스타일의 작품들로 시리즈를 구성하느냐는 작가 "리 차일드"의 마음대로라서 성향에 따라 더 좋아하는 스타일로 갈릴 수는 있지만, "리 차일드"의 작가로서의 능력은 점점 더 발전하는 것을 정확히 느끼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후반기 작품들로 갈수록 글 솜씨가 점점 늘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별거 아닌 문장 하나로도 독자의 흥미를 붙잡아 둘 줄 아는 부분이 특히 그렇습니다. 번역이 상당히 좋아서 번역본으로도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영어 원서로 읽으면 작가의 맛깔나고 쫄깃한 문장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탄탄한 플롯과 결말에 이르기까지 등장하는 단서들의 치밀한 배치도 훌륭합니다.

 

나는 흘깃거리는 그의 두 눈을 무표정한 눈빛으로 마주 쳐다보았다. 그가 탐색을 끝내고 덤벼온다면 선택은 두 가지. 일주일 동안 절뚝거리게 만들 것인가,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만들 것인가.

 

항상 그렇듯 "퍼스널"도 기존 시리즈 팬들이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부분들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고도 남을 재미있는 책입니다. 하긴 위험한 저격범을 찾아 영국을 휘젓는 "잭 리처"의 이야기가 재미없을 리가 없긴 합니다.

이미 시리즈 스무 번째 작품 "Make Me"가 미국과 영국에 출간 되어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리 차일드"는 현재 스물한 번째 작품인 "Night School"을 집필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독서량이 낮고 거기다 출판시장에 불황을 맞은 나라에서 "잭 리처" 시리즈 정도면 상당히 많은 시리즈들이 출간된 축에 속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더욱 시리즈가 쭉 출간 되주길 바라는데 그러려면 내년에 개봉될 영화 "잭 리처" 속편이 좀 터져 줘야할 듯 합니다. 그래서 건너뛰고 출간되지 않아 구멍이 생겨버린 시리즈 중간 작품들도 출간되길 바래봅니다.( "잭 리처" 시리즈에 대해 글을 쓸 때 마다 항상 이 말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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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맨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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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스릴러 소설 작가들 가운데 요즘 가장 잘나가는 작가인 "마크 그리니 (Mark Greaney)"가 2009년에 발표한 데뷔작 "그레이맨(The Gray Man)"입니다. "그레이맨"이라고 불리는 암살자 "코트 젠트리(Court Gentry)" 시리즈의 첫 편이기도 한 이 작품 "그레이맨"은 출간 직후 바로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고 배리 상 스릴러 부분 후보까지 오르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작가 "마크 그리니"는 "그레이맨"시리즈를 연속으로 히트 시키며, 이젠 고인이 된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시리즈를 공식적으로 이어서 쓸 수 있는 작가가 되는 영광을 누리고도 있습니다.


시리아 동부에서 나이지리아의 산업자원부 장관인 "아이작 아부바커"를 암살한 "코트 젠트리"는 탈출하는 과정에서 폭격되어 추락하는 미군 헬기를 목격합니다. 그는 정해진 시간내에 탈출 지점까지 가야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생존자를 구출합니다. 한편 영국에서 보안서비스 회사 첼트넘을 운영하는 "도널드 피츠로이"경에게 국제적인 거대 기업인 로랑 그룹의 변호사 "로이드"가 방문합니다. 로랑그룹은 "피츠로이"에게 자신들이 하려는 일에 협조하기를 정중히 요청합니다.


"경의 가족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로랑그룹 소유의 노르망디 저택에 머물게 될 겁니다. 그레이맨에게 연락해 그들의 위치를 알려주십시오. 나이지리아인들이 경의 외아들과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손녀들을 인질로 붙잡고 있다고 말입니다. 경이 그의 위치를 불지 않으면 그 시커먼 놈들이 경의 가족을 무참히 죽이게 될 거라고."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저는 젠트리를 잘 압니다. 그는 개처럼 충성하는 타입입니다. 아무리 구둣발에 걷어차여도 목숨을 바쳐 주인을 지켜내죠."


나이지리아의 독재자 "아부바커" 대통령의 동생인 산업자원부 장관이 시리아에서 "그레이맨"으로 추정되는 암살자에게 암살을 당합니다. 독재자의 분노는 나이지리아의 천연가스 독점 개발권을 따내기 직전에 있던 로랑그룹에게 향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동생을 암살한 킬러를 죽이고 그의 목을 가져오기 전까지 계약은 없다고 선언합니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로랑그룹은 정보력을 총동원해서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레이맨"의 배후 인물 "피츠로이"를 찾아냅니다. 로랑그룹은 "피츠로이"의 가족을 미끼로 "그레이맨"으로 알려진 암살자 "코트 젠트리"를 잡으려고 하지만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젠트리"는 잠시 자취를 감춥니다. 마음이 다급해진 로랑그룹측은 "피츠로이"와 그의 가족들을 프랑스 별장에 감금하고 제 3세계 출신의 암살자들을 유럽으로 불러 모아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젠트리"를 죽이는 암살 대회를 주최합니다.


여느 전설과 마찬가지로 과장이 섞이기는 했다. 완전히 허구인 부분도 있었고. 하지만 죽어 마땅한 이들만을 처단한다는 그레이맨의 개인 윤리에 대한 소문은 진실이었다. 살인 청부업자들 사이에서 그의 명성이 높아갈수록 의뢰를 수락하는 그의 조건도 점점 까다로워져갔다. 젠트리는 비적들이 들끓는 나라에 홀로 들어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표적들을 차례로 쓰러 뜨리며 부와 명성을 착실히 쌓아나갔다.


어둠의 세계에서 "그레이맨"으로만 알려진 전설적인 암살자 "코트 젠트리"의 첫 번째 이야기인 "그레이맨"은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죽고 죽이는 액션들로만 이루어진 액션 스릴러 소설입니다. CIA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지명수배자 딱지까지 얻은 "코트 젠트리"는 국제적인 범죄세계에서 활동하는 암살자가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명성은 높아만 가고, 이젠 어딘가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암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거론 되는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암살한 과격파 이슬람 교도인 나이지리아 산업자원부 장관의 형인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그의 목숨을 원하면서 유럽 전역으로 한국을 포함한 제 3세계의 암살자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그레이맨"을 죽여야하는 암살 컨테스트가 벌어지는 유럽은 피로 물듭니다.

전설적인 암살자가 주인공인 이런 류의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주인공이 소위 '먼치킨'으로 묘사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우리의 "그레이맨"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살인기계입니다.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눈 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죽이는 것이 몸에 베인 남자입니다.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정의감과 충성심입니다. 암살자 주제에 꼭 죽어야만 하는 타깃만을 골라 죽이는 "젠트리"의 정의감은 그 스스로를 죽음이 기다릴지도 모르는 최종목적지인 노르망디까지 가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유럽 곳곳을 피바다로 만들며 일직선으로 쭉 진행됩니다. 실제로 이 작품에는 몇번은 등장할 법한 철학적이거나 멋진 문장 하나 없이 죽고 죽이는 이야기로 가득 차있습니다.


"언젠가는 깨닫게 될 걸세. 우린 결국 죽어 묻혔다고 생각한 과거에 발목을 잡히게 될 운명이야. 평생 우리 손에 죽은 놈들의 유령에게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스토리 라인도 상당히 단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RPG 게임이나 FPS 게임처럼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면서 각 거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적들을 죽이고 마지막 던전에 도착해서 보스를 없앤다는 스타일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주인공이 중간 중간 함정에 빠지고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친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단순한 이야기일수록 재미있게 쓰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이 정도 실력이면 작가 "마크 그리니"가 상당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작가가 상당한 밀리터리 마니아라서 (실제로 자신이 써본 총기들만을 소설에 등장시킨다고 합니다. 원래 이쪽으로 유명한 작가로 총기 잡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탄착점"의 작가 "스티븐 헌터"가 있습니다.) 총기류나 묘사되는 전술들의 고증이 꽤 정확하다고 합니다. 사실 전 밀리터리 마니아가 아니라서 자주 등장하거나 유명한 총기류 이외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갑니다만...

이미 미국이나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끈 작품이라 오래전부터 영화화 계획이 추진 중인데, 그동안 거론 됐던 감독이나 배우들의 이름들이 엄청납니다. 가장 최근까지 주인공 "코트 젠트리"역에 가장 유력했던 배우가 "브래드 피트" 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주연 배우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는데, 그 배우가 바로 "샤를리즈 테론"입니다. 그래서 지금 "그레이맨" 시리즈의 많은 팬들이 멘붕에 빠졌다고 합니다. 주인공의 젠더 체인지가 이런 유명 시리즈 팬들에게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약간 이해는 됩니다.


"프리랜서 킬러들은 신원이 확인되는 순간부터 독 안에 든 쥐가 되는 겁니다. 그의 신원이 확인된 상태라니 애들을 보내 처리토록 하겠습니다. 2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다행입니다."

"물론 상대가 그레이맨만 아니라면 말이죠. 그 친구는 차원이 다른 킬러이거든요."


편집이나 작은 글자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스릴러입니다. 그냥 액션 영화를 보듯이 쭉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하루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좋은 오락 소설입니다. 나오자마자 읽었지만 좀 일이 있어서 이제야 감상을 적는데, 현재 국내에서도 꽤 팔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 "그레이맨"의 후속작인 "On Target""Ballistic""Dead Eye"도 국내에서 읽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더 재미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거기다 내년쯤 개봉될 영화도 히트 해준다면 국내에서 후속작들을 만날 가능성이 더 높아 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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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요 네스뵈"가 "해리 홀레"를 벗어나도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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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그냥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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